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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5화)
02. 퀘스트, 또 퀘스트!(3)


레온은 혹시라도 숨겨진 히든 직업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나무를 벨 때도 최선을 다해 도끼를 휘둘렀다.
‘돈! 돈! 돈! 돈이다. 인생은 돈이야. 돈 없어도 행복할 수 있지만 돈이 많으면 더 행복할 수 있어. 참고 견뎌서 전직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겉으로는 성실하고 예의바른 레온의 모습이었지만 속은 닳고 닳은 이정민의 모습 그대로였다.
레온은 다시 도끼를 잡고 나무를 찍었다.
‘이러다 도끼 숙련도 같은 스킬이 생기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도끼 들고 싸우는 모습은 영… 별로란 말이야.’
지금 괜히 도끼 숙련도 같은 스킬이 생겨 버린다면 흔하디흔한 투사나 전사로 전직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무식하게 싸우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아.’
아무리 게임이라도 가상현실 게임이라 실제와 차이가 거의 없는 편이었다.
자신이 도끼 하나를 들고 최전방에서 무식하게 싸우는 장면은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그런 것은 별로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어서 끝내고 다른 퀘스트를 받자.’
레온은 퀘스트를 빨리 끝낼 생각에 도끼질을 서둘렀다.
그렇게 1시간 넘게 나무를 찍어 대자 드디어 거대한 나무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구우우우우우.
“넘어간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됐다.”
레온은 땀을 닦으며 상태창을 열어 지력에 2, 지혜에 1을 찍었다.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능력치에 어느 정도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레온은 일꾼들을 데리고 나무를 수거하러 온 테일러에게 벌목용 도끼를 반납했다.
“작업을 끝냈습니다.”
“대단하군, 수고했네.”
띠링!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가구 제작자 메그론의 의뢰
끈기와 성실성으로 주어진 시간보다 일찍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이제 벌목 책임자 테일러는 당신을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보상:5실버(추가 보상 2실버), 평판 +5, 메그론의 호감도 상승, 테일러의 신뢰
난이도:F

―퀘스트에 대한 보상으로 가구 제작자 메그론과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벌목 책임자 테일러가 당신을 신뢰합니다.
―평판이 5 올라갑니다.
―7실버를 받았습니다.
‘보상은 테일러에게 받는 것이었군. 그럼 메그론에게는 갈 필요가 없으니 성 안을 한 번 둘러보고 다른 퀘스트를 받아야겠다.’
레온이 테일러와 작별하고 벌목장을 떠나려는데 테일러가 레온을 붙잡았다.
“이봐, 자네 이름이 레온이라고 그랬나?”
‘설마 벌목을 더 시키는 건 아니겠지? 벌목을 더 시킨다면 일언지하에 거절해 주마.’
“네, 그렇습니다.”
그러자 테일러가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자네처럼 성실하고 일 잘하는 친구들이 드문 편이지. 이것을 가지고 지프 대장간의 지프를 찾아가 보게. 지프처럼 융통성 없는 친구는 자네같이 성실하고 예의바른 친구가 필요하다네.”
“이게 뭡니까?”
레온은 테일러가 주는 봉인된 두루마리 종이를 받았다.
띠링!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벌목 책임자 테일러의 소개
당신은 벌목 책임자 테일러의 신뢰를 얻어 그의 절친한 친구인 대장장이 지프에게서 퀘스트를 부여받게 됩니다. 고집불통이지만 실력만은 뉴 필모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장장이 지프에게 가서 퀘스트를 수행하세요.
제한 시간:48시간
보상:평판 +2, 새로운 퀘스트 발생
난이도:F

‘새로운 퀘스트다!’



03. 지프 대장간(1)


