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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15화)
07. 레벨을 올려라!(2)
―늙은 여우에게 56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늙은 여우의 생명력:544/600]
기본적인 방어력이 있는지 공격 시에 데미지가 줄어들고 생명력도 약해 빠진 것들의 두 배나 되었다.
“핫!”
레온의 선공으로 킵과 호노카도 각자의 무기를 들고 여우를 공격했다.
“캬웅!”
늙은 여우는 확실히 약해 빠진 것들과는 틀렸다.
공격 속도나 회피 속도도 빨랐고 공격력도 두 배 이상 강했다.
―공격을 받아 HP가 48 감소합니다.
“에잇!”
―늙은 여우에게서 질 낮은 여우 털(2)을 습득했습니다.
레온이 여우에게서 나온 아이템을 주워 들며 말했다.
“공격력이 약해 빠진 여우들보다 2배 반 정도 강하네요. 늑대도 한 번 잡아 보죠.”
“네.”
호노카와 킵이 동의하며 앞장서는 레온을 뒤따랐다.
“이얏!”
“컹!”
―부실한 늙은 늑대에게 50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부실한 늙은 늑대의 생명력:950/1,000]
선공을 날린 레온은 늑대의 공격력을 알아보려고 일부러 공격을 당해 보았다.
―공격을 받아 HP가 79 감소합니다.
“공격력이 강하니까 최대한 피하면서 공격하세요.”
“네.”
“알았어요, 형.”
늑대는 늙은 여우보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공격력과 방어력, 그리고 생명력이 높아 자칫 방심하면 금방 200∼300의 생명력이 소모되었다.
―부실한 늙은 늑대에게서 덩치 작은 늑대의 발톱(1)을 습득했습니다.
레온은 사용 용도를 알 수 없는 늑대의 발톱을 주워서 주머니에 챙겼다.
“여기서는 몰이를 하지 말고 호노카 님이 선공을 날리고 몹이 접근하면 킵과 제가 막아서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해야겠습니다.”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늑대의 공격력을 확인한 킵과 호노카도 레온의 의견에 동의했다.
부웅, 푹.
“켕!”
레온은 늑대와 여우를 사냥하면서 단지 렙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창에 대해 이해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공격 방법을 시도했다.
―부실한 늙은 늑대에게 15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창대의 끝을 붙잡고 크게 베는 공격은 아직 서툴러서 공격이 빗맞는 경우가 많았지만 점차 공격이 먹히는 횟수가 늘어났다.
―늙은 여우에게 35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레온 형, 갑자기 공격력이 왜 이렇게 약한 거예요?”
공격을 담당하던 레온이 공격력이 줄어들자 킵이 여우를 마무리하며 물었다.
“이렇게 공격하면 사정거리가 조금 늘어나거든, 적응하는데 오래 안 걸릴 테니 네가 고생 좀 해 줘야겠다.”
“그러죠, 뭐.”
늑대와 여우에게 위험한 지경까지 이르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킵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온이 사정거리가 길어지면 그만큼 파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게 분명했다.
‘그래, 찌르기 공격보다는 베기 공격이, 공격 후에 내가 몹의 공격을 피하기가 더 수월해. 이제부터 찌르기와 베기를 병행하면서 사냥을 하도록 하자.’
레온은 이왕이면 내려찍기나 창대로 치기, 창을 이용한 방어 기술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고 싶었지만 미숙한 기술을 남발하게 되면 공격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고 심하면 공격에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찌르기와 베기 위주의 공격에 주력하기로 했다.
‘나중에 베기도 익숙해지면 조금씩 다른 방법도 연습해야겠어.’
창술에 익숙해진다고 공격력이 더 세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빗맞을 확률이나 공격 실패 확률을 줄여 주었다.
레온은 사냥을 통해 빠르게 창술을 익혀 나갔다.
“헉, 헉.”
‘이럴 줄 알았어. 벌써 몇 시간째인지 모르겠네.’
호노카는 숨을 헐떡이며, 경험치가 빨리 오르자 신이 나서 사냥을 하는 레온과 킵을 질린 듯이 쳐다보았다.
“5시간째인데 조금만 쉬다가 다시 할까요?”
“제가 몇 마리만 더 잡으면 렙 업인데 조금만 더하다가 쉬죠.”
“알겠어요.”
아까 전에도 저런 말을 들었지만 호노카는 수긍했다.
그때는 킵이 사냥을 계속하자고 보채며 레온의 편을 들었었다.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더 이상 파티를 하지 않겠어!’
호노카는 힘이 든 것도 있었지만 파티에 자신의 의사가 무시되는 느낌에 기분이 나빠졌다.
‘한 번 쉬어 줘야겠구나.’
그런 호노카의 표정을 살핀 레온은 계속 강행군을 하면 호노카가 삐질 것 같아서 정말 레벨 업만 하고 잠시 쉬기로 했다.
