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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왕무적 1권(6화)
二章 뇌신의 제자(3)


휘익!
진유현이 적소화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흑영들의 시체는 처리했는지 보이지 않았고, 미세한 혈향만이 감돌았다.
진유현이 돌아오자, 적소화가 다가왔다.
“그는 어떻게 됐나요?”
“잘 처리했소.”
“휴.”
담담한 진유현의 태도에 적소화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사혈성과 싸울 생각이군요.”
“당연하오. 시작은 사혈성이 했지만, 끝내는 건 본 장이 결정하오.”
적소화는 진유현의 당당한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과연 뇌신의 제자라고 생각했다.
과거 뇌신이 무림에 활동할 당시, 그 누구도 뇌신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았다.
단순히 뇌신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뇌신은 그 무공만큼이나 성격도 패도적이기 때문이었다. 뇌신은 어떤 상황이든 결코 말로 해결하는 법이 없었다. 무슨 일이든 가진 바 무력으로 해결한 것이다.

“무인의 정의는 무력이다.”

뇌신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리고 항상 실천에 옮기며 생활했다.
그런 뇌신으로 인해 수많은 무림인들이 고개를 숙이고 쓰러졌다.
어떻게 보면 폭력적인 행동.
그런 뇌신의 제자가 적에게 쉽게 고개를 숙인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리라.
뇌신의 제자라면 그 누구보다 당당해야만 했다.
적소화가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진유현이 말을 걸었다.
“조금 서둘러도 되겠소?”
“예?”
적소화가 진유현을 바라봤다.
“본 장에 빨리 도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오.”
진유현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사혈성의 무인을 이렇게 빨리 만나고 죽이는 건 예정에 없는 돌발 상황이다.
그런 만큼 진가장에도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몰랐다.
예를 들어, 사혈성의 소수 선발대 같은.
만약 사혈성에서 소수의 선발대로 진가장을 습격한다면, 진가장의 피해는 심각할 것이다.
진가장은 그만큼 힘이 없는 중소문파였다.
진유현은 그런 일에 대비해서 진가장에 빨리 도착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다급한 마음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났다.
그런 마음을 읽은 적소화가 조일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일행의 대표가 조일영이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조일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한 것이다.
진유현이 뇌신의 제자라는 걸 알게 된 이상, 함께 행동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였다.
아니, 함께 행동해야만 한다.
“지금부터 속도를 올릴게요.”
사혈성을 생각하는 것인지 대답하는 적소화의 얼굴은 상당히 어두웠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고하는 것처럼.
두두두두두두.
일행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三章 귀환(1)


청주(淸州).
산동성의 성도인 제남과 청주 사이에는 큰 관도가 나 있었다.
거기에 강의 지류마저 끼고 있기에 청주는 산동에서 상당히 큰 도시에 속했다.
청주의 큰 관도와 강의 지류에는 항상 대형 상단과 표국이 들락거렸기에 날이 갈수록 청주는 그 모습이 화려하게 변해 가고 있었다.
달그닥. 달그닥.
일단의 무리들이 청주에 들어섰다.
말을 급하게 몰았는지 그들의 몸에 걸친 옷이 온통 먼지투성이였다.
그들이 관도를 지날 때마다 말과 옷에서 먼지가 사방에 흩뿌려졌다.
그 모습에 관도를 지나는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허리에 있는 검이 보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무림인에게 시비를 걸 사람은 없었다.
무림인은 성질이 급하고, 자신들의 목숨은 하나였기 때문이다.
먼지를 일으키는 오십여 명의 무인들.
그들은 진유현 일행이었다.
진유현 일행은 태산루에서 청주까지 거의 쉬지도 않고 달려왔다.
물론 밤을 새우며 온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의 휴식은 취하면서 급하게 온 것이다. 진유현의 재촉 때문이다.
적소화 일행도 강행군에 불만이 많았지만, 진가장의 상황을 감안해 군말 없이 진유현을 따라왔다.
그 이면에는 진유현이 뇌신의 제자라는 이유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했지만.
그리고 청주에 도착한 지금은 천천히 길을 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사혈성의 무인들이 청주까지 빨라도 삼 일 거리에 있다는 정보를 얻어서였다.
진유현은 청주에 도착하면서부터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청주를 처음 와 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무리도 아니었다.
십 년은 강산도 변하는 세월이다.
실제로 진유현이 기억하는 청주와 지금의 청주는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었다.
십 년 전에는 없었던 오층의 거대한 전각들이 군데군데 들어서 있었고, 보기에도 화려한 큰 집들이 여기저기서 다수 눈에 띄었다.
그리고 길을 가는 순간에도 십 년 전에는 없던 새로운 길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진유현은 그 모든 게 생소했다.
고향이 아니라 다른 도시에 온 듯한 느낌.
너무나 달라진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쁘다가도, 그 안에서 눈에 익숙한 건물과 길들이 보이면 괜히 마음이 들떠서 두근거렸다.
진유현의 얼굴은 잔뜩 상기돼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풋.”
진유현을 바라보던 적소화가 작게 웃었다.
십 년 만에 고향에 와서 들뜬 건 이해하지만,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진유현의 모습이 마치 촌에서 막 상경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진유현을 보고 있으면 얼마 전 흑영들을 단호하게 죽이던 냉혹한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때의 진유현은 무척이나 살벌했고, 어떤 의미에서는 두려웠다.
그러나 지금 진유현의 모습은 단순히 순수하고, 호기심 많아 보였다.
그렇기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일행들의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일행 전체가 진유현의 속도에 맞추다 보니 길을 가는 속도도 더 느려지고 있었다.