레온은 지프의 대장간으로 향하는 길에 자신의 차림새가 너무 지저분하다 생각되어 삼나무 숲 근처 냇가에서 옷과 몸을 씻었다.
“물의 느낌마저 진짜와 똑같네. 어떻게 이렇게까지 게임을 구현시킬 수가 있는 거지?”
레온은 게임 기술 발전에 놀라워하며 티셔츠와 바지를 벗어 손으로 대충 빨래를 했다.
티셔츠와 면바지를 물로 씻어서 힘껏 짜고 나니 옷이 구김이 심해서 보기 좋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냄새는 나지 않았다.
몸도 시원하게 씻은 레온은 냇가를 나와서 아직 물이 마르지 않은 옷을 대충 걸치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어차피 게임인데.’
게임을 시작한 지 일주일 후에 전직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하니 그전까지 최대한 스탯을 올리고 평판을 높이면서 필요한 스킬을 생성시켜야만 했다.
여기서 옷이 마를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성내로 들어서서 대장간을 찾으러 가다 보니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물소 가죽으로 만든 가죽갑옷 팝니다.”
“찰곡빵 개당 100페소에 팝니다.”
“기사용 칼 팝니다. 보고 가세요.”
“이건 얼마죠?”
장시간 사냥을 위해 식료품을 사는 사람, 무기점에서 쓸 만한 무기를 찾는 사람, 좌판을 열고 아이템을 파는 사람 등, 수많은 사람들이 대로를 오고가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레온은 무기 판매점에 멈춰 서서 진열된 무기를 이리저리 구경했다.
판매원은 멋들어진 갑옷을 차려 입은 유저에게 물건을 팔려고 정신이 없었다.
‘어차피 나에게는 저렇게 열을 올리지 않겠지.’
자신은 평판이나 명성도 낮고 입고 있는 옷도 비루했다.
명성과 평판을 인식하는 판매원이 자신에게는 저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단검 하나가 5골드라고? 완전 바가지잖아. 이런 경갑옷이 10골드야?’
레온은 무기의 가격에 놀라며 무기 판매점을 나왔다.
‘지금 비록 전재산 7실버로 삶을 연명하는 비렁뱅이 처지이지만 언젠가는 저런 아이템들을 쉽게 지를 수 있는 유저가 되어야지.’
레온은 언젠가는 저런 것들보다 더 좋은 아이템을 착용하고 안토시안 세상을 누빌 자신을 상상하며 지프 대장간으로 향했다.

지프 대장간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간판도 허름했다.
출입구는 문짝조차 없어 안이 훤히 보여야 했지만 내부가 너무 어두워서 실내의 구조가 보이지 않았다.
레온은 조심스럽게 대장간 안으로 들어섰다.
“계십니까…….
“네놈이 내가 만든 물건에 흠을 잡는 거냐?”
“켁, 켁. 지프 형님. 그게 아니라…….”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니 두 명의 인형이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몸싸움으로 넘어가려는 중이었다.
‘엄청 크군.’
구리 빛 근육의 엄청난 덩치에 2미터가 가뿐히 넘는 키를 가진 40대 남자가 왜소한 체구의 중년 남자를, 한 손으로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린 상태였다.
“지… 지프 형님, 그게 아닙니다.”
왜소한 중년 남자는 염소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잡힌 멱살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덩치 큰 남자의 힘을 당해 내지 못했다.
“그럼 뭐냐? 저번보다 고품질로 만들라니? 그러면 저번에 만든 것은 저품질이라는 이야기냐?”
‘저 사람이 지프로군.’
레온은 어렵지 않게 웃통을 벗고 있는 덩치 큰 중년 사내가 지프이고 왜소한 남자는 거래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둘 다 NPC인 모양인데, 성격이 극과 극이군.’
레온은 일단 말리는 게 좋을 거라 판단하여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여기가 지프 명장님의 대장간이 맞습니까?”
지프는 송충이 같은 눈썹 아래에 검은 눈동자를 레온에게로 돌렸다.
“넌 뭐야? 지금은 아무것도 팔지 않으니, 꺼져라.”
‘확실히 성격에 문제가 있구나.’
레온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한 발짝 다가섰다.
“저는 무엇을 사러 온 사람이 아닙니다. 테일러 씨가 보내서 왔습니다. 이걸 보시겠습니까?”
지프가 테일러라는 말에 반응했다.
“벌목장이 테일러를 말하는 거냐? 왜 그가 직접 오지 않고 널 보낸 거지?”
털썩.
“어이쿠!”
지프는 염소수염 사내를 던져 버리고 레온이 건넨 두루마리를 펼쳤다.
레온은 봉인된 두루마리에 무슨 내용이 써져 있는지는 몰랐지만 자신을 신뢰하는 테일러가 나쁜 내용을 쓰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하며 지프의 반응을 기다렸다.
글의 내용을 다 읽었는지 지프는 두루마리를 내려놓으며 레온의 얼굴이며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제법 쓸 만하구나. 허우대는 멀쩡한데 조금 마른편이군.”
‘당신이 지나치게 근육질이야.’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못하여 영양 섭취를 잘못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네가 좀 잘 먹여 줘, 레온의 말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다.
“좋다. 힘은 차차 기르면 되는 일이고, 네가 테일러가 칭찬하는 만큼 일을 잘할지는 한 번 두고 보도록 하지. 미리 말해 두지만 내가 하는 일은 다른 그저 그런 대장장이들의 일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띠링!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벌목 책임자 테일러의 소개
당신은 벌목 책임자 테일러의 신뢰를 얻어 그의 절친한 친구인 대장장이 지프에게서 퀘스트를 부여받게 됩니다. 고집불통이지만 실력만은 뉴 필모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장장이 지프에게 가서 일을 도와주세요.
제한 시간:48시간
보상:평판 +2, 새로운 퀘스트 발생
난이도:F

