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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MS의 등장에 기지 건설 현장의 경계를 포기하고 퇴각한 백호 PMC 직원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신속하게 집결지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130여 명이나 되는 대인원이 집결지에 모이면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생각과는 다르게 퇴각하는 이들을 막아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덕분에 백호 PMC의 용병들은 플랜 C에 따라 집결지인 치타에 도착하여 한숨을 돌리며 인원을 점검하였다.
“각 조장들은 인원 점검을 하여 보고하기 바란다.”
김정민 팀장의 지시로 조장들은 자신이 건사하는 용병들을 일일이 점검하였다.
MS의 출현으로 인해 급박하게 퇴각을 한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낙오를 하고 말았는데, 사무직원 9명을 뺀 현장직 용병 120명 중 적과 접전을 벌이던 4초소의 인원과 이를 지원하던 3초소와 5초소의 인원들이 아직 이곳에 도착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전투를 벌이지는 않았지만 MS가 발사한 무기에 의해 피해를 입은 용병들도 꽤 있어 지금 치타에 도착한 백호 PMC의 용병들의 분위기는 말이 아니었다.
한시라도 빠르게 본국으로 돌아가야 마음을 놓을 텐데, 아직까지 동료들이 도착하지 않아 걱정이 드는 것이었다.
자신들을 습격한 적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 이곳에 오래 머물고 있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김정민 팀장은 어서 빨리 남은 인원이 도착하기를 기도하였다.
플랜 C의 계획에 따라 최초 집결지인 치타에 머무는 시간은 1시간이 전부인 탓이었다.
솔직히 그동안 백호 PMC의 직원이나 용병들은 외국의 민간 군사 기업들과 견주어 봐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비슷한 규모라면 정규군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들인데, 그런 자신감이 오늘 무너졌다.
단 한 기의 MS로 인해 이들이 가졌던 자부심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간편한 무장이라고는 하지만 100여 명이 무장을 하고 있는데도 치타의 주민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용병들로서는 그런 점이 의아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이곳을 빠르게 떠나야 했기에 주민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을 거두었다.
사실 치타의 주민들이 이들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얼마 전에 비슷한 복장을 한 일단의 세력이 이곳을 지나갔기 때문인 것이었다.
그들은 바로 새로운 시베리아의 지배자인 이그노아 마피아의 행동대였다.
하여 비슷한 복장을 하고 도시 외곽에 집결해 있는 백호 PMC의 용병들을 이그노아의 행동대라고 판단을 하였기에 치타의 주민들도 관심을 끊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주민들과 달리 백호 PMC의 용병들을 주시하는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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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형제, 저들을 보시오.”
단정한 신부(神父)의 복장을 한 중년인이 백호 PMC의 용병들을 가리키며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요한이라 불린 젊은이는 신부의 말에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요한이나 신부 외에 편한 자세로 쉬고 있던 이들도 모두 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곳에는 조금 지친 듯한 기색으로 불안과 걱정이 얼굴에 가득한 백호 PMC의 용병들이 있었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풍기는 기세가 무척이나 거칠었기에 이들은 주의 깊게 백호 PMC의 용병들을 살폈다.
솔직히 이들 역시 백호 PMC의 용병들을 처음 볼 때는 이그노아 마피아의 조직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전 마피아들이 출정하는 것을 봤기에 지금 자신들이 보고 있는 이들이 마피아 조직원과는 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무장은 비슷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들은 전형적인 동양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이그노아 마피아 조직원들과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들의 기세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요한 일행은 혹시라도 자신들의 조사와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들은 신의 말씀을 거역하고 그 권좌를 넘보는 이들을 척살하는 이단심판관들로, 바티칸의 비밀 조직인 13과에서 파견한 이들이었다.
발할라의 종자들이 이곳 시베리아 어딘가에서 신의 비밀을 넘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파견된 이들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증거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또 아직까지 적의 흔적 또한 찾지 못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용병들이 혹시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게 아닐까 생각을 해 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는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백호 PMC의 직원들은 그저 낙오된 동료가 어서 빨리 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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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오 병력을 한참 동안 기다리던 김정민 팀장이 마침내 이동을 명하기 직전, 3, 4, 5초소의 용병들이 드디어 도착을 하였다.
그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그나마 3초소와 5초소의 용병들은 괜찮은 모습이었지만 4초소의 용병들은 상태가 심각했다.
초소장인 동철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과, 그를 부축하던 2명의 용병도 무기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빈손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정민은 얼른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었다.
“초소장은 무사한가? 다른 대원들은 어떻게 되었나?”
정민의 물음에 먼저 3초소장이 대답을 하였다.
이들 중 가장 선임이기에 그가 나서서 대답을 한 것이었다.
