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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비융켄, 제물을 끌고 와라!”
드와이트는 자신의 보좌관인 비융켄을 불러 승균을 데려오도록 지시를 내렸다.
한편, 축제의 제물에서 한순간 귀중한 유물을 찾을 열쇠가 되어 버린 승균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비융켄이 드와이트의 명령으로 승균을 데리러 오던 순간, 갑자기 밖에서 폭음성이 터져 나왔다.
한데 폭발물 같은 것이 터지며 들리는 소리가 아닌 듯했다.
무언가 거대한 물체가 강력한 힘과 부딪쳐 터져 나오는 폭음인 것이었다.
그 소리에 드와이트도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이 정도의 소란을 일으키는 존재가 누구인지 알 수가 있었다.
이런 소란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는 많지 않았다.
자신이 속한 발할라의 인물들이나 대립하는 세력만이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밖에서 들려는 소란의 주인공은 적들 중 하나라는 의미였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밖으로 나온 드와이트는 빠르게 주변 상황을 주시하였다.
그러자 그의 눈에 5명이나 되는 거인들의 행진이 들어왔다.
자신의 부하들의 덩치에 비견되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거인들.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자 방금 전 일어났던 소란이 누가 벌인 일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들의 적인 바티칸의 개들인 것이었다.
드와이트가 보기에 그들은 겉으로는 신의 복음을 전한다고 떠들면서 뒤로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협잡을 일삼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협박을 실행에 옮기는 이들이 바로 자신들처럼 신의 조각의 비밀을 풀어 힘을 얻은 이들이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이들처럼.
한데 드와이트가 살펴보니 상대는 자신들보다 상위의 존재 같았다.
외부로 풍기는 기운과 겉으로 드러난 외모에서 많은 차이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괴물의 모습이라면 상대는 그저 커다란 인간, 즉 거인의 모습일 뿐이었다.
순간, 드와이트는 다급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대가 자신들보다 상위의 존재이기는 하지만 숫자가 5명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저 뒤쪽에 아직 1명이 더 존재하고 있기는 하였지만, 그는 겉보기에 안내를 맡은 일반인처럼 느껴졌다.
수적 우위에 약간 안심을 한 드와이트는 곧장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적은 고작 다섯이다. 2인 1조로 적을 상대해라.”
상대는 확실히 자신들보다 상위 존재였다.
움직임에서부터 자신들과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었다.
비록 자신들 역시 인간들에 비해, 아니, 파워 슈트를 입은 군인들에 비해 월등한 스피드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 달려오는 상대는 그런 자신들과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드와이트는 언젠가 한 번 저들의 존재에 대해 상급자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자신보다 상급자인 오거(Ogre) 급의 힘을 가진 이들.
지금 달려들고 있는 상대는 그들과 비슷한 힘을 가진 듯 보였다.
그런데 외모는 보다 인간에 흡사한, 아니, 똑같은 모습이기에 아마도 저들이 바로 바티칸에서 개발했다는 능천사(能天使, Powers)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편, 승균은 충격을 받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잔인하게 사람들을 살육하던 괴물에 버금가는 또 다른 괴물을 나타났기 때문이다.
몸집은 처음 본 괴물보다 작아 보이기는 하였지만, 근육이 만만치가 않아 보였다.
더군다나 조금 전, 괴물들을 향해 1t이 넘어 보이는 바윗덩이를 번쩍 들어 던진 것이었다.
승균은 몸이 묶인 상태에서 본의 아니게 괴물들의 경천동지할 대전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승균이 보기에도 새로 나타난 괴물들이 앞서의 괴물들보다 더 대단해 보였다.
아니, 확실히 대단하였다.
기존의 괴물들은 2마리가 힘을 합쳐 거인괴물을 상대하였는데, 그럼에도 점점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엄청 빠르게 움직이는 거인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괴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맞추지 못하면 소용이 없지 않겠는가.
한 대도 맞지 않고 오로지 때리기만 하는 거인들의 공격에 기존의 괴물들은 광분을 하며 날뛰었다.
그로 인해 안 그래도 이곳저곳이 무너져 위태로운 건물들 위로 충격과 함께 괴물들의 피로 물들어 갔다.
당연히 한쪽 구석에 묶여 있는 승균으로서는 언제 건물 잔해에 깔리게 될지 모를 위기의 순간이었다.


10. 죽음, 그리고…….



승균은 두 집단의 괴물들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지금이 도망쳐야 할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 나타난 이들이 이긴다고 하여 자신이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승균이 보기에 수세에 몰려 있긴 하지만 덩치도 크고 인상도 괴물 같은데다 숫자도 더 많은 처음의 괴물들이 더 유리해 보였다.
새로 나타난 거인들이 더 빠르고 동작이 기민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집단 간의 싸움이기에 숫자가 많은 쪽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두 집단이 싸움을 하느라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못할 때 어떻게 든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다행히도 승균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한참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느라 승균에게 신경 쓰는 이가 아무도 없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집단은 서로에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괴물들의 우두머리인 드와이트나 대적자로 나타난 능천사(能天使, Powers)들의 수장인 카미엘 신부도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기에 승균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한편, 부하들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는 드와이트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은 블러드 캡 중에서도 최강의 존재들이었다.
