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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13화)
06. 전직 퀘스트를 받다(2)


콰당!
기껏해야 10, 20만 원이면 많이 쳐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검색을 한 것인데 희소성이 있는 아이템 같았다.
“오예!! 정말 스미스는 좋은 사람이었어! 크하하하하! 이제 당분간 돈 걱정을 덜 수 있겠구나.”
E등급 퀘스트에서 나올 수 없는 아이템이 정민의 손에 들어왔는데 정민은 동전을 팔 생각에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목숨 걸고 완수한 퀘스트인데 이 정도 아이템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된다고 생각했다.
“가만있어 보자. 파는 사람은 한 명인데 구하는 사람은 수십 명이라 하면 그만큼 가치가 높고 희소성이 있다는 말인데 내가 조금 사용해 보고 필요 없으면 그때 팔면 되잖아?!”
정민은 그래도 한스킨스에게 죽을 뻔하면서 얻어 낸 아이템인데 조금 사용하고 팔기로 결정했다.
“신나는구나, 어서 게임에 접속해야지. 어떤 대박이 나를 기다리려나?”
정민은 기대에 부풀어 안토시안에 접속했다.

스미스도 대장장이 라돈밖에 모르는 듯 보여 레온은 일단 라돈의 대장간으로 방향을 잡았다.
“질 낮은 여우 털 대량으로 팝니다.”
“덩치 작은 늑대 발톱 30개 팝니다.”
“초보자가 쓸 수 있는 장검 삽니다. 고수님들 남으시는 것 주고 가세요.”
‘쯧즛쯧, 불쌍한 초보들아. 나는 이제 너희들과 가는 길이 틀리단다.’
레온은 게임 접속 시에 지급되는 기본적인 면 옷을 입고 장사를 하는 초보들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에게는 행운의 동전이라는 인생 역전 아이템이 있거든.’
레온은 그들과 다르다는 우월감을 느끼며 그들을 지나쳐 라돈의 대장간으로 들어섰다.

라돈의 불타는 대장간

라돈의 대장간은 지프의 대장간과는 다르게 대장간 치고는 상당히 깔끔하고 정리도 잘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장간의 옆에는 규모가 꽤 큰 무기 상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장간에서 만든 것을 직접 판매하는 모양이구나.”
그때 무기 상점에서 깔끔하게 차려입은 젊은 점원이 레온에게로 다가왔다.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십니까?”
깔끔한 인상의 점원은 자신의 차림새를 살피며 어떤 장비를 권할지를 생각해 보는 것 같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초보자용으로 좋은 아이템들이 나왔는데 보여 드릴까요?”
‘이래서 지프보다는 라돈을 인정하는구나. 확실히 라돈의 대장간은 상술을 잘 아는 모양이야.’
“저는 물건을 사러 온 것이 아니라 라돈 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레온의 말에 점원의 표정이 타이르는 듯한 표정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라돈 명장님은 약속된 사람이 아니면 만나실 수가 없습니다. 바쁘신 분이거든요.”
어떻게 해서라도 라돈과의 인연을 만들어 장비나 퀘스트를 받아 내려던 유저들이 많았었는지 점원의 얼굴 표정은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라돈 대장간에 대한 후한 평가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런 점원 자식이.’
레온은 피식 웃으며 주머니에서 파란 종잇조각을 꺼내었다.
“당신이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종이는 대현자이신 한스킨스 님이 주신 마법의 종이입니다. 이것을 라돈 님께 전해 드리면 그분이 판단을 하실 겁니다.”
“그래도 안 됩니다. 방법이 신선하기는 하지만 그런 비슷한 수법에 여러 번 당해서 라돈 님께 혼쭐이 났었거든요.”
점원이 검지를 흔들어 보였다.
라돈과 연줄을 만들기 위해 유저들이 여러 가지 방법을 썼던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은 정말 한스킨스의 종이를 가지고 오지 않았는가?
‘이런 강아지 똥 같은 자식이!’
레온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뉴 필모어 성에서 대현자이자 마법사이신 한스킨스 님의 이름을 가볍게 여기다니!! 당신의 이름을 말하시오. 내가 라돈 님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더라도 이 일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할 터이니, 어서 말하시오! 당신의 이름을 한스킨스 님에게 고하겠소!”
레온이 소리를 지르자 절로 언변 스킬이 발동되었다.
“아니… 그, 그게…….”
점원이 갑작스레 변한 레온의 태도에 당황스러워하며 꺼낼 말을 찾지 못하였다.
가게가 소란스러워지자 무기 상점 안의 손님들과 다른 점원들 그리고 길거리의 사람들이 점원과 레온을 쳐다보았다.
물론 무기 상점의 책임자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도 그에 포함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무기 상점의 점장은 분위기가 좋지 않아 보여 레온에게 정중히 물었다.
“나는 한스킨스 님의 지시로 라돈 님을 만나러 온 사람입니다. 한데 이 작자가 나의 옷차림만 보고 사람을 홀대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라돈 님을 만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이 물건만 전하고 답변만 들으면 되는데… 이런 굴욕적인 기분은 처음이군요.”
―스킬 언변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언변(패시브)] LEV2
숙련도:4.59%
타인과의 대화가 더욱 능숙해진다. 다른 사람을 설득할 확률이 25%가 된다.
10%의 확률로 거짓말을 타인에게 믿게 할 수 있다.

