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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9화)
04. 너희들은 내 봉이야(3)


“다들 HP가 바닥이신 것 같은데 여기서 HP를 채우시고 사냥을 계속하시죠. 여기는 여우들이 리젠이 잘 안 되는 지역이라 안전하거든요.”
“네, 감사합니다.”
레온의 권유에 호노카가 얼른 대답하며 레온을 따라 나무 근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킵도 머리를 긁적이며 호노카의 옆에 자리 잡았다.
‘킵이라는 자식이 눈빛으로 뻥을 친모양이군. 아니면 정말로 여우에서 나온 아이템으로 보상을 해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겠지?’
아무리 봐도 킵과 호노카는 보상으로 줄 게 없어 보였다.
‘보상으로 받을 게 없으면 억지로라도 만들어 내야지.’
궁수인 호노카와 자신이라면 좀 더 강한 몬스터가 나오는 지역으로 들어가도 될 것 같았다.
궁수인 호노카가 몹을 끌고 자신이 몸빵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체력이 다되면 킵이 몸빵을 하는 식으로 사냥을 하면 떨어진 HP를 채운다고 쉬는 시간이 줄어들 것 같았다.
파티 플레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레온이었지만 어서 빨리 강해져서 돈을 벌어야 했기에 이들과 같이 사냥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는 레온이라고 합니다. 올해로 24살이 됩니다.”
“아, 저는 호노카에요. 22살이에요.”
“저는 킵이에요. 19살이구요.”
서로 자기소개가 끝나자 레온이 호노카의 활이 시위가 느슨해진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
“활의 내구도가 많이 낮아졌네요. 제가 마침 수리 스킬이 있으니 고쳐 드리겠습니다.”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호노카가 아무 의심 없이 활을 건넸다.
안토시안은 다른 사람에게 아이템을 건넬 때 완전히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면 임의 양도라는 기능으로 시간을 설정해서 상대방이 돌려주지 않았을 때에(일명 먹튀)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본래의 주인에게 돌아오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다른 유저에게 수리나 무기 강화를 맡길 때에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기능이었다.
“누… 누나.”
호노카가 임의 양도를 하지 않고 활을 건네자 킵이 말리려 했다. 하지만 호노카가 레온에게는 보이지 않게 손을 들어 제지했다.
―>가만히 있어.
호노카의 귓속말을 들은 킵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호노카는 자신들을 구해 준 레온이 좋은 것도 아닌 활을 꿀꺽할 정도로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니들, 정말 뭘 해도 다 보인다.’
레온은 그런 모습을 봤지만 모른 척 활을 건네받아 아이템을 확인했다.

초보자용 작은 활
공격력:2―4 내구도:6/20
사용 제한:민첩 15 이상
옵션:정확도 +1
시위가 헐거워져 정확도와 사정거리가 감소한다.

‘뭐 좋은 활도 아닌데 호들갑이야?’
레온은 한 번도 활을 수리해 본 적이 없고 아직 스킬레벨이 낮아 병장기를 수리할 레벨도 되지 않았지만 일단 호노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수리를 청했다.
그렇지만 레온도 막무가내로 활을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얼핏 보니 시위 끝이 활대와 추로 연결되어 있어 추만 조정하면 시위가 팽팽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맞았어.’
활대 끝에 있는 홈에 활시위 끝에 달려 있는 추가 위치해 있었는데 이 추가 시위를 활에다가 걸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손볼 수 있겠어.’
사실 레벨 1밖에 안 되는 수리 스킬로는 기본적인 도구의 수리밖에 안 되었지만 그것은 도구에 대해서 전혀 모를 때의 이야기!
‘이렇게 도구의 제작 원리를 파악한다면 스킬이 부족해도 수리가 가능할 거야.’
레온은 확신을 가지고 활대에서 시위를 빼내었다.
시위가 헐거워져서 그리 어렵지 않게 활에서 빼낼 수가 있었다.
‘5미리 정도만 당길까? 1센티 정도 당기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힘이 달려 시위를 걸지 못할 것 같은데… 5미리만 하자.’
레온은 해체 스킬로 한쪽의 시위만 추를 풀어서 위치를 5미리가량 안쪽으로 당긴 후에 활대에 시위를 걸었다.
‘이이익!’
5미리만 옮겼는데도 다시 시위를 걸려니까 힘이 들었다.
‘제기이랄! 시위도 못 걸면 쪽팔려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아아!!!’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안간힘을 쓰자 추가 활대 끝에 걸렸다.
―초보자용 작은 활을 수리하였습니다.

