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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8화)
04. 너희들은 내 봉이야(2)


레온도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접속을 해제한 후에 다시 골목길로 리스폰되었다.
“옷이 언제 이 꼴이 된 거야?”
리스폰이 되자마자 제일 먼저 레온의 눈에 들어온 것은 회갈색이 되어 버린 티셔츠와 면바지였다.
중간 중간 찢어지고 해어져서 더 이상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 보였다.
이런 옷을 입고 돌아다닌다면 유저들은 가난뱅이 초보자로 볼 것이고 NPC들은 자신을 피하게 될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리 스킬을 사용해 수리를 해 보려 했지만 제봉사도 아니고 옷을 수리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쳇, 할 수 없지. 한 벌 사야겠네.
레온은 투덜거리며 공략 팁에서 본 대로 싱크로율을 40%로 조정했다.
“이제 덜 힘들겠지.”
그렇게 싱크로율을 조정하고 만족해하며 골목길을 벗어났다.
골목길에서 나가자마자 번화한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자, 과일이 싱싱합니다.”
“물소 가죽으로 만든 가죽재킷입니다. 보고 가세요.”
눈앞에 펼쳐진 시장은 유저들보다는 NPC들이 주를 이루었다.
판매 품목들이 주로 생필품 위주였기 때문이다.
“어머, 저기 저 총각 좀 봐.”
“노숙자인가?”
레온은 키가 커서 눈에 잘 띄는 편이라 그의 후줄근한 모습을 목격한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프의 대장간에서 대충이라도 씻고 나오는 건데.”
뒤늦게 후회하면 무엇하랴.
레온은 빠른 걸음으로 기본적인 옷가지를 파는 옷가게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레온의 행색을 본 가게 주인이 최대한 인상을 찡그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레온을 맞이했다.
“여기서 가장 저렴한 반팔 티셔츠와 면바지 한 벌씩 주세요.”
“그러죠.”
원래 옷가게 주인이라면 손님에게 맞는 옷을 이것저것 골라 주어야겠지만 레온이 빨리 옷을 사고 나가 주길 바라는 가게 주인은 레온의 말대로 가장 저렴한 옷을 골랐다.
레온이 노숙자나 거지가 아니란 것에 안도하긴 했지만 자신의 가게가 더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이 들고 온 것은 회색 티셔츠에 갈색 면바지였다.
“얼마죠?”
“합쳐서 2실버입니다.”
레온은 적당한 가격이라 생각하고 옷을 갈아입으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몸이 너무 더러웠다.
“여기… 어디 씻을 데가 있나요?”
옷을 구매한 레온은 주인이 가르쳐 준 민가 근처의 수돗가에서 몸을 씻어 내고는 입고 있던 옷을 버리고 새로 산 옷으로 갈아입었다.
비록 옵션이 전혀 없는 일반 면 소재 옷이었지만 레온에게 어울리는 깨끗한 옷이었다.
“이로써 1골드 5실버 남은 건가?”
아이템창을 열고 주머니를 뒤지니 순금으로 1골드가 들어 있는 주머니와 작은 은화 5개 그리고 단검과 빵이 5개가 튀어나왔다.

초보자용 단검
공격력:2―3 내구도:15/15
사용 제한:레벨 30 이하
옵션:공격 속도 20% 상승

레온은 포만감 게이지를 채우려 빵을 하나 씹으면서 단검을 제외한 것들은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었다.
“일주일 가까이 노가다만 했더니 이제 사냥을 좀 해 봐야겠어.”
퀘스트를 찾아보면 찾을 수 있겠지만 레온은 이제 사냥을 해 보고 싶었다.
벌목을 하면서 레벨도 조금 올렸고 퀘스트를 하면서 스탯도 올랐으니 레벨이 낮은 몬스터는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다려라, 몹들아.”
레온은 몬스터들이 떨어뜨릴 아이템들과 경험치들을 기대하며 성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초보 사냥 지역으로 통하는 북문을 나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기본적인 면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은 채로 여우나 늑대 같은 기본 몬스터에게 단검을 휘두르는 유저들이었다.
“쯧쯧쯧, 불쌍한 초보들.”
자신도 초보이면서 레온은 초보들을 동정했다.
“난 엄연히 저들과 다르지, 이렇게 옷이 증명하고 있잖아.”
저들과 레온이 다른 점은 면 티셔츠와 면바지의 색깔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면 티셔츠에 콩알만 한 상표가 그려져 있다는 것, 그것뿐이었지만 그런 미세한 차이가 자신은 초보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내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지.”
레온은 단검을 단단히 쥐며 근처를 떠돌아다니는 여우를 향해 다가갔다.

