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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건설 이르쿠츠크 현장 사무실.
미래건설 현장 소장인 박명수 전무는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백호 PMC의 팀장인 김정민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그노아 마피아의 보스인 드미트리 이그노아를 만난 이야기와 그로 인해 러시아 시베리아 주둔군 사령관마저 만나게 된 경위를 알려 주는 것이었다.
“김정민 팀장,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그동안 관례를 보면 이런 경우 마피아들이 양보를 하는 것이 정석인데, 저들은 러시아연방이 추진하는 군사 기지 건설 현장의 인부들과 가드들까지 분별없이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그 말에 김정민 팀장은 얼굴을 찌푸리며 인상을 구겼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번에 인근 지역을 휘어잡은 조직이 기존의 조직들과는 다르게 막무가내라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김정민 팀장 역시 골치가 아파 왔다.
기존의 조직처럼 돈만 받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여기 인부들이나 자신들까지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정민 팀장은 다행히 박명수 전무가 시베리아 주둔군 사령관까지 만났다는 말에 그 결과를 물었다.
“그럼 알렉세이 이그나초프 사령관은 뭐라고 합니까?”
“그는 이번 사건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작업 인부와 가드들까지 공격을 당했다고 말했는데도 왠지 그 말을 믿지 않는 듯한 느낌이오.”
사실 시베리아 주둔군 사령관인 알렉세이 이그나초프도 마피아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피아들이 어느 정도 날뛰어 주어야 자신의 주가가 더욱 오르게 된다고 여기는 인간이었다.
마피아들이 난리를 칠수록 자신에게 들어오는 뇌물이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알렉세이 이그나초프 사령관은 이전부터 기업인들에게 뇌물을 받으면서 뒤로는 마피아들에게도 상납을 받곤 했다.
그리고 마피아들이 사용하는 무기들도 사실 이그나초프 사령관이 군수물자를 빼돌려 팔아먹은 것이었다.
그러니 이번 알렉세이 마피아와 이그노아 마피아 간의 투쟁은 이그나초프 사령관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결코 손해는 아니라는 판단에 미래건설의 중재 요청을 무시했다.
그동안 알렉세이 마피아가 노무 분야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어 이그나초프 사령관의 수익이 적었는데, 이번 혼란기를 통해 뒷돈을 챙길 목적으로 중재 요청을 무시한 것이다.
그 때문에 박명수 미래건설 전무는 현장의 경비 책임자인 김정민 팀장에게 작금의 상황에 대해 주지시키는 것이었다.
“이그나초프 사령관이 저리 귀를 닫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마피아들과 뭔가 거래가 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지역을 새로이 장악한 이그노아 마피아 보스는 아무래도 뭔가 다른 것을 노리고 있는 것 같으니 경계에 각별히 신경을 써 주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 직원들에게 비상경계 체제로의 변환을 지시해 두었습니다.”
“그건 아주 잘했습니다. 저는 지금 무척이나 불안해요. 뭔가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일어날 것만 같아서…….”
불안해지는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은 논의는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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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이르쿠츠크 일대를 다 뒤져 유적지를 찾아내라.”
이제는 시베리아 일대를 완벽하게 장악한 이그노아 마피아의 보스인 드미트리의 앞에 어린 소년이 다시 나타나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드와이트 님, 갑자기 유적이라니…… 그것이 무엇인데 찾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자신의 후원자이자 공포의 대상인 소년에게 드미트리가 물었다.
드와이트라 불리는 소년, 아니, 그는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어린 소년이 아니었다.
사실 그는 비밀 조직의 실험에 의해 태어난 생체 병기였다.
일부 사회 지도층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인도적인 실험을 서슴지 않았다.
2차대전 당시 히틀러의 유태인에 대한 학살과 일본 731부대의 인체 실험이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극악한 실험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행해졌다.
다만 그 비밀이 밖으로 알려지지 않아 일반인들이 모를 뿐이었다.
물론 그런 실험의 부산물로 인해 많은 의학적 발전과 인간 수명 연장이 되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하여 비인도적인 일이 용서가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비인도적인 실험을 자행하는 집단의 정점에는 지금 시베리아를 지배하는 이그노아 마피아를 뒤에서 지원한 드와이트가 속한 조직이 있었다.
물론 그런 비밀 조직이 유일한 것은 아니었다.
드와이트가 속한 발할라(Valhalla)와 대립을 하고 있는 올림포스(Olympos),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저 카톨릭의 정점이라 알려진 바티칸(Vatican)도 잔혹한 비밀을 가지고 있다.
아무튼 드와이트가 속한 발할라는 이름에서 드러나 있듯이 주로 북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는 집단이었다.