초보자용 작은 활
공격력:2―4 내구도:14/20
사용 제한:민첩 15 이상
옵션:정확도 +1

“휴∼”
내구도가 최대치까지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최대 내구도를 깎아먹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활을 호노카에게 건넸다.
“아직 스킬레벨이 낮아서 완전히는 수리가 안 되었습니다.”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맞다! 킵, 너도 단검 내구도가 거의 다되었잖아.”
“어? 어…….”
“이리 주세요. 수리해 드릴 테니. 내구도가 다된 검으로 사냥을 하다가 검이 파손되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네… 여기.”
웃으면서 단검을 건네받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레온은 막상 단검을 받아 놓고 보니 수리할 방법이 막막했다.
숫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수리 도구가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자신의 수리 스킬은 한 번에 짠하고 고칠 수 있는 액티브 스킬이 아니라 수리 확률을 높여 주거나 기술을 좀 더 올려 주는 패시브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음…….”
레온은 단검을 노려보며 방법을 강구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제가 수리 도구를 가지고 오지 않았네요. 어차피 똑같은 것이니 제 단검을 쓰세요.”
레온은 주머니에서 초보자용 단검을 꺼내어 킵에게 건네었다.
“아,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킵이 살짝 감동하는 듯하자 레온은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닙니다.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살아야죠.”
레온은 아까 전에 이어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2번이나 했다.
호노카와 킵은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기가 미안했던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호노카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저희가 가진 게 없어서 해 드릴 건 없고 같이 파티 사냥하실래요? 제가 궁수니까 몹을 끌어 올게요. 킵이 HP가 렙에 비해서 많은 편이니 탱커(파티 사냥 시에 몸빵을 담당)를 하고 레온 님이 공격력이 높으신 듯하니 데미지 딜러(공격력을 담당)를 하시면 사냥 속도가 빨라질 거예요.”
호노카는 레온에게 파티를 권하면서 이렇게나 말을 잘하는 스스로가 대견한지 짙게 미소 지었다.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이는 남녀구만.’
“좋습니다. 저도 혼자 사냥하기 심심했는데 같이 가시죠. 마침 HP도 다 회복이 되었네요.”
“네.”
레온이 먼저 일어서자 호노카와 킵도 덩달아 일어났다.
“제가 몹이 많이 리젠되는 곳을 알고 있으니 안내할게요.”
“네, 앞장서세요.”
레온은 앞장서서 뛰어가는 호노카와 킵을 뒤따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너희들은 나의 광렙의 제물이다. 너희를 이용해서 미친 듯이 렙 업을 해 주마.’
새로운 파티원이 늘어나서 사냥이 수월해질 것 같아 기뻐하던 호노카는 왠지 뒤통수가 뜨끔해졌다.
‘응? 기분 탓인가?’
이렇게 3인의 파티 플레이가 시작되었다.