<약해 빠진 늙은 여우.>

늙은것으로 패널티를 받은 것 같은데 게다가 약해 빠지기까지 한 여우였다.
두 번이나 약화가 되었다는 말은 보통의 여우보다 엄청나게 약하다는 말!
가까이서 보니 과연 이름처럼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여우가 골골거리며 천천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
“살과 가죽을 내놓아라!”
레온은 망설이지 않고 여우에게 단검을 찔렀다.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 38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약해 빠진 늙은 여우의 생명력:262/300]

레온에게 공격을 당하자 여우가 듬성듬성 나 있는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레온에게 달려들었다.
―공격을 받아 HP가 20 감소합니다.
레온은 여우의 데미지가 약한 것을 알고 나자 더욱 자신감이 붙어 여우의 공격을 피하면서 카운터를 날려 여우를 쓰러뜨렸다.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서 질 낮은 여우 털(1)을 습득했습니다.
확인해 보지 않아도 가치가 없어 보이는 여우 털을 챙기고는 레온은 다음 여우에게로 이동했다.
“가만있어 보자, 그러고 보니까 지프에게서 창을 하나 받은 것 같은데?”
창을 떠올리며 바지 주머니를 뒤지자 주머니에서 길이가 2미터 가까이 되는 천에 쌓인 창이 튀어나왔다.

수련자의 장창
창술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적당한 창이다.
공격력:8―12 내구도:35/35
사용 제한:힘 15 이상, 체력 15 이상
옵션:민첩 +3

