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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크마스터 1(13화)
제4장 생리 욕구를 해결하라(3)


“끄으윽…… 끅.”
쿵쾅쿵쾅.
‘속, 속이…… 배가…….’
지환이 배를 움켜잡고 발꿈치를 들어 올렸다. 하복부에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주춤주춤.
자신도 모르게 지환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허억…… 헉.”
“무슨 일이지?”
지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렐돈이 말하자 지환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만, 만지지 마세요. 흔들면 바로 터질 것 같아요.”
“응?”
지환은 갑자기 쏟아져 나오려는 큰 것(?)의 외침에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쌓인 응가들이 갑자기 한 번에 나오려고 지환의 뇌에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가?”
갑자기 그렐돈이 지환과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그의 덩치에 가려 상황이 잘 보이지 않았던지 장로 라디오프와 리샤이엘이 다가왔다.
“아…… 저…….”
지환의 눈에 장로 라디오프와 리샤이엘이 보였다.
“지환, 괜찮으신가요?”
환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리샤이엘이었다. 조금 전까지 지환이 눈을 떼지 못했던 모습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녀의 존재가 난감하기만 했다.
“저…… 장, 장로님.”
지환이 조심스럽게 장로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어디 아픈가?”
장로가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말했다. 그러자 아프냐는 말에 리샤이엘도 약간 놀란 듯 가까이 다가와 지환을 만지려 했다.
“괜찮은가요, 지환? 어맛.”
“괜, 괜찮습니다.”
지환은 자신도 모르게 리샤이엘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이마에서 땀이 흘러요. 그리고 왜 그렇게 다리를 바들바들 떨고 있지요?”
“그리고 지환의 등도 제대로 안 펴지는 것 같은데. 어디 내가 바로…….”
리샤이엘과 그렐돈이 다시 다가오자 지환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잠깐! 오지 마세요! 건드리면 진짜 위험해요. 어쨌든 장, 장로님.”
누군가가 쿡 찌르거나 건드리면 바로 쌀 것 같은 상황이었으나 리샤이엘 앞에서 옷에다가 쌀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정말 조금 더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지환의 괄약근은 지금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 화장실 좀……. 어디죠?”
소곤거리며 지환이 말했다. 그러자 장로 라디오프는 제대로 못 들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뭐라고?”
‘당나귀 귀 녀석!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들어? 으윽.’
귀가 크면 말도 더 잘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며 지환이 조금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바로 근처에 꽃단장을 한 리샤이엘이 있었기에 차마 그녀 앞에서 화장실 이야기를 하긴 곤란했다.
“화, 화장실이요.”
조금 목소리를 높였으나 장로는 여전히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응? 그게 뭐지? 화…… 뭐라고?”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를 바라보며 지환이 다급하게 말하려 했다.
꾸르륵.
꾸륵.
“우욱.”
그러나 소리를 칠 힘도 없었다. 만약 소리 질렀다가는 그 순간 힘이 풀릴 것 같았다.
지환의 괄약근은 자신이 몇 분밖에 버틸 수 없다고 지환의 뇌에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화장…… 뭐라고?”
장로가 다시 되물었다.
“자세히 말해 보세요, 지환. 정말 아픈 것처럼 보여요.”
어느새 장로의 옆에 리샤이엘이 바싹 붙어 그렁그렁한 눈으로 지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마 그 눈을 보니 지환은 자신의 입 안에 있는 말을 하기가 껄끄러웠으나, 지금은 어느새 본능이 이성을 조금씩 앞서고 있었다.
“장로……님, 화장실 좀 가고 싶어요. 어딘지 좀 알려 주세요.”
리샤이엘이 바로 앞에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일단은 배에서 울려 퍼지는 급한 불을 꺼야 했다.
지금은 1분 1초가 다급했다. 자신의 배는 언제 터질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엘프족 장로의 청천벽력 같은 대답이 흘러나왔다.
“화장실? 그게 뭔가?”
‘허억!’
지금 지환의 귀에 들려오는 말 중 이것보다도 더 무서운 말은 없었다.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지환이 다시 말했다.
