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복원술사 1권(12화)
05. 대현자 한스킨스와의 대면(3)
“스미스는 한스킨스 님을 뵙지 않을 겁니다. 그는… 마법을 버렸다고 했습니다.”
레온의 말에 한스킨스가 인상을 썼다.
“마법을 버렸다고? 그가 나의 제자임을 포기했다고 해도 나는 그를 보아야겠다.”
한스킨스가 고집을 부리자 레온은 진중한 어조로 설명을 했다.
절로 언변 스킬이 발휘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찾았습니다. 비록 한스킨스 님과의 영광스러웠던 기억이 그를 평생 괴롭히긴 하겠지만 진정 용감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미스가 그리 말하더냐? 감히 스승을 가르치려 들어? 그놈이 세상을 떠돌며 철학자가 된 모양이구나.”
한스킨스가 퉁명스레 말하자 레온은 슬슬 짜증이 났지만 끝까지 침착하게 대화를 이끌었다.
“스미스도 한스킨스 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있고 또 죄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감히 스승님을 볼 낯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스스로, 그리고 한스킨스 님에게 당당해지는 그날이 올 때, 그때 찾아와 사죄를 드릴 겁니다.”
“됐다. 그만하거라. 그놈에게 다음에 찾아오거든 죽이지는 않는다고 하여라. 그리고…….”
레온은 한스킨스가 납득을 하는 듯하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좋아하다 그의 마지막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것을 가지고 라돈을 찾아가 보거라.”
레온은 한스킨스가 주는 작은 종이를 받아 들고 물었다.
―대현자 한스킨스에게 알 수 없는 종잇조각을 받았습니다.
“라돈이라면 그 대장장이 라돈을 말씀하시는…….”
“내가 그것까지 일러 주랴? 썩 꺼져라.”
한스킨스가 소매를 한 번 크게 휘젓자 레온의 몸이 벽 쪽으로 날아갔다.
“이런 나를 죽이려고!”
레온이 깜짝 놀라 발버둥 쳤지만 애초부터 자신의 레벨로 대현자이자 마법사인 한스킨스의 힘에 대항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렇게 처음으로 죽는 것인가?’
레온은 곧 있을 고통을 각오하며 눈을 꼭 감았다.
하지만 그의 몸은 벽에 부딪히지 않고 벽을 통과하여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스킨스가 한심한 듯 중얼거렸다.
“저런 애송이에 겁쟁이가 위대한 진전을 이은 것인가? 인정할 수 없다. 정녕 천공의 돌이 네놈을 선택했다면 그 증거를 가지고 오거라.”
천공의 돌이 레온의 손에서 빛났다는 것이 충분한 증거가 되었지만 한스킨스는 인정하기 싫은 마음에 라돈을 통해 그를 시험하려 한 것이다.
괜히 무안해진 한스킨스는 뒷짐을 지며 벽에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낮게 불만을 토로했다.
“쳇, 빌어먹을 운영자. 이 한스킨스를 감히 유물의 전달자로 만들다니, 고얀 놈.”
벽 속에서 머리만 벽 밖으로 내밀고 방 안의 상황을 보고 있던 병아리가 한스킨스의 목소리에 알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크학!”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새어 나와 버렸다.
쿵!
“…….”
레온은 자신이 죽었을 거라 생각하고 종료 화면을 기다렸는데 종료 화면이 나타나지 않자 살며시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죽지 않았구나.”
자신이 서 있는 곳은 마법사 탑의 정문 앞, 문짝에서 눈알이 생기더니 레온을 바라보았다.
“아∼ 어험. 쫓겨난 거 아닙니다. 제 발로 걸어 나온다는 것을 이렇게 친히 마법을 써 주시는, 으득. 친절한 마법사님이 계셨다니, 예전에는 미처 이런 친절을 받아 본 적이 없네, 그려.”
레온은 표정 변화 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문짝의 시선을 피해 등을 돌려 계단을 내려갔다.
“스미스 씨가 기겁을 할 만한 성격이었어. 그래도 퀘스트는 완료할 수가 있겠어. 다행이야.”
레온은 주변의 NPC들이 마법사의 탑에서 튕겨져 나온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을 무시하며 스미스가 기다리고 있을 하인델의 펍으로 향했다.
길을 걸어가다 문득 한스킨스가 마지막에 건네준 손바닥보다 작은 종잇조각이 떠올라 주머니에서 꺼내 보았다.
앞에도 뒤에도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그것도 사방이 찢어진 평범한 푸른색 종이였는데 도대체 이것을 라돈 영감에게 들고 가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아니 그보다 한스킨스가 말한 라돈이라는 사람이 대장장이 라돈이 맞는지 부터가 의문이었다.
