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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 1권(18화)
7장 배운 것은 사용하라고 있는 거야(2)


“저는 그냥 건축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윤재는 그냥 편하게 건축 쪽 일을 하고 있다고 대답을 해 주었다.
재희는 윤재가 건축일을 한다고 하니 다시 눈빛이 달라졌다.
‘건축이라면…… 어디, 건축 회사에 다니는 건가? 아니면 오너?’
재희는 혼자 그렇게 상상을 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시군요. 오늘은 함께 구경을 하기로 했으니 일단 안으로 들어가요.”
“예이~”
윤재는 재희의 말에 바로 대답을 하고는 함께 걸음을 옮겼다.
둘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며 인천 공원을 돌아다녔다.
입장료가 무료라 그런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놀러 오는 모양이었다.
여기저기 가족들이 나들이를 나온 듯한 모습이라 윤재의 눈빛에는 약간의 부러움이 담겼다.
가족이 없는 윤재이기에 생기는 씁쓸함이었다.
그래도 윤재는 재희와 즐겁게 구경을 하며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윤재는 슬슬 배가 고파 오기 시작했다.
“이만 나가서 식사를 하는 게 어떨까요?”
윤재의 제안에 재희는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호호호, 저도 마침 배가 고팠는데, 그렇게 해요.”
그렇게 재희와 윤재는 공원을 나와 식당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사실 식당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큰, 마치 가든 같은 곳이었다.
윤재는 안으로 들어가서 메뉴판을 살피며 재희에게 물었다.
“어떤 것으로 드시겠어요?”
“저는 갈비가 좋은데요.”
“그러면 갈비로 합시다.”
윤재는 재희의 의견대로 바로 갈비를 주문하였다.
“여기 한우 갈비로 주세요. 공기밥도 주시고요.”
윤재의 옆에 서서 주문을 기다리던 아주머니는 주문을 받고는 바로 돌아갔다.
오늘따라 손님이 제법 많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하는 종업원들이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에 눈에 보였다.
음식을 주문한 윤재와 재희 사이에 잠시 서먹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윤재는 윤재대로 할 말이 없어 그랬고, 재희 또한 윤재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니 그냥 보고만 있어서였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결국 참지 못한 재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유, 무슨 남자가 그래요?”
“예? 제가 뭘요?”
윤재는 재희의 말에 무슨 소리인지를 아직 파악을 하지 못하고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재희를 보았다.
재희는 그런 윤재의 모습에 이 사람은 정말 자신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재희는 한숨을 쉬며 설명을 해 주었다.
“아니, 남자가 리드를 했으면 끝까지 재미있게 해 주어야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분위가가 오히려 더 이상하게 되잖아요.”
재희의 설명에 윤재는 무슨 뜻인지를 그제야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윤재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재희에게 할 말이 없었기에 그냥 가만히 있던 것이라 조금은 억울하기도 했다.
“제가 원래 말재주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해를 해 주세요.”
윤재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있는 그대로 말을 하였다.
하지만 재희는 윤재의 그런 솔직함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소리로 들렸는지 금방 인상이 싸늘하게 변하고 말았다.
‘흥, 지금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잖아.’
재희는 남자가 하는 말을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윤재가 진심으로 말재주가 없어서 그런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오해를 하고 말았다.
윤재는 제 딴에는 진실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갑자기 재희의 인상이 싸늘하게 변해 버리자 오히려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비싼 밥을 먹으러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기…… 재희 씨, 제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수를 했다면 미안하고요. 여기서는 그냥 기분 좋게 밥을 먹으면 안 될까요?”
윤재는 여자는 순식간에 마음이 변한다는 것을 기억하며 일단은 사과를 했다.
그런 사과가 더욱 마음을 상하게 한다는 것을 모르는 윤재의 태도에 재희는 더욱 기가 막혔다.
‘아니, 뭐 이렇게 답답한 사람이 다 있어? 여자에 대해서는 완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잖아?’
재희는 답답하긴 했지만 윤재가 아직 여자를 사귄 적이 없는 남자라는 것을 깨닫고 조금은 기분이 풀리고 있었다.
재희는 나름 많은 남자를 사귀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남자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대강 짐작할 수가 있었기에 가지는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재희가 바람둥이는 아니었다.
하는 일이 많은 남자들을 만나는 직업인데다 상대에 대해 파악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기 때문에 얻은 결과였다.
“알았어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기분을 풀죠.”
재희는 사과를 받아들이면서도 도도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윤재는 저런 여자와는 친하게 지내려면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말이다.