“그, 그러니까…….”
지환이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 걸어 나와 장로에게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다. 옆에서 말똥말똥 바라보고 있는 리샤이엘이 지금처럼 미울 때가 없었다.
“그러니까…… 똥 누는 곳이요.”
다시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그런데.
“응? 뭐라고? 잘 안 들려? 내가 나이가 나이다 보니 잘 안 들리는군.”
갑자기 이럴 때 나이를 들먹이며, 지환이 보기에는 새파랗게 젊은 엘프족 장로 라디오프가 눈을 깜박거렸다.
“지환, 좀 크게 말해 보세요. 안 들리잖아요.”
“그, 그게…….”
이번엔 리샤이엘도 답답한 듯 소리쳤다. 그러자 지환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벙긋거렸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이성이 그의 말을 막았다.
어떻게 지금 상황에서 똥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잘 말해 보게, 지환. 정말로 어디 많이 아픈가? 내가 도움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도움을 주지.”
장로가 한 걸음 다가와 지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구륵구륵.
배에서 심각한 경고음이 들렸다. 어느새 대장의 100만 대군이 괄약근이라는 성문을 거의 다 부수고 있었던 것이다.
지환은 자신도 모르게 리샤이엘이 옆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소리 내어 말했다.
“똥 좀 누고 싶어요, 장로님!”
이제 쪽팔림도 창피함도 없었다. 비록 리샤이엘이 옆에 있지만 지금은 생리적 욕구 해결이 더 시급했다.
“똥 좀 누고 싶어요. 똥이요, 똥!”
혹시나 못 알아들었을까 봐 세 번이나 거듭 강조하며 말했다. 그러자 그제야 뭔지 알았다는 듯이 엘프족 장로의 표정이 변했다. 지환은 그 표정 변화를 깨달을 수 있었다.
여자 앞에서는 절대 하지 못할 말이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직설적인 표현까지 써 가며 말한 것이고, 그제야 어느 정도 의사 전달이 된 것 같았다.
째깍째깍.
흡사 핵폭탄의 예약 초침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쿵쾅쿵쾅.
괄약근이란 성벽을 대장에서 밀려나오는 100만 대군이 쉴 새 없이 몰아치고 있었다. 이제 무너지기 일보 직전.
“우아아…….”
지환은 있는 힘껏 괄약근에 힘을 주며 버티고 있었지만, 그것이 언제 개방될지는 지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오, 이런! 인간의 배설의 때가 온 것인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신께 영광을.”
갑자기 엘프족 장로 라디오프가 손을 활짝 벌리며 시를 읊듯 지환의 상태를 말하기 시작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사색이 된 지환은 속으로 엄청난 욕을 하기 시작했다.
‘지랄. 시는 나중에 읊으라고. 지금 똥이 한 트럭은 쏟아져 나올 것 같아!’
갑자기 장로가 손을 뻗으며 인간의 배설의 때 어쩌고저쩌고 하자 지환의 이마에 핏줄이 솟아올랐다. 지금 배 아파 죽을 지경인데 배설 운운하니 화가 난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싸늘해진 주위의 분위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젊은 나이에 벌써 그때가 오다니……. 짧은 만남이었지만 정말 아쉽네. 아까부터 심상치 않더니 결국 그랬군.”
장로 라디오프가 지환을 향해 측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으나 지환은 여전히 인상을 쓰며 말했다.
“장, 장로님하. 지금 똥이 진짜…… 급하거든요. 쌀…… 쌀 곳 좀 알려 주세요. 정말요. 정말이에요……. 똥이 터져 나올 것 같아요.”
평소라면 절대 이런 직설적인 표현까지는 하지 않을 터였으나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해 대는 장로의 태도에 지환은 모든 쪽팔림을 잊어버린 채 더듬거리며 말했다.
최후의 경고.
그렇다고 옷에다가 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수십 개의 시선이 쏠려 있는 지금 상황에서 바지 내리고 응가를 퍼부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극한 상황이어도 정말 그것만은 최후의 이성이 막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더 심각해진 후.
