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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 1권(8화)
3장 역시 집은 좋은 곳이야(3)
다음 날 아침. 윤재는 기분 좋게 집 밖을 나섰다.
오늘 은행에 가서 복권을 돈과 바꿀 생각이라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이다.
무려 십억하고 사천만 원이나 되는 금액.
십억짜리 한 장과 이천만 원짜리 두 장이 품속에 있는 터라 윤재는 조금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가장 커다란 금액이었기 때문에 가지고 가기로 결정을 하였던 것이다.
이 정도의 금액은 다른 이를 통해 바꾸려 하면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당첨금을 모두 통장에 입금시킨 윤재는 아주 기분 좋게 은행을 나섰다.
“하하하, 정말 대박이다.”
윤재는 통장에 넉넉한 현금을 들어가자 정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자신이 그 어떤 노력을 해도 벌 수 없다고 생각하였던 돈을 가지게 되니 꿈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하여 윤재는 아주 좋은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어이, 윤재. 어디 갔다 오는 건가?”
집에 도착해 보니 집 주인이 윤재를 불렀다.
“아니, 주인 아저씨, 어쩐 일이세요?”
“오늘 자네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온 거라네. 안으로 들어가지.”
주인 아저씨의 얼굴을 보니 무언가 힘든 이야기를 할 것 같아 보였기에 윤재는 앞장을 섰다.
“예, 그럼 제 방으로 가요.”
윤재가 앞장을 서자 주인 아저씨는 조금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윤재의 집으로 들어온 주인 아저씨가 힘겹게 먼저 입을 열었다.
“이보게, 미안하지만 이번 달 안에 방을 빼 주었으면 하네.”
윤재는 주인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대강 짐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바로 빼겠다는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윤재가 그동안 상당히 성실하게 생활하였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아주 싸게 전세로 집을 준 주인 아저씨였다.
한데 갑자기 방을 빼 달라고 말을 하려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순순히 대답을 해 주었다.
“사실은 이번에 우리 아들놈이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게 생겼다네. 아무리 미운 놈이라 해도 아들이니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어 다른 집에도 모두 전세를 올려 달라고 하였네. 그리고 자네가 있는 집은 지금도 삼천은 받을 수가 있는 집이라 이번에 어쩔 수 없이 내놓게 되어서 그러네. 자네처럼 열심히 사는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다네.”
주인 아저씨의 아들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윤재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지금 주인 아저씨가 하는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지금 윤재가 살고 있는 집을 오백만 원에 전세로 살 수가 있던 것도 모두 주인 아저씨가 그만큼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기에 윤재도 충분히 공감하였다.
“아저씨, 그러면 이달 안에 방을 빼야 하나요?”
“사실 내일이라도 바로 빼 줄 수가 있으면 좋겠지만, 갑자기 그렇게 방을 빼라고 할 수는 없으니 이달까지 시간을 주는 거라네.”
주인도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렇다고 아들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모질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윤재도 그런 주인 아저씨의 얼굴을 보며 충분히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그동안 이렇게 싸게 살 수 있게 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이제 충분한 자금이 있기에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있는 입장이기도 했고 말이다.
“아저씨, 제가 내일부터 방을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닐세. 우리 집에 자네 같은 사람이 많이 살아야 좋은데, 참으로 미안하게 되었네.”
주인 아저씨도 윤재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에 하는 소리였다.
주인인 정씨는 어려서부터 혼자 고생을 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랬기에 노력을 하는 사람에게는 자신도 많은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사람 자체가 착하고 성실했기에 주변에 있는 이웃들이 모두 한결같이 좋은 분이라는 말을 하는 인물인 것이었다.
“아닙니다. 제가 그동안 너무 신세만 지고 있었는데요, 뭘. 아무튼 내일부터 바로 방을 알아보고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고맙고 미안하네.”
주인 아저씨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는 바로 일어서서 방을 나갔다.
미안한 마음에 더는 같이 있기가 불편한 듯했다.
윤재는 주인 아저씨가 나가자 잠시 혼자 생각에 빠졌다.
오늘 자신이 번 돈이 세금을 빼고도 근 칠 억이 되는 금액이었기 때문에 집을 구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나이도 있는데 집을 사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그냥 전세로 얻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전세도 좋지만 그래도 나중을 생각해서 집을 사는 것이 더 좋겠다. 처음에는 비록 많은 돈이 나가겠지만, 그래도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는 터전이 있는 것이 나으니 말이야.”
한참을 생각해도 집을 사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결론을 내린 윤재는 내일부터는 신축 빌라를 물색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비록 억이 넘는 돈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아파트는 상당한 고가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금액이 빠져나가면 자신이 힘들어질 것 같아서였다.
물론 놀고먹어도 최소한 몇 년은 버틸 수 있겠지만, 윤재는 원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먹는 사람을 가장 싫어했기 때문에 자신은 절대 그렇게 살고 싶지가 않았다.
다음 날부터 윤재는 또다시 집을 보기 위해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서울은 빌라라 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윤재는 가까운 부천 쪽으로 가서 찾고 있었다.
서울과 비교를 해도 거의 오천 이상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금 불편해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아직 정확하게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정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집은 서울과 가까운 부천 정도면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윤재는 부천에 붙어 있는 광고들을 보았지만 자신이 직접 신축으로 지어지고 있는 빌라를 먼저 찾아보고 싶어 한동안 부천바닥을 뒤지고 다녔다.
많은 빌라를 살핀 윤재는 지금 자신이 구경을 하고 있는 빌라가 마음에 쏙 들었다.
방도 컸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발코니가 크다는 점이었다.
“여기는 발코니가 아주 마음에 드는군요.”
