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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 1권(15화)
6장 공돈은 언제나 즐거워(1)
면도날은 윤재의 얼굴이 갑자기 변하자 자신도 모르게 공포심이 들기 시작했다.
“제발 살려 주시오. 그렇게 해 주시면 무엇이라도 드리겠소.”
종현은 면도날의 얼굴을 보고 더 이상 상대와 협상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가 이미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협상은 오히려 상대를 화나게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종현이 결국 무릎을 꿇으며 살려 달라고 하였기에 윤재는 속으로 조금 놀라고 말았다.
‘뭐야? 이놈들은 겉으로만 강한 척한 거잖아?’
윤재는 놈들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약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겁먹을 수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말이다.
“좋아, 그렇게 말을 하니 이번만큼은 용서를 해 주도록 하지. 하지만 그냥 갈 수는 없으니 성의를 보여 줘야 하지 않겠어?”
윤재의 말에 종현은 무슨 뜻인지를 바로 이해를 하였는지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저놈은 우리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는 실력을 가진 놈이니 그냥 일반적으로 성의를 보였다가는 더 화를 낼지도 모르니 최대한 많은 금액을 주어야겠다. 당분간은 조직이 힘들지 모르지만 여기서 형님과 내가 병신이 되는 것 보다는 나으니 말이다.’
종현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는 바로 면도날을 보며 눈짓을 하기 시작했다.
면도날도 눈치는 백단에 이른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 종현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면도날이 고개를 끄덕이자 종현은 한결 안심이 된다는 눈빛을 보였다.
“우선 우리 애들이 많이 다쳤으니 병원으로 갈 수 있게 해 주시오. 나는 바로 은행을 다녀오겠소.”
윤재는 종현이 하는 말을 대번에 알아들었다.
“그렇게 해. 그럼 나는 어디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나?”
“안에 우리 사무실이 있으니 그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될 거요.”
종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바로 조직원들 중에 크게 부상을 입지 않은 놈에게 윤재를 안으로 모시라고 지시를 내렸다.
“너는 이분을 사무실로 정중하게 모시도록 하고 아직 몸을 추스를 수 있는 놈은 다친 조직원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도록 해라.”
종현이 지시를 내리자 조직원들 중 아직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놈들이 빠르게 부상자를 차에 실었다.
이들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을 때, 종현은 최대한 빨리 은행을 가서 무려 삼억이라는 금액을 인출하고 있었다.
“손님, 현금으로 받으시려면 잠시 기다려 주셔야 합니다.”
“아니오. 수표로 주시오. 시간이 없으니 최대한 빨리 주시오.”
종현은 통장에 있는 오억 중 삼억을 인출하는 것이라 그리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조직원들이 사용해야 자금은 이렇게 써야 하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직이 무너지게 생겼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
당연히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종현이 수표를 찾아 은행을 나서 사무실로 돌아와 바로 윤재를 보았다.
“여기 우리가 준비한 성의요. 앞으로는 절대로 그대에게 접근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종현은 윤재가 어떤 인물인지를 이번에 확실히 파악했기 때문에 저런 인물과는 관계를 가지지 않는 것이 조직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케이, 그렇게 하자고.”
윤재는 대답을 하고는 바로 봉투의 안을 확인하였다.
이런 일은 눈앞에서 즉시 해결을 해야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기기 마려이었다.
“흠, 그렇게 크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성의를 보아 그냥 넘어가기로 하지. 앞으로 나를 건드리는 일은 두 번 다시 없겠지?”
“물론이오.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요.”
종현의 확답에 윤재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종현은 윤재가 나가자 바로 조직원에게 눈치를 했다.
나가서 가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하라는 지시였다.
조직원도 눈치가 있는지 이내 무슨 뜻인지를 알고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바로 나갔다.
윤재는 자신의 차에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직 늦은 밤이 아니기 때문에 맥주를 한잔할 시간은 충분해 보였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봉투에 무려 삼억이라는 금액이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당분간은 돈 때문에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윤재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윤재는 아직도 당첨된 복권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일을 맡게 되면서 그 복권을 이용하여 자재를 구입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복권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재상에 좋은 이미지를 줄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당첨된 복권은 말만 잘하면 행운이 올 수도 있다는 뜻으로 느끼게 해 줄 수가 있기에 절대 사양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룰루루, 오늘은 아주 보람찬 하루를 보내는 거야.”
윤재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
한편, 윤재가 떠난 것을 확인한 종현은 면도날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형님, 어디 다친신 곳은 없습니까?”
“얼마나 주었냐?”
면도날은 지금 자신이 다친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듯 가장 먼저 얼마나 주었는지를 물었다.
“삼억을 주었습니다, 형님.”
“아니, 너 미쳤냐? 어떻게 삼억을 줄 생각을 했냐?”
“형님, 그자는 삼억을 주었는데도 작다고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성의를 생각해서 그냥 넘어가 주겠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만약에 그보다 적은 금액을 넣었다면 그자는 분명 형님과 저를 병신으로 만들고 우리 조직의 자금을 몽땅 털어 가지고 갈 수도 있었습니다.”
종현은 윤재를 다시금 떠올리니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면도날 역시 종현의 말에 윤재의 활약상(?)을 떠올리며 자신도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면도날은 더 이상 자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잠시의 침묵이 지나가고 면도날은 어느 정도 정신이 드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그자가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이대로 당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어떻게 보복을 할 좋은 방법이 없겠냐?”
