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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3화)
02. 퀘스트, 또 퀘스트!(1)


하인델의 펍은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에 아늑한 느낌을 주는 목재 건축물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각종 맛있는 음식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이집의 주인이 집적 훈제 오리 요리를 하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네.”
“오리 고기는 제가 좋아하는 요리입니다.”
레온은 오리 고기를 그리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웃으며 스미스의 말을 받았다.
“그거 다행이군. 여기, 훈제 오리 2인분에 맥주 두 잔!”
“네, 알겠습니다.”
스미스가 주문을 하는 사이 레온이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 게임상으로는 오전 11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펍이 가득 차 있었다.
“여기, 맥주 한 잔 더!”
“훈제 오리 4인분 더!”
“그러니까 내가 헤란 성에서 말이야…….”
펍 안의 손님들 모두 왁자지껄 떠들며 요리나 술을 즐기고 있었다.
“여기는 술맛도 끝내 주지만 오리 요리가 유명해서 식사 시간이나 늦은 밤이 되지 않아도 사람이 많은 편이지.”
“그렇군요.”
레온은 문득 요리 스킬을 올려서 게임상에 음식점을 차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현금 거래 시세가 1골드당 12,000원 수준이니까 한 달에 200만 원 이상의 고정 수익을 얻으려면 170골드 이상의 수익을 얻어야 해. 게임 시간의 하루가 현실 시간의 12시간이니까 하루 3골드 이상의 순수익을 얻어야지 이전의 소득수준 정도가 된다는 말인데…….’
레온의 머릿속은 어느새 돈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스미스가 그런 레온을 바라보며 가볍게 물어왔다.
“그럼 자네 앞으로 무얼 할 생각인가? 정해진 것은 있는가?”
레온은 게임에 들어오기 전에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초보자 기간 동안 각종 퀘스트를 하며 스탯을 올리고 스킬을 생성시킬 계획을 세워 두었지만 스미스에게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혹시라도 스미스가 퀘스트를 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막상 뉴 필모어 성에 들어왔지만 뚜렷하게 정해진 일은 없습니다. 이제부터 저에게 맞는 일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그렇구만.”
레온의 말에 대답하며 스미스가 로브에 달린 모자를 벗었다.
모자 안의 그늘에서 벗어난 그의 얼굴은 40대 중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후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스미스는 레온의 신상에 대해서 물어보고 레온은 경험이 풍부한 NPC인 스미스에게 여러 가지 정보들을 물어보며 시간을 보냈다.
“주문하신 훈제 오리 2인분 나왔습니다.”
미리 나온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레온와 스미스는 주문했던 요리가 나오자 대화를 멈추고 요리로 시선을 돌렸다.
“이야∼ 맛있겠는데요!”
“그렇지? 여긴 정말 오리 요리가 일품이라니까, 어서 들게나.”
요리에서 풍기는 고소한 오리 고기 냄새와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모양새가 오히려 현실에서 먹는 요리보다 더욱 식욕을 당기게 만들었다.
레온은 자신의 접시에 요리를 담아 입 안에 한가득 베어 물었다.
기막힌 향이 입안을 감돌며 오리 고기를 씹는 느낌이 생생히 그의 뇌에 전달되었다.
“정말 맛있군요!”
―하인델의 특선 요리, 훈제 오리를 맛보았습니다. 힘 +3, 체력 +5, 지력 +4 행운 +2로 효과는 4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메시지가 들려옴과 동시에 속으로 상태창을 열어 스탯을 확인했다.
기존에 없던 행운이라는 스탯이 일시적으로 생성되며 스탯이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온은 오리 요리를 먹을 때마다 눈앞에 조그맣게 보이는 포만감 게이지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며 과하지 않게 오리 요리를 먹었다.
음식을 너무 과하게 먹으면 폭식 상태가 되어 스탯이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까 가구 제작자 메그론 씨가 사람을 구하는 모양인데 자네, 당분간 일이 없다면 메그론 씨에게 가 보는 것이 어떻겠나? 내가 소개시켜 주겠네.”
띠링!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여행자 스미스의 의뢰
떠돌이 여행자 스미스의 신뢰를 얻은 당신은 스미스의 추천을 받아 가구 제작자 메그론에게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제한 시간:24시간
보상:스미스와의 호감도 상승, 평판 +1, 퀘스트 발생
난이도:F