약 30초 후에는 남아 있는 이성도 어찌 될지 몰랐다.
지환으로서는 어떻게든 그 시간 내로, 이성이 남아 있을 때 똥을 쌀 곳을 확보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이 자리에서 바지 내리고 쌀지도 몰랐다.
“흐음. 인간의 그때를 위한 장소는 아직 이곳에 없는데……. 그럼 공간을 하나 할당해 줘야 하나. 하긴 이번은 매우 특이한 경우긴 하나…….”
‘씨바, 빨리 빨리 말해 줘. 죽을 것 같아!’
지환은 장로가 느물거리며 공간 할당이니 뭐니 말을 하자 화장실도 차별하냐고 소리 지르려 했다. 물론 마음속으로만. 이제 소리 지를 힘도 없었던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차갑게 굳어진 그렐돈의 표정, 그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리샤이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찰랑찰랑.
순간 지환의 눈에 아까 자신이 빠졌던 옹달샘이 보였다. 그러자 지환의 머릿속에 절묘한 생각이 떠올랐다.
‘차라리 저기 빠져서 일단 싸 버릴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만 우선 급한 대로 배설물을 싸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감출 수 있는 것이었다.
아이도 아니고 수많은 눈이 있는 이곳에서 싸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냥 바지 내리고 싸는 것은 지환이 가지고 있는 문화인으로서의 프라이드가 용납 못했다.
어기적어기적.
“#$%&(차, 차라리 저기라도…….)”
결국 지환은 남들이 알아들을 수 없게 중얼거리며 몸을 돌려 간이 화장실(?)로 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지환의 생각을 눈치라도 챈 것인지 엘프족 장로의 다급한 말이 흘러나왔다.
“운트라 붐 슈마티에.”
갑자기 장로 라디오프가 손을 들어 천년수 그라나다를 가리켰다.
파아앗.
휘익.
지환을 물에서 끌어올렸을 때 나타난 것처럼 기묘한 불빛이 그의 손바닥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은 라디오프의 손끝을 떠나 지환을 감싸 부드럽게 천년수 그라나다의 앞으로 데려갔다.
‘뭐, 뭐야!’
포근한 솜이 자신을 감싸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몸이 이동하여 건너편에 있는 갈색의 벽에 도달해 있었다.
간이 화장실로부터 멀어진 지환이 이제 더 이상 참지 못한다고 말하려는 순간.
스르륵.
자동문이 열리듯 눈앞에 있는 커다란 고목 한쪽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으로 방처럼 생긴 공간이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저건…….”
평소라면 어떻게 고목 안에 저런 공간이 있는지 의아할 법도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런 것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혼자 큰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원래 일족만을 위한 공간이었으나 특별히 공간을 할당해 당신에게도 드리겠습니다. 그럼 저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건너편에서 엘프족 장로 라디오프의 음성이 들려왔다. 똥 한번 싸러 가는 데 영원한 안식 어쩌고저쩌고하는 것이 이상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모든 말이 필요 없었다.
‘드, 드디어!’
어기적어기적.
나 절대 건드리지 마, 라는 표정을 지으며 지환이 그곳을 향해 주춤거리며 걸어 들어갔다.
“흑, 안타까워요. 고향에 돌려보냈어야 했는데요.”
“저도 안타깝습니다.”
갑자기 지환의 등 뒤에서 리샤이엘과 그렐돈이 안타까워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러나 지환은 ‘별 이상한 소리하고 있네’라고 생각하며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빈 공간 안, 간이 화장실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끼이잉.
지환이 들어감과 동시에 자동문처럼 문이 닫혔다.
공간은 널찍한 화장실 크기와 같았다. 그리고 은은한 달빛 정도의 빛이 흘러나왔다. 나무의 틈 사이에 이끼처럼 붙어 있는 발광 물질이 내는 빛이었다.
운치 있는 분위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지환에게는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올 틈이 없었다.
대변기도, 아니 푸세식 화장실이 설치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지환은 구석으로 달려가 바지를 내리고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