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복원술사 1권(16화)
07. 레벨을 올려라!(3)
200페소를 횡령한 결과 이번 파티에서 레온이 벌어들인 돈은 8실버 320페소.
하급 늑대의 정기는 시장에서 2실버 내외에 거래되고 있어 레온을 기쁘게 했다.
이로써 레온의 전 재산은 2골드 11실버 941페소가 되었다.
“이걸 현금으로 팔면 2만 5천 원 정도인 건가?”
현실 시간으로 게임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다되어 가는데 아무리 초보라서 수입이 적어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벌어서는 월세를 내기도 버거웠다.
“이대로는 안 돼. 레벨을 더 올려서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해. 초보 지역에서 벌 수 있는 돈은 결국 이 정도인 거야. 그리고 전직을 하려면 레벨을 올릴 필요가 있으니 다시 사냥을 나가자.”
레온은 성내로 들어온 지 10분도 안 돼서 다시 사냥터로 향했다.
“아니 뭔 놈의 초보자용 갑옷이 이렇게나 비싼 거야? 이렇게나 허접한데 말이야.”
광란의 사냥을 마친 뒤 4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일어나자마자 정민은 컴퓨터 앞에 앉아 식사를 하며 안토시안의 정보를 검색했다.
지금 그의 주요 관심사는 방어구!
혼자서 사냥을 하려면 몬스터들의 공격을 혼자 감당해야 되는데 방어력이 전혀 없는 면 티셔츠에 면바지로는 장시간의 사냥이 어려웠다.
“옵션이 한 개도 없는 방어력 5짜리 가죽갑옷이 40실버라고? 그럼 부실한 늙은 늑대의 공격력이 80 정도니까 거기서 5를 빼면 75가 되잖아. 75나 80이나 무슨 차이가 난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파는 거야?”
분명히 없는 것 보다는 도움이 될 테지만 정민은 방어력 5짜리 방어구에 40실버나 되는 거금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초보자용 갑옷을 드랍하는 몬스터가 분명히 있을 거야. 한 번 찾아보자. 뉴 필모어 성의 인간형 몬스터가…….”
인간형 몬스터가 아무래도 갑옷을 드랍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뉴 필모어 성 근처의 인간형 몬스터를 쭉 검색해 보았다.
개나 돼지형 몬스터가 갑옷을 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 파라곤 산에 오크, 트롤, 오우거가 서식한다고 그랬지? 그중에서 제일 약한 오크를 잡으면 되겠구나.”
정민은 파라곤 산의 오크를 검색해 보았다.
“파라곤의 코피카 오크족이라… 레벨이 50∼80이라고? 트롤과 오우거는 레벨이 100을 가뿐히 넘는구나. 파라곤 산은 일단 접고… 응? 가륜 산의 산적?”
가륜 산의 산적은 인간형 몬스터가 아니라 인간이었는데 살인과 인신매매, 강도, 약탈 등의 극악 범죄를 저지르는 터라 NPC로 분류된 게 아니라 몬스터로 분류가 되어 있었다.
“레벨이 30이구나. 여우나 늑대를 잡으면서 레벨을 조금 더 올린 다음에 시도해 볼 만하겠는데?”
뉴 필모어 영지 근처에는 가륜 산의 산적들보다 레벨이 낮은 인간형 몬스터가 없었기 때문에 레온은 가륜 산의 산적들로 타겟을 정했다.
“털가죽 옷을 주는구나. 방어력이 일반 가죽갑옷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높은 편이네. 이놈들을 잡으려면 레벨을 더 올려야 해. 어서 시작하자.”
정민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다시 접속기로 들어갔다.
레온이 가륜 산의 산적들을 잡기 위해 레벨을 올린 지 5일이 지났다.
“상태!”
이름:레온 P.카드리안 성향:중립 직업:없음
직위:없음 작위:없음 평판:43 명성:10
레벨:22 HP:4,050 MP:2,250
힘:41 민첩:37(+3) 체력:40 지력:26 지혜:22
매력:25 행운:50(+50)
그동안 호노카와 킵이 접속하면 같이 파티 플레이를 하고 그들이 게임에서 나가면 혼자서 여우와 늑대들을 잡으며 레벨을 올렸다.
3일 전부터는 평원에서 좀 더 깊이 들어가 늙은 늑대를 잡으면서 레벨이 22가 되었다.
곧 전직하게 될 복원술사라는 직업이 어떤 스탯을 많이 필요로 하는지 몰라 고루 스탯을 올리되 힘, 민첩, 체력에 비중을 더 주었다.
레벨이 20이 될 때, 이번에는 보너스 스탯으로 10을 얻었다.
보너스 스탯을 받을 때, 직접 사용할 수는 없지만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 50이 올라가는 행운의 동전이 효과를 발휘한 것 같았다.
이 점만 보더라도 행운의 동전은 200만 원의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 같았다.
