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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14화)
06. 전직 퀘스트를 받다(3)


레온은 라돈도 그 유물을 간절히 찾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여 라돈을 구슬려 보기로 했다. 어떻게 해서든 한스킨스에게 유물을 받아 히든클래스로 전직을 하여야 했기에 레온의 머리는 엄청난 속도로 돌아갔다.
‘전직용 아이템이면 한스킨스가 사용할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평소에 그렇게 가지고 싶어 하던 유물의 주인이 나타난 것이 못마땅해서 나를 시험하려는 것이겠지, 이 라돈 영감을 통해서 말이야. 라돈 영감도 어차피 자신이 가지지 못한 유물, 한스킨스보다는 내가 가지게 해서 그 결과를 알고 싶어 할 거야. 한스킨스가 노린 것이 이런 것이었나? 역시 대현자라는 이름이 아깝지가 않구나.’
레온은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혼자서 체념한 눈빛으로 중얼중얼 거리며 실성한 모습을 보이는 라돈 영감에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유물이 결국 마법사의 손에 들어간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비록 지금은 한스킨스 님이 유물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가 유물의 주인은 될 수 없습니다.”
라돈은 고개를 들어 떨리는 눈동자로 레온을 바라보았다.
“… 무슨 말인가?”
“오랫동안 주인이 없던 유물에 드디어 주인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뭣이라!!”
레온은 유물의 주인이 오랫동안 없었다고 확신했다.
만약 주인 있는 물건이었으면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망가지지는 않았으리라.
“그게… 그게 누구인가? 누가 복원술사의 유지를… 그러고 보니 종잇조각……!그렇지 자네가 바로……!”
“그렇습니다. 저도 유물의 정체를 몰라 제 손으로 한스킨스 님에게 유물을 넘기는 실수를 범했지만 분명히 그 유물은 저의 것입니다. 천…….”
‘아 그 뭐였더라? 천 자로 시작하는 돌멩이가. 한스킨스 노친네가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천…….”
“천공의 돌을 말하는 것인가?”
라돈 영감이 답답한 듯 돌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그렇습니다. 천공의 돌이 제 손에서 빛나는 것을 확인한 한스킨스 님이 유물을 제 손에서 황급히 가져가 버렸습니다. 저는 그의 손에 거의 죽을 뻔하다 살아왔는데 그것으로 본 그분은 저에게 심한 질투심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천공의 돌이 빛났다고……? 그 말이 진짜라면 의심할 여지가 없구만.”
라돈은 힘이 빠졌는지 근처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떻게… 어떻게 우리 일족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유물이 한스킨스의 손에 들어가고 그리고 다른 이의 손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결국 메드킨트 님은 후손에게 유지를 남기지 않은 것인가?”
‘메드킨트가 예전의 복원술사였던 모양이군,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라돈은 그의 후손이 되겠고.’
레온은 라돈의 말로 상황을 유추하며 입을 열었다.
“후대의 우리는 위대하신 분의 행동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유지를 계승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그것을 메드킨트 님이 원하셨을 겁니다.”
“…….”
라돈은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유물이 한스킨스 님의 손에 넘어간 것도 라돈 님의 일족이 복원술사의 유지를 받지 못한 것도 모두다 메드킨트 님의 고귀한 뜻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온은 그 말을 뒤로 라돈의 반응을 기다렸다. 지금 모든 열쇠는 라돈이 쥐고 있었다.
다시 한스킨스를 찾아간다고 그가 유물을 내놓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라돈이 무언가 방향을 제시해 줘야만 했다.
“…….”
레온과 라돈이 서로 침묵한 지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났다.
‘아∼ 이 영감 정말 이기적이네. 자기는 앉아 있고 나는 서 있는데 이렇게 뜸을 들이면 나만 다리가 아프잖아. 지금이라도 앉을까? 아니야 그러면 좀 없어 보이잖아. 짝다리라도 짚을까? 그럼 폼이 안 나는데.’
레온이 사소한 것으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유적이… 있다네.”
1시간 만에 라돈이 입을 열었다.
“유적이라면…….”
“메드킨트 님이 남긴 유적이… 뉴 필모어 영지 근처에 잠들어 있다네.”
‘유적!’
레온은 전직의 가능성과 대박의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거기가 어딥니까?”
“그건 나도 잘 모른다네. 알았으면 벌써 찾았겠지, 다만…….”
‘왜 이렇게 뜸을 들여? 빨리 말해 봐요, 이 양반아.’
“파라곤 산에 유적이 존재한다는 얘기만 전해 들었다네…….”
‘파라곤 산!’
레온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침울한 얼굴로 유적에 대해 설명해 주던 라돈 영감은 갑자기 얼굴빛이 달라졌다.
‘마법사인 한스킨스에게 유물을 빼앗기게 되면 복원술사의 부활은 다음 세대에서나 기대할 수 있으리라. 내가 복원술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아쉽지만 이 젊은이에게 복원술사의 유지를 잇게 만들어야겠다!’
결정을 내린 라돈이 진지한 표정으로 레온에게 말을 건넸다.
“자네가 진정 메드킨트 님의 유지를 이어 받았다면 그 증거를 가져오게.”
“증거라 하시면?”
“잠들어 있는 유적에서 복원술을 배워 오게!”
띠링!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대장장이 라돈의 의뢰
뉴 필모어 성의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 라돈은 일족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유실된 유물이 대현자이자 마법사 한스킨스의 손에 들어가자 복원술사의 유적을 찾아 메드킨트의 명맥을 이으려고 합니다. 제한 시간 이내에 파라곤 산에 존재하는 메드킨트의 유적을 찾아 복원술을 배워 복원술사의 길을 이어받으세요.
제한 시간:99일
사용 제한:캐릭터가 사망한 기록이 없을 것, 직업이 없을 것, 해체, 수리, 도구재료감별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것
보상:히든클래스 [복원술사]로 전직, 명성 +500, 라돈의 붉은 망치, 알 수 없는 지도, 대장장이 라돈의 신뢰, 전 스탯 +5
난이도:전직 퀘스트

