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카이론 전기 1권 (6화)
제3장 세상에 나가다 (2)


카이론은 그런 생각을 하며 산을 헤매고 다닌 지 무려 칠 일이 지나서야 눈앞에 작은 마을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야! 드디어 마을이 보이는구나.”
카이론은 지금 자신의 꼴이 거지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바로 마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마을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병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카이론을 보고는 기겁을 하였다.
트라인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가끔 있지만 그런 사람들이 달려올 때에는 항상 뒤에 몬스터를 데리고 오기 때문에 이들이 놀라고 있었다.
“어서 마을의 입구 문을 닫아라.”
“몬스터들이 내려오고 있다. 어서 움직여라.”
마을의 경비병들은 입구를 봉쇄하라는 소리에 급하게 입구를 봉쇄하기 시작하였다.
마을이라고는 하지만 몬스터의 침입이 많은 곳이라 방어를 위해 단단한 목책을 설치하고 있었고, 평소에 그만큼 많은 훈련을 하고 있었는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경비병들의 고함 소리에 많은 인원들이 방책 위로 올라 몬스터의 침입에 대비를 하였고, 그들의 손에는 활과 창이 쥐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기다리는 몬스터는 보이지 않고 거지꼴의 사람이 달려오는 것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기 오는 것은 사람이 아닌가?”
경비병사들 중에 제법 나이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 카이론을 보며 말했다.
이 마을은 나이를 떠나 모든 사람이 몬스터의 침입을 대비하였기에 몬스터의 침입이라는 소리에 모두가 검과 창을 들고 나와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저기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중에 저렇게 달려오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뒤에 몬스터를 달고 오기 때문에 마을 위해 취한 조치였습니다.”
대답을 하는 사람은 아까 경비를 서고 있었던 사람으로, 나이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경험이 많은지 바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몬스터에게 쫓겨 내려오는 사람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안전이 우선이었기에 내린 조치였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이런 일이 간혹 있었기에 그런 것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자네가 보기에 저기 저 사람의 뒤에 몬스터가 오는 것으로 보이는가?”
마을 사람들은 달려오는 사람의 뒤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었기에 경비병은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
“어서 문을 열도록 하게. 아무리 보아도 몬스터에게 쫓기는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일세.”
“알겠습니다. 촌장님.”
마을을 대표하는 촌장의 위치에 있는 노인의 말에 경비병은 바로 대답을 하고 밑으로 내려갔고 그와 같이 몇몇의 사람들이 움직였다.
마을의 입구를 여는 것은 혼자서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비록 목책으로 만들어졌지만, 마을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 주는 것이기에 최대한 단단하게 만든 것이어서 혼자서는 절대 열 수 없는 무게였다.

마을의 입구가 다시 열리고 있었다. 카이론도 마을 보고 달려오면서 갑자기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괘씸한 생각이 들어 문을 부수려고 하였지만 다시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니, 저놈이 내가 오는데 감히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니 나중에 조용히 면담을 해야 할 놈이군.’
카이론은 자신이 급하게 달려오는 모습에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을 보고 상당히 기분이 나빠졌다.
그런데 잠시 후에 다시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는 이내 얼굴색이 변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가는데 문을 닫을 리가 없지.’
카이론은 혼자 그렇게 결론을 내리면서 열심히 달려오고 있었다.
카이론은 자신에게 하는 것만큼 상대에게도 해 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지구에서 그만큼 무시를 당하면서 살아왔기에 가지게 된 생각이기도 했지만 이계로 와서 다시는 예전 성격대로 살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수련을 하였기에 약간은 독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카이론이 마을의 입구에 도착을 하니 마을 입구에는 촌장과 마을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어서 오시오.”
마을의 촌장이 가장 먼저 카이론을 보고 말을 걸었다.
“예, 반갑습니다. 얼마만에 보는 사람인지…… 이렇게 사람의 얼굴이 반가운지는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카이론은 진심으로, 사람을 보니 반가운 마음에서 하는 말이었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의문을 가지는 얼굴이 되어 있었다.
사람을 보고 반가운 기분은 알겠는데, 그 앞의 ‘얼마만’이라는 말에 놀라고 있었다.
그만큼 오랜 시간을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촌장은 그래도 오랜 세월의 경험이 있는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을 하였다.
“자네는 많은 시간을 여행으로 보낸 것 같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 산속에서 길을 잃어 많은 시간을 홀로 지내게 되었다는 말을 떠올렸기에 촌장이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촌장의 말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얼굴이 되었고 말이다.
카이론도 촌장이 하는 말에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고, 바로 분위기를 수습하기 시작하였다.
“예, 여행도 좋지만 길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혼자 산속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한 달을 말입니다.”
카이론이 한 달이나 산에서 있었다는 말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놀랍다는 얼굴이 되었다.
“자네, 정말 한 달씩이나 산에 있었나?”
“예, 한 달 동안 지겹게 산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허허허 한 달간이나 트라인 산속에 있고도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은 자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말이겠지.”
촌장의 말에 주변 사람들도 대단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대단한 실력이라기보다는 죽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지요.”
“허허허,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세. 안에 가서 자네의 이야기를 듣고 싶군 그래.”
“고맙습니다. 어르신.”
카이론은 지구의 생활을 하였기에 이곳의 지식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어른에게 공경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이는 자신의 스승이 생각나서였다.
카이론은 마을로 들어서면서 대충 이 세계의 생활을 알 수가 있었다.