드디어 레온이 바라는 초보자 퀘스트가 발생했다.
‘좋아 난이도가 F니까 직업이 없어도 쉽게 할 수 있는 퀘스트일 거야. 보상은 메그론에게 퀘스트를 받으면 줄 테니 실망할 필요는 없겠지.’
레온은 스미스에게 감사를 표하며 동의했다.
“감사합니다. 스미스 씨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메그론 씨에게 찾아가 보겠습니다.”
―퀘스트를 받으셨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스미스는 볼일이 있다며 레온에게 가구 제작자 메그론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고는 대로의 인파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훈제 오리 효과가 떨어지기 전에 어서 가 봐야겠어. 힘쓰는 일을 받으면 버프 효과가 도움이 될 테니까.’
레온은 3시간 50분이 남은 오리 고기 버프 효과가 떨어질까 봐 얼른 목적지로 뛰어갔다.
약 10여 분 정도 뛰어가자 스미스가 말한 가구점이 보였다.

메그론 가구점

번화가에서 약간 외각에 자리 잡은 메그론 가구점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레온과 스미스가 식사를 했던 하인델의 펍에 비하면 거의 10배 이상의 크기였다. 게다가 진열되어 있는 가구들은 한눈에 보아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어떤 걸 찾으십니까?”
점원으로 보이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친절한 미소를 머금고 다가왔다.
“저는 가구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스미스 씨의 소개로 메그론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사장님을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자신의 사장님을 만나러 왔다는 레온의 말에 건물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 점원은 레온이 가구들을 구경하는 사이에 메그론을 만나고 왔는지 다시 예의 그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네.”
레온은 진열되어 있는 가구들의 가격을 보고 가구 장인이 되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장롱 하나가 10골드나 한다고? 뭐야 침대 하나가 20골드야?’
몸은 점원을 따라 움직이면서 눈은 쉼 없이 진열되어 있는 가구의 가격표를 좇았다.
가구점은 가구의 특성상 유저보다는 귀족이나 상인 같은 NPC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끼익.
“사장님, 여기 모셔 왔습니다.”
“다음부터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썩 나가 봐!”
메그론의 방으로 들어가자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메그론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직원인 듯한 젊은 남자에게 고함을 치고 있었다.
레온은 주눅 들지 않고 한 발 나서며 자신의 소개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저는 스미스 씨의 소개로 이곳을 찾은 레온 P.카드리안 입니다. 사람을 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레온은 NPC의 성격이 어떻든 간에 자신은 퀘스트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자세로 메그론에게 인사를 했다.
“응? 스미스? 여행자 스미스를 말하는 것인가? 그가 나의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은 모양이군. 그래, 믿을 만한 사람들을 찾고 있는 중이지.”
레온은 메그론의 굵은 눈썹을 보다가 그의 말에 집중했다.
‘믿을 만한 사람들이라면 단체 퀘스트인가? 나만 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네.’
레온은 약간 실망했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으며 메그론에게 물었다.
“어떤 일인지 들어 봐도 되겠습니까?”
“벌목 책임자가 일을 엉망으로 하는 바람에 이번에 국립학교에서 대량으로 주문한 의자를 납품하기가 힘들어졌어. 시간이 촉박하고 사람이 매우 부족하다네. 어렵지 않은 일이니 자네가 그 일을 한번 해 보겠는가?”
띠링!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여행자 스미스의 의뢰
떠돌이 여행자 스미스의 신뢰를 얻은 당신은 스미스의 추천을 받아 가구 제작자 메그론에게 임무를 부여받아 새로운 퀘스트를 하게 됩니다.
보상:스미스와의 호감도 상승, 평판 +1, 퀘스트 발생
난이도:F

―퀘스트에 대한 보상으로 여행자 스미스와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평판이 1올라갑니다.
띠링!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가구 제작자 메그론의 의뢰
뉴 필모어 성의 유능한 가구 제작자인 메그론 씨가 곤란에 처했습니다. 벌목 책임자 테일러의 실수로 국립학교에서 주문한 의자 1천 개를 제시간 안에 납품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벌목 책임자 테일러를 도와 정해진 시간 안에 필요한 목재를 채집하세요.
제한 시간:48시간
보상:5실버, 평판 +5, 메그론의 호감도 상승
난이도:F

퀘스트 하나가 끝나자 연이어서 메그론의 퀘스트가 발생했다.
레온은 크게 미소 지으며 메그론에게 말했다.
“맡겨 주십시오.”

