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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21화)
09. 전직, 복원술사!(3)


“덩굴에 매달려 있던 쇠막대기는 누군가가 뽑아서 던져 버린 건가 보군.”
군데군데 쇠막대가 뽑혀져 있는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도 쇠막대를 다 뽑으려 하다가 그냥 포기한 것 같았다.
레온은 허탈함에 땅바닥에 퍼질러 앉았다.
“어떻게 하란 말이야?”
벌러덩.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정말 방법이 없구나. 사용 제한에 직업이 없어야 된다고 하니 1차 전직 퀘스트가 분명한데 뭐가 이렇게 어려운… 응?”
레온은 전직 퀘스트 창을 다시 열어 확인해 보다가 사용 제한 중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대장장이 라돈의 의뢰
뉴 필모어 성의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 라돈은 일족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유실된 유물이 대현자이자 마법사 한스킨스의 손에 들어가자 복원술사의 유적을 찾아 메드킨트의 명맥을 이으려고 합니다. 제한 시간 이내에 파라곤 산에 존재하는 메드킨트의 유적을 찾아 복원술을 배워 복원술사의 길을 이어받으세요.
제한 시간:28일
사용 제한:캐릭터가 사망한 기록이 없을 것, 직업이 없을 것, 해체, 수리, 도구재료감별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것
보상:히든클래스 [복원술사]로 전직, 명성 +500, 라돈의 붉은 망치, 알 수 없는 지도, 대장장이 라돈의 신뢰, 전 스탯 +5
난이도:전직 퀘스트

“해체, 수리, 도구재료감별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것? 이게 단순하게 걸어 놓은 제한일까? 아니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레온은 눈을 감은 채 그 세 가지 스킬 중에 이 상황을 타개할 스킬이 있는지를 고민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앗! 스킬 해체!”

[해체(패시브)] LEV4
숙련도:56.2%
무기류의 해체가 가능하다.
병장기를 제외한 도구의 해체가 능숙해진다.
해체 시에 재료의 손상이 60% 감소한다.

대장장이 지프의 의뢰를 끝내고는 거의 사용을 하지 않아 잊고 있던 스킬, 해체가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는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냥 땅에 박힌 것이라면 쇠막대를 뽑기 힘들겠지만 쇠막대는 시멘트처럼 보이는 성분의 물질과 같이 땅에 박혀 있었다.
때문에 더욱더 뽑히지가 않는 것이었지만 쇠막대도 일종의 도구이고 시멘트도 사람이 만든 도구이니 해체 스킬로 분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레온은 도구를 해체한다는 마음으로 오른손으로는 망치로 시멘트를 쳐서 충격을 주고 왼손으로는 쇠막대를 잡아 뽑아 보았다.
쿵. 쿵. 쿵.
그러자 아까 전에는 안간힘을 써도 뽑히지 않던 쇠막대가 너무 쉽게 뽑혀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맞았어! 여기가 바로 메드킨트의 유적이었던 거야!!”
복원술사 전직의 필수 스킬 중에 하나인 해체 스킬로만 쉽게 뽑을 수 있는 쇠막대기, 여기에서 레온은 이 동굴이 유적으로 가는 입구라는 것을 확신했다.
“좋아! 단번에 유적지까지 간다!”
레온은 길을 가로막는 쇠막대를 하나씩 뽑으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유적으로 점점 접근해 들어갔다.
그렇게 해체 스킬로 쇠막대를 뽑으며 전진을 시작한 지 하루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탱, 탱그랑.
레온은 마지막 쇠막대를 뽑아내어 바닥에 던져 버렸다.
쉬지 않고 해체 스킬을 써 댔더니 스킬레벨이 6이 되었고, 직선거리로 50미터에 다다르는 거리를 폭 30센티의 공간이 생기게 쇠막대를 뽑다 보니 꼬박 하루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어두운 동굴 안에서 하루 동안 쇠막대를 뽑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참으로 지겨운 일이었지만 레온은 해내었다.
레온은 손을 탈탈 털며 일어나다 꺼져 버린 램프에 기름을 채우고는 동굴 안을 비추었다.
“자∼이제 전직을 해… 아! 이제 그만 좀 하지?”
램프의 불빛이 동굴 안을 비추자 앞의 전경이 드러났다.
레온의 앞은 아무것도 없었다.
있어야 할 땅이 보이지가 않아 오로지 암흑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동굴 안에 낭떠러지라니… 어떻게 건너라는 거야?”
레온은 혹시나 다른 길이 있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폭 3미터의 동굴은 낭떠러지로 향하는 입구일 뿐이었다.
“이런 제기랄!!”
탱, 탱그랑. 팅!
레온은 신경질적으로 주변에 아무렇게나 뽑혀 있는 쇠막대를 던지거나 차면서 화풀이를 했다.
“이런 빌어먹을 퀘스트가 사람 성질 나오게 하네. 착하게 살려고 했더니 이제 나도 못 참아! 운영자 현피를…….”
지이이이잉.
그때 무언가 대기를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온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램프를 들어 낭떠러지를 비추어 보았다.
지이잉.
자신이 던지고 차 낸 쇠막대 중에 몇 개가 낭떠러지로 떨어졌는데 그중에 한 개가 중력을 무시하고 낭떠러지 위에 떠 있었다.
그 쇠막대는 허공에서 천천히 이동하더니 레온이 서 있는 길의 벽면, 즉 낭떠러지의 절벽 면에 가로로 붙어 버렸다.
“뭐지 이거? 자력인가?”
자력이라면 무언가 이상했다.
분명히 5개 이상의 쇠막대가 떨어졌는데 그중에 하나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레온은 절벽 면에 딱 붙어 있는 쇠막대를 만져 보았다.
“아무 이상이 없는데… 떨어지지가 않는다!”
절벽 면에 붙은 쇠막대는 힘을 줘서 당겨도 위에서 눌러도, 밀어내려 해도 요지부동 움직이지 않았다.
“흠…….”
레온은 벽면에 붙어 버린 쇠막대를 툭툭 치며 생각에 잠겼다.
“복원술사로 전직하기 위해 필요한 스킬은 총 세 가지. 해체, 수리, 도구재료감별이야. 그중에서 여기까지 들어오는데 수리와 해체 스킬을 사용해서 도달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스킬은 도구재료감별, 그게 해결책이야.”
레온은 망설임 없이 스킬을 외쳤다.
“도구재료감별!”