‘저런 여자랑은 절대 만나지 말자. 이거 어디 피곤해서 살 수가 있겠냐.’
윤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처음으로 이성에 대해 아주 좋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재희는 그런 윤재의 속마음을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윤재는 재희와 있으면서 진실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유없이 남의 생각을 읽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신이 재희와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남의 마음을 들여다봤자 도움될 것이 없지 않은가.
잠시 후, 갈비가 나오자 두 사람은 맛있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 집은 다른 것은 몰라도 갈비가 상당히 맛이 있었다.
추가로 갈비를 더 주문해 배를 채운 두 사람은 기분 좋은 포만감에 젖어 있었다.
“여기 정말 맛있게 하는데요?”
“예, 그러네요. 저도 오랜만에 정말 맛있게 먹은 것 같아요.”
재희도 정말 만족스럽다는 모습을 보여 맛이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윤재는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그냥 헤어지자고 하면 또 삐칠 텐데, 어떻게 말을 하는 것이 좋을까?’
윤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재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식사를 마쳤으니 커피를 마시자고 하겠지? 그냥 못 이기는 척하고 따라가 줘?’
재희는 윤재가 자신에게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자, 식사를 마쳤으니 그만 일어나죠.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는 것을 보니 우리가 그냥 앉아 있으면 일하는 분들이 좋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윤재의 말대로 오늘은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완전히 대박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손님들이 가게로 들어선 것이다.
재희도 그런 눈치 정도는 가지고 있어 윤재의 말에 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래요, 그럼 우리 나가요.”
재희가 우리라고 하니 윤재는 갑자기 요상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은 지가 제법 되었기 때문이고, 하도 오랜만에 들어 본 말이었기 때문이다.
윤재가 우리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성우가 옆에 있었다.
하지만 그놈이 배신을 때리고 나서는 절대 사용하지 않던 단어이기도 했다.
윤재는 일단 그에 대한 생각을 접은 채 나가서 계산을 먼저 하였다.
계산대에 가서 윤재는 카드를 제출하였다.
복권 당첨금을 은행에 예금하면서 카드를 만들어 두었던 것이다.
재희는 윤재가 꺼내는 카드를 보고는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어머, 저거는 VIP카드네? 제법 돈이 있는가 봐.’
재희는 윤재가 사용하는 카드를 알아보고는 깨나 돈이 있다고 판단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밖으로 나온 윤재는 재희에게 말을 건넸다.
“저기…… 저는 이제 그만 들어가 봐야 하는데,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윤재는 그렇게 인사를 했다.
재희는 전번도 따지 않고 인사를 하는 윤재를 보고는 정말 기가 막혔다.
자신처럼 아름다운 미인과 즐거운 데이트를 했으면 당연히 전번을 달라고 해야 정상인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는 그냥 가겠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진짜로 그냥 가실 거예요?”
“예, 그만 가야 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요.”
윤재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바로 돌아섰다.
윤재가 걸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재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윤재를 부르지도 못하고 있었다.
윤재가 떠난 지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재희는 정신을 차렸고, 정신이 들자 화가 났는지 얼굴이 달라지고 있었다.
‘아니, 뭐 저런 새끼가 다 있어? 감히 나 같은 미인을 두고 집에 가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야? 그리고 진짜 바쁜 일이 있으면 전화번호라도 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냐?’
재희는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화를 냈다.
자신보다는 조금 나이가 많아 보였지만, 여자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듯했다.
그렇게 홀로 남은 재희가 지랄을 하든지 말든지 윤재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윤재는 오늘 재희를 만나 처음으로 여자와 데이트를 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거참, 여자들은 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어떻게 그렇게 순식간에 감정이 변할 수가 있는 거지?’
윤재는 재희가 갑자기 싸늘하게 변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렇게 자주 감정이 변하는 요상한 여자와는 절대 함께 있고 싶지가 않아서 그냥 돌아온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윤재도 재희의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기분이 점점 사라지고 말았다.
아직 윤재는 여자에게 단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하여 여성의 심리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었다.
작은 배려 하나로 여자의 마음을 훔칠 수도 있는데, 윤재는 그렇게 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아니, 윤재가 알고 있는 진실만 제대로 활용해도 여자의 마음을 잡는 것은 쉽게 해결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윤재는 자신의 능력을 그런 곳에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사용하지 않은 것이었다.
덕분에 재희라는 여자가 아주 변덕이 심한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윤재는 그렇게 좋은 경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