‘히든클래스다!!’
레온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한스킨스가 가진 유물이 전직의 열쇠라는 레온의 예상과는 달리 라돈이 전직 퀘스트를 부여했다.
그는 뜸들인 만큼 일사천리로 퀘스트를 부여하였다.
“… 메드킨트 님의 복원술을 반드시! 배워 오겠습니다.”
레온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며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퀘스트를 받으셨습니다.
레온이 바라고 바라던 히든클래스로의 전직 퀘스트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근데 복원술사가 뭐하는 직업이야?’
환희에 차 있던 레온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보자, 복원술사.”
정민은 샤워를 하고난 후 컴퓨터 앞에 앉아 아직 마르지도 않은 머리를 손으로 털며 복원술사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각종 공략 팁, 홈페이지, 카페를 뒤져 봐도 복원술사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
아이템으로 치면 유니크라고 할 수 있는 히든클래스는 전직한 당사자가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런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파. 라. 곤. 산.”
파라곤 산을 입력하니 무수한 자료들이 검색되었다.
정민은 일단 공식 홈페이지의 자료부터 읽어 보았다.
“… 높이 766미터의 낮은 산으로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와 3개의 던전이 있다. 설마 유적이라는 것이 이런 공개된 던전 안에 있지는 않겠지?”
정민은 유적의 탐지권에서 던전이 있는 지역은 제외했다.
“던전 이외의 몬스터의 종류로는 늙은 늑대, 늑대, 흑랑, 늑대인간 등의 늑대류의 몬스터와 멧돼지, 흑 멧돼지, 호그 질럿 등의 멧돼지류 몬스터에 오크, 오우거, 트롤…….”
파라곤 산 전반에 30여 종의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었다.
가장 약하다고 할 수 있는 늙은 늑대조차도 자신의 레벨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이런 제기랄, 이렇게 커다란 산에 이렇게 렙 높은 몬스터 사이에서 어떻게 위치도 모르는 유적을 찾으라는 거야? 99일의 제한 시간이면 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잖아!”
아무리 히든클래스라도 초보자들이 하는 전직 퀘스트라 난이도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그의 생각은 착각이었다.
파라곤 산에서 유적 조사를 하려면 레벨을 높이고 장비를 맞출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일단 렙부터 미친 듯이 올리자.”
정민은 급한 마음에 머리도 다 말리지 않고 접속기 속으로 들어갔다.