게이하르가 알려 준 지식이 있기에 평민들이 어찌 살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서였다. 또, 게이하르가 일반적인 생활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하게 알려 주었기에 생활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단지 자신의 손가락에 끼어진 반지가 문제가 되기는 하겠지만 이도 자신이 둘러대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기에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이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는 달리 이곳에서 귀족이라는 신분은 대단히 높았기에 경비를 하던 병사가 카이론의 반지를 먼저 발견을 하고는 대번에 얼굴색이 변하였고 급하게 촌장에게 가서 귀에 무언가 속닥거리고 있었다.
말을 듣고 있던 촌장의 얼굴도 갑자기 급격하게 변하면서 고개를 돌리며 카이론의 반지를 보았다.
“구…… 귀족이십니까?”
촌장은 귀족에게 자신이 감히 반말을 하였다는 생각에 제대로 말을 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촌장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대번에 얼굴색이 변하고 말았다.
이들은 엔터 왕국의 버몬 백작의 영지민이었고 왕국의 법을 알고 있기에 이렇게 기겁을 하였다.
엔터 왕국은 귀족과 평민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귀족에게 실수를 하는 평민을 죽이는 것은 귀족의 권한이었다. 때문에 평민들은 감히 귀족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였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카이론도 이들의 반응을 보고 순간 당황하고 있었다.
지구에서 귀족이라는 개념 없이 살아와서 그런 것인지 이들의 반응이 카이론에게는 새로운 느낌이었다.
카이론은 귀족이라는 신분이 평민과는 매우 다르다는 지식을 전해 받았지만 실지로 눈으로 확인을 하게 되니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들이 죽은 지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단 이들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로 하였다.
“저의 반지를 보고 그러시는 것 같은데 이 반지는 귀족의 인장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반지는 아버지의 유품이라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다니는 것입니다.”
평민들 중에서도 상인들은 귀족처럼 반지를 끼고 다니고 있어 촌장도 카이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평민이라고 해서 반지를 끼지 말라는 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귀족이 반지를 끼는 이유는 자신의 신분을 알리는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가문의 표시를 하는 인장이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시오?”
촌장이 다시 묻는 이유는 카이론을 의심해서라기보다는 실수를 하기 싫어서였다.
이는 마을의 존망이 걸린 일이니 당연한 절차였다.
“예,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귀족은 아니니 말이에요.”
카이론은 마을 사람들이 지구의 인간들처럼 얄팍한 상술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자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카이론은 지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용을 당하였기에 근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않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 그런 부류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기에 불편하게 있고 싶지 않아서였다.
물론 카이론의 일방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카이론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안심이 되었는지 얼굴색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일단 안으로 가세. 오늘은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하지.”
아직은 작은 마을이기에 주점이 없어서 하는 말이었다.
예전에 용병들이 자주 올 때에는 주점도 있었지만 지금은 용병들도 오지 않았기에 주점을 할 수가 없어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고맙습니다.”
카이론은 일단 마을에 들어가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마을에 가서 대강 이곳의 정보를 얻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카이론도 이제 이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이곳의 풍습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이처럼 좋은 기회를 버리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약간만 친해지면 간단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카이론이 아니었다.
카이론은 마을 촌장의 집으로 안내를 받았고 다른 마을 사람들도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촌장님, 오늘은 돌아가고 내일 뵙겠습니다.”
“촌장님, 손님 대접을 하십시오. 저희는 그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모두 오늘 고생했네.”
촌장이 마을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니 모두 돌아갔고 카이론은 그런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참으로 순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카이론이 사람들이 가는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있던 촌장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카이론에게 말을 하였다.
“자네는 정말 사람들과 접촉을 하지 않은 사람 같아 보이네 그려.”
촌장이 자신을 보고 하는 말에 카이론은 속으로는 상당히 당황스러웠지만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표정을 관리하고 있었다.
“예,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숲에서 보내고 나니 사람이 그립더라고요.”
카이론의 말에 촌장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을 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한 달이라는 시간을 숲에서 보내게 되면 저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어서 들어가세.”
“예, 촌장님.”
카이론은 촌장의 말에 촌장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구경을 할 수가 있었다.
촌장의 집은 통나무로 지어진 아주 고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집이었고 그런 분위기가 카이론을 편안하게 해 주고 있었다.
때마침 문이 열리며 들리는 소리에 카이론은 고개를 들고 누구인지를 보게 되었다.
“할아버지, 몬스터는 어찌 되었어요?”
문 입구에는 이제 십오 세 정도 되는 소녀가 촌장을 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질문을 하고 있었다.
카이론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여운 모습을 한 소녀였다.
“허허허, 몬스터는 오지 않았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촌장의 말에 소녀는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표정을 지었고, 옆에 있는 카이론을 보고 약간 놀란 얼굴을 하며 바로 물었다.
“예, 그런데 저분은 누구세요?”
“오늘 우리 마을에 오신 손님이시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하루 묵을 것이니 이 층의 방을 청소 좀 하거라.”
“치잇! 할아버지는 오는 사람마다 모두 손님이래.”
소녀는 촌장에게 입술을 삐죽이고는 바로 사라지고 있었다.
아마도 촌장의 말대로 방을 치우기 위해 가는 것 같아 보였다.
카이론은 그런 소녀에게 약간 미안함을 느꼈다.
자신이 오지 않았으면 저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고 생각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