‘응? 벌써 스킬 업인가?’
레온은 잘 알지 못했지만 마법사의 탑에서 대현자 한스킨스를 설득할 때에 경험치가 대폭으로 상승해 있어 거의 렙 업 직전이었기 때문에 지금 렙 업이 된 것이었다.
점장은 미간을 좁히더니 레온에게서 찢어진 푸른 종이를 받아 들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앞면에도 뒷면에도 아무것도 없는 그저 찢어진 종이일 뿐이었다.
점장은 콧수염을 씰룩하며 인상을 찡그리더니 레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 거참. 한스킨스 그 노친네는 좀 그럴듯한 것을 주던가, 민망하게 이런 걸 줘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어?’
점장은 혹시 모르니 라돈에게 이 종이를 가져다 줘 보고 라돈에게 욕을 먹으면 경비병을 불러 레온을 쫓아내기로 마음먹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 말을 남기고 점장은 대장간으로 통하는 문으로 들어갔다.
레온이 소리를 질러서 다소 당황했던 점원은 이제 너는 새됐다는 표정으로 레온을 쳐다보고 있었다.
‘헐, 이거 대장장이 라돈이 아니고 다른 라돈이면 어떡하지? 괜히 일을 크게 벌였나?’
레온은 슬쩍 걱정이 되었다. 자신이 들고 온 종이는 라돈에게 보이라며 한스킨스가 준 종이가 확실했다. 하지만 한스킨스가 말한 라돈이 이 라돈이 아니면 자신은 분명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되리라.
“쩝.”
레온은 괜히 뒷짐을 지며 입맛을 다셨다.
‘이게다 너 때문이다, 빌어먹을.’
레온은 괜히 점원을 째려봐 주고는 시간도 때울 겸 진열된 무기들을 구경했다.
어차피 점장이 와 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것, 초조하게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끼익.
시간이 좀 지나자 대장간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며 잔뜩 굳은 표정의 점장이 들어섰다.
‘일이 잘못됐구나!’
레온은 좋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점장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자 마른침을 삼키며 그를 바라보았다.
“손님에게 결례를 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응? 뭐야?’
“…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그 라돈이 이 라돈이 맞는 모양이네, 아니었으면 새될 뻔했구나. 근데 이 양반은 괜히 인상을 쓰고 나타나서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거야?’
레온은 자신에게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는 점장의 머리를 보며 대답하다가 시선을 돌려 표정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점원을 노려보았다.
“그래, 댁은 이름이 뭐라고요?”
“그, 그게… 죄, 죄송합니다.”
레온이 진짜 라돈의 손님으로 밝혀지자 점원이 황급히 사과를 하며 머리를 숙였다.
레온은 더 몰아붙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쯤에서 그만두고 점장의 안내에 따라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안도하고 있는 점원에게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름은 다음에 꼭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
레온은 다시 똥색이 된 점원의 표정에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게 자식이 왜 나를 무시해?’
깡. 깡. 깡.
대장간 안으로 들어서자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많은 수의 장인들이 웃통을 벗고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프네 대장간보다 장인들이 많구나.’
“이쪽으로 오시죠.”
점장은 대장간에서 다시 안쪽으로 통하는 길로 레온을 안내했다.
‘대장간 안에 이런 장소가 있다니.’
대장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어두운 실내에 햇빛이 새어 들어오며 밖으로 연결이 되었다. 그곳에는 작은 연못과 각종 나무들이 근사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저쪽입니다.”
“네.”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한 대장간과 무기 상점이 보이는 것의 다였지만 대장간 안으로 들어오니 넓은 정원에 솜씨 있게 지은 건물들이 동선에 맞게 잘 배치되어 있었다.
