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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론 전기 1권 (18화)
제8장 카이론의 이름이 알려지다(1)


카이론도 엔더슨 단장이 가는 길에 같이 버몬 백작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오빠, 이제 가는 거야?”
하이디는 카이론이 가는 것 때문에 울먹이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하이디, 오빠는 언제나 우리 하이디를 생각하고 있으니 가는 것이 아니란다.”
“내가 애기야. 그런 소리 듣고 아니라고 생각하게 그냥 여기서 살면 안 되는 거야?”
“미안하구나, 하이디. 오빠도 할 일이 있어서 이제 그만 가야 할 것 같아. 나중에 일을 마무리하고 놀러 오마. 알겠지?”
카이론은 하이디의 슬픈 눈망울이 마음에 걸려 바로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촌장의 입장에서는 카이론이 빨리 떠나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이디는 평민이고 카이론은 귀족이기에 하이디가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촌장은 카이론이 떠나면 이제 이 마을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하였다.
귀족이 다시 이런 곳에 올 리도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하고 가는 것이 어떤가? 저기 기다리는 분들이 있으니 말일세.”
촌장은 엔더슨 단장과 기사들이 아직 카이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카이론도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그동안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촌장님. 나중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카이론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바로 엔더슨 단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엔더슨은 카이론이 오자 바로 출발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모두 출발하라.”
“예, 단장님.”
기사들의 말에 출발을 하였고 카이론도 기사들이 준비를 해 준 말을 타고 이동을 하였다.
카이론은 다행히 말 타는 것을 마을에서 배웠기에 기사들과 함께 말을 타고 갈 수가 있었다.
귀족이라면 말을 타는 것은 기본이라고 해서였다.
두두두.
기사들의 말이 마을의 입구를 벗어나자 바로 속력을 내기 시작하였고 이내 마을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카이론이 완전히 사라지자 하이디의 눈에서는 바로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흑! 거짓말쟁이 오빠. 나하고 같이 산다고 했으면서…….”
하이디는 카이론을 정말 친오빠처럼 생각하고 있었고 정이 많이 들었기에 참고 있던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촌장은 그런 하이디를 아무 소리 없이 가만히 안아 주기만 했다.
이렇게 사이론 마을의 사람들을 두고 카이론은 영주 성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