“핫!”
―치명적인 일격으로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 90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레온이 마지막 여우를 제거하자 6번째 몰이사냥이 끝이 났다.
레온은 몰이사냥을 하면서 사정거리가 긴 장창의 사용 방법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효율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창날이 크지 않아서 휘두르는 것보다는 찌르기 공격을 할 때에 치명타가 자주 뜨는구나.’
창대를 잡을 때도 좁게 잡는 것보다는 어깨너비보다 넓게 잡으며 최대한 사거리가 길어지게 창대의 끝 쪽에 왼손을 가져다 대었다.
‘나는 사실 무술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다시 시작된 사냥에서 레온은 자신의 생각을 확신했다.
―치명적인 일격으로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 91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이것 봐, 이제 3번 중에 한 번은 치명적인 일격이 나오고 있어.’
레온은 창을 다루는 것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몸집이 작은 편인 여우의 급소를 제법 정확하게 찌를 수가 있었다.
창술이나 봉술을 전문적으로 배우기는커녕 살면서 배운 무술이라고는 군대에서 배운 태권도와 총검술이 다였다.
무술 경험이 일천한 레온이었지만 창을 다루면서 점점 실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갔다.
“저… 조금만 쉬는 게 좋겠어요. 계속 뛰었더니 힘이 드네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창이 손에 익숙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
레온은 몇 번 사냥도 하지 않았는데 힘겨워하는 호노카를 보며 혀를 찼다.
‘22세기에 아직까지 저런 연약한 컨셉의 여자가 있었나?’
“그럼 호노카 님이 체력 회복이 될 때까지 여기서 리젠되는 몹을 사냥하도록 하죠.”
그래도 반복된 몹 몰이로 지쳐 있는 호노카에게 너무 모질게 대하면 파티 사냥을 안 한다고 할지도 모르니 레온은 할 수 없이 제자리 사냥을 제의했다.
“네, 그럴게요.”
사냥을 할 때에 주로 레온과 호노카가 의견을 제시하고 킵은 거기에 따르는 편이었다.
이번에도 킵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사실 레온의 의견이 가장 많이 작용을 하니 파티의 실질적인 리더는 레온이었다.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 62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이것 봐 몰이사냥을 하지 않으니까 크리티컬도 터지지 않는구나. 역시 사냥은 떼로 몰려드는 몹들을 몰살시키는 재미로 하는 거였어.’
파티 플레이가 싫다고 할 때는 언제고 막상 시작을 하고 보니 재미를 느끼는 레온이었다.
“응? 이건 뭐지?”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서 늙은 여우의 꼬리(1)를 습득했습니다.
“그건 퀘스트할 때 필요한 아이템이에요. 잘 안 나오는 편이라서 개당 1실버 이상은 받는 것 같더라고요.”
‘돈이 되는 아이템이구나.’
아이템은 레온이 다 먹은 후에 사냥이 끝나면 공정하게 나누기로 했기 때문에 일단 챙겨 놓기만 했다.
“체력이 다 회복된 것 같아요. 갔다 올게요.”
“네, 다녀오세요.”
호노카가 다시 몹 몰이를 하러 간다는 말에 레온은 방긋 웃었다.
그녀가 간 사이에 레온은 호적 정리를 하기 위해 킵에게 말을 건넸다. 자신보다 5살 어린 동생에게 언제까지 존대를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자식이 알아서 모실 것이지 언제까지 내가 말을 높여 줘야 하는 거야?’
“킵 님. 호노카 님과는 친남매인가요?”
“아, 아니에요. 누나 친구인데 우리 누나한테 계속 같이 게임하자고 해서, 친누나는 하기 싫다고 저보고 하라고… 그래서 같이 하고 있어요.”
그 말인즉, 누나 친구가 안토시안 게임을 하는데 친구인 킵의 누나에게 같이 게임을 하자고 했고 게임을 하기 싫은 킵의 누나가 동생에게 호노카와 같이 게임을 하라고 동생을 팔았다는 말인 듯했다.
여기서 레온이 깨달은 것은.
‘집안에 돈이 많구나! 그러니 아직 어린 나이에 500만 원이나 하는 기계를 들이고 한 달에 20만 원이나 하는 정액료를 내는 게임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겠지.’
레온은 킵의 집이 잘살 거라고 생각하자 그가 달리 보였다.
‘이런 부자들은 게임을 하다 보면 렙 낮고 장비 없는 것이 서러워 현질을 한단 말이야. 현질을 하게 되면 레벨이 급속도로 오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친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생기겠지.’
레온은 멋대로 그들과 친하다고 판단하며 밝게 웃었다.
‘넌 역시 봉이야.’
“그런데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데 말씀 낮추세요. 제가 형이라고 부를게요.”
“그래도 되려나?”
레온이 애써 나서지 않아도 킵이 먼저 말을 꺼냈다.
벌써 말을 낮추면서도 레온은 한 번 튕겼다. 기다렸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네, 저도 부담스럽기도 하구요.”
“그러자, 킵.”
일이 결정이 되자 행동이 빠른 레온이었다.
‘그러면 호노카도 돈이 많다는 이야기인가? 어쩌면 나처럼 생계형 게이머일 수도 있잖아? 아니야, 그러기에는 너무 고생 모르고 살아온 티가 많이 나.’
레온은 호노카의 신상에 대해서도 나름 파악을 했다.

“여기 있습니다. 아이템을 모두 다 팔아 보니 7실버 532페소가 나왔으니 일인당 2실버 510페소씩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레온 님.”
“고마워요, 레온 형.”
2페소의 잔돈은 물론 레온이 챙겼지만 둘은 그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사냥을 그만하고 쉬고 싶었는데 레온이 자꾸 재촉하는 바람에 10시간 가까이 사냥을 했더니 진이 빠져 버린 것이다.
덕분에 레온은 레벨 2개를 올릴 수 있었다.
결국은 친구 등록을 한 후, 다음에 같이 사냥한다는 전제 조건 하에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형, 저도 가 볼게요. 즐겜하세요.”
“그래, 호노카 님도 잘 들어가세요.”
레온은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고 황급히 사라지는 두 명의 남녀에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너희들이 그렇게 해도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없어. 벌써 너흰 내 봉이 되었단다.’
레온은 뒤돌아서며 주머니에 든 동전들을 만지작거렸다.
“역시 50페소 정도 빼돌려도 모르는 거였어. 조금 더 빼돌릴걸 그랬나? 한 500페소 정도? 아니야, 그 정도면 눈치챘을지도 몰라. 다음에는 100페소 정도 빼돌려 봐야겠다.”
레온이 50페소의 부가 수입에 대해서 즐거워하고 있을 때 누군가 저 멀리서 레온을 향해 다가왔다.
“카드리안!”
레온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의 모양새를 살폈다.
170센티 정도의 키에 지저분한 갈색 로브를 입은 수염이 덥수룩한 여행자, 스미스가 자신에게 미소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레온 카드리안! 잘 지냈었나?”
“스미스 씨!”
레온은 자신을 향해 반가운 미소를 날리며 다가오는 스미스에게서 강한 향기를 느꼈다.
‘퀘스트의 향기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