이렇게 커다란 영지에 라돈이 한 사람밖에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는 노친네야. 특히 그 성질머리는. 군대 고참보다 더 대하기 힘든 사림이었어.”
그래도 대현자씩이나 되는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주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주머니에 종이를 집어넣었다.
“전직 전에 죽으면 절대 히든클래스로 전직할 수 없다던데 전직 전까지 몸을 좀 사려야겠어.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어오다 보니 하인델의 펍이 코앞에 보였다.
“스미스가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겠지? 이렇게 고생했는데 식사 한 끼는 대접하겠지?”
끼이익.
기름칠 안 된 펍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식사 시간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스미스도 훈제 오리 요리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기분 좋은 모습으로.
“역시 훈제 오리는 이곳이 제일이야. 하하, 하인델 씨 정도의 요리사가 없단 말이야.”
“허허허, 서비스 좀 드려야겠는데요.”
더불어서 펍의 주인인 하인델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까지,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 고생을 했던가?
비록 돈과 스킬 때문이지만 스미스의 저런 모습을 보니 가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턱.
“저도 스미스 씨의 스승님을 상대하느라 배가 고픈데 같이 먹어도 되겠습니까?”
“헉! 왔는가? 자네. 이거 미안하게 됐네. 자네가 고생할 것을 뻔히 아는 터라 일을 끝내고 오는 대로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주문도 하지 않고 앉아 있기가 너무 미안해서 조금 전에 시킨 것이야.”
스미스의 변명을 그러려니 들어 주고 레온도 포크를 들어 훈제 고기를 입에 집어넣었다.
―하인델의 특선 요리 훈제 오리를 맛보았습니다. 힘 +3, 체력 +5, 지력 +4, 행운 +2, 효과가 4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그래, 갔던 일은 어떻게 됐는가? 스승님께 물건을 전했는가? 혹시 스승님이 이곳까지 온 것은 아니겠지?”
스미스가 불안한 듯 펍의 출입구를 바라보았다.
“한스킨스 님이 시간이 되면 놀러오라고 하시더군요. 죽이지는 않는다고.”
“크흠, 안 가.”
레온은 스미스의 반응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퀘스트의 완료를 알렸다.
“약속대로 물건은 한스킨스 님에게 정확히 전달했습니다.”
“정말인가? 이거 정말 고맙네.”
스미스가 오리 기름이 잔뜩 묻은 양손으로 레온의 손을 붙잡으며 감사를 표했다.
띠링!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여행자 스미스의 의뢰
뉴 필모어 성의 가장 저명한 대학자이자 뛰어난 마법사인 한스킨스의 제자였던 스미스의 의뢰를 받아 무사히 한스킨스에게 귀중한 유물을 전달할 수가 있었습니다. 스미스는 당신에게 매우 고마워할 것입니다.
보상:1골드, 스미스의 스킬 두 가지, 행운의 동전, 스미스의 신뢰
난이도:E
―퀘스트에 대한 보상으로 행운의 동전을 받았습니다.
―여행자 스미스가 당신을 신뢰합니다.
―1골드를 받았습니다.
행운의 동전
하루에 한 번 동전을 던져 운을 점쳐 볼 수 있다.
사용 제한:동전의 주인만 운을 점칠 수 있다.
옵션:행운 +50, 실패 확률이 있는 스킬의 성공률을 10% 올려 준다.
‘헐, 대박이구나.’
행운이라는 스탯이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탯을 50이나 올려 주는 것은 초보자가 가지기에는 엄청 좋은 아이템임에 분명했다.
게다가 스킬의 성공률을 10% 올려 주는 옵션까지 있었다.
‘나중에 행운 스탯에 대해서 알아봐야겠구나.’
“내가 더 이상 줄 것은 없고 잔재주 하나를 가르쳐 주겠네.”
‘그렇지! 스킬을 두 가지를 준다고 했으니 아직 하나가 남았어.’
레온은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오리 요리를 먹으며 스미스를 바라보았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내가 이리저리 여행을 하다가 터득한 것인데 뭐냐 하면 주변의 지형을 파악하는 기술이네.”
“네?”
그런 스킬을 익혀서 뭐에 쓴다는 말인가? 미니맵에 다 표시되는 것이 주변의 지형인데.
“하하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분명 도움이 될 걸세. 나중에 기술이 능숙해진다면 주변 지역에서 서식하는 식물, 동물, 몬스터 심지어는 지질의 종류까지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라네.”
