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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17화)
08. 바울과의 만남(2)


“유저가 어떻게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레온은 지능이 있는 몬스터 중에는 더러 유저에게 공갈, 협박, 사기를 일삼는 몬스터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긴장을 풀지 않고 되물었다.
그러자 바울이 새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
“내 직업을 밝혀야겠군. 나는 변환 몬스터라는 직업으로 전직해서 몬스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엄연한 유저다. 그리고 내 스킬 중에서 상대방의 레벨을 파악하는 스킬이 있다. 이제 너의 레벨은 23, 참고로 나의 레벨은 51이다.”
그러니 까불지 마라… 그런 뜻으로 바울은 자신의 레벨을 밝혔다.
‘내 레벨을 아는 것을 보니 정말 그런 스킬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군.’
레온은 어차피 레벨의 차이가 그렇게 심하다면 바울이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이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창을 내려놓았다.
“그렇지, 나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아. 몬스터의 감각이 일어나면 살의가 생긴단 말이야.”
바울이 혓바닥으로 피 묻은 앞발을 핥았다.
‘이 자식, 유저라면서 잘도 저런 짓을…….’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는 거야?”
레온은 상대방이 반말로 나왔기에 존대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아니, 바울에게는 반말을 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바울 또한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을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광렙을 하러 온 모양이군, 그렇지?”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한 바울에게 레온은 숨김없이 얘기했다.
어차피 감출 필요도 느끼지 못했고 이 바울이라는 유저에게는 왠지 사실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늑대로 전직하다니 불쌍한 유저로구만.’
이런 동정심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전직 전에 레벨을 좀 올려놔야 되거든.”
바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향으로 봐서는 가륜 산의 산적들을 잡으러 가는 것 같은데, 맞나?”
“그래.”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너 혼자서는 무리다. 나도 아직 가륜 산의 산적들을 잡을 때 어려움이 있는 편이거든. 홈페이지에서의 설명과는 달리 녀석들은 대여섯 명이 아니라 십여 명 정도가 무리 지어 다닌다.”
바울의 말이 사실이라면 산적들을 발견하자마자 자신은 제대로 된 공격도 못해 보고 죽어 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나와 같이 사냥을 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너와 파티를 하자는 말이냐?”
“그래.”
레온은 파티를 제안하는 바울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레벨이 51이라면 레벨 30의 산적들을 사냥해도 경험치가 거의 오르지 않을 텐데? 게다가 나처럼 레벨 차이가 심한 사람과 파티를 하면 당신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파티를 하자는 거야?”
말해 놓고 보니 더욱 수상했다.
바울이 자신과 파티를 해야 하는 이유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나는… 인간을 사냥하게 되면 스킬 경험치가 대폭 오른다. 물론 유저도 포함해서 말이야.”
“그래서 같이 산적들을 잡자는 이야기냐? 그렇다고 해도 나와 파티를 할 필요가 없을 텐데?”
바울은 고개를 흔들면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보다시피 몬스터로 표시가 되고 유저들이 나를 죽여도 살인자가 되지 않는다. 비록 내가 유저라도 몬스터로 전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냇가에 물을 마시러 갈 때도 주변에 유저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하고 마시러 간다고……. 내가 레벨이 조금만 높으면 유저고 나발이고 다 쓸어버리면 좋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인간 유저의 도움이 필요하다.”
“… 네 말은 그러니까 서로 협력을 하자는 거냐? 같이 파티를 해서 나는 경험치를 얻고 너는 유저들의 손에서 자유로울 방법을 찾자는 그런 말이냐? 더불어 산적을 잡아 스킬도 올리고?”
레온의 말에 바울의 표정이 밝아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말이 잘 통하는구나. 네 말이 맞다. 너와 같이 행동한다면 기분 나쁘겠지만 유저들은 나를 너의 펫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나는 아이템을 마을에 내다 팔 수도 없기 때문에 이런저런 잡템으로 아이템창이 가득 차 버렸다. 그런 것도 네가 좀 처리를 해 주면 좋겠어. 물론 같이 파티를 하게 된다면 말이야.”
바울의 말을 들어 보니 자신에게 파티를 제의할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바울과 사냥하게 되면 혼자서는 사냥이 불가능한 산적들을 잡을 수가 있으니 레벨 업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리고 바울이 먹은 아이템을 자신이 마을에 내다 파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몬스터 주제에 돈이 왜 필요한 것인가이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레온에게는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녀석도 돈이 필요한 모양이군.’
바울의 현실에서의 처지를 자신과 비슷하다고 여겨 버렸다.
“물론 수수료는 주겠다.”
자신의 심정을 파악한 듯 그렇게 덧붙이는 바울로 인해 레온은 파티를 맺기로 결정을 내렸다.
“좋아, 몬스터와의 파티라서 찝찝하기는 하지만 서로에게 좋은 일이니 협력하지.”
