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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왕무적 1권(23화)
八章 습격(3)
챙챙챙챙챙!
그때부터 전투의 양상이 바뀌고 있었다.
흑천대는 그동안 쌓인 감정을 폭발시키듯 비검문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흑천대원 한 명에 비검문도 두 명 이상이 붙어서 협공을 했지만, 그래도 역부족이었다.
삼패의 명성은 그냥 얻는 게 아니었다.
흑천대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죽은 시체들이 쌓이고 있었다.
물론 흑천대도 사상자가 나오고 있었지만, 비검문과 비교한다면 소수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역시 기성량이었다.
그가 한 걸음 전진하면, 비검문도들은 두 걸음 물러서기 바빴다.
그의 검이 휘둘러지는 공간은 반드시 살이 갈라지고, 피가 솟구쳤다.
기성량의 무위에, 그리고 살기에 비검문도들은 위축되고 있었다.
기성량은 전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무인의 전투였다.
고수 하나에 의해 전투의 결과가 바뀌는.
흑천대의 숫자도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비검문의 타격이 심했다.
비검문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멈춰라.”
공력이 실린 노성이 비검문 측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핑!
작은 소성과 함께 한 줄기 날카로운 검기가 기성량을 노리고 쏘아져 왔다.
쾅!
갑작스런 공격에 놀라 다급히 검을 휘둘러 검기를 막은 기성량의 신형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기성량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우웅!
후우우웅!
뒤로 물러선 것도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런 생각할 시간 없이 연이어 검기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콰콰콰쾅!
폭음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검기를 막아 갈수록 기성량의 신형이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큭.”
작게 신음을 흘렸다.
기성량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예기가 담긴 검기였다.
그 여파에 옷자락이 갈라지고, 옅은 핏줄기를 보일 정도였다.
콰콰콰쾅!
한 번 수세에 몰리자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계속해서 뒤로 밀리는 것이다.
빠드득.
자존심이 상한 기성량이 이를 거칠게 갈고는 내공을 끌어 올렸다.
기성량의 전신에서 무서운 기세가 폭사 되고, 만사혈검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콰콰콰콰쾅!
엄청난 폭음이 울렸다.
만사혈검은 날아오는 검기는 물론, 가까이 있는 비검문도와 흑천대원들까지도 집어삼켰다.
“컥.”
“악.”
“헉.”
“크악.”
이 공격으로 주변에 있는 무인들이 육편이 되어 허공에 흩날렸다.
허공에 피 안개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휘이잉!
한 줄기 불어온 바람이 피 안개를 걷어 내고, 드러나는 눈앞의 전경.
군데군데 토막 난 시체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목불인견의 참상.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휘리릭!
그사이로 한 중년인이 떨어져 내렸다. 전신에서 날카로운 예기를 흘리는 중년인.
전신에 두른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느껴지는 기세만으로도 중년인이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중년인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전신에서 살기가 피어올랐다.
유성검 북리천.
중년인이 바로 비검문주인 유성검 북리천이었다.
스윽.
북리천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야에 주위에 널린 수많은 시체들이 보였다.
흑천대원의 시체도 보였지만, 대부분이 비검문도의 시체들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전황은 이미 비검문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흑천대원 한 명이 죽으면, 비검문도 네 명이 죽어 나가는 꼴이었다.
그나마도 비검문도들이 목숨을 버려 가며 싸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북리천의 눈에 광기가 어렸다. 그리고 그 광기는 흑천대주 기성량에게 향했다.
비검문이 불리한 이유는 고수의 부재.
즉, 전황을 뒤집기 위해서는 흑천대주 기성량을 빠른 시간에 죽이고, 자신이 적극적으로 흑천대와의 전투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었다.
북리천이 기성량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기성량을 바라보는 북리천의 전신에서 싸늘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웬만한 무인은 살기만으로도 위축될 정도였다.
“놈, 죽여 주마.”
북리천이 노성을 지르며 내공을 끌어 올렸다.
쿠오오오오!
청류진기(淸流眞氣).
북리천의 단전에 잠자던 청류진기가 흘러나와 검으로 몰려들었다.
쇄애액!
북리천이 기성량을 향해 짓쳐 들었다.
우우웅!
북리천의 검격에 기성량은 얼굴을 굳히며 만사혈검을 휘둘렀다.
쾅!
최초의 충돌.
폭음이 터지고.
타탁.
북리천과 기성량, 둘 모두 뒤로 두 걸음씩 물러났다.
두 사람 모두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그러나 굳어진 이유는 달랐다.
기성량은 자존심이 상했다.
세간의 소문에는 자신보다 북리천이 근소하게 우위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기성량은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북리천이 절정의 극에 달했다지만, 자신도 절정의 극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은 북리천보다 더 많은 실전을 겪지 않았던가.
그런 만큼 기성량은 평소에 자신이 북리천보다 강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일격으로 북리천이 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북리천의 얼굴이 굳은 이유는 기성량과의 싸움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서였다.