07. 레벨을 올려라!(1)


“전에 킵, 호노카와 약해 빠진 늙은 여우를 잡던 곳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늙은 늑대가 나온다고 그랬으니 렙도 올릴 겸, 그리고 파라곤 산의 가장 약한 몬스터가 어떤지 확인도 할 겸 그리로 가자.”
레온은 상점에서 수리용 숫돌과 망치, 노끈 등을 사서 주머니에 챙겨 넣고 식료품점에서 가격대비 성능이 가장 좋은 음식들을 사서 북문으로 향했다.
어서 렙을 올려야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져 걷는 속도가 빨라지더니 급기야는 성문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비켜요. 비켜!”
“어엇.”
“어머! 뭐야?”
레온은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을 헤치며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그리고 성문 앞에서 막 나가고 있는 두 남녀를 피해 밖으로 나가려는데 익숙한 그들을 보고 반가운 얼굴을 하며 멈춰 섰다.
“호노카 님! 킵!”
레온과 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나자 그들은 레온이 반갑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조금 애매한 표정으로 그를 반겼다.
10시간 동안 사냥을 해서 레벨을 제법 올렸지만 거의 쉬지 않고 사냥을 해서 힘들고 지쳤던 기억이 더 컸기 때문이다.
“레온 님.”
“아, 레온 형.”
그래도 생소한 게임 안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 그들은 레온에게로 다가왔다.
“둘이서 사냥 나가는 모양이네요?”
“네, 레온 님. 킵이 전직하기 전에 스탯을 좀 올리고 싶어 해서 같이 사냥하려구요.”
“킵, 너 전직 퀘스트 받은 거야?”
레온이 물어 오자 킵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런 건 아니고 전투 계열로 전직하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힘, 민첩, 체력 같은 스탯이 높으면 전직할 때 도움이 된다고 해서요.”
킵의 설명에 레온은 마주 웃어 보이다가 마침 잘되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파티를 제의했다.
“나도 마침 레벨을 올려야 해서 사냥 나가는 중인데, 같이 가면 되겠네. 괜찮죠? 호노카 님?”
레온은 둘 중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호노카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 그러죠, 뭐.”
미친 듯이 레벨을 올릴 생각에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던 레온의 눈을 본 호노카는 오늘 일정도 사나울 것 같은 예감에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적당히 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레온과의 사냥은 그녀의 바람대로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사냥만 해 보자, 광렙이다!!’
왜냐하면 레온의 사냥 욕구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어서 출발하죠.”
레온이 앞장서서 성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네.”
호노카와 킵도 레온을 따라 사냥터를 향해 뛰었다.
“이얏!”
―치명적인 일격으로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 95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첫 공격부터 크리티컬이라니 감이 좋구나!’
레온이 선공을 날리자 호노카가 자리에 멈춰서 활을 당겼고 킵도 공격을 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킵은 그새 장만했는지 장검을 들고 접근하고 있었다.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서 질 낮은 여우 털(1)을 습득했습니다.
별로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는데 킵이 도착하기도 전에 레온이 여우를 처치해 버렸다.
“어서 몹이 몰리는 곳으로 가자, 지체할 시간이 없어.”
“아, 네.”
공격도 못해 본 킵은 레온의 말에 황급히 대답하며 또 뒤쳐질까 봐 그의 뒤를 바짝 붙어 달렸다.
“핫!”
―치명적인 일격으로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 93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약해 빠진 늙은 여우에게 61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저번보다 레벨이 높아진데다가 킵의 무기가 좋아지고 게다가 레온이 맹렬히 창을 휘두르자 2, 3마리 정도의 약해 빠진 늙은 여우는 더 이상 그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더 바깥쪽으로 나갑시다. 여기는 너무 시시하네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호노카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레온은 그녀를 설득하려 입을 열었다.
하지만 레온이 설득할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나도 더 나가도 될 것 같아. 무기를 바꾸니까 여우들이 너무 빨리 죽네.”
공격력이 높아져서 신이 난 킵이 레온을 거들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 조금만 더 나가 보자.”
킵마저 그렇게 나오자 호노카도 별수 없이 둘의 의견을 따랐다.
초보들이 사냥하는 지역에서 더 바깥쪽으로 나가자 더 이상 단검과 면 옷이 아닌 가죽갑옷과 장검이나 도끼, 활 등을 착용하고 사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리고 몬스터도 좀 더 레벨이 높은 녀석들이 어슬렁거렸다.

<늙은 여우>
<부실한 늙은 늑대>

처음 보는 늑대 계열의 몬스터와 약해 빠졌다는 수식어가 붙지 않은 늙은 여우였다.
“여우부터 잡아 보죠.”
“네!”
레온이 먼저 달려 나가며 늙은 여우를 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