레온은 점장의 뒤를 따르며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대장장이도 마케팅을 해야 해. 아무리 실력이 좋아 봐야 사람들이 몰라주면 소용이 없지. 기본적으로 중세가 배경인 안토시안이지만 그 속에 포함된 시스템이나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22세기의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니 상업성을 배제한다면 손가락만 빨게 될 거야.’
레온은 라돈 소유의 건물들을 구경하며 자신이 생산 직업을 가지게 된다면 라돈 이상 가는 상업성과 기술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점장은 많은 건물 중 비교적 작아 보이는 건물에 들어서더니 평범한 방 앞에서 기름칠이 잘되어 윤이 나는 문을 두들겼다.
똑똑똑.
“마스터님. 손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어서 들이게.”
라돈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점장은 문고리를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드시지요.”
레온은 문 앞에 비켜 서 있는 점장을 지나쳐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적당한 크기의 방 안은 응접실 겸 서재인지 커다란 책장에 책이 잔뜩 꽂혀 있었고 창문을 등지고 있는 오크목 책상에는 깔끔하게 정돈된 사무용품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책상 뒤의 의자에는 절반가량이 하얗게 새어 버린 갈색 머리를 곱게 뒤로 빗어 내린, 마찬가지로 반쯤 새어 버린 갈색 수염을 무성하게 기른 60대로 보이는 노인이 인상을 잔뜩 쓰며 깍지를 끼고 앉아 있었다.
노인의 수염을 대충 보면 사방으로 뻗친 것이 관리를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세심한 손길로 정돈을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라돈 님이십니까?”
“그렇다. 네가 유지를… 유지를 이었더냐?”
“네?”
레온은 처음 만난 자신에게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라돈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곱게 빗어 넘긴 머리, 이마에 굵게 자리 잡은 3개의 주름살, 굵은 흰색 눈썹, 그리고 이글거리는 검은 눈동자, 인중을 지지하고 있는 깍지 낀 손.
레온이 라돈의 모습으로 파악한 그의 성향은…….
‘이 영감도 심상치 않다. 제기랄, 한스킨스 영감이 나를 엿 먹이려고 작정을 한 것인가?’
레온은 한스킨스 때처럼 험한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자세한 상황을 모릅니다. 그저 한스킨스 님이 그 종잇조각을 가지고 라돈 님을 찾아가라 해서 이렇게 왔을 뿐입니다.”
“네가 어떻게 왔는지가 궁금한 것이 아니다. 네가 유지를 이었는지 아닌지가 궁금한 것이다.”
‘유지를 이었다고?’
레온은 문득 한스킨스가 쓰레기 더미 유물을 자신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손 안에서 빛나던 돌멩이까지.
‘그게 내 것이 돼야 하는 건가? 그런 쓰레기가? 그리고 그 물건을 가지게 되면 전직을 하는 모양인데 왜 한스킨스는 그것을 막았을까? 그리고 라돈이 말하는 유지란 무엇일까?’
레온은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의문이 생겨났다.
‘모를 때는 물어보자.’
“제가 어떤 유지를 이은 것입니까? 한스킨스 님은 저에게 유물을 주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탕.
“뭣이라!!! 유물이 한스킨스 님의 손에 들어갔단 말인가? 그 노인네의 손에?!”
라돈이 책상을 양손으로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보다 키가 작구나.’
자리에서 일어선 라돈의 키는 레온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작았다.
“말해 봐라. 정녕 복원술사의 유물이… 메드킨트 님의 유물이, 그 반쪽짜리 마법사 노친네의 손에 들어가 버렸다는 말이냐?”
라돈은 충격을 받아 심하게 흔들리는 목소리로 물으며 레온에게 다가왔다.
‘복원술사의 유물? 처음 듣는 직업인데? 이거 왠지 히든클래스의 냄새가 강하게 난다!’
레온은 드디어 자신에게 히든클래스로 전직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회다! 히든클래스로 전직할 기회! 그런데 한스킨스 그 노친네는 왜 내 유물을 주지 않은 거야? 제길, 노망난 노인네.’
쓰레기 같아 보여도 한스킨스에게 건네준 유물이 히든클래스 전직의 열쇠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 유물은 벌써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는 레온이었다.
“네… 안타깝게도 복원술사의 유물은 한스킨스 님에게 넘어갔습니다. 이제 유물은 그의 것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