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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4화)
02. 퀘스트, 또 퀘스트!(2)
막상 도끼질을 해 보니 나무의 50,000의 생명력을 모두 깎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도끼질을 통해 한 부분만 파내면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절반가량의 생명력만 소모시켜도 나무는 쓰러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군대 시절 기억을 되살려 한 번은 비스듬히 위를 찍고 한 번은 아래를 찍으면서 도끼질을 하니 크리티컬이 커지며 두 배의 데미지가 나왔다.
그 덕분에 버프가 끝나기 전에 한 그루를 베어 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벌컥벌컥.
―갈증이 해소되었습니다.
레온은 일꾼들이 놓고 간 물을 들이키며 레벨이 오르며 분배받은 3개의 스탯은 전부 힘에다 적용하고는 도끼를 잡고 일어섰다.
쉬고 있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레벨 업으로 받는 스탯 분배치는 3개밖에 되지 않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각종 퀘스트나 사냥으로 스탯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하니 시간이 별로 없는 지금 망설일 수 없었다.
신중하게 스탯을 분배한답시고 시간을 지체하면 48시간 안에 8그루를 베지 못할 수도 있었다.
“으럇!”
퍽. 퍽. 퍽!
레온이 2번째 나무를 향해 101번째 도끼질을 했을 때 문제가 생겼다.
콰득, 탱.
도끼의 내구도가 다되어 자루가 부러져 버린 것이다.
“이런 젠장맞을.”
레온은 벌목장에 들어서면서 도끼를 부러뜨리는 것에 예민한 테일러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스럽게 테일러는 저 건너편에서 윽박을 질러 대고 있었다.
“틈틈이 내구도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별수 없지 한번 고쳐 보자.”
레온은 날이 아닌 자루가 파손된 것이기 때문에 수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도끼를 잡고 있던 나무 부분을 돌로 파내고 부러진 자루의 끝부분을 잘라 도끼에 꽂았다.
도끼의 홈과 자루가 맞지 않아 주변에 널려 있는 나뭇가지를 다듬어 자루에 감싼 후, 힘을 주어 홈에 넣으니 잘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벌목용 도끼를 수리하셨습니다.
의외의 손기술로 벌목용 도끼를 수리하였다!
벌목용 도끼
공격력:5―8 내구도:10/15
사용 제한:힘 13 이상
옵션:공격 속도 50% 감소
“의외의 손기술이라니, 이 정도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야?”
레온은 괜히 우쭐해지며 다시 도끼질을 시작했다.
엉성하게 수리를 해서 그런지 최소 공격력 1이 떨어지고 최대 내구도가 5가 하락했지만 어차피 도끼는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퍽. 퍽. 퍽!
“으럇!”
삼나무 숲에는 벌목공들의 기합 소리와 도끼 찍는 소리가 쉬지 않고 메아리쳤다.
그리고 그 안에서 레온은 누구보다 열심히 도끼를 움직였다.
―계속되는 근력 사용으로 인해 힘이 1 증가합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체력이 1 증가합니다.
장시간의 노동으로 스탯이 올라 기쁜 것도 잠시.
“이거 게임인데 왜 이렇게 힘들지? 이럴 거였으면 그냥 마트일이나 계속할걸, 이게 더 힘들잖아.”
레온은 너무 힘이 들어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게임이 너무 리얼해도 문제인 것이 오랫동안 노동을 하니 현실만큼은 아니더라도 몸에 피로도가 쌓여 중간 중간 쉬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레온은 쉬면서 내구도가 많이 상한 도끼의 날을 빼내어 다시 자루를 정비하고 날을 끼워 넣었다.
―벌목용 도끼를 수리하셨습니다.
의외의 손기술로 벌목용 도끼를 수리하였다!
벌목용 도끼
공격력:5―8 내구도:12/15
사용 제한:힘 13 이상
옵션:공격 속도 50% 감소
이번에는 아까보다 수리를 잘했는지 내구도가 12까지 올라가고 공격력이 감소하지 않았다.
이제 2개의 나무를 베어 넘기고 세 번째 나무를 향해 도끼질을 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피로가 누적되다 보니 점점 일이 힘들어졌다.
8개의 삼나무를 다 베어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레온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도끼를 잡았다.
“이봐, 거기. 식사 후에 작업하게나.”
벌목 책임자 테일러가 레온에게 손짓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6시간 정도 도끼질만 했던 건가?’
힘겹게 도끼를 끌며 걸어가던 레온은 테일러에게는 힘없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힘차게 벌목공들이 식사하고 있는 자리로는 걸어갔다.
“모두들 수고가 많네. 야간작업 시에는 야식도 제공할 터이니 식사 후에도 열심히들 해 주게.”
