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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론 전기 1권 (19화)
제8장 카이론의 이름이 알려지다(2)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무엇입니까?”
카이론은 버몬 백작이 무언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어 바로 질문을 하였다.
“다른 문제가 아니고 제국으로 언제 돌아가시려고 하시는지…….”
버몬 백작은 뜸을 들이며 말하고 있었다.
카이론은 버몬 백작의 말에 자신이 아직까지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판단을 하였다.
‘흠, 버몬 백작의 말처럼 아직 제국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이제 어찌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아직은 이 대륙의 귀족들에 대하여 아는 지식이 부족하니 그런 문제도 해결을 해야 할 것이니 말이다. 버몬 백작이 시골의 영주이니 당분간은 이곳에서 거주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카이론이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니 버몬 백작도 더 이상 말을 하지는 않고 기다려 주었다.
무슨 이유로 이곳까지 왔는지는 모르지만 제국의 귀족이라면, 그것도 후작가의 후계자라면 자신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비록 변방의 영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왕국의 고위 귀족인 백작이었기에 수도로 가도 그리 푸대접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버몬 백작은 수도에 가서 귀족파의 귀족들을 모조리 잡아 죽이고 싶었지만 자신에게는 힘이 없어 어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이었다.
그래서인지 카이론의 등장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카이론은 이제 결정을 내렸는지 고개를 들어 버몬 백작을 보고 입을 열었다.
“아직은 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고 더 많은 수련을 해야 하니 백작님의 영지에 잠시 거주를 하였으면 합니다.”
버몬 백작은 카이론의 말에 속으로 만세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겉으로는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허허허. 그러시다면 저야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호칭은 어찌 불러 드려야 할지?”
카이론도 자신의 호칭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버몬 백작의 말에 재빠르게 속으로 판단을 내려야 했다.
귀족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명예였으니 조심스럽게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하하. 제가 아직 정식으로 후작의 작위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작위를 받을 후계자이니 그 정도 선에서 적당하게 호칭을 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카이론의 말에 버몬 백작은 약간 곤혹스러운 얼굴이 되고 말았다.
정도의 선이라는 것은 어찌 해석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그리 원하니 최대한 대우를 하는 선으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국의 후작 가문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앞으로 카이론 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카이론이 생각하기에도 적당하다는 판단이 들었는지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버몬 백작도 카이론이 이제 영지에 머물게 되었으니 그에 따라 왕국의 수도에 보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선 방을 마련하였으니 일단 쉬고 계시면 식사 시간에 맞춰 시녀를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오늘의 대접은 매우 좋았습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 버몬 백작님.”
카이론은 즐거운 마음으로 그리 대답을 하였지만 듣는 버몬 백작은 해석을 하고 있는지 매우 밝은 얼굴이 되었다.
“허허허. 그럼 바로 안내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방에 목욕을 하실 물을 준비해 두었을 것입니다. 집사, 카이론 님을 방으로 안내해드리도록 하게.”
버몬 백작의 지시에 집사는 바로 대답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백작님. 저를 따라오시지요.”
집사가 안내를 하니 카이론은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갔다.
집사가 안내한 방은 상당히 큰 방이라 아마도 다른 귀족들 중에서도 중요한 손님을 모시는 그런 방 같아 보였다.
“여기 이 방입니다. 카이론 님.”
“그래, 수고하였네.”
카이론은 방으로 들어갔고 집사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돌아갔다.
카이론이 방에 들어가 가장 먼저 방을 구경하기 시작하였다.
아직 이런 방은 카이론에게 낯선 곳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귀족들은 이런 방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하는 거야?”
카이론은 이런 방에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영지를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였다.
카이론은 방에 있는 목욕실의 문을 열고 안의 시설을 보고는 지구의 시설과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대륙에는 마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과학이 발전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기의 오염이 없다는 것이 이들에게는 오히려 좋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입가에 웃음이 걸쳐졌다.