“그럼요. 주변에 이런 빌라는 없습니다. 우선 발코니도 그렇지만, 여기를 사시면 사장님이 발코니에 조립식으로 지어 주신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조립식으로 지붕과 옆을 모두 막아 준다는 건가요?”
“그렇지요. 창문도 달아 준다고 했으니, 사용하시기에는 아주 좋을 겁니다.”
“그럼, 여기는 얼마나 되나요?”
윤재의 물음에 구경을 시켜 주고 있던 남자는 약간 눈치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여기는 일억 오천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흠, 솔직히 이야기하지요. 저는 은행에 융자를 얻지 않고 모두 현금으로 구입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얼마면 되나요? 가격이 맞으면 바로 구입하고 싶습니다.”
현찰가로 사겠다고 하니 남자는 정말 놀란 눈빛을 하며 윤재를 바라보았다.
여태 집을 팔아 보았지만 현금으로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처음 만나 보았기 때문이다.
“전부 현금으로 즉시 지불하시겠다는 건가요?”
“예. 가격만 맞으면 바로 즉시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럼 제가 사장님과 이야기를 해 보고 바로 대답을 하겠습니다.”
남자는 갑자기 현금으로 사겠으니 가격을 최대한 싸게 해 달라는 윤재의 요천에 자신이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한참 동안 남자가 통화를 하는 동안 윤재는 다시 한 번 집을 둘러보았다.
윤재가 지금 구경을 하는 집은 방도 세 개에다 화장실도 두 개나 있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위치도 전철역과 가까워 움직이기 불편하지 않은 곳이었기에 가격만 좋다면 바로 구입을 하였으면 했다.
진짜로 구입할 생각이 있다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느낄 수 있었기에 부동산 남자는 사장과 직접 담판을 지어 조금이라도 싸게 해 주려 하였다.
이윽고 결론이 내려졌는지 남자가 다시 윤재에게로 다가왔다.
“현금으로 일억 삼천오백까지는 주시겠다고 합니다.”
윤재는 그런 남자를 보며 진실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윤재는 지금 남자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윤재가 배운 기술 중 하나인 ‘진실’은 절대 윤재를 속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저하고 장난하시는 거죠? 현찰로 사는데 누가 그 금액으로 사겠습니까?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다른 곳에도 이런 집은 있으니 그쪽으로 가 보지요.”
윤재가 바로 인상을 쓰며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하자 남자는 대번에 말을 바꾸었다.
“저기, 손님. 그러지 마시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이 정도의 금액이라면 아주 좋은 가격에 드리는 겁니다.”
“그만하세요. 다른 곳에 갈게요.”
윤재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가차없이 바로 돌아섰다.
기분이 확 상해 버렸는지 윤재는 남자를 그냥 두고 혼자 건물을 내려가려 했다.
남자는 그런 윤재를 보고 빠르게 다가왔다.
“저기, 사장님. 제가 일억 삼천까지 드리겠습니다. 이 금액은 정말 나올 수가 없는 금액입니다.”
남자가 일억 삼천까지 가격을 내렸지만, 윤재는 다시 진실을 확인하며 역시 지금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도대체 집을 팔면 얼마나 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가격을 높게 부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윤재였다.
윤재도 목수이기 때문에 집을 지으면 대략 얼마쯤 건자재비가 들어가는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하게는 알고 있었기에 이런 정도의 집이라면 대략 자신도 일억 삼천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한데 지금 남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가격보다도 싸게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이 모두 일억 이천입니다. 저는 그 정도의 금액으로 집을 사려고 온 것이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다른 곳으로 가야겠습니다.”
윤재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돌아섰다.
그러자 남자는 다시 윤재를 잡았다.
눈으로 보기에도 확실히 집을 사려고 한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기, 사장님. 아무리 싸게 드린다고 해도 일억 이천오백은 주셔야 합니다. 사실 이 근방에서 이 정도의 빌라는 아무리 적게 준다고 해도 최소한 일억 오천은 주셔야 합니다. 저희 사장님이 이번에 인건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아직 빌라가 매매되지 않아 자금이 없어 골치 아파하시는 바람에 그 가격에 파격적으로 드리는 겁니다.”
남자의 말이 이번에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윤재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관심을 보였다.
“흠, 인건비가 부족하다고 하니 충분히 이해가 가네요. 저도 현장일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윤재가 자신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자 남자는 눈빛을 빛내기 시작했다.
“사장님, 그러면 부족한 오백은 융자를 받는 것으로 하시면 어떠습니까?”
“오백 정도는 저도 다른 곳에서 빌릴 수가 있으니 굳이 융자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윤재는 오백 정도는 충분히 빌릴 수가 있다고 하자 남자는 대번에 얼굴이 밝아졌다.
“하하하, 그렇죠. 오백 정도는 충분히 아는 분에게 이야기를 하시면 빌릴 수가 있으시겠죠. 역시 인맥이 좋으신 분으로 보였습니다.”
남자의 아부에도 윤재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사실 이렇게 무언가를 팔기 위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윤재는 그렇게 빌라를 구입하며 바로 대금을 지불하고 명의를 이전받았다.
빌라의 명의는 바로 법무사가 처리를 해 주었고, 윤재는 이사만 하면 되었다.
남자는 윤재가 현금으로 빌라를 구입하자 약간의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바로 윤재가 이사를 하기 전에 집을 청소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윤재는 기분 좋게 서비스를 받았고, 바로 삼 일 후에 이사를 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그렇게 빌라에 가장 먼저 입주를 하게 된 윤재였다.
윤재는 입주를 하기 전에 먼저 필요한 가전제품을 구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