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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론 전기 1권 (14화)
제6장 버몬 백작과의 만남 (2)


“카이론, 지금 오는 오크를 보고 두려움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야. 우리가 아무리 오크들과 전투를 많이 했다고 해도 저렇게 많은 오크의 무리는 이번이 처음이니 당연히 두렵지.”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은 두려움에 떠는 것보다는 살 궁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지.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두려움에 떨어 길을 포기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냐.”
카이론은 분명히 길이 있다고 하였고 그 말에 케린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그럼 그 길을 알고 있다는 말이야?”
“그래, 지금 우리가 설치한 함정도 있고 내가 나름대로 준비한 것도 있으니 영주 성에서 지원군이 올 동안만 버티면 모두가 무사할 수가 있으니 하는 말이지.”
카이론은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고, 케린도 그 말을 들으니 약간 마음이 풀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카이론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지 약간의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해도 저 정도의 무리를 방어하기는 건 무리라고. 우리는 기사가 아니라 일개 경비를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케린은 진심으로 오늘처럼 초라한 자신을 느껴 보기는 처음이었다.
항상 자신이 강하다고만 알고 있다가 이번에 카이론에게 패하면서 얼마나 자신이 무능력한지를 느꼈고, 지금 오크들이 오는 것을 보고 겁을 먹고 있는 자신을 보니 한없이 초라함을 느끼고 있어서였다.
“케린, 경비대장이라는 직책이 그렇게 겁쟁이에게 주는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라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거야. 최소한 마을 사람들이 겁에 질려 죽게 하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다.”
카이론의 하는 말에 케린은 조금 놀랐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카이론이 케린을 야단치는 것을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들었는지 약간 부끄러워지는 자신들을 느끼게 되었다. 그때 카이론의 곁으로 촌장이 다가왔다.
“카이론 자네의 말을 듣고 느끼는 바가 많고 진심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네. 케린 대장도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만하고 우리가 어찌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게. 그냥 있어도 마을 사람들이 몰살을 당할 상황이니 이대로 주저앉고 싶지는 않으니 말일세.”
촌장은 지금 마을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이번에는 정말 힘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말이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여러분들의 용기입니다. 용기를 가지시고 힘을 내시고 오크들과 전투를 하면 됩니다. 지금 우리의 지원군이 오고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카이론은 영주인 버몬 백작의 인간성에 대하여 많이 들었기에 분명히 사이론 마을로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카이론의 지원군이라는 말에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지원군이 온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오크의 무리가 대규모라 잠시 머릿속에서 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맞아. 우리에게 오는 지원군이 있으니 우리는 절대 죽지 않을 거야.”
“그래, 죽고 싶어도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살아야지.”
마을 사람들은 한 명, 두 명씩 기운을 차리게 되었고 촌장은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카이론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희망적으로 변한 것을 느낀 케린은 고마운 눈빛을 카이론에게 날리고 있었다.
‘고맙다. 너로 인해 우리 마을이 살 수가 있을 것 같으니 말이야.’
케린은 자신보다 카이론의 역량이 크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진심으로 감사를 하고 있었다.
카이론은 마을 사람들이 힘을 내자 바로 고함을 쳤다.
“자, 우리에게는 가족이 있으니 절대 오크들에게 무너질 수는 없다는 각오로 전투를 해야 할 것입니다. 모두 죽을 각오로 전투에 임하시면 여러분은 모두가 살 수가 있을 것입니다.”
카이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그 목소리에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었고, 또 힘이 넘치는 바람에 모두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와아아아. 오크를 물리치자.”
“우리에게 남아 있는 가족을 생각해서 힘을 내자.”
“힘을 내자.”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용기를 내서 손에 잡고 있는 검이나 창을 힘주어 잡기 시작하였다.
사이론 마을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게 되니 방어책 위에는 새로운 기운이 넘치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질 수 없다는 각오를 하니 마을 사람들의 눈빛에는 적개심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사이론 마을 사람들이 전투에 임할 자세를 다지고 있을 때, 오크들은 공격을 하다가 이상한 함정과 진에 의하여 심각하게 타격을 입고 있었다.
달려가고 있는 오크가 갑자기 눈앞에서 넘어지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그 주변에 있는 오크들도 같은 상황에 빠지고 있었다.
“취익! 함정이다. 모두 주변을 살피면서 이동을 해라. 취익!”
“취익! 함정이다.”
오크들은 지휘자들이 하는 말에 동료가 빠진 곳을 확인하면서 이동을 하기 시작하였고 일부의 오크들은 진에 의해 환상에 빠졌기에 같은 자리를 맴맴 돌고 있었다.
“취익! 저놈들은 왜 같이 자리를 돌고 있는가?”
“취익! 나도 모른다.”
대족장으로 있는 오크가 진에 의해 갇혀 이상한 행동을 하는 오크들을 보고는 마법진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이내 커다란 소리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취익! 주변에 마법사가 설치한 마법진이 있으니 모두 조심을 해라. 취익!”
“취익! 마법진이 있다고 하니 조심해라.”
대족장과 함께 움직이는 오크들은 진이 설치가 된 곳으로 이동을 하는 바람에 많은 피해를 입게 되었다.
오크의 무리는 전부 합쳐서 이천 정도 되었는데 이번에 카이론이 설치한 진과 함정 때문에 전투력을 잃은 오크가 무려 구백여 마리나 될 정도였다.
대족장인 오크는 인간들이 설치한 함정에 대단히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오크는 이런 함정을 설치하지 않고 당당하게 전투를 하여 승리를 쟁취하기 때문에 인간들의 함정을 보고 비겁하다고 생각하고 분노를 터트리고 있었다.
“취익! 비겁한 인간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 주자.”