[쇠막대:선철 합금강(황철석, 갈철석, 적철석 혼합, 탄소비율 1.7%)
알 수 없는 합금 방법으로 금속의 경도가 강해지고 잘 깨어지지 않는다.]

“틀리다! 이 전에 재료를 확인했을 때와 틀려!”
레온은 주변에 다른 쇠막대를 주워들었다.
“도구재료감별!”

[쇠막대:선철 합금강(황철석, 갈철석 혼합, 탄소비율 2.5%)
알 수 없는 합금 방법으로 금속의 경도가 강해지고 잘 깨어지지 않는다.]

“도구재료감별!”

[쇠막대:선철 합금강(황철석, 갈철석 혼합, 탄소비율 2.5%)
알 수 없는 합금 방법으로 금속의 경도가 강해지고 잘 깨어지지 않는다.]

“도구재료감별.”
…….
연달아 6개의 쇠막대를 감별해 보았지만 벽면에 붙어 있는 쇠막대와는 재료와 비율이 조금 틀렸다.
레온은 그 6개의 쇠막대 중 하나를 낭떠러지 아래로 던져 보았다.
쇠막대는 궤적을 그리고 날아가 어둠에 휩싸였다.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레온은 또 다른 쇠막대들을 감별해 나갔다.
분명히 공중에 뜨는 쇠막대는 합금의 비율이 틀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도구재료감별.”

[쇠막대:선철 합금강(황철석, 갈철석,적철석 혼합, 탄소비율 1.7%)
알 수 없는 합금방법으로 금속의 경도가 강해지고 잘 깨어지지 않는다.]