“전에 레벨이 10이 될 때 보너스 스탯이 9가 나온 것도 다 행운의 동전으로 인한 것이겠지. 10레벨마다 주는 보너스 스탯이 높은 숫자만 나온다면 레벨이 200, 300이 되면 스탯이 다른 유저들과 많은 차이가 나게 될 거야. 행운의 동전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거야.”
그리고 행운의 동전의 기능 중에 하루에 한 번, 자신의 운을 점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는데 레온은 아직 그 능력이 별로 필요하지 않아 사냥 전에 재미삼아 사용을 했다.
“앞면이 나오면 긍정이고 뒷면이 나오면 부정이구나. 좋아, 행운의 동전아 내가 이번 사냥에서 대박 아이템을 먹을 수 있을까?”
핑, 탁.
동전을 던졌다가 받은 후 조심스럽게 손바닥을 펴 보니.
“이런 제길 뒷면이구나.”
낫을 든 사신이 그려져 있는 뒷면이 나왔다.
아직은 이런 용도로 행운의 동전을 사용하고 있지만 운을 점치는 기능이 꼭 필요한 순간이 오리라.
레온은 렙을 더 올려 가륜 산의 산적들을 잡고 갑옷을 먹으려 했지만 호노카와 킵이 갑옷을 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같이 가죽갑옷을 구입했다.
“혼자서 초보티를 낼 순 없잖아. 나는 초보가 아니라고.”
그의 못난 자존심이 그렇게 아까워하던 실버 동전을 써 가며 가죽갑옷을 사게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죽 공예사라는 폼 안 나고 영양가 없어 보이는 직업의 유저가 파는 방어력이 7짜리 가죽갑옷을 35실버에 샀다는 사실이다.
손질된 가죽갑옷
방어력:7 내구도:30/30
사용 제한:없음
옵션:없음(상태창)
레온은 이 일을 계기로 아이템을 구매할 때는 제조 직업 유저들이 직접 만든 아이템을 구입하면 상점 아이템보다 더 질 좋고 싼 가격의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갑옷도 구하고 알게 된 점도 있었지만 자신이 곧 산적들에게 얻게 될 갑옷을 아까운 실버를 주고 구입하게 됐다고 생각이 든 레온은 호노카와 킵을 사냥터에서 더 혹독하게 괴롭혔다.
“좋아, 목표는 가륜 산의 산적이다.”
호노카와 킵이 같이 사냥을 하다가 잠을 잔다며 게임에서 나가자 레온은 가륜 산의 산적들을 잡기로 하고 사냥 준비를 했다.
비록 가죽갑옷을 샀기 때문에 산적들의 갑옷이 필요는 없었지만 산적들을 잡기 위해 레벨을 올렸는데 갑옷을 샀다고 잡으러 가지 않을 레온이 아니었다.
“가기로 했는데 안가면 산적들이 섭섭해할 거야.”
이것저것 식료품과 수리 도구를 보충하고 혹시 모르니 기본적인 치료약을 조금 구입했다.
“가만, 산적들은 보통 최하가 5명의 인원으로 움직인다고 했는데 내가 감당할 수 있으려나?”
레벨 30의 산적들 5명과 싸우기에는 레온의 레벨이나 장비, 스킬 등이 한참이나 부족했다.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고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뭐, 정 안 되면 다시 돌아오면 되는 것이니까 일단 올라간다!”
레온은 그렇게 혼자서 무작정 가륜 산으로 올라갔다.
가륜 산에서 인연을 맺게 될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말이다.
“컹!”
―들개에게서 들개 이빨(1)을 습득했습니다.
레온은 산적들이 출몰하는 가륜 산의 중턱 쪽으로 바로 올라가지 않고 산 입구에서 들쥐, 들개, 멧돼지 등을 사냥하며 경험치를 쌓았다.
“무식하게 올라갔다가 혹시라도 죽어서 복원술사로 전직하지 못하게 되면 그게 무슨 손해야?”
가륜 산에는 산적들을 제외한 들쥐, 들개, 멧돼지, 날다람쥐, 식인 다람쥐, 늑대 계열 몬스터 등, 레벨이 낮은 몬스터들이 많았기 때문에 사냥터가 형성되어 있는 곳에서 몇 시간째 사냥을 하고 있었다.
“여기는 사냥하는 사람이 많구나. 좀 더 올라가자.”
레온은 점점 사냥터에 몬스터 보다 사람이 많아지자 장소를 이동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자.”
레온은 길에서 벗어나 점차 나무가 우거진 산 속으로 들어섰다.
“캬아!”
커다란 나무들을 지나 산속으로 들어가자 개만한 크기의 식인 다람쥐 떼가 발톱을 세우며 달려들었다.
레온은 장창을 크게 휘둘러 점프를 해서 공격해 오는 다람쥐들을 후려쳐 접근을 막았다. 달려드는 식인 다람쥐 떼들 뒤로 날 다람쥐들이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레온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좋은데? 한꺼번에 다 상대해 주마!”
창을 쥔 레온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08. 바울과의 만남(1)
몇십 분간 몰려드는 다람쥐 떼를 모두 몰살시킨 레온은 나무에 기대어 앉아 가지고 온 보리빵을 씹었다.