비록 높지는 않았지만 옵션이 붙어 있고 설명까지 되어 있는 것을 보니 꽤 쓸 만한 창 같았다.
“그러고 보면 지프도 참 정이 있는 사람이야.”
지프에 대한 평가를 1시간도 안 되어 바꿔 버리고는 장창을 들고 여우 사냥을 재개했다.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 46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공격력이 조금밖에 오르지 않았네. 공격력에 아이템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힘 스탯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은 건가?”
레온은 여우를 잡으면서 몹 사냥과 공격, 방어에 대한 감을 익혀 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사냥하다가 HP가 100까지 떨어지자 근처의 나무에 기대고 앉아 습득한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질긴 여우 고기 5개, 질 낮은 여우 털 7개. 동물형 몬스터라 돈을 안 떨어뜨리는 구나. 경험치는 렙 업 직전이네. 한 마리만 더 잡으면 렙 업을 할 수 있겠어.”
레온은 떨어진 HP를 채우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 보았다.
“적당히 사냥을 하고는 평판을 좀 더 올릴 필요가 있겠어. 히든클래스 직업을 얻었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능력치도 능력치지만 평판이나 명성이 높아서 히든클래스가 됐다는 사람들이 많잖아?”
레온은 대장장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혹시 모를 히든클래스 전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히든클래스는 남들보다 스킬이 뛰어난 것들이 많으니 돈도 더 잘 벌 수 있을 거야.”
게임에서 능력치가 좋아도, 스킬이 좋아도, 입고 있는 장비가 좋아도!!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면 다 의미 없는 것들이었다.
“무조건 돈이야. 가지고 있는 100만 원은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니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야 해. 돈 안 되는 직업이라면 히든클래스라도 내가 사양이다.”
레온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HP를 회복하고 있을 때 그의 귓가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어떡해?”
“일단 뛰어요! 성 안으로 들어가면 쫓아오지 않을 거예요.”
다급한 대화가 들려오며 레온의 눈에 전속력으로 도망치고 있는 푸른 머리의 남자와 녹색 머리 여자가 들어왔다.
“응?”
그런 그들의 뒤로 십여 마리의 여우들이 쫓고 있었다.
‘도와줄까? 하지만 아직 피가 반밖에 회복되지 않았어. 아무리 허접한 약해 빠진 늙은 여우들이라지만 다구리에 장사 없다고 잘못했다간 죽을 수도 있어.’
나서지 않기로 마음먹으며 고개를 돌리려다 그중 푸른 머리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도와줘요!’
그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어.’
레온의 눈빛이 그렇게 대답했다.
‘보답할게요.’
‘알았어, 도와줄게.’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눈빛으로 푸른 머리 남자의 의중을 읽어 낸 레온은 장창을 들고 일어섰다.
“이얍.”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 47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12마리의 여우들 중에 한 마리를 공격하자 그중 3마리가 레온에게 달려들고 나머지는 두 남녀를 계속 쫓았다.
레온은 어차피 렙 업을 하면서 HP가 조금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자신만만하게 여우 3마리와 격전을 벌였다.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 47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 45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치명적인 일격으로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 70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한 마리를 잡고 나니 렙 업이 되었다.
레온은 서둘러 스탯을 힘에 다 찍고는 다음 여우를 공격했다.
레온이 여우 한 마리를 쓰러뜨린 것을 확인한 두 남녀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레온 주위를 크게 돌며 나머지 여우들을 쫓아오게 만들었다.
본디 사람보다 속도가 빠른 여우지만 약해 빠진데다가 늙기까지 해서 부상을 입은 그들을 거의 비슷한 속도로만 쫓을 뿐이었다.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 62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스탯을 힘에 찍어서 대략 다섯 번의 창질로 여우를 쓰러뜨릴 수 있게 되자 레온은 한층 빠르게 여우 두 마리를 제거하고 나머지 9마리에게 달려들었다.
여우들이 가까워지자 자신을 인지하도록 5마리를 차례로 공격한 후 한꺼번에 덤비는 여우들을 처리했다.
―공격을 받아 HP가 20 감소합니다.
―공격을 받아 HP가 21 감소합니다.
‘괜히 5마리나 공격했나? 그냥 한 마리씩 잡을걸 그랬나?’
레온은 괜히 멋있어 보이려다 죽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기왕 도와주려면 멋있게 도와주고 더 많은 보상을 받아 내야만 하기 때문에 자신의 현명한 판단을 속으로 칭찬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데미지를 덜 입으려고 바삐 움직이며 여우들을 공격했다.
도망치던 두 남녀는 4마리 정도는 해치울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자리에 멈춰서 여우들을 공격했다.
레온이 여우 2마리를 제거하고 여유가 생겨 그들을 흘깃 보니 녹색머리 여자는 활을 쏘아 대고 있었고, 푸른 머리 남자는 단검을 들고 여우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한 명은 궁수로 전직한 모양이야. 저 파란 머리를 키워 주려고 몰이사냥을 하다가 몹이 너무 몰려서 성 안으로 도망치려고 했던 것이군.’
레온은 마지막 남은 한 마리를 마저 처리하면서 상황 파악을 끝냈다.
두 남녀도 여우들을 정리하고 레온에게로 다가왔다.
레온은 고마운 표정을 짓고 다가오는 둘을 바라보면서 겉으로는 겸손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속은.
‘너희들은 이제 내 봉이다!’
두 남녀, 킵과 호노카는 겸연쩍게 웃으며 다가오는 레온의 웃음이 왠지 싸늘하게 느껴졌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활을 든 녹색 머리 여자, 호노카가 먼저 감사를 표하며 입을 열었다.
레온은 호노카를 살펴보았다.
165센티 정도의 키에 예쁘게 생긴 외모, 날씬한 몸매.
이런 것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활은 초보용 노멀 아이템인 것 같은데 가죽갑옷을 입고 있구나. 이제 갓 전직한 상태인 것 같고, 여우 12마리 정도에 쫓기는 걸로 봐서는 레벨은 높아 봐야 20 정도?’
“별말씀을요.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레온은 그들이 몹을 몰아준 덕분에 렙 업도 했지만 그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꺼내지 않았다.
서로 공평한 거래가 된 걸로 하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저는 킵이라고 합니다. 도와주신 대가로 여우들에게서 나온 아이템은 다 드리겠습니다.”
킵의 말에 레온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를 따라 킵과 호노카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우 12마리가 떨어뜨린 아이템은 질 낮은 여우 털 5개와 질긴 여우 고기 3개가 다였다.
“…….”
레온이 아무 말이 없자 킵은 당황했다.
옆에서 호노카가 킵의 옆구리를 찌르며 속삭였다.
“킵, 그런 말은 오히려 기분이 나빠질 수가 있다고… 이런 잡템이나 먹으려고 도와주신 것도 아니잖아.”
“그… 그래.”
‘다 들린다, 이것들아.’
“그럴 수는 없지요. 다들 목숨 걸고 잡은 여우들인데 정확히 3등분하겠습니다.”
레온은 여우 고기는 3개니까 1개씩 나누고 여우 털은 자신과 호노카에게 2개씩 분배하고 킵에게는 1개를 주었다.
자신에게 잡템이나 먹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말한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물론 킵이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레온은 멋대로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