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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19화)
08. 바울과의 만남(4)


‘뭐야? 진화인 건가? 혹시 변환 몬스터 직업의 전직인가? 하지만 2차 전직은 200레벨 때나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송아지 크기의 바울의 발이 점차 길어지고 몸통의 모습이 변화해 갔다.
“크르르륵…….”
앞발은 사람의 손처럼, 뒷발은 인간의 다리처럼 길어지며 그의 모습이 점점 인간화되었다.
“끄어억…….”
바울의 입에서 고통스런 비명이 새어 나오자 그의 몸에서 증기가 피어났다.
“바람이 멎었다…….”
바울의 변화가 끝나자 주변을 휘몰아치던 붉은 칼날의 바람이 멎었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피어나는 증기도 사그라졌다.
바울은 변해 버린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늑대인간… 라이칸 스로프인가?”
그렇다. 바울은 검은 늑대에서 라이칸 스로프로 진화한 것이다.
“크르르… 드디어 진화했구나. 이 정도면 레벨 100대의 유저와 맞붙는다고 해도 전혀 밀리지 않겠어!”
바울이 자신의 손을 펴 보았다.
온몸에 힘이 넘쳐흘렀다.
그가 손에 힘을 주자 짤막했던 손톱이 불거져 나오며 20센티 길이로 자라났다.
경도 높은 손톱은 바위도 부술 수가 있으리라.
“레온.”
흠칫.
레온은 바울에게서 퍼져 나오는 살벌한 기세에 몸을 떨었다.
‘이게 정말 60레벨의 유저가 내뿜는 기세란 말인가?’
바울의 눈이 피와 같은 붉은색으로 번들거렸다.
“미안하지만 더 이상은 너와 같이 사냥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늑대인간으로 변해 버린 지금 나는 가륜 산을 떠나 밀림으로 가야 한다.”
“무엇 때문이지?”
레온은 바울에게서 뻗쳐 나오는 살기에 맞서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인간형으로 진화하기 위해 산적들을 사냥한 것이었다. 조건이 갖추어지자 60렙이 되면서 진화가 성공한 것이지. 변환 몬스터라는 직업은 30레벨마다 진화가 가능하거든.”
‘아이템을 착용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몬스터로 인식되는 대신에 그런 장점이 있는 것이구나. 아직 레벨이 60레벨밖에 되지 않았는데 저 정도의 기세라면 나중에는 정말 엄청난 강자로 변해 버리겠어.’
지금 바울의 동 레벨에서 그와 대적이 가능한 유저는 손에 꼽을 정도이리라.
“그리고… 이제 변환 몬스터의 특성상 인간에 대한 적의가 너무 강해져 버려 너와 사냥이 어려울 것 같아. 이상하게 진화를 할수록 자제력이 낮아진단 말이야.”
‘늑대인간은 달이 뜨는 밤이 되면 이성을 잃는다고 했던가?’
바울은 유저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겠지만 혹시나 게임의 시스템적인 요소가 바울의 자제력보다 강하게 작용한다면 자신이 위험해질 수가 있다.
같이 사냥하다가 바울에게 뒤통수를 맞게 되면 살아남을 수가 없을 것이다.
레온은 이제 바울과 헤어져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닫고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 서야 제대로 된 악수가 가능해졌는데 이별이라니 조금 서운한데?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자, 바울!”
“크르르르! 그러지.”
바울은 그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웃어 보이고는 뒤돌아서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바울과의 파티로 레벨을 49까지 올렸으니 이제 50까지 채우고 파라곤 산으로 향해야겠구나...”
레온은 이제는 보이지 않는 바울의 뒷모습을 되새기고는 등을 돌려 뉴 필모어 성으로 향했다.

“자∼ 무기를 수리해 드립니다. 검, 도, 창, 도끼, 활 각종 병기 수리해 드립니다. 수리비 단돈 500페소에 즉시 수리해 드립니다. 내구도가 낮아지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레온은 레벨을 50까지 올린 후에 유저들이 오고가는 시장 한 켠에 자리 잡아 무기수리 알바를 하기로 했다.
사냥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무기나 갑옷 등의 손상이 온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수리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수리 스킬은 초반에 주어지는 패시브 스킬을 마스터, 즉 15까지 올린 다음에야 액티브 스킬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수리 스킬을 익히기 보다는 500페소를 주고 수리를 맡기는 편을 택했다.
조악한 실력으로 수리를 하는 몇십 분 동안 차라리 사냥을 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올려서 마스터만 할 수 있다면 마나를 소비하는 대신에 단번에 수리가 가능한 액티브로 스킬을 변환시킬 수가 있지.’
레온은 패시브 수리 스킬을 마스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영지에 올 때마다 몇 시간씩 수리 알바를 하며 스킬을 올렸다.
“스킬, 수리”

[수리(패시브)] LEV4
숙련도:26.3%
노멀 무기의 수리가 가능하다. 내구도가 하락할 확률이 30% 줄어든다.