그의 팔, 다리, 여기저기에는 붉은 피가 묻은 붕대가 감겨 있었다.
“다람쥐들을 잡고 렙 업을 할 줄이야.”
무섭게 달려드는 다람쥐 떼들을 잡으며 나무 사이를 헤쳐 나오다 보니 어느새 레벨 업을 하고도 4%의 경험치를 더 얻었다.
포만감 게이지를 다 채운 레온은 산속 깊숙이 들어가며 식인 다람쥐, 멧돼지, 늙은 늑대, 사슴들을 잡으며 경험치를 올렸다.
레온은 처음에는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다가오는 살벌한 기세의 사슴들을 보고는 코웃음을 쳤었다.
“사슴이 먼저 공격한단 말이야? 내가 너희들에게 모닥불 속에 뛰어드는 부나방이 뭔지 보여 주마!”
하지만 사슴들은 만만치가 않았다.
민첩한 몸놀림에 거대한 녹용을 들이밀며 부딪혀 오는 박치기 기술! 그리고 떼로 덤벼드는 그 치밀함까지.
처음에는 3마리 정도가 달려들었는데 나중에는 수십 마리의 사슴들이 달려들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니 레온도 경시할 수 없어 창을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이 자식들이! 녹용에 사슴피까지 내가 다 뽑아내 주마!!”
떼로 달려들어도 사슴은 사슴인지라 레온의 공격에 무참히 쓰러졌다.
사슴이 리젠되는 지역을 지나자 늙은 늑대들이 레온을 반겼다.
“이 녀석들! 너희를 여기서도 보는구나!”
레온은 평원에서 보던 늙은 늑대들을 산에서 보게 되자 반가움에 장창을 날렸다.
“살과 가죽과 고기를 내놔라!!”
“크르르.”
기세가 오른 레온에게 늙은 늑대들도 그의 경험치와 아이템으로 산화되었다. 그렇게 늑대들을 잡으며 전진하던 레온은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응? 저게 무슨 동족상잔의 비극이지?”
늑대들이 서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레온이 더 가까이 접근해서 관찰하니 자세한 상황을 알 수가 있었다.
“저 덩치 큰 늑대를 나머지 늙은 늑대들이 공격하고 있다. 1대 다수의 개싸움인가?”
갈색 털을 가진, 개보다 조금 큰 크기의 늙은 늑대들이 거의 송아지 크기의 흑색 늑대를 가운데 두고 공격을 하고 있었다.
매섭게 달려드는 것도 늙은 늑대들 이었고 먼저 죽어 쓰러지는 것도 늙은 늑대들 이었다.
“보스 늑대인가? 늙은 늑대들이 상대가 안 되는구나.”
덩치 큰 흑색 늑대는 5분의 시간 동안 12마리의 늙은 늑대들을 다 쓰러뜨리고 오연하게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이 벌인 일을 내려 보았다.
‘늑대 주제에 폼 나는데?’
레온은 체력이 떨어져 있을 저 덩치 큰 늑대를 공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늙은 늑대 12마리가 달려들어도 어쩌지 못하는 저 늑대를 지금의 내 수준으로 이길 수는 없어.’
레온은 뒤로 돌아가기로 하고 자신이 숨어서 보고 있던 나무에서 몸을 떼어 등을 돌렸다.
“이봐!!! 그냥 돌아가는 건가? 그대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 내가 너의 목을 물어뜯을 거야!!”
“뭐?!”
레온은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돌렸다.
“왜? 숨어서 지켜보다가 그냥 돌아가기로 한 건가? 나를 쓰러뜨릴 자신이 없나 보지?”
‘늑대가 말을 해?’
자신에게 하는 말의 내용보다 늑대가 말을 한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레온은 오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검은 늑대의 밑에 표시된 이름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바울? 네임드 몬스터!!’
네임드 몬스터라면 몬스터계의 유니크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다른 몬스터들과는 다르게 게임 상에 단 하나의 개체만 존재한다는 네임드 몬스터!
그 네임드 몬스터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잘못 걸렸구나, 여길 오는 게 아니었어. 쳇, 그렇다고 곱게 죽어 줄 내가 아니야!’
레온은 흑색 늑대, 바울의 공격에 대비해 창을 치켜세웠다.
“이봐, 긴장하지 마. 죽이지 않을 테니.”
몬스터 주제에 건방진 말을 하는 바울에게 레온은 먼저 선공을 취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했다.
먼저 공격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 같아서였다.
“나는 유저다, 그러니 나를 공격하지 말라고.”
“뭐?!”
레온이 공격을 하려고 뛰어 들려는데 네임드 몬스터, 바울이 뜻밖의 말을 했다.
그 덕에 레온은 자리에서 멈춰 섰다.
“말했지만 나는 유저다. 몹이 아니야, 오해하지 말도록.”
‘뭐 이런 황당한 시츄에이션. 이거 뭐하는 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