“제기랄, 그렇게 해서 기간 내에 끝낼 수 있겠어? 똑바로 못해? 이봐, 당신은 도끼를 몇 개째 부러뜨려 먹는 거야?”
메그론이 알려 준 벌목장에 도착한 레온은 주변의 벌목공들을 향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벌목 책임자 테일러를 향해 걸어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레온 카드리안입니다. 편하게 레온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메그론 씨의 지시로 벌목 일을 하러 왔습니다.”
테일러는 붉은 수염을 꿈틀 움직이며 레온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기골이 장대한 것을 보니 힘 좀 쓰게 생겼구만. 그런데 밥을 굶고 다니나 왜 이렇게 말랐어? 도끼는 잡아 본 적 있겠지?”
‘물론이다, 군대에서.’
“물론입니다. 과거에 도끼질로 벌어먹고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테일러는 잠시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옆에 놓여 있는 날이 선 도끼를 레온에게 건네며 지시를 내렸다.
“요령을 안다니 따로 가르쳐 주지는 않겠어. 자네의 분량은 2일 동안 저기 보이는 삼나무 8그루를 베는 것이야. 많다고 불평하지 말게. 메그론 씨가 의자를 만든다는 핑계로 삼나무를 다량 확보하려는 모양인데 아랫사람 된 도리로 따라줘야지. 목표치를 달성하면 내가 따로 2실버를 더 쳐 주지.”
띠링!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가구 제작자 메그론의 의뢰
뉴 필모어 성의 유능한 가구 제작자인 메그론 씨는 채집량이 한정되어 있는 삼나무를 국립학교 의자 제작 건으로 허가가 떨어진 기간 동안 최대한 채집하려고 합니다. 이에 벌목 책임자 테일러는 48시간 이내에 8그루의 삼나무를 채집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퀘스트를 해결하세요.
제한 시간:48시간
보상:5실버(추가 보상 2실버), 평판 +5, 메그론의 호감도 상승, 테일러의 신뢰
난이도:F

레온은 추가 실버를 얻는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힘차게 대답했다.
“시간 안에 완수하겠습니다.”
레온은 자루의 길이가 1미터에 다다르는 벌목용 도끼를 들고 근처의 삼나무로 걸어갔다.
“흠차!”
“핫!”
퍽. 퍽. 퍽.
주변에서는 유저와 NPC들이 뒤섞여 나무를 향해 열심히 도끼질을 하고 있었다.
레온은 주변을 둘러보며 삼나무를 향해 걸어가는 중에 도끼의 성능을 확인해 보았다.

벌목용 도끼
공격력:6―8 내구도:17/20
사용 제한:힘 13 이상
옵션:공격 속도 50% 감소

“도끼는 쓸 만하고, 문제는 나무인데.”
나무 근처에 도착하여 그 두께를 가늠한 레온은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삼나무 지름이 원래 1미터가 넘었었나? 높이는 한 30미터 정도 되려나?”
“넘어간다!”
그때 저 멀리서 고함 소리와 함께 나무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구오오오 쿵!
나무를 쓰러뜨린 벌목공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던 레온은 자신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에 손바닥에 침을 뱉은 후 도끼를 부여잡고 나무를 찍었다.
퍽!
―삼나무에 40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삼나무의 생명력:49,960/50,000]

“…….”
레온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50,000이나 되는 생명력을 보니 의욕이 떨어져 버린 것이다.
“무슨 나무가 생명력이 이렇게 많은 거야? 그리고 공격력이 너무 허접해.”
레벨이 1인 자신이 생명력이 1,500이다. 그런데 도끼로 줄 수 있는 데미지가 40이라면 약해도 너무 약한 것이었다.
“이대로 퀘스트를 실패할 수 없어.”
레온은 군대에서 나무를 베던 경험을 떠올리며 3시간이 조금 넘게 남은 버프 효과가 떨어지기 전에 도끼질을 계속해 나갔다.
“헉, 헉, 넘어간다!”
도끼질을 한 지 3시간이 지나 오리 고기 버프 효과가 끝이 나자마자 드디어 나무가 넘어갔다.
그오오오, 쿵!
―레벨이 올랐습니다.
나무가 쓰러짐과 동시에 레벨이 하나 올랐다.
레온이 나무 한 그루를 베어 내자 벌목 책임자 테일러가 일꾼들을 데리고 와서 쓰러진 나무의 가지를 치고 도르레와 수레를 이용해 나무를 옮겼다.
그리고 가기 전에 쉬고 있는 레온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