그래도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 따위 것들을 알아서 뭐한단 말인가? 하지만 주는 스킬을 마다할 수는 없어서 넙죽 스킬을 습득했다.
―스킬 지형파악을 습득하셨습니다.
[지형파악(액티브)] LEV1
숙련도:0%
소모:MP200
주변의 반경 50미터의 지형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MP도 지지리 많이 처먹는 스킬이구나. 가르쳐 준다니 배우기는 하겠지만 스미스 이 사람 몹쓸 사람이구만.’
배울 수 있는 스킬의 수에 한도가 없기 때문에 레온은 일단 배워는 두었다.
“그러고 보니 스미스 씨는 배달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계셨습니까?”
레온의 질문에 스미스는 고개를 저었다.
“부탁 받을 때 철저히 비밀로 하고 상자를 열어 보지 말라는 당부를 들어서 나도 뭐가 들었는지는 모른다네.”
‘쓰레기와 돌멩이가 들어 있었지요.’
레온은 속으로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습니까? 그럼 스미스 씨의 일도 무사히 끝냈는데 이제 저는 일이 있어서 그만 가 봐야겠습니다.”
마침 배고픔 게이지도 가득차서 더 이상 여기서 스미스와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 고맙네. 나도 이제 뉴 필모어 성을 떠나 이스트 빌로 가야 한다네. 언제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인연이 계속되길 바라네.”
스미스가 그렇게 말하며 악수를 청했다.
레온은 씨익 미소 지으며 스미스의 손을 맞잡았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 혹시 오리 기름 닦으려고 악수 하신 것은 아니지요?”
레온은 자신의 오른손에 잔뜩 묻은 오리 기름을 테이블보에 닦았다.
“크하하하, 이거 미안하군. 나는 음식을 먹을 때 도구를 잘 쓰지 않는다네.”
레온은 그런 스미스의 보기 좋은 웃음에 같이 미소 지어 주고는 등을 돌렸다.
문을 나서 밖으로 나가려던 레온은 스미스가 라돈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리 고기를 추가 주문하고 있던 스미스에게 물었다.
“스미스 씨, 혹시 라돈이라는 사람을 알고 계십니까?”
이렇게 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자신을 이끄는 손길을 향해 한 발짝씩 걸어가고 있었다.
복원술사의 길을 향해.
06. 전직 퀘스트를 받다(1)
정민은 마트에서 가장 싼 가격으로 꼭 먹어야 하는 필수 식재료들로 장을 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 건물로 들어왔다.
“이걸로 3주가량은 버틸 수 있겠지만 3만2천 원이라는 거금이 나가 버렸어. 수도세, 가스비는 어차피 거의 쓰지를 않으니 얼마 안 나왔는데 전기세는 이렇게나 나와 버렸구나. 도대체 무직자에게 의료보험비는 왜 받는 거야?”
정민은 냉장고에 식재료를 집어넣으며 계속 불만을 토해 냈다.
“월세를 내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이럴 줄 알았으면 100만 원 정도 더 모은 다음 일을 그만두는 거였는데… 가지고 있는 2골드로 거래를 할까? 아냐, 얼마 되지도 않는데 돈이 더 떨어지면 하자.”
정민은 간단히 요기 거리를 만들어서 컴퓨터 앞에 앉아 공략 팁과 안토시안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이게 뭐야? 안토시안 유료 정보 공유 사이트? 이게 뭐하는 곳인데 정보 확인하는데 한 달 정액이 3만 원이나 되는 거야?”
정민은 정보를 알기 위해서 정액료를 지불할 의향이 전혀 없었다.
그럴 돈도 물론 없었고.
“보자∼ 행운 스탯은 물건의 제조 시에 좋은 옵션이 뜨게 할 확률을 높여 주고 몹을 잡을 때 아이템 드랍 확률을 높여 주고, 퀘스트 확률, 크리티컬 확률, 마법 성공 확률, 스킬 성공 확률, 던전 발견 확률, 랜덤 아이템 발생 시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 등등…….”
한마디로 말하면 운이 높아진다는 말이었다. 어느 직업에나 적용이 되기 때문에 안토시안의 유저들은 행운 스탯을 얻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행운 스탯은 생성되는 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에 주로 행운 스탯을 올려 주는 아이템을 들고 다니는 편이었다.
“스미스 이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잖아?”
정민은 행운의 동전을 경매 사이트에 검색해 보았다.
“행운의 동전… 삽니다, 50만 원에 삽니다, 100만 원, 급매로 팝니다, 200만 원……. 이런 동전이 200만 원이라고?!”
정민은 경악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