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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마유희록 1권(19화)
제7장 검마징벌(劍魔懲罰)(2)
“후회하지 않으시겠소?”
“그, 그게 무슨 말이오?”
“나는 지금 이 가죽들을 고스란히 들고 다른 곳에 가서 팔 생각이 있소. 이곳에 가장 먼저 온 것은 최초에 인연이 닿아서였을 뿐, 굳이 꼭 여기서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오.”
잠시 말을 멈춘 단세천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잡화상점 주인을 보며 말을 이었다.
“만약 내가 이것들을 다른 곳에 들고 가 팔려 했을 때, 그곳에서 당신이 말한 것보다 더욱 높은 가격을 말한다면 나는 당신이 나를 속였다 생각할 것이오. 그리고 나는 나를 속이는 자를 무척 싫어하오.”
그제야 이 수많은 가죽들의 출처가 그의 앞에 있는 남자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잡화상점 주인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 정도를 넘어 검게 죽었다. 이 정도 수량의 가죽들을 얻을 수 있는 자가 보통의 사냥꾼일 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최소한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거나, 혹은 무척 많은 부하를 거느린 사냥꾼 두목쯤 될 터! 어느 쪽이든 보통의 잡화상점 주인은 결코 상대할 수 없는 부류다.
“다시 한 번 묻겠소.”
잡화상점 주인이 충분히 알아들었다고 생각한 단세천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소?”
검게 죽은 얼굴의 잡화상점 주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그, 금화 백오십 개에 사겠습니다.”
어느새 잡화상점 주인의 말투가 하오체에서 온전한 존댓말로 바뀌어 있었다.
단세천의 협박이 적잖이 무서웠는지 잡화상점 주인은 단세천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재빠르게 안으로 달려갔다. 금고에서 돈을 꺼내 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런 작은 잡화점에 금화 백오십 개가 있을 리 만무.
이내 사색이 되어 단세천에게 돌아온 잡화상점 주인의 손에는 고작 금화 열 개만이 쥐어져 있을 뿐이었다.
“저, 저기…….”
“왜 그러시오?”
단세천의 물음에 잡화상점 주인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금화 열 개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일단 제가 가죽들을 판 뒤 나머지 대금을 치르면 안 되겠습니까?”
단세천은 잡화상점 주인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서 무엇을 생각했는지 사색이 된 잡화상점 주인이 두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도, 돈을 갖고 도망칠 생각은 절대로 없습니다! 만약 대인께서 이 가죽들을 들고 상단 지점에 찾아갔다가 손해를 보실까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입니다!”
“좋소.”
“원래 전쟁터의 상단들은 가격을…… 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좋다고 했소.”
단세천이 손을 내밀었다. 멍하니 그 손을 바라보던 잡화상점 주인이 이내 그 손의 의미를 깨닫고 재빨리 들고 있던 금화 열 개를 올려놓았다.
“물건을 판 후, 나머지 대금을 갖고 위가객잔으로 오시오.”
“네, 네! 알겠습니다! 오늘 저녁까지 가겠습니다!”
고개를 끄덕거린 단세천은 몸을 돌려 잡화상점을 나섰다. 그의 뒤에서 잡화상점 주인이 ‘안녕히 가십시오, 대인!’ 하고 소리치는 게 들려왔다.
잡화상점에 본의 아니게 가죽 판매 대행을 부탁하게 된 단세천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위가객잔이었다. 우선 거기서 방을 잡아 놓을 생각이었다. 만약이지만 방을 잡지 못해 잡화상점 주인을 다시 찾아가는 불상사가 생기면 안 되니까.
다행히도 위가객잔에는 남은 방이 있었다. 일단 하루를 선불로 하여 방을 빌린 단세천은 방 안에 들어왔다. 잡화상점처럼 객잔의 방도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방을 가로질러 침대에 걸터앉은 단세천이 말했다.
“상태창.”
기본 정보
이름 : 단세천 소속 : 없음
직업 : 무인 별호 : 없음
신분 : 평민
체력 : 5,300 / 5,300 기력 : 5,000 / 5,000
내공 : 9,140 / 9,140 [일류]
근력 : 42 체력 : 43 민첩성 : 33
순발력 : 35 지구력 : 40 유연성 : 30
무공 정보
일급 기공 [수라마공] : 숙련도 5/12
일급 경공 [수라행] : 숙련도 5/12
상태창의 정보를 살펴본 단세천이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를 이렇게 만족스럽게 한 것은 시작할 때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 외문 무공의 수치였다. 이 외문 무공의 수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강한 육체를 갖고 있다는 뜻.
