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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론 전기 1권 (7화)
제3장 세상에 나가다 (3)


“촌장님 저 때문에 손녀분에게 미움을 받으시고 정말 죄송합니다.”
“허허허. 아닐세. 저 아이가 말은 저렇게 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네.”
촌장은 손녀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를 알고 있기에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카이론은 그런 촌장의 말과는 다르게 미안함을 가지게 되었다.
“자, 일단 무어라도 먹도록 하세.”
“감사합니다.”
사실 카이론은 배가 너무 고파서 촌장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자신이 먹은 것이라고는 아공간에 보관되어 있던 것들이었기에 이제 사람들이 만들은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어서였다.
촌장이 안으로 앞서 들어가자 카이론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촌장의 집은 일반 평민들이 사는 그런 모습이었지만 카이론으로서는 처음으로 보는 광경이었기에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 카이론의 모습에 촌장은 약간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지만 이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젓고 말았다.
귀족이라면 평민들이 사는 곳에 오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실지로 귀족이 평민들의 집에 오는 경우는 없으니 말이다.
카이론은 촌장이 자신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촌장님이 처음 보는 나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있으니 나도 무언가 도움을 주어야겠다.’
카이론이 지금 이 마을에 도움을 줄 만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촌장이 음식을 가지고 왔다.
“자, 여기 급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배가 고플 테니 우선 먹도록 하세.”
촌장이 만들어 온 음식을 보고 카이론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카이론으로서는 처음 보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이었기에 정말 감지덕지한 순간이었다.
“아닙니다. 저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촌장님.”
카이론의 눈빛에는 진심으로 감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고 촌장도 느낄 수가 있을 정도였다.
얼마나 고생을 하였으면 저럴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촌장은 카이론이 불쌍해 보이는지 눈가에 측은한 빛을 띠었다.
“자, 어서 먹도록 하지.”
“잘 먹겠습니다. 촌장님.”
우걱우걱.
카이론은 촌장에게 대답을 하자마자 마치 걸신들린 사람처럼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마침 방을 청소하고 내려오던 소녀가 그런 카이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앗! 나는 아직 식사도 하지 않았는데 두 사람만 먹는 거예요?”
소녀는 자신에게는 방을 청소하라고 하고는 할아버지와 카이론만 식사를 하는 것이 불만이었던 모양이었다.
“허허허. 하이디야, 너의 것은 아직 남아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칫! 그래도 같이 먹자고 하셨어야죠.”
하이디라는 소녀의 말에 카이론도 미안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남의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이 실수를 하였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분명히 소녀를 보았기에 식사를 할 때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가 있었는데 음식을 보는 순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허허허, 손님이 계시니 그만하고 너의 것도 가지고 오너라.”
카이론이 불편해하는 모습에 촌장은 바로 하이디라는 소녀에게 대답을 해 주고 있었다.
하이디도 카이론의 얼굴이 붉게 변한 것을 보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바로 주방으로 가고 있었다.
“오늘 제가 정말 실수를 하였습니다. 촌장님.”
“아닐세. 자네는 그동안 허기가 져 있으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 걱정하지 말고 그냥 식사나 하게. 내 손녀이지만 그 정도는 이해할걸세.”
촌장의 말에 카이론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한 실수였으니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찾아야 했다.
카이론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이디는 자신의 음식을 가지고 돌아오고 있었다.
“할아버지, 방은 치웠으니 그냥 주무셔도 될 거예요.”
“그래, 수고했구나.”
카이론은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며 소녀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 좋은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실지로는 자신도 거의 40대였기에 지구에서 자신이 결혼을 하였으면 이만한 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는 이십 대로 살기로 마음을 정하였기에 앞으로는 그런 마음을 버리기로 하였고,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녀에게 처음 존대를 해 주기로 마음을 정하고 있었다.
“고맙소. 오늘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은혜를 베푸니 나중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오.”
카이론이 하이디를 보면서 말을 하였고 그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카이론을 보게 되었다.
“허허허, 없는 사람끼리 서로 도와 가며 살아도 모자라니 그런 소리는 하지 말게.”
“그래요. 우리 할아버지는 다른 것을 바라고 하시는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나이가 저보다는 많으신 것 같으니 저에게 편하게 말씀하세요.”
하이디는 이런 일이 많았는지 경험 있는 사람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카이론은 아직 이곳의 사람들을 처음 보는 것이라 그런지 사람을 대하는 것이 상당히 어색해 보였다.
촌장은 그런 카이론을 보고 아마도 산속에 오래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말이다.
카이론에게는 그런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지만 말이다.
세 사람은 그렇게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산이라 그런지 촌장이 향기로운 차를 준비하였다.
“자, 식사를 했으니 여기 차도 한잔 하게나.”
“예, 감사합니다.”
하이디는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촌장이 주는 차를 마시는 동안 카이론은 지구에서의 기억을 소록소록 떠올리고 있었다.
자신도 스승님과 함께 생활을 할 때는 차를 자주 마셨기에 갑자기 스승님이 생각이 나서였다.
