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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7화)
03. 지프 대장간(3)


‘아부 좀 했다고 내 열정을 인정해 주는 건가? 무섭게 생긴 외모치고는 귀가 많이 얇은 편인데?’
레온은 지프의 성격을 알 것 같았다.
강한 척 무뚝뚝한 척하지만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남들과 친해지기를 원하는 사람, 그가 지프였다.
“도장인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아니야, 자네는 정말 엄청난 잠재력이 보여. 가만있어 보자… 내가 장비를 수리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테니 한번 익혀 보게. 나를 알아봐 주는 자네에 대한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돼.”
‘스킬이다!’
“감사합니다. 도장인님의 말씀을 귀를 씻고 경청하겠습니다.”
지프와의 관계가 신뢰가 되어야 하는 조건이 충족되어 지프가 레온에게 수리 스킬을 가르쳐 주었다.
이것은 순전히 레온의 운이 좋은 것이었다.
지프가 칭찬에 약한 편이고 관계가 신뢰가 되면 수리 스킬을 가르쳐 준다는 것은 어렵지 않은 조건이지만 성격이 더럽고 무섭게 생긴 지프에게 이렇게 살갑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NPC인 테일러 외에는 없었던 것이다.
레온은 식사를 하며 지프에게 수리 스킬을 배웠다.
―스킬 수리를 습득하셨습니다.

[수리(패시브)] LEV1
숙련도:0%
기본적인 도구의 수리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스킬 습득이 쉽다니! 초보 때 스킬 배우기 어렵다는 정보는 잘못된 것이었군.’
레온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그렇게 결론지었다.
수리 스킬을 배우고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식사 시간이 끝이 났고 레온은 창고로 돌아가 작업 장갑을 꼈다.
“수리 스킬을 한번 사용해 볼까?”
레온은 시험 삼아 고철 더미에 파묻혀 있는 깨진 장도리를 꺼내 수리를 해 보기로 했다.
자신이 수리를 하기로 마음먹자 해체를 편리하게 도와주는 녹색 표시 대신에 노란색 표시들이 생겨났다.
“이 부분들이 문제라는 것은 이런 표시가 없어도 알겠는데, 실제 수리에도 도움이 될까?”
금속의 깨진 부분은 고칠 여건이 되지 않아 완전히 박살이 나 있는 자루를 제거하고 원래는 도끼의 자루였던 것을 자르고 손질해서 장도리에 꽂아 보았다.
눈으로 봐서는 안 될 것 같았는데 막상 해 보니까 별 어려움 없이 수리를 해낼 수가 있었다.
수리 스킬이 어느 정도 수리를 쉽게 해 주고 시간을 줄여 주는 것 같았다.
―가정용 장도리를 수리하셨습니다.

가정용 장도리
공격력:2―3 내구도:5/10
사용 제한:없음
옵션:없음

“의외의 손기술로 고쳤다는 코멘트가 없어졌네.”
정식 수리 스킬로 수리를 하니 의외라는 코멘트는 나오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머리 부분이 손상되어 있어서 내구도가 완전히 오르지는 않았지만 사용은 할 수 있게 수리가 되었다.
스킬창을 확인해 보니 숙련도가 2% 가량 올라 있었다.
“나중에 장비를 수리해 주고 수고비를 받으면 돈을 좀 만질 수 있겠어.”
수리 스킬이 있더라도 스킬레벨이 낮으면 수리 시에 내구도의 손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스킬레벨을 올려 내구도 손상이 없게 되면 유저들의 장비를 수리해서 용돈벌이를 할 수 있으리라.
“스킬도 시험했겠다, 본격적으로 다시 해 보자.”
레온은 기껏 수리한 장도리를 부러뜨려 머리 부분만 뽑아내고 지프의 도제들이 들고 가 버려서 텅 비어 버린 장소에 분류해 놓았다.
콰직, 텅.
연이어서 끝이 뭉개지고 부서진 창을 들어 창 자루를 부러뜨린 다음에 창날만 뽑아냈다.
고철들을 금속을 제외한 부분을 부수고 뽑아내고 잡아 뜯으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스탯도 오르고 스킬도 올랐지만 레온은 확인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나갔다.
처음 시작할 때는 퀘스트를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의무감으로 해체 작업을 했지만 계속하다 보니 산더미같이 쌓인 고철들을 줄여 나간다는 사실에 재미를 느껴 점점 더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
한참 작업을 하다 보면 식사 시간이 되어, 지프와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다시 작업에 매진하다 보니 다시 식사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작업과 식사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의 마지막이 보였다.
“이 휘어진 철검이 마지막이구나.”
검으로 무슨 짓을 했는지 검 날이 동그랗게 휘어 버린 철검을 마지막으로 레온의 작업은 끝이 났다.
쨍그랑.
레온은 검 날을 분류 장소에 던져 넣으며 작업 장갑을 벗었다. 그리고 크게 기지개를 켰다.
“아하암∼ 2시간밖에 못 자고 하루를 넘게 노가다를 했더니 너무 피곤하네.”
레온은 노가다를 하면서 얼마의 성과가 있었는지 스킬창을 열어 보았다.
“스킬.”