“취익! 공격하라.”
진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는 오크를 보고 분노를 느낀 대족장의 명령에 오크들은 바로 사이론 마을을 향해 공격을 하기 시작하였다.
성난 오크들의 공격은 누가 보아도 무시무시해 보였다.

사이론 마을의 사람들은 용기를 내서 전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가 오크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는 다시 겁을 먹기 시작하였다.
“절대 겁을 내지 마시고 용기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절대 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앞으로 오크들의 침입을 막을 수가 있습니다.”
카이론은 다급하게 변하는 상황에 크게 고함을 치면서 사람들에게 용기를 잃지 않게 하려고 하고 있었다.
촌장은 자신보다 더 마을 사람을 챙기는 카이론의 행동에 진심으로 감사를 하고 있었다.
“여기는 우리의 터전이니 우리의 손으로 지켜야 한다.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전투를 하자.”
촌장이 힘을 내어 소리를 치니 동요되었던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방책을 이용하여 최대한 방어를 하기 시작하였고 성난 오크들은 그런 방책을 무너뜨리기 위해 밀물처럼 공격을 하고 있었다.
“취익! 달려라. 가서 인간들을 모두 죽여라.”
“취익! 죽이자. 우리의 원수를 갚자.”
오크들이 달려오는 모습에 카이론은 바로 지시를 내렸다.
“모두 준비된 화살을 쏘세요.”
“화살을 쏴라.”
마을 사람들에게는 많은 화살이 지급이 되어 있었기에 바로 수백의 화살이 오크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사냥은 하지 못해도 화살 정도는 충분히 쏠 근력이 있었다.
이번에 대규모의 오크들이 침략을 하는 것이라 마을에서 힘을 쓸 수 있는 남자는 모두 동원이 되었다.
슈슈슈슈.
“크아악!”
“크윽! 분하다. 취∼이익.”
“케에엑!”
수많은 오크들이 화살에 희생을 당하고 있었지만 오크들은 동료들이 죽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지 동료의 시체를 넘어 달려오고 있었다.
슈슈슈슉.
“크에엑!”
“캬아악!”
“크으윽!”
오크들이 시체를 넘어오는 것에 마을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오크를 죽이는 것에만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이제는 죽고 사는 일이니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기에 마을 사람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카이론은 자신도 화살을 쏘면서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최소한의 피해로 마을을 살리고 싶어서였다.
이들의 원군인 버몬 백작이 기사를 이끌고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니 시간이 문제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렇다고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니 그 피해를 줄이려고 최대한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오크의 수 때문에 방책 앞에서 전투를 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보였다.
‘오크들의 수가 내 생각보다는 두 배나 되는구나. 당장은 방법이 없으니 최선을 다해 방책을 이용하여 방어를 하고, 지원군이 올 동안 버티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구나.’
카이론이 보기에도 오크의 수가 장난이 아니었기에 이제는 죽기 살기로 버티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이 처음 발견을 하였을 때만 하여도 이 정도의 수는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생각한 여러 가지의 방법들이 그 수에 밀려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오크들은 점점 방책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고 그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니 카이론도 대책이 없었기에 최후의 선언을 하고 있었다.
“준비한 돌을 이용하여 오크들이 방책에 오르지 못하게 하고 뜨거운 물과 기름도 준비를 하세요. 오늘 오크들을 막지 못하면 더 이상 마을에 희망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죽을 각오로 방어를 하십시오.”
“알았네. 모두 들었겠지만 우리의 마을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지켜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최대한 방어를 하기 바라네. 저기 뒤에는 우리의 가족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최선을 다해 주기 바라네.”
촌장이 카이론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소리를 치고 있었다.
카이론은 준비한 것을 이제 사용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크들이 방책을 오르기 시작하면 마을 사람들이 더 위험해지겠지만 이미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감안을 해야겠다는 판단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이제 그런 것보다는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가장 필요한 때였다.
오크들은 점점 방책과 가까워졌고 그런 오크들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더욱 긴장이 되고 있었다.
“크와아아아.”
“캬아아.”
“크아아.”
오크들의 대족장이 무언가 지시를 하는지 괴성을 지르고 있었고 그 소리에 오크들은 더욱 힘이 나는지 함성을 지르면서 돌격을 하였다.
아마도 대족장의 소리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예전의 오크 샤먼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 같아 보였다.
오크들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고 있는 것이 거의 광기에 젖어 있었다.
그런 오크들의 갑작스런 변화에 사람들은 두려움과 공포심에 빠지고 있었다.
카이론은 그런 마을 사람들을 보고 그냥 두었다가는 몰살을 당할 것만 같아 자신도 항마후를 터트렸다.
“우우우우우.”
카이론의 입에서 엄청난 소리가 터지자 오크의 소리는 작아졌고 사람들의 눈동자도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모두 정신을 차리고 오크를 막으세요.”
마을 사람들이 정신을 차린 것 같아서 카이론은 바로 고함을 쳐서 주의를 주었다.
사람들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면서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방어를 하려고 하였다.
이제는 오크와 정면 승부를 하는 길밖에는 없는 상황이라 카이론도 방법이 없었다.
오크들은 방책을 향해 달려왔고 일부는 이미 방책에 도착을 하여 손에 들고 있는 도끼나 검으로 방책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꽝. 꽝.
오크들이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고함을 치면서 화살과 창을 이용하여 오크를 공격하고 있었다.
“화살을 쏴라.”
“창을 가지고 가까이 있는 오크는 찔러라.”
슈슈슈.
“크에엑.”
“크아악.”
아직은 마을 사람들의 피해는 없었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한 순간이었다.
대규모로 밀려오는 오크를 막지 못하면 마을의 피해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