―퀘스트에 대한 보상으로 평판이 2 오릅니다.
보상으로 나와 있는 새로운 퀘스트가 연이어서 발생하지는 않았다.
“나를 따라오게.”
“네.”
지프는 그 큰 덩치로 앞장서 걸어 들어갔고 레온이 재빨리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그… 그럼, 지프 형님 부탁드리겠습니다.”
혼자 남게 된 염소수염 사내가 그렇게 외치며 허겁지겁 일어나 대장간 밖으로 도망치듯 나갔다.
레온은 그런 모습을 보며 왠지 지프의 퀘스트가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프가 레온을 이끌고 간 곳은 각종 병장기와 공구들이 집채만큼 쌓여 있는 대장간 내부의 거대한 창고였다.
판금갑옷이며 장검, 언월도, 창, 망치, 도끼 등등의 무기며 도구들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었다.
‘대장간 옆에 어스름한 건물이 바로 이 창고였나? 창고가 대장간보다 오히려 큰 것 같은데?’
“네가 해야 할 일은 여기 이 고철들을 해체하는 것이다.”
레온은 그제야 쌓여 있는 병장기와 공구들이 모두 다 내구도가 다된 고철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판금갑옷은 여기저기 찌그러진 데다 팔 부위가 떨어져 나간 상태였고 각종 무기들은 부러지거나 손잡이 부분이 없거나 휘어진 것이 전부였다.
“원래 일하던 놈들이 있었는데 작당하고 나가 버려서 이만큼이나 쌓여 버렸다. 괘씸한 놈들이 키워 준 은혜도 모르고…… 으득.”
지프가 쌓여 있던 고철들 중에 부러진 검신을 들고 힘을 주자 검신이 엿가락처럼 휘어 버렸다.
챙.
‘덩치 값을 하는군. 혹시라도 대들었다가는 국물도 없겠어.’
레온은 지프에게 절대 개개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원래 3명이서 하던 작업인데 네가 일을 잘한다고 하니, 인원이 보충될 때까지는 한번 해 봐라. 해체하는 방법은 가르쳐 줄 테니. 임금은 네가 일하는 거 봐서 주겠다.”
띠링!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대장장이 지프의 의뢰
뉴 필모어 성에서 손꼽히는 대장장이 지프는 그 괴팍한 성격을 죽이지 못해 도제들의 불만을 사 버려 그들이 떠나가 버렸습니다. 이제 당신이 떠나가 버린 도제들을 대신해서 지프를 도와 고철을 해체하세요.
제한 시간:96시간
보상:50실버, 평판 +30, 명성 +10, 대장기술 스킬, 수련자의 장창
난이도:E

‘응? 고철 해체 따위가 난이도가 왜 E인 것이지? 보상도 지나치게 좋은데?’
초보 때 할 수 있는 퀘스트 치고는 보상이 괜찮은 편이었다. 그리고 해체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했으니 아마 그것도 스킬일 것이다.
스킬 2개에 무기와 약간의 실버, 그리고 평판과 명성까지 덤으로 준다니 상당히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퀘스트를 받게 되면 초보자 보호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퀘스트에만 매달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대장장이 같은 생산직 직업으로 전직을 하게 되는데 괜찮을까?’
내심 히든클래스의 직업을 기대하던 레온이었지만 고소득 직종 중에서 대장장이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퀘스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나처럼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은 전투 직업보다는 이런 생산직이 더 어울릴 거야.’
“맡겨 주십시오.”
―퀘스트를 받으셨습니다.
레온이 퀘스트를 승낙하자 지프가 작업 장갑을 끼더니 고철을 해체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