카이론의 눈빛에 그리움이 어리는 것을 보고 촌장은 카이론에게 무슨 사연이 있다고만 생각을 하고 묻지는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사연이 있고, 그 사연에 아픔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상처를 건드리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자네는 어디서 온 것인가?”
촌장은 말을 돌리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듣는 카이론은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어디까지 통하는지를 모르기에 일어난 행동이었다.
“저는 다른 왕국에서 여행을 하다가 이곳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카이론은 순간적으로 대답을 하고 있었고 촌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약간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답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촌장도 이해를 하는 눈치였다.
“그래, 다른 왕국에서 이곳까지 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 여행을 하는 것이 재미있나?”
“하하하, 여행을 하는 것에 다른 뜻이 있겠습니까. 단지 많은 것을 눈으로 보고 배우기 위해서지요.”
카이론은 이제 조금 안정을 찾았는지 대답을 하는 것에도 막힘이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많은 것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대륙은 다르지 않기에 하는 대답이었다.
카이론은 조심스럽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를 알고자 질문을 하기 시작하였다.
“촌장님 혹시 에고이 왕국에 대해 아십니까?”
“자네가 에고이 왕국은 어찌 아는가?”
“예, 저는 책에서 본 것이 있어서요.”
“그렇구먼, 에고이 왕국이 없어진 지 삼백 년이 지났으니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네.”
촌장의 말을 듣고 카이론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이미 삼백 년이 지난 지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이하르가 죽은 지 삼백 년이 지났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왕국의 이름이 변하지 않은 것을 보아 대륙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하이디도 뒷마무리를 다했는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 재미있게 하고 계세요?”
“허허허, 하이디가 궁금한가 보구나.”
“예, 저는 아직도 여행이라고는 가지 못했으니 다른 곳이 궁금해서요.”
하이디는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고 있었다.
아직 나이 어린 꿈 많은 소녀였기에 당연한 궁금함이었다.
카이론은 그런 하이디를 보고는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이거 잘못하다가는 정체를 의심받게 생겼는걸.’
카이론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이미 지난 시절의 것들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혹시나 실수를 하게 되면 오히려 의심을 받게 될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자네 오늘 밥값을 톡톡히 내야겠네.”
“하하하, 제가 아는 것에 한해서는 알려 주도록 하지요.”
카이론은 어색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이런 분위기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말이었다.
그런 카이론의 말에 바로 질문을 하는 하이디였다.
“그럼, 다른 곳을 여행하신 것에 대해 말해 주세요. 저는 무지 궁금해요.”
하이디는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묻고 있었다.
카이론은 약간 부담이 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선에서 말을 하기로 하였다.
“음, 여행이라는 것이 대부분 비슷해서 말이야.”
카이론은 게이하르가 자신에게 알려 준 지식에 약간 각색을 하여 말을 하기 시작하였고, 촌장과 하이디는 카이론의 말에 몰입을 하고 있었다.
카이론이 지구에서의 지식을 이용하여 말을 하니 이들은 마치 신기한 것을 직접 보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서야 카이론의 이야기는 끝이 났고 촌장과 하이디는 아쉬운 얼굴이 되어 있었다.
“자네는 정말 말을 재미있게 하는구먼.”
“그래요. 진짜 재미있고 마치 제가 본 것처럼 느껴졌어요.”
“하하하. 제가 아직도 구경을 하지 못한 곳이 많으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와서 이야기를 해드리도록 하지요.”
카이론은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를 잘하였지만, 사실 말을 하는 것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생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말이다.
“정말 다시 오셔서 해 주실 거지요?”
하이디는 카이론의 말에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카이론은 그런 하이디의 눈빛이 부담이 되는지 버벅거리고 있었고 말이다.
“그……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카이론은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휴우, 어린 소녀가 오히려 더 무섭구나.’
카이론은 하이디의 눈빛이 부담이 돼서 하는 생각이었지만, 사실 이 세계의 소녀들은 대부분이 이렇게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듣거나 타인들이 하는 말로 많은 궁금증을 풀고 있어서 호기심이 어린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카이론에게는 무서운 눈빛으로 보였지만 말이다.
“허허허, 이제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자고 내일 다시 이야기를 하기로 하세.”
촌장은 본인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었기에 내일도 카이론과 이야기를 하려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었다.
‘헉! 내일도 이야기를 해 달라는 말인가?’
카이론은 촌장의 말에 숨은 뜻을 발견하고는 기겁을 하였지만 겉으로는 그런 내색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들에게 자신이 신세를 지고 있는 처지였으니 말이다.
내일은 일단 내일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카이론은 촌장이 알려 준 방으로 이동을 하였다.
카이론은 촌장이 알려 준 방으로 가서 조용히 앞으로의 일에 대하여 생각에 잠겼다.
‘이제 이곳이 내가 살아가야 하는 곳이니 나도 앞으로의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겠구나. 게이하르 이 빌어먹을 드래곤 놈이 알려 준 지식은 모두 예전의 지식이니 새롭게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말이야.’
카이론은 속으로 게이하르를 욕하면서 그래도 예전의 것이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들이 남아 있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으면 자신은 정말 난감해질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