그렇기에 비록 월등한 능력을 가진 능천사라 해도 2인이면 충분히 제압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을 했다.
그런데 쉽게 우위를 점하기 못하고 아직까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인상을 찡그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자신이 받은 임무는 이미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드와이트가 상급자에게 명령을 받은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비밀 유지였다.
한데 어느 곳에서 비밀이 새어 나갔는지는 모르지만, 바티칸이 알고 끼어들었으니 더 이상의 작전은 불가능하였다.
아무리 뒤져도 신의 조각에 대한 어떤 단서도 나오지 않고, 또 도움이 될 만한 그 어떤 문명의 흔적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에서 굳이 위험한 적들과 싸움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드와이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누르며 자리를 뜨기로 하였다.
“모두 이곳을 포기한다! 각자 알아서 퇴각하여 본부로 돌아오기 바란다!”
드와이트의 외침에 전투를 벌이던 블러드 캡 대원들은 자신과 전투를 벌이던 능천사와의 거리를 넓히더니, 일제히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하였다.
상대가 몸을 빼자 능천사들은 그들을 추적하려 하였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수장인 카미엘 신부의 명령 때문이었다.
평상시에야 권위를 나타내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는 그였지만 적과의 전투가 있을 때만은 아주 카리스마 넘치는 단호한 명령을 내리는 카미엘 신부였다.
“그만! 더 이상 그들을 쫓지 말고 그들이 여기서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조사를 한다.”
그로 인해 자신을 따르는 대원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었기에 거인들은 적을 뒤쫓다 말고 다시 카미엘 신부의 곁으로 돌아왔다.
드와이트와 그의 부하들인 블러드 캡이 빠져나간 현장에는 치열한 전투 흔적과 블러드 캡에게 학살당한 마피아들의 주검만이 남아 있었다.
“저들이 이곳에서 뭘 찾고 있었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카미엘 신부의 명령에 거인들은 자리에서 흩어져 기지 건설 현장 주변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들도 드와이트나 블러드 캡처럼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곳은 러시아 군의 기지를 건설하는 곳이기에 아무런 유적도 나올 리가 없는 것이었다.
발할라의 정보 부서에서 어떤 정보를 취득하여 이곳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신의 조각이 있다고 판단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래건설이 러시아 정부로부터 공사 수주를 받고 기지 건설을 하면서 지금껏 어떠한 것도 출토된 바가 없었다.
드와이트나 블러드 캡, 그리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서 다시 주변을 살핀 카미엘 신부와 능천사들은 허탕을 치고 말았다.
한편, 카미엘 신부와 능천사를 피해 기지 건설 현장을 이탈하던 드와이트는 조금 전 내리눌러 두었던 분노가 끓어올랐다.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도 화가 났지만, 가장 그의 분노를 부채질한 것은 다름 아닌 적에게서 등을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드와이트로서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적을 뒤에 두고 퇴각을 한 것이었다.
그것도 단 6명의, 자신들의 절반 정도에 미치는 적을 두고 킬링 머신(Killing Machine)이라 불리던 자신들이 후퇴를 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화가 나는 것이다.
“젠장, 두고 보자! 다음번에는…….”
바티칸의 개들인 13과의 요원들을 뒤로한 채 드와이트는 이를 악물며 앞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얼마를 뛰어갔을까.
빠른 속도로 뛰는 그의 눈에 띄는 인영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 제물로 잡아 두었던 놈이 언제 이곳까지 도망쳤는지 지금 퇴각하는 그의 눈에 띈 것이었다.
‘후후, 잘되었군. 마침 화가 치밀어 오르던 참이었는데 화풀이나 하고 가야겠군.’
드와이트는 승균을 보고는 달리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옆구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 대충 조준하여 승균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승균은 도망치는 와중에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며 수시로 확인을 하였다.
언제 뒤에서 괴물들이 나타나 자신을 찢어 죽일지 몰라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그러던 승균의 눈에 괴물들에게 자신을 묶으라 지시를 내린 소년이 총을 겨누는 게 포착되었다.
‘아니, 벌써 싸움이 끝난 것인가?’
승균은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는 모습을 보고 본능적으로 옆으로 몸을 던졌다.
한데 운이 없는 것인지, 그만 옆구리에 총을 맞고 말았다.
“윽!”
승균은 불로 지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옆구리에 총격을 맞으며 묶고 있던 밧줄이 끊어져 풀렸지만, 승균은 팔이 자유를 얻었다는 기쁨보다 옆구리에서 전해오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승균은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괴물들이 자신의 죽음을 확인하려고 언제 다가올지 모른다는 걱정에 어떻게든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억지로 기어 몸을 숨겼다.
하지만 총을 발사했던 드와이트는 승균의 상태를 확인할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이미 개조 수술을 통해 괴물의 모습에 어울릴 정도로 감각이 발달되어 있어 자신이 겨냥한 목표의 어디쯤에 총탄이 박혔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제물이 제법 반항을 하기는 하였지만, 자신의 총알이 신장을 관통했다는 것을 느낀 드와이트는 빠르게 장소를 벗어났다.
혹시라도 바티칸의 개들이 자신들이 찾지 못한 것을 얻지 못하도록 아예 이 근방을 지워 버리기 위해 마무리 작업을 하러 떠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