테일러가 모두의 사기를 북돋아 주자 의외의 효과가 발생했다.
―피로도가 10 떨어집니다.
‘역시 게임은 게임인가?’
레온은 조금은 가벼워진 몸을 움직여 큰 그릇에 담겨 있는 음식을 자신의 접시에 담아 구석 자리에 앉았다.
음식을 먹자 배고픔이 가시고 눈앞에 조그마한 포만감 게이지가 서서히 올라갔다.
평범한 음식이라 그런지 스탯이 올라가는 효과는 없었다.
털썩.
“자네, 보기보다는 튼튼한 편이구만. 얼핏 보니까 아까 도끼를 고치는 것 같던데? 맞는가?”
레온은 자신의 옆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을 건네는 테일러로 인해 움찔했다.
‘내구도가 많이 떨어졌다고 물어내라는 것은 아니겠지?’
레온은 잡아뗄까 하고 생각을 하다가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벌목을 하다 보니 도끼가 쉽게 상하는 것 같아서 손을 좀 봤습니다.”
“그래? 그럼 다른 도끼들도 손볼 수 있겠는가? 아까 대장간에 들른다는 것을 깜빡했거든.”
띠링!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벌목 책임자 테일러의 의뢰
벌목 책임자 테일러는 메그론의 지시를 수행하느라 내구력이 약한 벌목용 도끼의 수리를 맡기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습니다. 내구도가 다한 7개의 벌목용 도끼를 수리하세요.
제한 시간:4시간
보상:테일러의 호감도 상승, 평판 +3, 가구 제작자 메그론의 의뢰 중 벌목 분량 2개 차감
난이도:F
“일이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자네가 도끼들을 고쳐 준다면 자네 분량 중에서 나무 2개를 차감해 주겠네. 물론 임금은 그대로 지불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게.”
벌목용 도끼가 많이 상해서 예비 도끼가 없는지 테일러의 표정이 간절해 보였다.
레온은 도끼의 내구도가 손상될 수도 있다는 것이 걱정이었지만 퀘스트의 조건에 최대 내구도가 하락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도 없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도끼가 아니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했다.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사정이 그러시다면 한번 손 써 보겠습니다.”
“고맙네.”
레온은 테일러와 식사를 빨리 끝내고 부러진 도끼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부러진 벌목용 도끼
공격력:6―8 내구도:0/20
사용 제한:힘 13 이상
옵션:공격 속도 50% 감소
파손되어 사용할 수 없습니다.
7자루의 도끼들을 보니 자루가 다 윗부분에서 부러져 있어 여분의 자루가 없어도 수리가 가능할 것 같았다.
공격력이나 내구도가 다소 하락하긴 하겠지만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고 말해 두었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을 것이리라.
“노끈과 나무 조각, 망치, 못 같은 것들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잠시 기다리게… 여기 노끈과 목재, 망치, 못을 좀 가지고 와 봐.”
테일러가 소리치자 잠시 후에 젊은 남자가 레온이 요구한 것을 가지고 허겁지겁 달려왔다.
“감사합니다. 금방 고치겠습니다.”
“그래, 그럼 부탁하네.”
테일러는 레온의 어깨를 두들기고는 현장을 관리하러 걸음을 옮겼다.
“제한 시간이 4시간이었나? 서둘러야겠어. 기왕 하는 김에 기능이 떨어지지 않게 최대한 잘 고쳐 보자.”
레온은 일단 부러진 도끼날에 박혀 있는 나무 자루 부분을 망치를 이용해서 빼냈다.
그러고는 부러진 자루를 모아 깔끔하게 잘라 내고 끝을 살짝 갈아 노끈으로 촘촘히 감고 도끼 홈에 넣어 보았다.
“노끈 때문에 안 들어가네. 조금 더 깎아 내야겠어.”
감아 놓은 노끈을 풀어 다시 자루 부분을 깎아 내고 노끈을 촘촘히 감아 홈에 집어넣었다.
“됐다!”
레온은 거기서 끝내지 않고 노끈으로 자루와 도끼날을 X자로 감아 조금이라도 덜 흔들리게 고정시켰다.
그리고 자루의 머리 부분에 못을 박아 넣어 자루의 홈 안에 들어 있는 자루의 밀도를 높였다.
보기에는 좋지 않아도 내구도가 상승하는데 보탬이 되리라.
―벌목용 도끼를 수리하셨습니다.
의외의 손기술로 벌목용 도끼를 수리하였다!
벌목용 도끼
공격력:6―8 내구도:13/18
사용 제한:힘 13 이상
옵션:공격 속도 50% 감소
수리가 잘되었는지 공격력은 그대로이고 최대 내구도만 2가 하락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이 된 레온은 연이어 나머지 6개의 도끼도 수리를 했다.