“켕”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10이 되어 보너스 스탯이 주어집니다.(2∼12까지 랜덤) 주사위를 돌리세요.
여우를 5마리 더 사냥하자 레온의 레벨이 올랐다. 그리고 10레벨 단위마다 주어지는 보너스 스탯이 주어졌으며 그를 위한 주사위 두 개가 눈앞에 생겨났다.
“저쪽의 바위에는 몹이 리젠되지 않더군요.”
레온은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서 주사위를 굴리기로 하고 3개의 렙 업으로 인한 스탯은 체력에다 찍은 후에 장소를 이동했다.
“하앗!”
힘이 들었는지 호노카가 신음을 흘리며 잡초 위에 퍼질러 앉았다.
레온은 바위 근처에 자리 잡은 후 자신에게만 보이는 가상의 주사위를 살짝 던졌다.
툭, 툭. 데구르르.
잡초가 많이 자라 있어서 그런지 주사위는 몇 바퀴 구르지 않고 자리에 멈췄다.
‘가상의 주사위 주제에 지형의 영향을 받는 건가?’
결과는 3과 6, 합이 9의 보너스 스탯이 주어졌다.
‘나쁘지 않네.’
레온은 힘, 민첩, 체력에는 2의 스탯을 지력, 지혜, 매력에는 1이 스탯을 분배했다. 그리고 이제는 레벨을 올리는 속도가 조금은 늦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안토시안은 10렙 때마다 렙 업 시에 필요로 하는 경험치의 격차가 심해지기 때문이었다.
“저… 레온 님은 뭐로 전직하실 건가요?”
그때 호노카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물어 왔다.
자신은 복원술사로 전직하기 위해 퀘스트를 받았지만 그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전직이 된 것도 아니고 미리 말했다가 퀘스트를 실패하면 얼마나 창피하겠는가?
“글쎄요, 저는 검사 계열이나 생산직으로 전직할 생각입니다.”
“저도 검사 계열로 전직할 건데! 나중에 같은 계열로 전직하시면 서로 스킬 공유해요, 형!”
‘그럴 일 없단다.’
“물론이지.”
검사로 전직하지 않을 거지만 킵에게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너와 같은 노멀 클래스의 길을 걷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서운해하지 마라. 인생은 복불복인 법이야.’
레온은 마음속으로 킵을 위로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잘 만들었네, 진짜 하늘하고 구별을 못하겠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호노카도 레온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게 세 명이서 나란히 하늘에 흐르는 구름을 구경한 지 20여 초가 지나고…….
“자, 이제 사냥하러 가시죠.”
“…….”
자신의 기준에서 호노카가 충분히 쉬었다고 여긴 레온이 먼저 일어서 사냥터로 이동했다.
“형! 같이 가요.”
호노카는 현실 세상과는 또 다른, 게임 세상만의 낭만을 즐기고 싶었지만 레온에게서 그런 낭만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5분도 쉬지 못했는데 다시 사냥을 해야 하는 호노카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같이 가욧!!”
“이… 이제 그만, 너무 졸려서 더는…….”
사냥을 시작한 지 12시간이 지나자 호노카가 넉다운이 되었다.
호노카는 대학생인지라 학업이 끝난 후에 하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피곤할 만도 했다. 하지만 레온에게는 그렇지가 않았다.
‘아∼ 거참, 징징대네. 안 되겠다, 어차피 호노카 없이도 사냥이 가능할 테니 킵을 꼬여서 계속 사냥을 해야겠어.’
“무리하지 마세요. 몸에 안 좋아요.”
‘댁이 할 소리는 아니잖아. 이렇게 몰아붙인 게 누군데.’
“그럼 호노카 님은 그만 쉬시는 게 좋겠고… 나는 계속 사냥을 할 건데 너는 어떻게 할래?”
그세 레온의 렙은 11이 되었고 창술에도 탄력이 붙는지라 여기서 그만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 아닌가?
“저도 좀만 더하죠. 1시간 정도만 더하면 렙 업인데요. 누나는 먼저 들어가세요.”
‘못 말리는 폐인들. 킵 이놈은 하기 싫다고 할 때는 언제고 막상 시작하니까 완전 빠졌네, 빠졌어.’
“그럼 안녕히…….”
“먹은 아이템은 나중에 분배해서 킵에게 줄게요.”
“그렇게 하세요.”
호노카는 혹시 레온이 붙잡을까 봐 재빨리 뉴 필모어 성으로 뛰어가 버렸다.
레온은 그런 호노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킵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끼리 시작하자. 이대로만 가면 며칠 안에 늙은 늑대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을 거야.”