고로, 그의 수련이 그만큼 고되고 철저했다는 의미였으니까 말이다.
‘왜 사람들이 영약을 그토록 얻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군. 보름은 걸려야 올릴 수 있는 수치를 한 번에 올리다니.’
미호 선인의 구미가혼술로 무려 1,000씩, 그것도 각각 상승한 체력과 기력, 내공을 보는 단세천의 눈동자에 납득의 빛이 어렸다. 내공을 쌓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기에 사람들이 영약을 그토록 얻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그가 보름 만에 1,000의 내공을 쌓는 것과는 다르게 보통 사람들은 1,000의 내공을 쌓기 위해서는 거의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이 소모되었다. 그가 익힌 무공이 마공이고, 또 그가 수동 운기를 완벽하게 해냈기에 내공 쌓는 속도가 빠른 것이지, 보통 사람들이 그처럼 빠르게 내공을 쌓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이유에서 보통 사람들이 영약을 얻고자 하는 마음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절정의 벽은 내공이 10,000, 그러니까 백 년치의 내공을 모았을 때부터 느껴진다고 했지. 그렇다면 얼마 남지 않았군.’
회사 측에서 준 정보를 떠올려 본 단세천이 턱을 쓰다듬었다.
현재 그의 내공은 9,140.
앞으로 860의 내공이 더 모이게 된다면 그는 절정의 ‘벽’이라는 것에 부딪치게 된다.
아직 절정의 벽이 어떠한 것인지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당연했다. 현재 동대륙에서 단세천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 무사의 경지가 겨우 이류에 불과했으니까.
다만, 단세천에게 제공된 회사 측의 정보에 따르면, 절정의 벽을 넘은 이들은 절정고수라 불리며 초인의 대열에 한 발자국 내딛은 이들로 여겨진다고 했다.
그리고 반대로 벽을 넘지 못한 이들은 그저 그런 일류 무사로서 살다가 죽게 될 것이라는 정보도 있었다.
‘닥쳐 봐야 알 수 있는 일이겠지. 그보다는 수라마공의 성취를 더 높이는 것부터 생각해야 해.’
단세천의 시선이 수라마공의 숙련도에 닿았다.
숙련도 5/12.
수라마공이 오성의 경지에 올랐다는 뜻이다.
‘오성부터는 더 이상 수련으로 숙련도를 올리는 건 무리라고 했으니, 이제 필요한 것은 실전이겠군.’
그리고 그에게는 누구보다 실전의 기회가 많았다.
현재 그가 있는 곳은 야만족과의 전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최전방, 수원관이었다. 그 어떤 곳보다도 많은 실전을 치를 수 있는 장소인 것이다. 군대에 입대한다면 실전을 치르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애초에는 수라마공의 성취를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실전을 통해 성장하기 위해서 수원관을 택한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좋겠지.’
단세천은 딱히 수라마공의 성취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수원관을 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자신이 수라마공을 익힐 것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하였으니까.
그가 수원관을 택한 것은 오로지 실전을 통해 자신의 무를 갈고닦기 위함이었을 뿐이다. 그게 마침 수라마공의 성취를 끌어올리는 방법과 일치한 것이다.
앞으로의 일정을 대략적으로 정한 단세천은 객잔의 방을 나섰다. 대장간에 가려는 생각이었다.
그가 대장간으로 가려는 이유는 대흑랑과의 싸움에서 부러진 흑철검을 대신할 만한 검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에게는 반으로 부러진 검을 들고 전장에 나가 싸우다가 덜컥 객사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아강 대장간’이라는 이름의 대장간 앞에 도착한 단세천은 흠흠, 헛기침을 한 뒤, 약간 큰 소리로 안을 향해 일렀다.
“계시오?”
“잠시만요!”
안에서 그런 대답이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장간 안에서 청년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방금까지 야장일을 하고 있던 것인지, 청년의 몸은 뜨거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청년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퍼져 오는 후끈한 열기에 단세천은 약간 놀랐다. 단순히 몸에서 이 정도의 열기를 뿜어내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 화로 앞에 앉아 있어야 할 것인가.
이 열기만으로도 청년의 실력은 어느 정도 보장된다고 볼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찾으십니까?”
“검을 한 자루 구하려 하오.”
“검이요? 어떤 형태의 검을 원하시는지…… 아니, 이리로 들어오시죠. 안에 검이 몇 자루 있으니, 보고 선택하시면 됩니다.”