수리를 하다 보니 실력이 느는지 내구도가 오히려 올라가는 도끼도 나왔다.
―벌목용 도끼를 수리하셨습니다.
의외의 손기술로 벌목용 도끼를 수리하였다!
벌목용 도끼
공격력:6―8 내구도:15/22
사용 제한:힘 13 이상
옵션:공격 속도 50% 감소
비록 2밖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좋았다.
‘이런 일에 재능이 있는 거 아냐?’
2시간 만에 모든 도끼를 다 고쳐서 살피고 있는데 테일러가 다가왔다.
“오∼ 다했는가? 덕분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어. 약속대로 2개의 분량을 줄여 주지. 이제 자네는 4개의 나무만 더 벌목하면 된다네.”
띠링!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벌목 책임자 테일러의 의뢰
의외의 손기술로 벌목 책임자 테일러의 의뢰인 벌목용 도끼 수리를 끝내었습니다.
보상:테일러의 호감도 상승, 평판 +3, 가구 제작자 메그론의 의뢰 중 벌목 분량 2개 차감
난이도:F
―퀘스트에 대한 보상으로 벌목 책임자 테일러와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평판이 3 올라갑니다.
―벌목 분량 2개가 차감됩니다.
아직 퀘스트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의 것이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한층 좋아진 테일러를 보니 기분이 뿌듯해졌다.
“저는 이만 나머지 분량을 채우러 가겠습니다.”
“그래, 계속해서 수고해 주게.”
레온은 수리가 가장 잘된 도끼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을 스윽 바꿔치기 하고는 벌목을 하던 장소로 돌아갔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체력이 1 증가합니다.
“휴∼”
벌목을 시작한 지 20시간이 지나 아침 8시가 되었다. 레벨이 4가 되었고 힘과 체력이 한 개씩 더 올랐다.
“상태!”
상태창을 열어 보니 도끼를 들었을 때는 공격력이 표시가 되었지만 도끼를 내려놓으니 공격력이 표시가 되지 않았다.
“아직 전직 전이라 공격력과 방어력이 표시가 안 되는 건가? 나중에 인터넷에서 알아봐야겠네.”
몸이 온통 땀에 젖었다 마르고 다시 젖었다가 마르고를 반복해서 온몸에서 쉰내가 진동을 했다. 입고 있던 흰색 티셔츠와 베이지색 면바지가 거의 걸레가 되었다.
“7실버에 현금으로 800원 정도인가? 내가 하루 종일 노가다해서 고작 800원을 받으려고 이러고 있는 건가? 이렇게 초보 때 고생하면 나중에 큰 보상이 생기겠지?”
레온은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마지막 남은 나무를 마저 베어 내려는 것이다.
30% 정도를 파내었으니 이제 1, 2시간만 더하면 이 힘겨운 퀘스트를 끝낼 수 있으리라.
“저기, 젊은 친구. 자네 도끼 솜씨가 보통이 아니 구만. 미안한데 내 도끼가 이렇게 헐거워졌는데 손 좀 봐줄 수 있겠나?”
비루하게 생긴 40대 중반의 벌목공이 다가와 도끼를 내밀었고 레온은 측은한 마음이 들어 도끼를 봐주었다.
“이리 주십시오.”
“고맙네. 도끼를 부러뜨려 먹으면 테일러의 잔소리에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라니까.”
‘도대체 벌목공이라는 사람들이 도끼 하나 못 고치는 건 무슨 경우인거야? 이거 설마 퀘스트를 위해서 수리 스킬이 없게 지정해 놓은 건가?’
레온은 웃는 얼굴로 도끼를 받아 들고 도끼를 고쳐 주었다.
벌써 5번째였다. 레온이 도끼를 수리할 줄 안다는 소문이 벌목장 내에 퍼지자 벌목공들이 부러진 도끼를 들고 그에게로 찾아와 부탁을 했고, 레온은 거절하지 않고 고쳐 준 것이 말이다.
그중에서 2명의 유저도 있었다.
분명히 개중에는 도끼를 고칠 줄 아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힘들고 귀찮아서 자신에게 맡기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레온은 군말 없이 수리를 해 주었고 덕분에 평판이 1이 더 올랐다.
‘이렇게 미세하게 오른 평판이라도 직업을 선택할 때 좋게 작용하겠지.’
전적으로 초보 기간 동안 취한 행동으로 전직의 기회가 온다고 했으니 인상 찡그리지 말고 성실하게 할 참이었다. 초보 기간 동안에는…….
‘쌈박한 직업, 돈 많이 버는 직업이 걸리면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행동해 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