패시브 수리 스킬을 가지고 있어도 수리하는 장비의 최대 내구도가 낮아질 확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지만 레온에게는 행운의 동전이라는 궁극의 아이템이 있었기 때문에 아직 스킬레벨이 4밖에 안 되는데도 5개 중에 3개는 내구도 하락 없이 수리를 할 수가 있었다.
“이 검을 수리해 주세요.”
“네, 이리 주세요. 임의 양도는 15분으로 하시면 됩니다. 그 전에 끝나니까요.”
“네, 여기 500페소요.”
레온은 선금으로 500페소를 받고 초보 검사의 검을 받아 들었다.

초보자용 장검
공격력:6―7 내구도:2/25
사용 제한:없음
옵션:없음
내구도가 낮아져 있어 강한 충격에 검이 깨질 위험이 있다.

“도구재료감별.”

[초보자용 장검:질이 낮은 고탄소강(주성분:갈철석, 탄소비율 1.9%), 참나무 블럭, 참나무 판, 록타이트, 붉은색 천]

수리에 도움은 안 되지만 레온은 도구재료감별을 사용하여 숙련도를 올렸다.
먼저 수리용 망치로 검신을 때리고 손잡이를 손본 다음 숫돌로 검신을 갈아 마무리했다.
실제로는 이렇게 검을 수리하지 않을 테지만 게임상에서는 이런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수리 스킬의 도움을 받아 수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단순한 동작이라도 수리를 하는데 10분의 시간이 소모가 되었기 때문에 수리 스킬을 올리는 사람이 그렇게 적은 것이다.
“여기 있습니다. 다행히 최대 내구도는 손상되지 않았군요.”
“네, 수고하세요.”
레온은 이런 식으로 수리 알바를 하며 파라곤 산에 필요한 물품을 살 자금을 마련했다.
이미 수중에 수십 골드의 돈이 있었지만 한 번 레온의 손에 들어온 돈은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푼돈이라고 쉽게 썼다가는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게 된다!”
레온은 한참이나 수리 알바를 하여 수리 스킬을 5레벨로 만든 뒤 파라곤 산으로 갈 준비를 서둘렀다.
“이제 전직을 향해 출발이다!”
때는 복원술사 전직 퀘스트 종료를 66일 앞둔 시점이었다.



09. 전직, 복원술사!(1)


“이런 미치광이 같은 전직 퀘스트를 보았나? 아무리 숨겨진 유적이라도 이렇게 찾아 헤맸으면 이제 나와 줘야 하는 거 아냐?”
레온은 게임상으로 한 달간의 시간을 메드킨트의 유적을 찾아 파라곤 산을 뒤졌지만 유적은 코빼기도 찾을 수가 없었다.
“유적 찾아다니다가 덕분에 레벨이 60이 되었지만 이 높은 레벨도 전직을 하지 못하면 말짱 꽝이잖아. 내가 뭣 때문에 레벨을 올렸는데!”
안토시안에서 레벨이 60될 때 까지 전직을 하지 못한 사람은 아마 레온밖에 없으리라.
“정말 환장할 노릇이구나. 이게 다 한스킨스, 그 노망난 노친네 때문이야. 왜 일을 이렇게 꼬아나서 나에게 엿을 먹이는 거야? 덕분에 게임을 시작 한지 한 달이 지났는데 행운의 동전을 빼고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잖아.”
아끼고 아꼈지만 이제 그에게 남은 돈은 60만 원.
이러다가는 3개월 무료 쿠폰의 기간이 끝나면 게임 정액료를 내지 못하게 될지도 몰랐다.
레온은 거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몸을 떨며 지형파악 스킬을 사용했다.
“지형파악.”