***

진가장(眞家莊).
진가장은 청주의 북쪽 외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대문파처럼 무공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사백 년이라는 오래된 역사와 두터운 인망으로 청주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다른 문파가 들어서지 못할 정도로.
진유현 일행이 진가장에 다다른 시간은 신시(오후 3시―5시) 때쯤이었다.
진유현이 진가장을 바라보았다.
진가장의 정문.
정문에는 정천문 일행을 기다리는 진가장 사람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진유현의 시선이 진가장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못 박힌 듯 떨어질 줄을 몰랐다.
정확히는 그 중심에 있는 한 중년인에게 향해 있었다.
중년인을 바라보는 진유현의 눈동자에는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뚜벅뚜벅.
중년인이 조일영에게 다가와서 포권을 취했다.
조일영을 일행의 중심이라 생각한 것이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진성원입니다.”
진가장주 진성원.
중년인이 바로 진가장의 장주이자 진유현의 부친인 진성원이었다.
“반갑습니다. 정검대주 조일영입니다.”
“정검대주이신 조 대협이 와 주시니, 벌써부터 든든해지는군요.”
진성원이 웃으며 조일영을 환대했다.
“아닙니다. 그리고 이쪽은…….”
조일영이 대답하며 적소화를 바라봤다. 그에 적소화가 진성원에게 고개를 숙였다.
“진가장주님을 뵙습니다. 적소화라고 합니다.”
진성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실제로 보니, 산동일미가 아니라 천하일미로군. 적 소저 덕분에 오늘 내 눈이 호강하는 것 같네.”
진성원의 말에 적소화가 미소 지었다.
“과찬입니다.”
진성원이 조일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이만 안으로 들어가지요.”
“…….”
진성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조일영이 들어가지 않고 어떤 청년에게 시선을 주었기 때문이다.
진성원이 조일영의 시선을 따라 청년을 바라봤다.
파르르.
잠시 청년을 바라보던 진성원의 눈가가 떨렸다.
자신과 비슷한 이목구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련해지는 느낌.
비록 십 년 동안 떨어져 있었지만, 자신의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눈빛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었다.
눈앞의 청년이 자신의 아들인 진유현이라는 것을.
진성원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유현이냐……?”
그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눈앞의 청년이 자신의 아들이어야만 한다는.
“네. 아버지의 아들 진유현입니다.”
진유현의 눈에도, 진성원의 눈에도 촉촉하게 이슬이 고이기 시작했다.
“유현아.”
진성원이 진유현의 이름을 정신없이 부르며 천천히 다가갔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네,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진유현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쥔 진성원이 돌연 왈칵 끌어안았다.
그 이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 끌어안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감동적인 재회.
그 모습에 다른 사람들도 같이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이어지던 분위기는 진가장의 총관에 의해 깨졌다.
스윽.
총관이 진성원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장주님, 손님이 계십니다.”
그에 진성원이 눈가를 닦고는 조일영을 봤다.
“죄송합니다. 민망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닙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같이 오시게 됐습니까?”
“우연히 오는 길에 만났습니다.”
그때 다시 한 번 총관이 끼어들었다.
“장주님.”
“아, 계속 실례를 범하는군요.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진성원이 진유현의 어깨를 껴안고는 앞장서서 진가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모습은 상당히 들떠 있었다.
십 년 전에 실종된 아들이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흥분하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

진가장 집무실.
큰 탁자를 중심으로 네 명이 앉아 있었다.
진성원과 진유현, 그리고 조일영과 적소화다.
다른 정검대원들은 휴식을 취하게 하고, 이들 네 명이 모여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진성원의 얼굴이 진중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
“그럼 사혈성에서 나온 무력 집단이 적혈대라는 말씀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