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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10화)
05. 대현자 한스킨스와의 대면(1)


레온에게 다가온 스미스는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자네 메그론 씨와 지프에게 이야기 들었네.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별말씀을요, 매그론 씨와 지프 씨가 어렵지 않은 일을 맡겨 주신 덕분에 서투른 제가 시간 안에 일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께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겸손할 필요 없네. 사람을 칭찬하지 않는 지프가 자네에 대한 극찬을 했어. 그 정도면 자네는 아주 일을 잘 해낸 것이지.”
“그렇습니까?”
‘지프는 사실 좋은 사람이구나.’
레온은 자신을 칭찬했다는 소리에 지프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그나저나 이런 상황에서 자네를 만나다니 정말 다행이야. 내가 사실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네.”
‘도와줄 테니 퀘스트를 주시오.’
레온은 퀘스트를 기대하면서 스미스에게 한 발짝 다가가며 관심을 표했다.
“아니, 그게 무엇입니까? 스미스 씨의 일이라면 저와도 무관하지 않으니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자네, 그 정도로 나를 생각해 주는 것인가? 고맙네.”
―여행자 스미스와의 호감도가 최대치가 됩니다.
스미스는 살짝 감동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표정을 고치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사실 내가 지인의 부탁으로 하르겐 성에서 이곳 뉴 필모어까지 물건을 전달해 주기로 했는데 도보 여행이라는 것이 다 그렇지 않은가? 약속된 날짜보다 3일가량 늦어 버렸다네.”
“여행자에게 그 정도의 여유가 필요한 법이죠. 아니, 여행자에게 물건을 맡기면서 3일의 여유시간도 주지 않을 정도로 인색한 사람입니까?”
레온은 스미스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짐짓 화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물건을 건네준 지인은 내가 평소에 친하고 나를 후원해 주는 귀족이라 상관이 없다네. 문제는 물건을 마법사의 탑에 전해 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물건이 늦게 도착하자 물건을 받기로 한 사람이 나를 직접 보고 물건을 받기를 원한다는 말을 들었다네.”
‘마법사의 탑?’
레온은 마법사의 탑이라는 말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그러면 직접 만나서 물건을 전달하고 사과를 하면 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레온의 물음에 스미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라네, 물건을 받기로 한 사람이 저 유명한 대현자이자 마법사인 한스킨스 님인 줄 알았다면 절대로 늦지 않았을 것을. 한스킨스 님은 매사가 철저한 편이라 약속을 어기는 것을 매우 혐오한다네.”
레온은 스미스의 말을 들으며 한스킨스를 거론할 때 스미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이 사람, 한스킨스를 겁내고 있다. 서로 아는 사이인가 보구나.’
“그렇다고 해서 설마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레온의 말에 스미스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죽일지도 모른다네.”
“네? 설마요. 그렇게 고명한 대현자께서 물건이 좀 늦게 왔기로서니 배달하는 사람을 죽이다니요?”
“그게, 사실은…….”
스미스가 사정 말하기를 망설였다.
“말씀해 보세요, 스미스 씨. 우리 사이에 비밀이랄 것이 있겠습니까?”
레온이 살살 달래자 스미스가 체념한 채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은… 나는 한스킨스 님의 제자였다네.”
“아니 그러면 스미스 씨가 학자였다는 말입니까?”
어딜 봐도 공부하고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스미스가 학자였다니.
“그게 아니라 마법사였다네. 그것도 그의 수석 제자였는데 한스킨스 님은 보필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성격이라네… 너무 완벽주의자라서 나 같은 자유로운 성격을 지닌 사람과는 상극이라고 할 수 있지.”
‘그래서 도망쳤구만.’
“처음에는 한스킨스 님과 계속 있다가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서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었는데 그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 어느새 5년이 되어 버렸다네. 불안하기는 했지만 한스킨스 님과 같이 지내다가 생긴 원형탈모도 치유되고 자유롭게 사는 게 너무 좋았어. 그래서 마법사의 길을 버리고 여행자로서 잘살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 버린 것이야. 한스킨스 님은 이런 나를 보시자마자 죽이려 들지도 몰라.”