[지형파악(액티브)] LEV8
숙련도:4.6%
소모:MP200
반경 1,000미터의 지형에 지하 3미터까지의 지질 종류를 파악할 수 있다.
반경 1,000미터의 지형에 분포하는 식물의 종을 파악할 수 있다.
반경 1,000미터의 지형에 움직이는 생명체의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
반경 100미터의 이내의 생명체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유적을 찾느라 지형파악 스킬을 지속적으로 사용한 결과 스킬레벨이 8이 되어 주변 지형의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반경 100미터 이내의 생명체는 유저인지, NPC인지, 몬스터인지를 알 수가 있게 되어 혹시라도 마주칠 수 있는 고 레벨의 몬스터를 미리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응? 웬 유저들이 접근 중이구나. 이런 곳에도 사냥을 하는 사람이 있나 보네.”
레온이 있는 곳은 파라곤 산에서도 몬스터의 출연 빈도가 낮고 각종 나무가 너무 우거져서 유저들이 거의 찾지 않는 장소였기 때문에 미니맵에 한 무리의 유저가 접근 중인 것을 보고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한적한 곳에서 유저를 터는 PK일 수도 있으니 일단 지켜보자.”
레온은 커다란 나무에 등을 기대어 유저들이 그냥 지나쳐 가기를 기다렸다.
“나는 또 뭐 대단한 것이라도 있는 줄 알았네. 결국에는 아무것도 없는 셈이잖아.”
“그러게, 그렇게 막아 놓은 걸 봐서는 아직 업데이트가 안 된 비밀 던전이거나 파괴된 던전이겠지.”
“괜히 시간 낭비만 했네.”
“미안하게 됐다. 퀘스트를 하고 받은 지도인데 이런 엉터리일 줄은 몰랐어.”
‘지도?’
레온은 귀를 쫑긋 세웠다.
“설령 그게 던전이나 유적이라고 해도 그렇게 해 놓으면 무슨 수로 들어가라는 거야. 죽을 고생해서 올라갔더니 결국에는 들어가는 게 불가능 했잖아.”
“이래서 운영자들이 마음에 안 들어.”
“빌어먹을 운영자!”
그 뒷이야기는 게임 회사와 운영자들의 욕이 주를 이루었다.
‘저들이 뭔가를 찾아냈구나, 그곳에… 무언가 있다!’
레온은 자신을 끌어당기는 강한 무언가가 저들이 발견한 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마을에 가서 먹은 아이템이나 팔자.”
레온은 5인의 유저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는 숨어 있던 나무에서 나와 그들이 왔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에 무언가가 있어, 분명히!’
저 앞으로 가다 보면 자신의 전직 퀘스트와 관련된 무언가가 반드시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의 본능이 그렇게 말해 주고 있었다.

“설마, 저기인가?”
한참을 지형파악 스킬을 사용하며 수색을 하던 레온은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식물 군락을 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높이가 50미터를 넘어서는 거대한 크기의 나무들이 레온의 몸보다 굵은 덩굴식물로 이어져 있어 멀리서 보기에는 이 넓은 숲 전체가 마치 한 덩어리의 나무같이 느껴졌다.
“브로콜리를 위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야…….”
그리고 식물 군락의 뒤편에는 높이가 100미터에 다다르는 절벽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절벽에도 역시 나무덩굴이 빼곡하게 절벽 면을 감싸고 있었다.
“여기 말고는 다른 길은 없어. 절벽에 막혀 있으니. 분명히 여기 어딘가에서 뭔가를 발견했다는 이야기인데.”
레온은 거대한 식물 군락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구나. 지형파악!”
군락 안으로 들어오니 무수히 많은 나뭇잎들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지형파악 스킬을 사용해서 미니맵을 보며 이동할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갑자기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겠지?”
레온은 지형파악 스킬로 몬스터가 근처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숲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내가 램프를 깜빡했구나. 자… 군대 시절 화생방 훈련을 떠올리면 이런 두려움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램프를 켜서 주변을 밝혔지만 사방이 어두운데 자신의 주변만 빛이 비춰지니 오히려 더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레온은 군대 시절의 괴로웠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미지의 공포심을 쫓아냈다.
그렇게 한참을 나아가다 보니 지형파악 스킬이 활성화된 미니맵에 무언가 인위적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생명체는 아니고… 이거다!”
생명체가 아니라면 건축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미니맵에 표시되는 모양도 일직선으로 길쭉하게 표시되어 무언가 이 식물 군락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뭐지… 이건?”
나무 덩굴에 휘감긴 채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절벽을 향해 경사가 지게 설계된 구조물로 보였다.
레온은 건축물에 접근해서 창을 들어 나무 덩굴들을 끊어 냈다.
툭. 툭.
구조물을 가리고 있던 덩굴들이 떨어지자 그 정체가 드러났다.
“계단!”
그것은 계단이었다.
절벽을 향해 놓여 있는 오래된 돌계단!
누가, 무엇 때문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두운 식물 군락 속에 계단을 만들었을까?
“나의 전직을 위해서겠지.”
레온은 이것이 메드킨트의 유적으로 가는 계단이라고 확신했다.
램프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에는 창을 쥔 채로 덩굴에 쌓여 있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랐다.
계단 위로 올라와 보니 덩굴이 이리저리 뜯어져 계단의 속살이 훤히 들어나 보였다.
“아까 그 녀석들이 한 짓인가 보군.”
폭이 1미터 남짓한 계단의 수를 속으로 세며 오르다 보니 레온은 어느새 계단의 끝에 다다랐다.
“… 이럴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