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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종 자격증은 사원 50명 이상 100명 이하의 소규모 캡슐 공장에선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할 만큼 희소성과 그 자격이 큰 것.
그 이유는 대부분의 공장이나 업체들이 보통 그 자격증을 가진 기술자의 이름만 빌려 쓸 뿐 모든 관련 업무는 자격증이 없는 직원들도 다 같이 하기 때문이었다.
연봉을 많이 잡아먹는 자격증 소지 기술자를 특별히 많이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 하지만 명훈은 자신으로는 모자란 것인지 영진을 꼭 데리고 가겠다고 말했다.
“시작하고 어느 정도는 아마 별일이 없겠지만 어느 순간 제대로 터지기 시작하면 우리 셋으로는 일손이 부족할 거야. 이건 예상이 아니라 확신이야.”
“저야 월급만 제대로 나오면 좋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명훈이 형이랑 호상이하고 일하는 거면 낯설지도 않아서 좋겠고.”
“월급이야 최대한 보장할 거야. 아무리 못 줘도 삼화실업보다 두 배 이상은 줄 수 있어. 물론 그 자격증이면 큰 공장에선 연봉 4~5천은 주겠지만 그건 좀 무리일 것 같고.”
“어휴. 큰 공장 들어가지도 못해요. 누구 조카에 누구 손자, 누구 친구 아들이 다 꿰차고 있어서.”
“흐흐. 나한테는 다행인 일이네. 아, 똑순이 왔다.”
“주문하신 레몬 아이스티, 체리 치즈 케이크 1번 나왔습니다.”
“주문하신 딸기 밀크셰이크, 초콜릿 치즈 케이크 3번입니다.”
아영은 카운터에 함께 있던 키 작고 안경 쓴 친구와 각각 쟁반 하나씩을 들고 와 음료와 케이크 접시를 내려놓았다. 둘의 왼쪽 가슴엔 하늘색의 명찰이 달려 있었는데, 각각 최아영과 이혜은이라고 적혀 있었다.
“잘 먹을게요.”
영진은 자신의 앞에 접시와 음료수를 내려놓는 아영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고, 아영은 마주 고개를 숙이며 왠지 모르게 얼굴을 살짝 붉혔다.
“서비스는 없어, 똑순아?”
“이이…….”
명훈의 말에 붉히던 얼굴을 도로 굳힌 아영은 남들 눈치를 살피며 그쪽으로 가 명훈의 팔을 꼬집었다.
“으윽!”
“똑순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죠.”
“아니, 그럼 똑순이를 똑순이라고 부르지, 뚱순이라고 부르나?”
“이 어르신이 진짜…….”
“으윽! 여기 종업원 손님 접대가 뭐 이래……! 컴플레인 걸 거야, 치마랑 다 걸어 버릴 거야, 두고 봐!”
“걸긴 뭘 걸…….”
생떼를 쓰는 명훈을 재차 꼬집으려 눈치를 살피던 아영은 문득 자신의 앞에 놓인 케이크를 보고 있는 영진을 주목했다. 웃고는 있지만 억지로 웃는 듯한, 어딘가 굉장히 어색했다.
“저…… 마음에 안 드세요?”
조심스레 묻는 아영의 말에 영진은 여전히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홰홰 저었다.
“아뇨, 아뇨. 그냥. ……제가 입이 저렴해서 질보단 양으로 승부하거든요. 그래서 그래요.”
그의 말에 테이블을 힐끔 본 아영은 웃음을 지었다. 배를 채울 수 있는 거라곤 케이크 두 조각이 다였다. 그러더니 문득 한 걸음 다가서며 슬쩍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했다.
“저 안 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존대예요? 이제 말 놓으세요.”
“예? 아아. 뭐, 그게 편하면 그렇게 할게요. 당장은 좀 무안하고 다음에 만나게 되면 그러죠.”
“얘가 보기보다 숫기가 없거든. 네가 이해해라, 똑순아.”
“쓰읍.”
명훈은 살기에 찬 아영의 눈에 깨갱하며 아이스티만 후룩거렸다.
“그럼 다음에 만나면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예? 뭐, 언니는 아니니까. 그러세요.”
영진은 쑥스러워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끄덕였고, 아영은 기뻐하는 얼굴로 약속한 거라고 확인까지 받은 뒤에 친구와 함께 카운터로 돌아갔다.
“똑순아, 서비스 좀!”
그 뒤에 대고 쐐기를 박는 명훈에 영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렸다.
“부르지 마요. 싫어하는데.”
“야, 이거 멍든 것 좀 봐. 뭔 여자애가 저렇게 손힘이 세?”
“한창 힘 좋을 때잖아요.”
“너랑 한 살 차이거든?”
“아.”
영진은 자꾸 자신이 스물이 넘었다고 착각을 하곤 했다. 아마도 서른이 넘은 명훈과 어울리는 것도 그렇고 나이 많은 사람들과 오랫동안 지내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았다.
다시금 스스로의 나이를 자각한 그는 포크를 들어 ‘초콜릿 치즈 케이크 3번’이라는 조막만한 3만원짜리 음식을 조심스레 한 조각 잘라 입에 넣었다.
“…….”
기대했던 게 잘못이었을까.
동네 가게에서 사 먹는 5백원짜리 봉지 빵이랑 별반 차이가 없다.
“상당히 기대했다가 무너지는 얼굴이군.”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주문한 케이크를 먹으며 웃는 명훈. 영진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3만원?”
“세상엔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하더군.”
“이게…… 3만원?”
“이게 단 음식이라 많이 먹어도 몸에 안 좋으니까 요 정도가 적당하잖아?”
“이게…….”