레온은 처절한 스미스의 모습에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불쌍한 것은 불쌍한 것이고 설마 나한테 줄 퀘스트가 한스킨스한테 가서 대신 죽어 달라는 것은 아니겠지.’
레온의 생각이 적중했다.
스미스가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으로 레온에게 매달렸다.
“레온. 자네가 내 부탁을 좀 들어주게. 나대신 이 물건을 한스킨스 님께… 아니, 스승님께 전해주게, 부탁이네. 나는 스승님과 대면하는 순간 스승님의 손에 죽거나 다시 끔찍한 마법사 생활로 돌아가게 될 거야. 도와주게.”
띠링!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여행자 스미스의 의뢰
뉴 필모어 성의 가장 저명한 대학자이자 뛰어난 마법사인 한스킨스의 제자였던 스미스는 지인의 부탁으로 마법사의 탑에 물건을 전달하려 하지만 수신자가 한스킨스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이미 늦어 버린 배달 임무를 대신 맡아 주세요. 그러면 스미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한 시간:3시간
보상:1골드, 스미스의 스킬 두 가지, 행운의 동전, 스미스의 신뢰
난이도:E

‘좋았어!’
레온은 보상을 보고는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스킬을 두 개나 배울 수 있고 행운의 동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1골드는 지금이 자신에게 작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고지식한 한스킨스 님이 제 말을 들으려 할지…….”
“내가 스승님에게 대비할 말 기술을 가르쳐 주겠네, 제발 부탁이네. 나를 좀 살려 주게.”
레온은 살짝 한 번 튕겨 본 건데 스미스가 너무 간절하게 나오자 더 이상 거부하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승낙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다소 어려운 부탁이지만 스미스 씨의 부탁이니 들어드리겠습니다.”
―퀘스트를 받으셨습니다.
“고맙네.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우리 사이에 당연한 것이지요. 은혜라니요.”
스미스는 레온을 생명의 은인 바라보듯이 바라보았다.
“그럼 시간이 없으니 먼저 내가 스승님을 상대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네. 망설이다 보니 벌써 약속한 날짜보다 일주일이나 지나 버렸거든.”
‘자랑이네 그려.’
―스킬 언변을 습득하셨습니다.

[언변(패시브)] LEV1
숙련도:0%
타인과의 대화가 능숙해진다. 다른 사람을 설득할 확률이 20%가 된다.

‘장사할 때 유용하겠어.’
레온은 새로 생긴 스킬에 만족하며 스미스에게 푸른색 고급 천에 쌓인 주먹 두 개 크기의 상자를 건네받았다.
―여행자 스미스에게서 알 수 없는 유물을 받았습니다.
‘유물?’
“그럼 나는 하인델의 펍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부탁하네.”
“염려하지 마십시오.”
레온은 스미스와 헤어지고는 그가 가르쳐 준 마법사의 탑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법사의 탑이라… 혹시 내가 마법사로 전직하게 되려나? 마법사도 나쁘지 않지.”
각종 편리한 마법에, 손도 안 대고 적들을 화려한 마법으로 무찌르기도 하고 수십, 수백의 적들을 쓰러뜨리는 대마법!
마법을 난사하며 전장을 누비는 모습, 이 얼마나 멋들어진 모습인가?
게다가 마법사는 마법을 이용하여 마법 아이템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정말 돈 되는 직업이구나. 어쩌면 검사나 대장장이보다는 마법사가 돈 벌기에는 더 좋을지도 몰라.”
레온은 마법사가 되어서 떼돈을 버는 자신을 상상하며 스미스가 가르쳐 준 마법사의 탑으로 향하였다.
“저것 봐, 하가론 경이야!”
“어디어디? 와! 정말이네. 은기사단이다!”
레온은 마탑으로 향하는 길에 들려오는 환호성 소리에 문득 사람들이 몰려드는 대로 쪽을 바라보았다.
“하가론! 하가론!”
“은기사단 만세!”
주변에 있는 모든 NPC들이 환호를 하며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레온도 궁금증이 생겨서 인파를 헤치고 들어갔다.
“아! 은기사단이 출정을 마치고 돌아온 모양이군.”
“이번, 출정은 스타빌이라는 사람도 따라 갔다던데 저기 보이는 유저가 스타빌인가?”