“이들과는 울란우데에서 합류를 하였는데, 당시 4초소장은 지금과 같이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여기 대원에게 물어보니 탈출 과정에서 적의 공격에 10m쯤 날아가 심하게 부딪쳤다고 합니다.”
3초소장의 말에 정민은 시선을 돌려 4초소의 대원에게 자세히 설명해 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2명 중 선임인 광승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였다.
“적에게 MS라 짐작되는 신무기가 등장하자 초소장이 바로 보고를 한 후, 회사 방침대로 플랜 C에 충실하게 행동을 하였습니다.”
거기까지는 정민 역시 충분히 예상한 터라 묵묵히 다음에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원 2명이 산화하였고, 다른 한 명은 직격을 당하기 직전에 벽 아래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다른 대원들이 모두 현장에서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다음 자리를 이탈하여 메뉴얼대로 집결지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광승은 자신들의 탈출 과정에 대하여 조목조목 자세히 설명을 하였다.
그런데 뒷부분에 가서는 조금 의아한 말이 흘러나왔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건설 현장에서 갑자기 다수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백호 PMC의 직원은 아닌 듯 러시아어로 된 비명 소리가 장시간 들렸다는 것이었다.
정민이 알고 있기로는 자신들 외에는 어떤 외부의 사람도 건설 현장에 상주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한두 명도 아니고, 다수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는 소리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급히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비명 소리라니?”
“그건 저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자세하게 내용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공포에 질린 듯한 비명이었습니다.”
광승의 말에 정민이 계속해서 의문의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백호 PMC의 용병들을 주시하던 바티칸의 인물들이었다..
파워 슈트를 입은 100여 명의 병력을 쫓아낼 만한 전력을 가진 이들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들을 주시하고 있던 13과 요원들에게는 뜻하지 않게 자신들이 원하던 정보였다.
“저들의 이야기를 들었나요?”
신부는 백호 PMC의 용병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주변의 인물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인 이들이기에 분명 들었을 테지만, 분위기를 환기시킬 겸 다시 한 번 점검하듯 물어본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신부의 의도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들이 도망쳐 왔다는 곳을 알아봐야겠군요. 그럼 저들에게 다가가 보지요.”
신부가 자신의 할 말만 하고 방에서 빠져나가자 다른 이들도 그 뒤를 따라 방을 나섰다.
가볍게 걷는 것 같은데도 신부의 걸음은 무척이나 빨랐다.
꼭 도사들이 축지법을 사용하는 것 마냥 자연스럽게 동작임에도 일반인은 전력을 다해 달리기를 하여야 할 정도로 빠른 것이었다.
그렇게 일행의 수장인 신부가 백호 PMC의 인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자 5명의 젊은이가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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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장을 아무리 뒤져 봐도 이그드라실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보이지 않자 드와이트는 무척이나 당황하였다.
분명 이곳에 이그드라실이 있어야만 했다.
그동안 발할라가 심혈을 기울여 수집하고 조사한 유물에서 나온 정보였기에 분명 이곳에서 이그드라실이 발견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현장 어느 곳에서도 유적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유적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없었다.
이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친 드와이트는 현재 공황상태였다.
자신의 조직이 어떤 조직인가.
발할라는 교황청이나 올림포스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거대한 조직망을 가지고 있었다.
전 세계의 정보를 아우르는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올림포스, 그리고 전 세계의 가톨릭의 총본산인 바티칸이 가지고 있는 정보망보다도 더욱 촘촘한 정보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중에는 상대방의 조직망을 일부 사용하기도 하면서 얻은 정보였기에 절대로 틀릴 리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모든 정보를 취합하여 보내 준 정보에 따라 찾아온 이곳에는 어떤 유적의 흔적도 없었다.
분명 이 지역에 있던 고대 문명에 대하여 정보도 있고, 또 러시아 국립 박물관에도 이곳 바이칼 호수 인근에서 인류 최초의 문명이 번성했음을 말해 주는 유물도 출토가 되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런 흔적이 하나도 발견이 되지 않는지 드와이트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혹여 누군가 이곳에 있는 유물을 먼저 발굴하고 흔적을 지운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 드와이트는 이곳에서 건설과 경비를 맡은 이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드와이트나 블러드 캡의 대원들은 이번 일을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단순히 비밀을 유지하기위해 시기를 기다리다 기회가 생기자 백호 PMC 용병들을 몰아내고 도구였던 마피아들마저 몰살을 시킨 것이었다.
한데 유물의 흔적도 없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자 드와이트는 절로 고민이 되었다.
그냥 이대로 발할라에 돌아간다면 자신은 분명 문책을 받을 것이다.
그러면 그동안 자신이 누렸던 모든 혜택은 사라지고, 그저 실험실의 모르모트 마냥 버려질 것이 확실하였다.
다급한 마음이 생기자 드와이트는 조금 전 잡은 제물에게 생각이 미쳤다.
그를 고문하면 이그드라실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판단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