“찾았다!”
레온은 붙어 있는 쇠막대 뒤편으로 조심스럽게 들고 있던 쇠막대를 던졌다.
그러자.
지이이이잉.
다시 그 공기를 울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쇠막대가 중력을 무시한 채 천천히 움직이더니 붙어 있는 쇠막대에 나란히 붙어 버렸다.
탁.
“역시!”
레온은 자신의 판단이 맞았다는 것에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이렇게 유적으로 가는 길에 정성을 들인 것을 보니까 역시 복원술사는 보통 직업이 아니야. 분명히 나에게 떼돈을 안겨 줄 거야.”
들뜬 마음으로 쇠막대를 하나씩 감별해 나갔다.
물론 모든 쇠막대를 다 낭떠러지에 던져 버리면 그중에서 비율이 틀린 쇠막대는 중력을 무시하고 떠올라 다리를 만들어 주겠지만 레온은 모든 쇠막대를 낭떠러지에 던져 넣지 않았다.
“2미터 길이 쇠막대가 선철 합금강이란 말이야. 박혀 있는 것까지 합치면 적어도 수만 개는 되는데 이 많은걸 가져다 팔면 큰돈이 될 거야.”
레온은 자신의 돈이 될 쇠막대들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다시 하루가 지나 쇠막대로 된 다리가 완성이 되었다.
레온은 이미 공중에 떠 있는 다리 위에 앉아 쇠막대를 허공에 던져대고 있던 터라 다리가 무너질 거라는 의심 없이 반대편 낭떠러지와 연결된 다리를 건넜다.
“이제 끝이군. 세 가지 스킬을 다 사용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유적으로 가는 일만 남았구나.”
눈앞에는 3미터 높이에 폭 1미터가량의 좁은 동굴이 뚫려 있었다.
신기한 것은 굴 안의 천정과 벽을 이루는 돌에서 아주 미세한 빛이 흘러나와 동굴 전체를 하늘빛으로 밝히고 있었다.
레온은 램프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서서히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벽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강하지 않는데도 사물이 분간되는구나. 신기한데?”
레온은 동굴의 벽을 더듬으며 천천히 걸어 나갔다.
드르륵.
“응?”
그러다가 자신의 오른발로 디딘 바닥이 미세하게 아래로 꺼진다는 느낌이 들며 돌이 갈리는 소리가 났다.
“……?”
좋은 예감은 들지 않았다.
드드득, 드드득, 드드득, 콰득!
레온은 고개를 돌려 뒤편의 낭떠러지를 바라보았다.
콰득! 드드득.
쇠막대 다리로 연결된 낭떠러지 길부터 시작해서 동굴로 향하는 지반이 내려앉고 있었다.
바닥이 점점 꺼지며 자신이 서 있는 동굴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라이!”
레온은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무작정 앞으로 뛰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허무하게 벼랑으로 떨어져서 죽을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
전속력으로 달리며 힐끗 뒤를 훔쳐본 레온의 입에서 절로 비명이 흘러나왔다.
땅이 꺼지는 속도가 빨라져 어느새 자신의 발 뒤쪽은 완전한 어둠으로 부서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앞쪽 동굴의 바닥도 퍼석하는 소리를 내며 균열이 생겨났다. 조금이라도 속도를 늦추는 순간 자신은 저 아래로 떨어지게 되리라.
레온은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어 무너져 가는 바닥을 빠르게 디디며 앞으로 뛰어갔다.
“다 왔다!”
20미터 앞 지점에 동굴이 끝나고 새로운 공간으로 향하는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확신은 들지 않았지만 저곳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추락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15미터, 10미터, 5미터. 이제 4미터만 더 가면 이 동굴을 벗어날 수 있는데 진땀을 흘리며 전속력으로 달리던 레온은 자신의 왼발 아래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젠장!!”
자신이 디디고 있던 왼발 아래의 바닥이 어느새 짙은 어둠을 바뀌어 있었다.
“으아악!”
레온은 기울어지는 몸을 바로 새우려 안간힘을 쓰며 오른발을 뻗어 바닥을 박차고 높이 뛰었다.
남은 거리는 3미터 50!
자신의 스탯과 운동 능력으로 어쩌면 닿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도약을 할 때에 자세가 너무 불안정해서 아직 2미터 정도밖에 나가지 않았는데 벌써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레온에게 이 몇 초의 순간이 마치 몇 년같이 길게 느껴졌다.
‘분명히 동굴 안과 저 동굴의 끝은 땅의 재질이 틀려, 이게 정말 복원술사의 유적이라면 붕괴는 저기에서 멈춘다!!’
그는 조금이라도 멀리 가기 위해 허공에서 발을 구르며 팔을 휘저었다.
그런 노력에도 그의 몸은 속절없이 떨어져 내렸다.
콰르륵!
이미 동굴 바닥은 모두 무너져 내려 자신이 착지할 땅이 없었다. 하지만 동굴 밖에 지면은 조금도 붕괴되지 않아 있었다.
‘절대! 죽을 수 없어!’
레온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의 지척에 닿은 동굴 밖의 지면을 향해 오른팔을 뻗었다.
턱.
‘됐다!’
오른손 손바닥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자 레온은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그것을 꽉 움켜쥐었다.
―강한 충격을 받아 HP가 320 감소합니다.
―10초간 몸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의 얼굴이 이제 절벽이 되어 버린 남은 지면에 강하게 부딪혔지만 레온은 살았다는 안도감에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됐다!”
레온은 지면에 파고든 손가락으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는 오른팔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10초가 지나길 기다렸다가 경직 상태가 풀리자 왼손을 치켜들며 환호성을 외쳤다.
“내가 이따위 함정에 굴복할 것 같으냐? 얼마든지 해 봐라!”
레온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위험한 순간에 급격하게 분출된 아드레날린으로 잔뜩 흥분이 되어 듣는 이도 없는데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생존을 알렸다.
“나는 절대 죽지 않아!”
탁.
그렇게 외친 레온은 땅 위에 왼손을 올려놓고 다리로 절벽 면을 박차서 무너져 버린 동굴을 벗어났다.
낭떠러지에서 빠져나온 그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온몸에 쇳가루와 흙먼지를 뒤집어써서 지저분했고 얼굴은 부어올랐고 코에서는 코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의 오른손 검지는 손톱이 반쯤 깨져 피가 흐르고 오른손 전체가 퉁퉁 부어 있었지만 레온은 신경 쓰지 않았다.
―출혈이 발생하여 생명력이 회복되지 않습니다.
이런 알림음도 무시했다.
어차피 싱크로율을 40%로 해 놓았기 때문에 통증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