면도날은 진심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보복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말을 꺼냈다.
“당분간은 그런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만약에 우리가 보복을 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게 되면, 아마도 그자는 다시 우리를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그때는 지금과는 다르게 결말이 나겠지요. 그리고 솔직히 그자를 상대할 사람이 있기는 합니까?”
종현의 생각대로 만약에 보복을 한다고 해도 윤재를 상대할 인물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고, 솔직히 자신도 없었다.
그렇게 강한 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정말 믿을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수하들이 삼십 명이나 되는데 순식간에 모조리 병신을 만들어 버릴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쳐 병원에 보낸 놈들이 무려 이십하고도 네 명인데, 다들 뼈가 부러졌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나머지는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한동안은 요양을 해야 하는 부상을 입은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조직도 운영하지 못하고 푹 쉬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면도날은 종현의 말을 듣고는 바로 수긍을 했는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런 강자를 상대할 만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도날의 마음속에는 오늘의 원한이 내부 깊숙이 남아 있게 되었다.
그게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면도날의 조직은 그렇게 한동안 영업을 하지 못하고 쉬게 되었다.
당연히 윤재는 그런 면도날의 사정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윤재에게는 지금 당장 일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였기 때문이다.
윤재는 종혁과 성재가 오기로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자재상을 알아보기 위해 돌아다녔다.
서울에 있는 자재상은 윤재도 사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안면이 있는 곳을 골라 단골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자주 이용을 하다 보면 외상도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윤재가 지금까지 자재상을 다닌 것이 있어 서로 안면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외상으로 받을 수는 있겠지만, 윤재는 처음부터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작은 돈을 받아 봤자 나중에 불편하기 때문이었다.
윤재가 도착한 자재상은 제법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 이게 누구야? 이 목수, 오랜만이네.”
사장은 윤재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지 성을 불러 주었다.
“사장님, 제가 이번에 빌라 현장을 직접 맡아서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자재 좀 싸게 주실 수 있습니까?”
윤재는 사장과 앉아 커피를 마시다가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흠, 빌라 현장이라면 돈이 잘 안 나올 텐데?”
자재상을 운영하는 사장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지만, 이번에 만난 분이 마음에 들어서 맡아서 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자재를 주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결제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가?”
“우선은 제가 가지고 있는 자금이 있으니 현금으로 드리겠습니다. 대신에 남들보다는 조금 더 싸게 주세요. 저도 이제 시작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금 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윤재는 현금 지급을 조건으로 자재를 남들보다 싸게 달라고 부탁했다.
자재상이 얼마나 남는지는 모르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해 줄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이야기였다.
“그럼, 물건이 도착하면 바로 현금 결제를 하는 건가?”
사장은 오랜 시간을 장사를 하였던 사람이기에 결제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하게 굴었다.
“처음부터 외상을 달라고 하면 누가 좋아라 하겠습니까. 우선은 현금으로 결제를 하면서 신용을 쌓아 가도록 하려고 그럽니다. 대신 나중에는 저도 외상을 주셔야 합니다. 물론 자재값도 그대로 해 주시고요”
윤재는 사장을 보며 나중에는 자신도 외상을 하겠다고 당당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사장은 그런 윤재를 보며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도 다들 이렇게 호기롭게 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겉으로는 웃고만 말았다.
“허허허, 그렇게 하게. 일 년 정도만 거래를 계속하면 그렇게 해 주지. 물론 일 년간은 자재비를 바로 결제해야 한다는 조건일세.”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대신 사장님, 정말 싸게 주셔야 합니다. 이번에 처음이니 저도 인건비 빼고 남는 것이 없어서 그럽니다.”
“나참, 알았어. 물건은 다른 사람보다는 싸게 줄게. 젊은 사람이 참 지독하게 그러네.”
“하하하, 지독하지 않으면 굶어 죽는데 어쩌겠습니까, 사장님.”
윤재는 조금 넉살이 좋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사장도 그런 윤재를 보며 좋게 생각을 하는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어느 정도 조건이 세워지자 윤재는 사장에게 필요한 자재를 말해 주었다.
상당한 양의 자재였지만 윤재는 약속한 대로 바로 돈을 지불해 주었다.
오면서 은행이 들러 일억짜리 수표를 백만 원짜리로 모두 바꾸었기 때문에 자재값 정도는 충분히 지불을 하고도 남았다.
“사장님, 이거는 그냥 자재를 대강 뽑은 것이지만, 나중에 일을 하다 보면 부족한 것이 많을지도 모르니 적어도 배달을 최대한 빨리 해 주셔야 합니다.”
“하하하, 걱정하지 말게. 그 정도는 서비스로 해 주지.”
“예. 그리고 나중에 주문을 하는 것에 대한 대금은 제가 일을 마치고 저녁에 온라인으로 넣어 드릴게요. 일하다가 돈을 드릴 수가 없어서 그러니 이해를 해 주세요.”
“그날 안으로만 입금을 해 주면 되네. 나중에 필요한 자재는 전화로 말만 하게. 바로 보내줄 테니.”
“감사합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윤재는 아주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돌아왔다.
자재는 내일 바로 현장으로 보내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제 자재에 대한 문제는 없었다.
바로 일을 시작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현장에서 밥은 어디서 먹어야 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는 현장 사무실에 이야기를 하면 되기 때문에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