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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던진 창은 너무 힘이 들어갔는지 사막늑대를 한참이나 지나쳐 20여 미터나 날아갔다.
“힘이 좋은 거니까 좋아해야 하는 건가?”
휙―!
투덜거리던 케이는 또 하나의 창을 꺼내 던졌고, 이번엔 거리는 얼추 비슷하게 날아갔지만 목표로 했던 사막늑대를 맞추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녀석이 더욱 흥분해서 이쪽으로 오려는 것이 마음에 드는 정도였다.
“왠지 직접 가면 곤란할 것 같아. 요 언덕 너머에 동료들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케이는 보기보다 생각이 깊었다.
아니, 생각이 깊다기보다는 자잘한 것을 따지는 성격이라고 보는 편이 맞았다. 그 자잘한 것의 기준 역시 극히 제멋대로였는데 어떤 일은 대범하게 넘기지만 어떤 일은 하나에서 열까지 신경을 썼다.
“크엉! 컹!”
낮게 짖던 사막늑대는 이어서 날아온 가시 창을 훌쩍 뛰어 피해 내고는 새로 창 하나를 더 준비하던 케이를 노려보며 무섭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사막에 사는 동물답게 움직임을 최대한 줄여 순식간에 접근하고 있었고, 케이는 그대로 오른손의 창을 던진 뒤, 서둘러 왼손의 창을 두 손으로 고쳐 잡고 허리를 낮추었다.
사막늑대가 케이를 노리고 달려왔지만 자세를 취하고 긴 창을 앞세운 케이의 눈에선 조금의 두려움도 찾을 수 없었다.
“나만 보면 안 되지!”
“하앗!”
케이의 바로 앞까지 달려들던 사막늑대는 두어 걸음 옆에서 달려와 방패를 앞세우는 레이의 위협에 놀란 듯 재빨리 옆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그대로 보아 줄 케이가 아니었다.
“늑대 꼬치!”
푸욱―!
긴 가시 창은 조금의 자비심도 없이 녀석의 옆구리에 깊이 쑤셔 박혔고, 찌른 것과 동일한 속도로 빠져나왔다.
“꺄우울―!”
이제야 표시되는 사막 늑대의 체력은 235/250. 공격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상처에서 줄줄 붉은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녀석의 체력은 추가적으로 조금씩 더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막 늑대가 출혈 상태에 빠졌습니다.
초당 3의 체력이 20초 동안 추가로 손실됩니다.

“그것 가지곤 안 되지.”
그래 봐야 그들의 체력보다 두 배가 많은 체력이 남아 있는 사막늑대였다.
아마 레벨도 지금 1인 둘보다야 훨씬 높을 거라는 판단이 서자 케이는 긴장하며 창을 고쳐 쥐었고, 레이 역시 같은 생각인지 방패를 굳게 쥐고 자세를 낮추며 케이의 앞쪽을 막아 주었다.
“크아앙!”
사막늑대는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한 것에 자존심이 몹시 상한 듯 날카로운 발톱을 앞세우며 재차 달려들었다.
“크읏!”
방패로 그것을 막아 낸 레이는 무척이나 강한 힘에 주르륵 밀려나며 두 다리가 모래 속으로 쑤욱 들어갔다.
푸슉―!
“끄앙!”
2미터의 창이라는 것은 제법 괜찮은 무기였다. 물론 앞에서 방어를 전담해 주는 사람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시 한 번 가해진 케이의 찌르기는 피로 얼룩진 사막 늑대의 몸뚱이에 또 하나의 구멍을 뚫어 버렸다.
“이얍!”
레이도 막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 밀려나던 그는 이를 악물며 한 걸음 밀어붙임과 동시에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휘둘러 녀석의 다리를 깊게 베었다.
순식간에 떨어져 버리는 사막늑대의 체력!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상대라는 것을 인식한 것일까?
녀석은 그제야 훌쩍 뛰어 물러나며 거친 숨을 헐떡였다.
1분도 되지 않은 상황인데 벌써 체력의 반 이상이 깎여 버린 사막늑대는 창으로 인한 추가 출혈까지 진행 중이었기에 남아 있던 피통마저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끄응…….”
녀석의 눈빛을 먼저 읽은 것은 레이였다.
“도망친다!”
“그러면 안 되지! 이야아압!”
우드득.
꼬리를 내리고 돌아서려던 사막늑대에게 달려든 케이의 창이 녀석의 왼쪽 옆구리를 뚫고 오른쪽 등으로 빠져나왔다.

스킬을 얻으셨습니다.