레온은 바울의 앞발을 붙잡고 악수를 나누었다.

그 후 레온은 바울이 접속을 해지하면 호노카, 킵과 파티를 맺어 사냥을 하고 바울이 접속을 하면 바울과 같이 가륜 산에서 파티 사냥을 했다.
바울 덕분에 호노카와 킵은 레온과의 사냥을 한결 편하게 할 수가 있었다.
호노카, 킵과 파티 사냥을 하는 것보다 바울과 하는 것이 경험치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고 얻게 되는 아이템도 더 많았기 때문에 레온은 그들과 사냥을 하다가도 바울이 접속하면 바울과 사냥을 하러 가 버렸기 때문이다.
바울과 늙은 늑대나 멧돼지들을 잡으며 레벨을 올리다가 레온의 레벨이 25가 되자 드디어 산적들이 출몰하는 산 중턱으로 이동했다.
그동안 레온은 가륜 산과 마을을 오가며 바울이 가지고 있던 잡템도 팔아 주고 바울이 물을 마실 때나 늙은 늑대 고기로 배를 채울 때 옆에 서서 마치 바울이 자신의 펫인냥 행동했다.
그 덕분에 사람들은 바울을 몹으로 인식하지 않고 레온의 펫으로 여겨 바울을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분명히 말했지만 절대로 산적 떼와 정면 승부를 하면 안 돼. 우리의 레벨로는 유인 사냥밖에 답이 없다.”
“나도 알고 있으니 그만 좀 하시지, 바울 씨.”
레온은 다시 또 시작된 바울의 잔소리에 그의 엉덩이를 걷어차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격력도 강하고 센스도 좋고 아이템 욕심도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은 편이라 좋기는 한데 바울 이 사람, 잔소리가 너무 심해.’
레온과 바울은 산적들이 출몰하는 지역의 숲 속에 매복해 산적들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
“네가 재빨리 움직여야 해. 잘못하다가는 내가 산적들에게 포위되는 수가 있다고. 나는 한 번이라도 죽게 되면 2차 전직을 할 수가 없다. 잘 알겠지?”
“10번도 넘게 들었으니까, 그만해. 충분히 알았으니까! 그리고 죽으면 전직 안 되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야.”
“뭐? 너 직업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혹시 나처럼 히든클래스로 전직하고 싶은 거냐?”
바울의 말에 레온은 고개를 스윽 돌려 바울의 개를 닮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 같은 히든클래스는 거저 줘도 사양이다.’
바울은 레온을 마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코를 씰룩였다.
“온다.”
바울의 뛰어난 후각이 산적들의 접근을 파악했다.
부스럭.
산길을 가운데 두고 레온과 바울이 숨어 있는 반대편에서 산적 무리가 나타났다.
“형님, 요즘 별로 시원치가 않은데요?”
“그러게 말이다, 통행세를 못 벌어 가면 산채로 복귀하지 말라고 했는데 말이야.”
“좀 아래로 내려가서 털어 볼까요? 아래쪽에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제법 있다고 들었습니다.”
부하의 말에 산적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고개를 저었다.
“산 아래는 너무 위험해. 너무 설쳐 대면 영지에서 군대가 우리를 토벌하러 오게 될 거야.”
“쳇! 이거 적당한… 크악!!”
산적들이 대화를 나누며 모습을 드러내자 바울이 번개 같은 속도로 달려들어 말을 하고 있던 산적의 몸을 물어 레온이 숨어 있는 나무숲 쪽으로 던져 버렸다.
커다란 덩치의 산적을 물어서 던져 버리는 바울의 힘은 엄청난 것이었다.
“뭐야?!”
자신과 대화를 하던 부하가 순식간에 사라지자 우두머리는 등에 메고 있던 도끼를 꺼내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바울이 우두머리에게 뛰어들어 발톱으로 얼굴을 할퀴고는 재빨리 반대편 숲 속으로 달아났다.
“으악! 내 얼굴! 저 개새끼를 빨리 잡아!”
우두머리의 명령에 7명의 부하들이 바울을 쫓아 숲 속으로 달렸다.
“저 개를 잡아 죽여라!”
“개를 죽이러 가자!”
이런 유치한 멘트를 날리며 말이다.
이어서 우두머리도 부하들의 뒤를 쫓았다.
던져진 1명의 산적을 제외한 8명의 산적이 모두 바울의 뒤를 쫓아 달렸다.
한편, 바울에게 물려 던져진 산적은 나무에 부딪힌 머리를 감싸 쥐고 바닥을 뒹굴었다.
“으∼ 제기랄. 웬 늑대 새끼가…….”
푹.
―치명적인 일격으로 가륜 산의 산적에게 153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가륜 산의 산적 생명력:3,428/4,000]

“크하악!”
산적은 자신의 어깨에 꽂힌 창날의 섬뜩한 느낌에 엄청난 비명을 질렀다.