[도구재료감별(액티브)] LEV3
숙련도:0.8%
소모:MP50
병장기의 재료를 감별할 수 있다.

[해체(패시브)] LEV4
숙련도:5.4%
병장기의 해체가 수월해진다.
금속 이외의 재료를 해체할 때 재료의 손상이 줄어든다.

[수리(패시브)] LEV1
숙련도:2%
기본적인 도구의 수리가 가능해진다.

이 스킬들로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해체 스킬레벨이 4가 되면서 금속 외의 것도 이제 적은 훼손으로 재료를 추출할 수 있게 되었다.
재료비를 조금이라도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탯은 1, 2 정도씩 올랐네, 어차피 레벨은 그대로이고.”
레온은 나름의 성과에 만족하며 퀘스트 완료 보고를 하기 위해 지프가 일하고 있는 대장간 안으로 들어갔다.
깡. 깡. 깡.
장장 92시간에 걸친 고철 해체를 마치고 나니 걸음이 가벼웠다.
“도장인님.”
마침 지프도 한 번의 작업을 끝내고 쉬고 있던 중이라 레온은 지프에게 퀘스트의 종료를 알렸다.
“작업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오∼ 그래? 말콤, 너는 고철들을 수거해 와라.”
“네.”
말콤이라 불린 도제가 밖으로 나가자 지프는 옷을 입지 않아 꿈틀거리는 근육을 그대로 내보이며 옆에 서 있는 도제에게 손을 내밀었다.
“토니 내가 맡겨 놓은 것을 다오.”
“여기 있습니다, 도장인님.”
토니라는 도제가 구석에서 천에 쌓인 길쭉한 물건과 작은 주머니를 지프에게 건넸다.
“이건 네가 일을 잘해서 주는 보답이다.”
띠링!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대장장이 지프의 의뢰
뉴 필모어 성의 손꼽히는 대장장이 지프는 그 괴팍한 성격을 죽이지 못해 도제들이 떠나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떠나간 직원들의 빈자리를 잘 채워 주어서 지프는 어렵지 않게 주문 받은 물건을 납품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보상:50실버, 평판 +30, 명성 +10, 대장기술 스킬, 수련자의 장창
난이도:E

―퀘스트에 대한 보상으로 수련자의 장창을 받았습니다.
―평판이 30 올라갑니다.
―명성이 10 올라갑니다.
―50실버를 받았습니다.
―지프가 당신에게 신뢰를 가져 추가로 50실버를 더 받습니다.
―대장기술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보상을 받은 후에 지프가 대장기술에 대해서 설명과 시범을 보여 줌으로 레온은 대장기술을 배울 수가 있었다.
‘생산직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대장기술을 배웠다. 이제 제대로 된 돈벌이가 되겠구나.’
레온은 대장기술을 배우고 나니 쉬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으면서 작업을 지속한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도장인님, 그럼 저는 맡기신 일도 끝냈으니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레온은 어서 접속을 끝내고 잠을 자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지프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나려 했다.
“이봐, 레온. 대장기술을 배웠으니 발휘할 장소가 필요할 것이야. 혹시라도 대장일로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우리 대장간으로 오게, 화로와 모루를 사용하게 해 주겠네. 그리고 실력이 좋아진다면 내 밑에서 일을 할 수도 있겠지. 나는 철저히 실력을 따지거든.”
지프가 레온을 붙잡고 미소를 지으면서 호의를 베풀었다.
지금은 실력이 안 되니 실력이 늘면 받아 주겠다, 이런 말인 것 같았다.
대장장이로 전직하면 그것도 좋겠지만 자신은 아직 직업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확답을 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화로와 모루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말은 머릿속에 입력시켜 놓았다.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레온은 지프와 다른 장인들, 도제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대장간을 나오자마자 안전지대로 달려 접속을 해제했다.