<급조된 창술 Lv1>

“긴 게 최고다!”
과거 ‘창의 귀신’이라 불리며 많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용병 잭’은 그에게서 가르침을 얻고자 했던 많은 이들을 주저 없이 찌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전해진다.
‘긴 것은 좋은 것이다!’
다만 그 긴 것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가 관건이며, 그것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이 바로 고도의 창술가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창 계열 무기의 데미지 5% 증가.
1%의 ‘심한 출혈’ 확률 생성.

“창술? 오오…… 윽!”
새로운 안내창에 시선이 뺏겨 긴장이 살짝 풀린 케이는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뛰어든 녀석의 앞발에 놀라 뒤로 굴렀지만 날카로운 발톱에 그만 왼쪽 어깨를 다치고 말았다.
“젠장!”
단 한 번의 공격에 피가 30이나 쭉 떨어지자 깜짝 놀라 뒤쪽으로 훌쩍 뛴 그는 재차 자신을 덮쳐 오는 늑대의 이빨을 몸을 굴러 가까스로 피해 냈다.
“먹어라!”
뒤이어 녀석의 목덜미에 꽂힌 것은 레이의 장검!
레이는 녀석의 목을 꿰뚫은 것으로 끝내지 않고 쥐고 있던 검 손잡이를 비틀며 거칠게 뽑아내 더욱 큰 피해를 입혔다.
목을 깊이 찔려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쓰러진 늑대는 그대로 헐떡이다 뻣뻣하게 굳기 시작했고, 바닥엔 몇 가지 아이템들이 떨어져 케이가 주워 주길 기다렸다.
“사막늑대의 가죽, 송곳니, 고기. 뭐 예상대로인가.”
별로 특이할 것 없는 잡템들이었지만 고기가 나온 이상 더 이상 말랑한 선인장만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반가운 케이였다.
몬스터가 사망한 뒤 직접 손질을 하면 더 많은 고기나 가죽들을 얻을 수 있지만 레이의 낡은 검 외엔 칼도 없고, 당장은 어깨의 상처를 틀어막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늑대의 시체가 증발할 때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이 처음 사냥한 사막늑대의 레벨은 5. 레벨 1의 유저 혼자서는 절대로 잡지 못할 몬스터지만 둘이라는 숫자와 적절한 무기, 늑대의 방심이 어우러져 큰 피해 없이 잡아낼 수 있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게임 성향에 따라 힘 1과 적응력 1의 능력치 상승이 이루어졌습니다.

“아, 나만 올랐나?”
“파티를 안 해서 그런가 봐.”
파티를 하지 않아서 각자 입힌 데미지대로 경험치가 올라간 모양이었다. 둘은 그제야 파티를 맺었다.
“어디에 올리지?”
에니티는 레벨을 올리면 그 유저의 전투나 생활 일반에서 보여 준 행동패턴에 따라 2개의 능력치가 상승하고, 별개로 3개의 능력치를 본인 의사대로 올릴 수가 있었다.
1레벨당 5의 능력치 상승이 있는 것인데, 자동 분배와 직접 분배를 적절히 조절하여 한쪽으로 치우친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고, 골고루 균형 잡힌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었다.
물론 너무 잡다하게 올리면 이도 저도 아닌 잡캐릭터가 될 위험이 있으니 신중하게 올려야 하는 것이다.
“힘, 민첩성, 건강, 지혜, 적응력, 운이라. 운은 유저가 올리는 게 아니니까 됐고, 힘에 두 개, 민첩에 하나, 아니아니. 좀 더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한참이나 고민하던 그는 조심조심 입을 열었다.
“힘, 민첩성, 건강에 하나씩.”

그렇게 올리시겠습니까?

“응. 마음 바뀌기 전에 얼른.”

본인의 의지에 따라 세 개의 포인트를 힘, 민첩성, 건강에 1씩 부여하였습니다.

“상태창 오픈.”

<캐릭터>
이름 : 레이 한 레벨 : 2 성향 : 없음
호칭 : 태생이 비겁한 확보 호칭 : 1 [상세보기]
체력 : 102/160 정신력 : 30/35 기력 : 189/200

<능력치>
힘 : 7 민첩성 : 6 건강 : 6
지혜 : 5 적응력 : 6 운 : 0
공격력 : 10 + 5~10 [상세보기] 방어력 : 6 + 20 [상세보기]
성향 : 무 명성 : 아무도 모른다.
소지금 : 3골드 50쿠퍼

<스킬>
{액티브}구차한 임기응변 Lv5
{패시브}급조된 창술 Lv1

상태창을 열어 확인하던 케이는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였다.
“우오오―!”
언덕 너머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사막늑대의 울음소리가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