“맞아. 저 검은 머리 남자가 스타빌이지. 뉴 필모어 성의 유저 중에서는 최초로 은기사단의 기사가 되었다는데,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지.”
레온도 뉴 필모어 성의 영주 친위대라고 할 수 있는 은기사단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보았다.
자신이 뉴 필모어 영지를 시작 지점으로 선택하면서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이 주요 길드들과 영지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는 NPC들 그리고 세율이었다.
일단 세율은 동부의 영지들 중에서 비교적 싼 편이었고 길드들도 여러 길드들이 경쟁 구도라서 특정 길드의 독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뉴 필모어의 주요 NPC라 하면 당연히 뉴 필모어의 영주 베스틴 뉴 필모어 백작, 은기사단의 단장 하가론, 그리고 마법사의 탑 수장인 대마법사 뷰넨.
이렇게 3명이 가장 영향력이 큰 NPC들이었다.
그중, 뉴 필모어 성의 실질적인 힘이라고 할 수 있는, 1,000여 명의 은기사단을 이끄는 기사단장 하가론 남작. 들리는 소문으로는 6개월 전에 누군가 하가론 남작의 레벨을 확인했었는데 그 당시 320이 넘었다고 하였다.
수련이나 깨달음, 사냥 등으로 레벨이 오르는 NPC의 특성상 지금은 더 높아졌을 것이다.
현재 안토시안의 최고 레벨인 유저가 레벨이 250대에 머물고 있으니 하가론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는 짐작해 볼 수가 있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보니 1:1로는 하가론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정설이었다.
그런 하가론이 이끄는 은기사단에 입단한 스타빌이라는 유저는 그야말로 모든 유저들의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저 검은 머리가 스타빌인가? 동양인이구나.’
전 세계인이 즐기는 안토시안에서 유저가 한국 사람일 거라는 판단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안토시안은 비록 한국 게임 회사에서 개발과 운용을 하지만 유저 중에서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만 평균 접속자가 20만이 넘어섰으니 실로 많은 사람들이 안토시안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하가론! 하가론!”
영지민들이 끊임없이 하가론과 은기사단을 연호하자 주변의 유저들이 부러운 듯 질투어린 말들을 뱉어 냈다.
“쳇, 부럽구만.”
“나도 기사로 전직했으면 저딴 은기사단 들어가고도 남았다고, 직업이 모험가인데 어떻게 하겠어.”
주변의 유저들은 스타빌에 대한 부러움을 토해 내며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길을 갔다.
‘두고 봐라. 나도 저렇게 환호를 받을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레온은 꽃가루를 뿌리며 환호하는 영지민들에게 손을 들어 흔들며 밝은 미소를 짓는 스타빌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마법사의 탑으로 발길을 돌렸다.
뒤숭숭한 기분이 되어 마법사의 탑에 도착한 레온은 당혹감을 느껴야 했다.
“마법사의 탑이란 도대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 거야?”
마법사의 탑이라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위치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각종 고급 상점들이 즐비한 명품 거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매우 괴이했다.
다른 가게들은 멀쩡한데 마법사의 탑 주변에만 새하얀 구름이 끼어 있는 것이었다. 안개가 아니라 구름이.
게다가 마법사의 탑은 땅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 거대한 구름 덩어리 위에 지어져 있었다.
땅 위에 생성된 구름도 황당한데 구름 위에 건물을 올리다니.
“역시 마법인가? 땅 팔고 이사 갈 때 편하겠네.”
레온은 역시 상업적으로 마법사의 탑을 판단했다.
마법의 탑은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원뿔형 구조로 도저히 구름이라고 믿기지 않는 털실같이 단단하게 뭉쳐 있는 5미터 높이의 구름 덩어리 위에 올려져 있고 구름은 지면과 맞닿아 있었다.
전혀 불안해 보이지 않고 안정감이 있었으며 보는 이에게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커다란 정문과 지면을 연결하는 대리석 계단이 나 있었는데 신기한 것은 계단 한 칸 한 칸에 얇디얇은 구름이 끼어 있어 신비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들어가 보자.”
레온은 혹시나 자신이 올라서서 구름 위에 놓여 있는 대리석 계단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