“아∼ 너무 그렇게 아파하지 마쇼. 이거 괜히 미안해지잖아.”
산적의 어깨에서 창날을 빼낸 레온은 산적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다시 창대를 휘둘렀다.
―가륜 산의 산적에게 92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가륜 산의 산적 생명력:3,336/4,000]

“크핫.”
산적이 연이는 공격에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땅을 구르며 레온에게서 멀어졌다.
레온은 바닥에서 일어나려는 산적의 다리를 집중 공격하며 산적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었다.
“이얏!”
―가륜 산의 산적에게 91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가륜 산의 산적에게 89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최대한 HP의 손실 없이 이 산적을 제거하고 바울에게로 가야 한다.’
레온은 인체의 급소만 집중적으로 노리며 빠르게 산적의 생명력을 떨어뜨렸다.
일방적으로 공격만 당하던 산적은 생명력이 절반 정도로 떨어지고 나서야 레온의 지독한 공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퉤! 이런 쥐새끼…….”
“닥치고 죽어!”
레온은 산적에게 욕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산적의 반격이 거셌지만 처음부터 유리한 상황이라 어렵지 않게 산적을 쓰러뜨릴 수가 있었다.
―가륜 산의 산적에게서 실버(5)를 습득했습니다.
“돈이로구나!”
레온은 산적이 쓰러지면서 떨어뜨린 주머니를 챙기며 기뻐했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현찰이 제일이지.”
돈 주머니를 바지에 집어넣은 후 전속력으로 바울과 약속한 장소로 뛰기 시작했다.
“바울이 유인을 잘해야 하는데…….”
레벨이 51이나 되는 바울이 30레벨짜리 산적들에게 당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레온은 걱정 어린 심정으로 급하게 뛰었다.
“바울이 산적들을 다 잡아 버리면 안 돼. 나도 경험치를 먹어야 해!”
좀 전에 산적을 잡고 높은 경험치를 획득한 레온은 자신이 늦게 도착하여 바울이 산적들을 다 해치워 버릴까 봐 걱정되었다.
약속된 장소로 달려간 레온이 가장 먼저 접한 것은 자신에게 날아오고 있는 산적의 몸뚱이였다.
“레온! 네 몫이다. 최대한 빨리 제거하고 합세해라!”
“걱정하지 말기를, 늑대 양반.”
레온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온 산적의 목을 창으로 찌르며 산적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몰아붙였다.
“크학! 웬 놈이… 컥!”
안 그래도 바울의 발톱 공격에 당한데다가 옆구리를 물린 채 던져져 정신이 없었던 산적은 연이은 레온의 공격에 무방비로 쓰러졌다.
―가륜 산의 산적에게서 실버(7)를 습득했습니다.
“좋구나!”
레온은 얼른 떨어진 돈 주머니를 챙기고는 7명의 산적들을 이리저리 유인하며 싸우는 바울과 합세했다.
하지만 자신은 산적들과 1:1도 어렵다는 판단 하에 곧장 바울에게로 가지 않고 바울과 싸우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 가장 외각의 산적의 등을 향해 창을 찔렀다.
푹!
“으악!”
―치명적인 일격으로 가륜 산의 산적에게 197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레온은 사정을 봐주지 않고 뒤돌아 서 있는 산적의 등에 창으로 난사를 했다.
“크학! 어떤 자식이야?”
등에 창으로 인한 깊은 상처를 입은 산적이 뒤돌자마자 본 것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시퍼런 창날이었다.
“컥!”
‘다른 산적들이 들러붙기 전에 이놈을 끝내야 한다!’
바울이야 산적들과 레벨 차이가 있는데다가 강력한 스킬들이 있어 여러 명의 산적들을 상대할 수가 있었지만 자신은 한 명의 산적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산적들이 자신에게 합공을 펼치면 당해 내기가 어려우리라.
속전속결을 마음먹자 그의 창이 더욱 빨라졌다.
“저놈은 뭐야?”
하지만 동료의 비명을 들은 산적들이 곧바로 눈치를 채 버렸다.
나머지는 바울을 상대하느라 바빠 근처의 두 명이 접근해왔다.
‘제기랄, 바울은 뭐하는 거야? 좀 제대로 붙잡고 있지.’
3:1로 싸우면 승산이 없었다.
레온은 눈앞의 산적을 단숨에 끝내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어차피 앞에 있는 놈을 빨리 끝내지 못하면 바울이 도우러 오기 전에 죽을 수도 있다. 인간의 대표적인 급소 중에 하나인 목을 노린다.’
산적들은 털 가죽옷을 입고 있었지만 목까지 보호되는 방어구는 아니었다.
“차앗!”
그때 마침 레온과 싸우던 산적이 도끼를 횡으로 휘두르며 다가왔다.
‘이때다!’
레온은 달려드는 산적의 공격은 맞아 주기로 하고 훤히 드러난 목울대를 노리고 창을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