“늙은 늑대는 데미지가 150이 넘어서 방어구를 좀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3명이서 늙은 늑대 한 마리 못 잡겠어? 그리고 그렇게 세니까 우리가 렙을 좀 더 높여야 하는 거야. 자, 시작하자.”
“네!”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부실한 늙은 늑대에게 레온이 창을 찔렀다.
“켕!”
어느새 베기 기술이 완전히 적응이 되어서 늑대가 반격하기도 전에 횡으로 창을 베어서 2번의 공격을 성공시키는 레온이었다.
―부실한 늙은 늑대에게 50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부실한 늙은 늑대에게 53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은근히 경쟁심이 강한 킵도 지기 싫은지 재빨리 합세하여 늑대를 공격했다.
“꺄울!”
―부실한 늙은 늑대에게서 질 낮은 늑대 고기(1)을 습득했습니다.
―부실한 늙은 늑대에게서 하급 늑대의 정기(1)를 습득했습니다.
“응? 이게 뭐야?”
레온이 처음 보는 구슬 모양의 하급 늑대의 정기를 주워들었다.
“그거 장비 인챈트(장비강화)용 재료 중에 하나예요. 오늘 하도 안 나와서 구경 못할 줄 알았는데 나오기는 나오네요.”
레온은 인챈트용 재료라는 말에 귀가 쫑긋 섰다.
인챈트용 재료들은 일반 재료들보다 가격이 비싼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던가.
“이거 비싸냐?”
“정확히는 모르겠고 조금 나갈 거예요. 개당 몇 실버는 받을 걸요?”
안토시안의 최소 통화단위는 페소로서 1,000페소가 1실버이고 100실버가 1골드가 된다.
1페소를 실물 가치로 따지면 대략 10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1실버는 1만 원, 1골드는 100만 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 셈이다.
물론 게임상의 가치이고 1골드의 현금 거래 가격은 그래 봐야 1만 원 초반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레온은 너무 가치가 낮은 몇 페소짜리 질 낮은 여우 고기나 여우 털 등에 아쉬움을 금치 못했는데 개당 몇 실버에 다다르는 아이템을 먹고 나자 바로 사냥의 목표를 약간 수정했다.
렙 업을 하기 위해 여우건 늑대건 마구잡이로 잡아 오던 어리석은 행동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제부터 여우는 무시하고 늑대만 잡는다. 이제 우리 렙에 여우 따위나 잡을 수는 없지.”
“왜요? 여우도 경험치 제법 주잖아요?”
레온은 당연한 듯이 말했다.
“늑대가 돈이 되니까!! 자∼ 잔말 말고 출동하자, 용사여!”
레온은 킵의 손을 잡아채며 근처에서 방황 중이던 늙은 여우들을 무시하며 저 멀리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부실한 늙은 늑대를 향하여 뛰었다.
“어, 레온 형! 손 좀 놓고…….”
“서둘러야 해, 내 늑대 정기를… 아니 우리의 늑대 정기를 다른 놈들에게 뺏길 수는 없어.”
레온은 이 동네 늑대 정기는 다 먹어야겠다는 의지에 불타올랐다.
그 날, 뉴 필모어 성의 북쪽 평원에는 늑대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메아리쳤고, 늑대들의 시체를 뒤지고 다니는 수상한 두 명의 남자를 보았다는 소문이 초보자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장시간의 사냥을 마치고 6개의 하급 늑대의 정기를 획득한 레온은 의기양양하게 성 안으로 들어섰다가 그 소문을 접하게 되었다.
“웬 몹 시체를 뒤지는 놈들이 근처에 떴다는데 벌써 네크로맨서로 전직이 가능한 사람이 나온 건가? 네크로맨서는 조건이 까다롭다고 들었는데… 그나저나 우리도 어서 렙 업해서 빨리 전직하자, 킵.”
“…….”
이 뻔뻔한 형에게 한마디 해 주고 싶었지만 킵은 그러지 않았다. 킵은 그저 이 지겨운 형에게서 벗어나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레온이 사냥을 하며 습득한 아이템을 잡템 상인에게 팔고나서 받은 돈을 3등분해서 그중 3분의 2를 킵에게 건네주었다.
킵은 너무 피곤한 나머지 돈을 받자마자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럼, 수고하셨어요. 다음에 뵈어요.”
“그래.”
킵이 작별을 하고 게임을 종료하자 한껏 긴장하던 레온은 드디어 긴장을 풀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200페소 정도 횡령을 했는데도 모르는구나. 다음번에도 같이 사냥할 때는 진을 다 빼놔서 돈 계산할 때 정신을 없게 만들어야겠다.”
렙 업을 빨리하기 위해 급하게 사냥을 하는 면도 있었지만 결국 이 순간, 벌어들인 수입을 분배할 때 킵이나 호노카가 자신이 돈을 빼돌린다는 사실을 모르게 하기 위해 그들을 가혹하게 굴리는 레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