그런 중 드와이트는 조직에서 지시한 대로 고대 신들의 유적을 찾아 이곳, 시베리아에 온 것이었다.
발할라와 올림포스는 고대 신들에 관한 신화를 연구하고 유적을 발굴하여 그 힘으로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조직된 곳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 경쟁을 하다 보니 아직까지 전면으로 나서지 않는 중이었다.
다만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이면에서 무수히 투쟁을 벌여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바티칸은 어떻게 해서든 신의 비밀을 파헤쳐 힘을 얻으려는 두 집단을 처단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
자신들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신의 비밀을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신의 유물을 이용하여 이들과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신의 파편을 수집하여 자신들이 신이 되고자 하는 발할라와 올림포스의 경쟁은 무척이나 치열하여 이들의 충돌로 많은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두 차례에 걸쳐 벌어진 세계대전은 모두 이들 세력 간의 유적지 쟁탈전이 그 시발점이었다.
북유럽을 주 무대로 하는 발할라가 유럽에 퍼진 유적지들을 차지하기 위해 벌인 일이었지만, 겉으로는 게르만 민족의 통일을 위한 히틀러의 야욕 때문이라 알려진 것이다.
당연히 히틀러의 유럽 지배를 막은 연합군도 세계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유럽 지역에 퍼진 유적지를 발할라가 독식하지 못하게 올림포스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었다.
북미와 남미의 유적을 독식하다시피 한 올림포스는 가장 많은 유적이 남겨져 있다고 알려진 유럽 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한 명분이 필요한 참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히틀러의 미국 상선에 대한 공격은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것마냥 시기적절하게 명분을 주었던 것이었다.
그런 뒤 북미 인디언들이 가지고 있던 신의 파편에서 많은 지식을 획득하고, 남미 고대 문명을 탐사하여 많은 유물을 획득한 올림포스의 힘에 의해 발할라의 지원을 받은 히틀러의 세력은 무너지고 말았다.
발할라가 히틀러가 모아 온 유적을 연구하느라 많은 전력이 빠져나간 틈을 타 올림포스의 지원을 받은 연합군이 히틀러를 제거한 것이었다.
이와 같이 역사의 이면에는 두 조직 간의 투쟁이 있었다.
은밀히 유적을 발굴해야 하는 두 조직은 때로는 정부와, 때로는 정부와 대립을 하는 조직이나 이그노아 마피아 같은 암흑가의 조직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시베리아에서 일이 벌어지게 된 배경도 그와 같았다.
2차대전 당시 히틀러가 모은 자료 중 시베리아에 신의 파편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유적의 기록이 발견된 것이었다.
그러하였기에 발할라에서는 이 지역의 마피아를 이용하여 은밀하게 유적을 발굴하려 하였는데, 기존 알렉세이 마피아는 이들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던 것이다.
발할라의 진정한 정체를 알지 못한 알렉세이가 다른 세력이 끼어드는 것을 저어했기 때문이다.
이에 발할라는 시베리아에 있는 다른 조직 중 한 곳을 지원하여 알렉세이를 제거하고 새로운 조직에게 유적을 찾게 만들기로 했다.
2차대전 직전, 히틀러를 지원했던 것처럼 드미트리 이그노아를 후원하여 지금의 시베리아 전역을 다스리는 지배자로 만든 것이었다.
그래야 자신들이 원하는 유적을 경쟁자에게 들키지 않고 발굴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2차대전 당시 히틀러가 구한 파편의 지식으로 완성한 생체 병기가 바로 지금 드미트리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드와이트였다.
드와이트 이르신 맥퀸.
그를 아는 이들은 다들 잔혹한 맥퀸이라 불렀다.
귀여운 용모와는 다르게 그는 대상을 잔혹하게 죽이는 것을 즐겼기 때문이다.
그는 적이라 판단이 되거나 자신의 조직에 반하는 이들에 대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참혹하게 살육했다.
그리고 그런 드와이트가 이끄는 부대는 블러드 캡(Blood Cap)이라 불렸다.
원래 레드 캡(Red Cap)이라 불리던 부대였지만, 드와이트가 대장이 되고 난 후 명칭이 바뀐 것이다.
블러드 캡이 투입된 전장은 오로지 피만이 즐비하였다.
부대원 모두가 드와이트와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어 이들이 투입된 전장은 적아 구분 없이 모조리 몰살당했다.
그렇기에 드와이트 이르신 맥퀸은 적뿐 아니라 아군에게까지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물론 드미트리는 그러한 사실을 알지는 못하였다.
다만 알렉세이가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