* * *

엔더슨 단장은 자신의 옆에 있는 카이론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국의 대귀족의 후계자가 아무 수행인도 없이 홀로 이렇게 여행을 한다는 것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흠, 제국이 강해지는 이유가 이런 이 때문인가?’
엔더슨 단장이 가장 부러워하는 나라가 바로 헤모시 제국이었기 때문이다.
헤모시 제국은 기사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기사들의 실력을 강조하는 나라였다.
그런 강국이니 귀족들도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엔더슨 단장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영주 성이 눈에 보이고 있었다.
“저기가 우리 영지의 영주 성입니다.”
카이론은 지구에서 본 영주 성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감탄을 하고 있었다.
“참으로 잘 만들어진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방어와 공격이 용이하게 만들어진 성이오.”
몬스터가 판을 치는 곳이라 아름다운 것을 따지는 미적인 부분은 없었지만 병사들이 방어를 하기에는 아주 적합하게 만들어진 곳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가 있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많은 몬스터의 침입을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 다른 무엇보다도 방어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래서 아직 우리 왕국이 몬스터의 피해를 입지 않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엔더슨 단장의 말에는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변방의 영지에 불과하지만 왕국을 지키는 곳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보아도 훌륭한 곳이라는 생각이 드오. 이런 곳에서 묵묵히 지키고 있는 단장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소.”
카이론은 엔더슨에게 진심으로 그런 말을 했고 그 마음이 그대로 기사들과 엔더슨에게 전해졌다.
남자는 마음으로 통한다고 했던가?
카이론의 말에 엔더슨과 기사들은 눈빛이 대번에 달라지고 있었다.
“저……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소, 우리 제국도 변방을 책임지고 있는 귀족들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소. 그러니 그런 곳을 지키는 기사들은 항상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오.”
카이론이 아부의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말을 하자 기사들의 눈빛이 달라진 것이다.
엔더슨 단장도 카이론의 말에 감사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는 기사들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카이론도 사실 제국에서 그런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지만 대충 눈치를 보고 답을 하는 수준은 되었기에 이들의 마음을 잡게 되어 버렸다.
물론 모두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니 일어난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영주 성에 있는 버몬 백작은 사이론 마을에서 온 기사의 보고를 듣고는 상당히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미 제국의 귀족이라는 신분을 엔더슨 단장이 확인을 했으니 이리로 오면 대접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왕국의 백작이 제국의 고위 귀족이 될 후계자를 보고도 대접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이는 버몬 백작의 위신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사이론 마을에 여행객을 가장한 제국의 후작 가문의 후계자가 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백작님.”
“이제 오크의 침입을 막았으니 조만간에 이리로 온다는 말이고?”
“맞습니다. 백작님.”
버몬 백작은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제국의 고위 귀족에게 어떤 대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버몬 백작이 아무리 정치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왕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문제이니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 오면 최대한 신경을 써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대화를 나누어 보아야겠다.’
버몬 백작은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일단 오면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을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카이론은 엔더슨 단장의 안내로 성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영주가 거주하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버몬 백작은 카이론이 온다는 보고를 받고 직접 마중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나와 있었다.
버몬 백작은 카이론이 오는 것을 보고 반가운 얼굴을 하면서 인사를 먼저 하였다.
“어서 오시오. 제국의 귀족분께서 우리 왕국에 오신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환대를 해 주시니 오히려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군요.”
카이론은 버몬 백작이 직접 마중을 나온 것을 보고 예의를 차려 인사를 하였다.
이는 제국의 고위 귀족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예의였다.
버몬 백작은 카이론이 하는 인사를 듣고는 권위만 내세우는 그런 귀족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안심하였다.
제국의 고위 귀족이 자신의 영지에서 귀족으로서의 권위를 찾으려고 하면 정말 골치가 아플 것 같았는데 직접 보니 그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자, 이렇게 밖에서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안으로 드시지요.”
“감사합니다. 백작님.”
카이론은 아직 중세의 시대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와 같이 행동을 하고 있었다.
버몬 백작은 그런 카이론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말이다.
왕국의 백작이라면 고위 귀족이기는 했지만 제국의 자작과 같은 대접을 받는 위치여서 제국의 후작이라고 하면 이는 엄청나게 높은 귀족이었기에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였다.
카이론은 버몬 백작의 호의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고 거실을 보게 되었다.
‘역시 이곳도 중세 시대의 양식과 비슷하기는 하네.’
카이론도 이곳에 오기 전에 어느 정도 기본적인 서양의 생활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기에 하는 생각이었다.
버몬 백작은 그리 풍요롭게 사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인 귀족으로서 품위는 지키고 있었다.
거실도 그리 호화롭지 않게 꾸며져 있는 것을 보고 느낀 카이론이었다.
“자…… 여기에 앉으십시오.”
“고맙습니다.”
카이론이 자리에 앉자 버몬 백작은 차를 가지고 오라는 눈치를 보냈고 저택을 책임지고 있는 집사는 빠르게 눈치를 채고는 나갔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 영지에 오시게 된 것입니까?”
“아, 저는 수련을 하기 위해 여행을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수련이 끝나면 다시 제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직은 수련 기간이 남아 이곳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카이론은 자신의 입장을 대충 둘러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직 제국에 가문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 무슨 핑계를 대고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카이론의 그런 생각이 자신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대륙에서 가장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제국이었고 그 제국에서도 강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게이하르 후작가이기에 일개 왕국의 백작이 넘보기에는 그 힘이 너무 커서였다.
버몬 백작은 후작가의 후계자가 수련을 위해 이런 고생을 한다는 말에 속으로 많이 놀라고 있었다.
‘가문의 힘을 이용하지 않고 스스로의 강함을 추구하는 그 마음이 정말 대단한 가문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구나.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저런 마음이라면 절대 무너지지 않는 그런 곳일 것이고 저런 인재와 인연을 맺어 두는 것은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버몬 백작은 혼자 그렇게 판단을 내렸고 판단을 하니 그다음은 일사분란해지고 있었다.
“허허허. 개인적인 수련을 위해 가문을 떠난다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인데 대단하십니다.”
“아닙니다. 가문의 후계자는 수련이 가장 중요한 일이니 당연한 일이지요.”
카이론이 하도 담담하게 대답을 하니 버몬 백작은 그대로 넘어가고 말았다.
“제국의 유서 깊은 가문은 그런 식으로 수련을 합니까?”
버몬 백작은 궁금해서 한 질문이었지만 카이론의 얼굴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잘못하였다고 생각을 하고 말았다.
‘이런, 제국의 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를 질문하였으니 당연히 저렇게 변하지. 내가 실수를 하고 말았구나.’
버몬 백작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카이론은 자신이 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얼굴색이 변했던 것이다.
제국의 귀족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자신은 가문의 이름을 빌려 쓰는 입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사실 카이론이 가문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바로 가문을 승계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흠, 내가 귀족이 되고 싶어 너무 앞서가고 있었구나. 이제는 조심해서 행동을 해야겠구나.’
두 사람은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 판단을 이상하게 하게 되었고, 이는 카이론을 더 대우 받게 하고 있었다.
“제국의 가문들은 각기 다른 수련을 하니 저도 자세한 사정은 모르고 있습니다. 그 수련이라는 것이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다른 가문이 어떻게 수련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어서입니다. 백작님.”
“아, 예, 그러시군요. 제가 실수를 하였습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대접을 잘 받고 있는데 실수라니요. 하하하.”
카이론의 능숙한 연기에 버몬 백작은 그대로 넘어갔다.
엔터 왕국은 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는 아니었지만 제국이 침공을 하려는 마음만 먹어도 왕국이 무너질 정도로 국력이 형편없는 나라였다.
예전에는 그런대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왕국을 생각하는 귀족들보다는 개인의 부를 따라가는 그런 귀족들이 많기에 왕국은 상당히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다.
버몬 백작이 카이론을 환영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