북리천은 마음이 급했다.
최대한 빨리 기성량을 죽이고, 다른 전투에 뛰어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일격의 반탄력으로 기성량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느꼈다.
북리천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대치하는 순간에도 비검문도들이 죽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리천의 눈빛이 깊숙이 침전되어 갔다.
하나의 결심.
무리를 해서라도 기성량을 빨리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우우웅!
북리천이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청류진기가 검에 휘몰아치며 몰려들고 있었다.
후우우웅!
검에 모인 청류진기가 나뉘며 하늘을 수놓았다.
청류유성우(淸流流星雨).
북리천의 검에서 토해지는 검기들이 끊임없이 기성량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의 비.
검기 사이사이가 빈틈이 없을 정도로 촘촘했다.
피할 곳 따위는 없었다.
정면에서 맞서야 한다.
기성량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느껴지는 기세만으로도 북리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우우웅!
기성량이 내공을 끌어 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검으로 만사혈검이 모여들었다.
그와 함께 만사혈검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며 유성우에 맞섰다.
유성우만큼이나 만사혈검도 수많은 검기를 토해 내고 있었다.
유성우와 만사혈검의 충돌.
콰콰콰콰콰쾅!
비검문을 울리는 폭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충돌의 공간은 이미 기의 폭풍에 휩싸였다.
“악.”
“큭.”
“크악.”
충격파가 주변으로 퍼지며 근처에 있는 무인들을 집어삼켰다.
“큭.”
기성량이 신음을 흘리며 뒤로 밀려났다. 입가에는 핏줄기마저 흐른다.
유성우와 만사혈검.
두 기운의 충돌로 내상을 입은 것이다.
기성량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평소 자신이 더 강하다고 생각했던 북리천에게 자신이 밀린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그동안 갖고 있던 자부심마저 산산이 부서져 갔다.
자괴감마저 느낄 정도.
기성량은 북리천이 자신보다 고수라는 걸 인정할 수가 없었다.
스윽.
기성량이 옷소매로 입가에 흐르는 핏줄기를 닦았다.
피가 묻은 옷소매를 바라보는 기성량의 두 눈이 살광을 토해 냈다.
후확!
전신에서 소름 끼치는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빠드득.
기성량이 이를 거칠게 악물고는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우우우웅!
단전에 머물던 기운이 한순간 폭발하며, 무서운 속도로 돌면서 검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기혈이 그 충격으로 뒤틀리기 시작했지만, 이성을 잃은 기성량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눈앞에 보이는 북리천을 죽이는 것만으로 머릿속이 꽉 찼다.
검으로 수십 개의 만사혈검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서로 응집하기 시작했다.
후우우웅!
쿠오오오오오!
그리고 형태를 갖춰 가는 기운.
그것은 강기였다.
만사독전(萬巳毒箭).
파괴적인 강기.
기성량의 만사혈검 오의 만사독전이 북리천을 노리고 쏘아져 나갔다.
그에 북리천의 안색이 잔뜩 굳어졌다.
강기는 초절정의 전유물이다.
하지만 자신도 불완전하지만 강기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만사독전의 형태가 완전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기성량도 초절정에 든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은 이 싸움 이후에도 흑천대원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선택은 하나.
북리천이 단전에 머물고 있는 청류진기를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청류진기는 기혈을 따라서 흐르더니, 검첨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후우우웅!
청류진기가 모이고 모이더니 검첨에 맺혀 조그만 광구를 만들었다.
강기의 집합체.
유성탄(流星彈).
북리천의 유성검 오의 유성탄이다.
검첨이 흔들리자, 유성탄이 앞으로 뻗어 나갔다.
쿠우우!
만사독전과 유성탄의 충돌.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비검문이 지진이 난 듯 뒤흔들렸다. 그 충격파에 잠시나마 전장의 싸움이 멈출 정도였다.
충돌의 여파에 강기의 파편들이 주변에 있는 무인들을 휩쓸었다.
그들에게 내려진 것은 죽음.
“큭.”
“컥.”
기성량과 북리천이 동시에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 반응은 달랐다.
기성량은 충격파에 뒤로 밀려났다.
목구멍을 넘어오는 핏덩이.
“우웩.”
결국에는 기성량이 무릎을 꿇고 내상으로 인한 핏덩이를 게워 냈다.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기성량이 고통을 참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야에 자신과는 다르게 충돌의 여파를 뚫고 다가오는 북리천이 보였다.
후우웅!
북리천의 얼굴 또한 하얗게 변해 있었지만, 다가오는 검에는 검기가 맺혀 있었다.
기성량이 절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당장 내공을 끌어모아야 하는데, 기혈이 망가져서 내공이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공을 운용해도 고통만 느껴질 뿐이었다.
쉬이익!
북리천의 검기가 기성량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기성량으로서는 답이 없는 상황.
결국 기성량이 눈을 질끈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