“나도 돈이 무진장 아까워지고 있으니까 그만하시지?”
“……넵.”
약간의 살기 어린 웃음을 본 영진은 불평하던 것을 뚝 그치고 옆에 있던 밀크셰이크를 빨대로 쭈욱 빨았다.
“딸기가 들어 있나?”
“너 메뉴 안 보고 고른 거냐? 딸기 밀크셰이크라잖아.”
“아아.”
그랬었던가, 하며 다시금 몇 모금을 더 입에 머금은 영진은 우물거리며 느껴지는 자잘한 알갱이들을 삼키곤 고개를 갸웃했다.
“갈아서 넣은 건가 보네.”
“씹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갈지 말고 조각조각 썰어서 해 달라고도 한다는데 그러면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갈아서……. 문득 드는 생각에 영진은 피식 웃었고, 명훈은 문득 주위를 보다 영진을 불렀다.
“내가 아니라 너인 것 같은데.”
“뭐가요?”
“주위를 봐.”
영진은 명훈의 말에 갸웃하며 주위를 돌아보다 보고 말았다. 몇몇 테이블에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눈빛들, 특히 몇몇 살기까지 느껴지는 눈들에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움츠린 그는 명훈을 향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요?”
“아마 조금 전 똑순이가 오빠 어쩌구 할 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에이, 설마요.”
설마가 아닌 것 같다. 길거리였다면 돌멩이라도 날아왔을 것 같은 분위기. 이것은 분명한 살기였다.
영진은 그저 몸을 움츠린 채 앞에 놓인 2만5천원짜리 음료수를 쪽쪽 빨아볼 뿐이었다.
“별명이 똑순이야?”
“그거 부르지 말아 줘. 트라우마야.”
카운터로 돌아온 아영은 웃으며 묻는 혜은에 답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똑순이.
얼마나 그 별명을 싫어했던가.
어른들이 부르기에 꾹 참긴 했지만 정말 맘에 안 드는 별명이었다.
‘아영이라는 좋은 이름을 놔두고 왜 똑순이냐고!’
물론 좋은 의미로 붙여 준 별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산다는 것. 그런 이유로 붙여 준 별명. 그래도 싫었다.
특히 그 사람 앞에서 그렇게 불리는 것은 더욱 싫었다.
“…….”
아영의 시선은 사방의 살기 어린 시선에 움츠러든 채로 빨대를 입에 물고 있는 한 사람을 향해 있었다.
“맛있냐? 더 사 줄까?”
“됐거든요!”
영진은 이 시선들을 더 버티다간 체할 것 같아서 꾸역꾸역 비싼 케이크를 입에 넣다가 발끈해서 쏘아붙였고, 명훈은 뭐가 재미있는지 낄낄 웃었다.
“밥 사 준다길래 해물 파전에 소주 생각하고 왔더니만.”
“몇 살이나 됐다고 벌써부터 낮술 타령이야.”
“그러니까 밤에 불러야죠.”
다시금 투덜거리던 영진은 문득 또 다른 시선을 느끼고 눈을 돌리다 마침 자신을 향하고 있던 아영과 눈이 마주쳤다.
아영은 그와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돌렸고, 영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으, 달어.”
마지막 케이크 조각을 마저 입에 넣은 영진은 대충 씹어 넘기고 물로 입을 헹궜다.
“하루 종일 찐득찐득 할 것 같아요.”
“좀 과하게 달긴 한 것 같더군.”
명훈도 자신 몫의 케이크를 다 먹고 나서 문득 말을 건넸다.
“에니티인가 그 게임 돈 좀 된다던데 넌 얼마나 벌었냐?”
“돈이요? 말도 마요. 근 일주일 동안 사막만 걸어 다녔어요. 이 게임 완전 편파예요. 사막 한복판에 떨어뜨렸다니까요? 완전 서바이벌이죠.”
“그래도 살아남긴 했나 보네.”
명훈은 굉장히 불쾌하다는 듯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영진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 빛이 난다는 것을 알고 웃으며 말했다.
“뭐, 사막을 걷는 것도 그럭저럭 재미는 있더라고요.”
“동생이랑?”
“그런 것도 있죠. 인공지능이긴 한데 꽤 잘 만들었어요.”
“일란성 쌍둥이면 너랑 똑같이 생겼겠네?”
왠지 일그러진 웃음으로 묻는 명훈에 영진은 고개를 저었다.
“캐릭터가 제 외모에서 조금 변형시켜서요. 그 캐릭터랑은 똑같죠.”
“그렇구나. 그럼 캐릭터 이름은 뭔데?”
“케이요. 케이 한. 한은 그냥 제 성 가져다 붙였어요.”
케이 한. 케이가 무슨 뜻이냐는 물음에 영진은 그냥 무작위 이름 생성기로 굴려서 나온 이름 중에 고른 거라고 답했고, 명훈은 너답다며 웃었다.
“나답다고요? 이상하게 기분 나쁘네.”
“아아, 놀린 거 맞아.”
“쳇. 그나저나 에니티가 돈이 된다는 이야긴 뭐예요?”
투덜대던 얼굴을 고쳐 묻는 영진에 명훈은 자신이 아는 이야기들을 그대로 전해 주었다.
“아. 사업 관련해서 여기저기 조사를 하고 있는데, 요새 이런저런 게임회사들이 서비스를 접고 문을 닫고 있다고 하더라고. 뭐라더라, ‘상대적 수익 약화’라던가? 근데 그게 작은 회사들만 그런 게 아니고 어느 정도 큼직큼직한 회사들도 그러기 시작했대. 아톰 컴퍼니나 데몬 크리에이티브 같은 마니아 집단도 마찬가지더라.”
“데몬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