04. 너희들은 내 봉이야(1)


“내 돈!!”
정민은 자신의 전 재산 100만 원을 군대에서 휴가 나온 정헌이가 몽땅 들고튀는 악몽을 꾸었다.
“형, 미안해. 군대 생활이 너무 힘들어. 친구들하고 한잔 마시고 올게.”
정헌이는 꿈속에서 끔찍한 말을 남기고 자신의 옷마저 뺏어 입고 튀어 버렸다.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 내며 시계를 보니 잠든 지 7시간이 지나 있었다.
“헉, 헉. 정헌이 이 자식 휴가 나오면 복귀할 때까지 놀지도 못하게 집 안에 감금시켜 주마.”
괜히 죄 없는 정헌에게 악담을 하며 정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장고를 열어 현대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모두 들어 있다는 인스턴트식품을 데워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는 모니터와 본체가 일체형인데다 터치패드 형식의 깔끔한 모습이었지만 현 시대에서는 오래된 구형 컴퓨터일 뿐이었다.
“보자… 공격력과 방어력은 1차 전직이 끝나면 무기를 들지 않아도 표시가 되는구나. 응?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싱크로율이 80%나 된단 말이야? 그러면 거의 현실과 다름없는 통증을 느낀다는 거잖아. 게임에 접속하는 대로 40% 정도로 낮춰야지.”
정민은 게임을 하면서 의문이 생겼던 점들을 인터넷 카페나 홈페이지의 공략 팁 등에서 찾아보며 식사를 했다.
“응? A급 하스크람의 금룡언월도? 이게 뭔데 한 개에 천만 원에 구하고 있는 거야? 레어 아래등급이 A, B, C, D, E급의 마법 아이템이라고 했으니까 최상급 마법 아이템이 천만 원 정도 한다는 이야기야? 라돈의 붉은 판금갑옷을 2천만 원에 구한다고? 이것도 A급이잖아? 도대체 아이템 시세가 어떻게 되는 거야?”
정민은 천만 단위를 가볍게 넘어가는 아이템의 시세를 보고 경악을 했다.
“A급 아이템 하나만 먹어도 반년간은 먹고살 걱정 없겠구나. 장난 아닌데? 그러고 보니까 라돈이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은 기억이…….”
대장장이 지프가 이를 갈던 경쟁자, 라돈 영감.
그가 만든 아이템이 시세가 현재 2천만 원이 넘었다.
“헐, 그러면 그의 경쟁자인 지프도 그 정도의 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 그런데 아무리 초보라도 나한테는 그런 등급도 없는 허접한 노멀 아이템을 준 거야?”
수련자의 장창이라는 아이템을 받아 좋아하고 있었던 정민이지만 등급이 높은 아이템을 보고 나니 지프가 괜히 괘씸해졌다.
“죽어라고 노가다 했더니 그깟 이쑤시개 같은 창이나 던져 주고 말이야.”
지프에게 서운한 감정이 마구 들다가도 생각을 달리하니 또 그게 아니었다.
“가만, 그러면 내가 지프에게 대장기술을 배워서 지프 정도의 실력만 되어도 만들어 내는 아이템이 수백,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말이 되잖아.”
정민은 상상해 보았다.
게임 속 캐릭터인 레온이 만들어 내는 아이템이 수백, 수천만 원에 팔려 나가, 게임 내에서 이름도 떨치고 돈도 쓸어 담는 아름다운 모습을.
“지프의 대장간에서 대장기술을 올리다가 지프가 도제로 받아들인다고 하면 군말 없이 한다고 해야겠다.”
여기서 정민이 한 가지 잘못 생각한 게 있다면 지프는 라돈 영감보다 실력이 못 미친다는 사실이었다.
조금만 경매 사이트를 찾아보아도 지프가 만든 아이템은 A등급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정민은 미처 그것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A급이나 되는 아이템을 붕어빵 찍어 내듯 찍어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명장의 실력을 가진 라돈 영감도 아직까지 살면서 만들어 낸 A등급 아이템의 개수가 3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그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직접 사냥을 하면서 득템을 노리는 것도 좋겠지만 파티 사냥은 왠지 껄끄럽단 말이야. 나 혼자 독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좋은 아이템을 주는 몹은 독식이 어려우니 애초부터 생산 스킬을 익혀서 명장의 길을 노려보는 게 좋겠어.”
정민은 그 후로 20여 분간 생산 직업과 관련 스킬에 대해 알아본 뒤에 접속기 속에 들어가 안토시안에 접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