단세천은 청년의 안내를 따라 대장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대장간 안은 화로에서 뿜어지는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잠깐만 있어도 땀을 뻘뻘 흘릴 온도였다.
땅! 땅! 땅!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한 명의 노인이 야장일을 하고 있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근육과 섬세한 손놀림, 그리고 사람이 왔음에도 결코 돌아보지 않는 집중력이 돋보이는 노인이었다.
야장일에 지식이 없는 단세천이 보기에도 노인은 그야말로 장인이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단세천이 노인을 바라보고 있는데, 청년이 슬쩍 노인을 가리며 벽면을 가리켰다.
“검은 이것들입니다.”
청년이 가리킨 대장간 벽에는 십여 자루의 장검이 검집에 들어간 채로 다소곳이 걸려 있었다.
벽에 걸려 있는 검은 제각각 모양이 다르고, 종류가 다양했다. 협검(狹劍), 운검(雲劍), 왜검(倭劍), 장군검(將軍劍) 등…… 가히 전국에 있는 모든 검들의 형태를 총집합시켜 놓은 듯한 모양새였다.
십여 자루의 검들 중 가장 자신의 마음에 드는 형태의 검을 집어 든 단세천이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호오…….”
그가 집어 든 검은 날폭이 크고 두툼한 광도검(廣刀劍) 형태였다.
일자로 쭉 뻗은 검신은 약 다섯 자(151.5cm)가량 되어 보이는 길이에 세 치(9.09cm)쯤 되는 폭을 가졌고, 그에 이어진 동호인(銅護刃)은 순백의 하얀 검날과는 다르게 흑색이었으며, 코등이는 딱딱해 보이는 사각형이었다. 또한 검파에는 새카만 피혁을 감아놓은 모습이었다.
동양식 검이라기보다는 서양의 바스타드 소드(Bastard Sword)의 검날을 조금 더 키워 놓고, 전체적으로 동양의 느낌을 살린 듯한 검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단세천이 감탄한 것은 검의 외양 때문이 아니었다. 이 검은 흑철검 이상으로 철검십이식을 펼치기 좋은 형태였던 것이다.
“아이템 정보.”
아이템 정보
이름 : 철혼검(鐵魂劍)
등급 : 명품 급(名品級)
구분 : 무기(武器)―검(劍)
내구도 : 1,000/1,000
설명 : 백련강철(百鍊鋼鐵)로 만들어진 명검. 강철의 혼이라는 이름답게 단단하고 굳세다. 날카로운 예기보다는 묵중한 무게를 중시해서 만들어진 검이다.
철혼검의 등급은 명품 급!
일반 : 노멀(Nomal)―명품(名品) : 매직(Magic)―보물(寶物) : 레어(Rare)―신기(神器) : 유니크 (Unique) 급으로 나눠지는 동대륙의 무기들 중에 두 번째 등급인 명품 급에 해당하는 무기였다.
정보를 살피고 나서 더욱 검이 마음에 든 단세천이 자신을 바라보는 청년을 향해 물었다.
“마음에 드는구려. 이걸 사겠소. 얼마요?”
“금화 여덟 개만 주시지요.”
“좋소.”
단세천은 흔쾌히 값을 치렀다. 현재 그는 금화 열 개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얼마 안 있으면 금화 백사십 개가 더 들어오는 상황! 금화 여덟 개쯤이야 간단히 치를 수 있는 값에 불과했다.
구입한 철혼검을 허리춤에 찬 단세천이 청년에게 말했다.
“혹시 제작 의뢰도 받으시오?”
“제작 의뢰라 하심은?”
“얼마 전에 꽤나 좋은 재료들을 얻었다오. 이 재료들을 사용해서 단검들을 제작하고 싶소.”
단세천은 가방에서 대흑랑과의 사투에서 얻은 아이템들을 꺼내 들었다.
아이템 정보
이름 : 대흑랑(大黑狼)의 가죽
등급 : 이급(二級)
구분 : 재료(材料)
특성 : 방어구로 제련 시 기본 방어력 상승.
설명 : 흑랑의 우두머리인 대흑랑의 가죽. 상당히 튼튼하고 질기다.
아이템 정보
이름 : 대흑랑(大黑狼)의 발톱
등급 : 일급(一級)
구분 : 재료(材料)
특성 : 무기로 제련 시 기본 공격력 상승.
설명 : 흑랑의 우두머리인 대흑랑의 발톱. 바위조차 찢어발길 수 있을 만큼 날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