“여기는 완전히 축복 받은 곳이네.”
지리산에서 수련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카이론은 지금 이 대륙의 공기가 얼마나 좋은지를 몸으로 느끼고 있기에 하는 소리였다.
그리고 마법을 이용하여 이렇게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니 여기야말로 축복 받은 그런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기 오염도 없는 그런 곳이라 가지는 아주 단순한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카이론은 일단 몸을 씻기 위해 옷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쏴아아.
“시원해서 좋네. 이제 따듯한 물에 들어가 보자.”
카이론은 이미 욕실의 탕에 물을 받아 놓았기에 간단하게 몸을 씻고 들어가려고 하였다.
덜컥!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카이론은 놀라며 들어온 사람을 보았다.
“누…… 누구냐?”
욕실의 안에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귀족들의 목욕 시중을 드는 시녀였다.
집사는 성 안에 있는 시녀들 중에 고르고 골라 가장 예쁘게 생긴 시녀를 시중들게 하였다.
“저는 카이론 님의 목욕 시중을 들기 위해 온 캐서린이라고 해요.”
카이론은 자신의 목욕을 시중들기 위해 왔다는 말에 지금 자신이 나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카이론은 당황스러운 얼굴이 되어 빠르게 캐서린을 보고 고함을 쳤다.
“당장 문을 닫고 나가라.”
갑자기 자신을 보고 고함을 치는 바람에 캐서린은 멍한 시선으로 카이론을 보고 있었다.
캐서린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순간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고 카이론은 그런 캐서린을 보고 민망해서 얼른 탕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 카이론의 모습에 캐서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귀족들은 자신처럼 예쁜 시녀들의 시중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아서 짓는 표정이었다.
일단, 카이론이 탕으로 들어가 버리자 캐서린은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허둥거리고 있었고 그런 캐서린의 모습에 카이론은 바로 재차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목욕은 혼자 할 수 있으니 당장 나가라.”
“흑! 알았어요.”
캐서린은 자신을 거부한 카이론이 정말 싫었다.
나이가 아직 어린 캐서린이라 카이론의 고함 소리에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었고 울음을 터트리며 달려 나갔다.
카이론이 귀족으로서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하였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테지만 카이론은 귀족의 생활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였다. 또, 아직은 지구의 생활이 몸에 익숙하였기에 나이도 어려 보이는 소녀가 자신의 나체를 만지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기야 사람은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카이론은 캐서린이 나가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갑자기 그렇게 들어오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말이야.”
카이론은 캐서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서 서둘러 목욕을 마치고 옷을 입고 나갔다.
혹여나 자신 때문에 아직도 울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문을 열고 나가자 캐서린이 방에서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한 카이론은 난처한 입장이 되고 말았다.
아직 여자를 울려 본 적이 없었고 달래는 방법도 모르고 있었으니 난처했다.
“흑, 흑!”
거의 삼십 분을 울고 있는 캐서린의 얼굴은 아주 찐빵처럼 눈이 부어 있었다.
집사에게 단단히 주의를 들은 후에 조심스럽게 들어온 것인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였으니 이제 자신은 크게 혼이 나거나 쫓겨나게 생겼다는 생각에 서러워 울고 있었다.
“저…… 저기 아가씨 울지 말고 나 좀 보면 안 될까?”
카이론의 말에 캐서린은 고개를 돌려 카이론을 보았다.
캐서린이 보기에도 카이론의 얼굴이 상당히 난처해하는 얼굴이라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호호호.”
울다가 웃으면 모에 모 난다고 했는데, 라는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는 카이론이었다.
그래도 우는 모습보다는 웃는 얼굴이 보기가 좋다는 생각에 슬며시 미소가 생기는 카이론이었다.
“그렇게 웃으니 보기 좋네.”
카이론은 캐서린이 웃는 모습에 이제 되었다고 생각이 들어 하는 말이었다.
캐서린은 귀족이지만 평민과 같은 분위기를 보이는 카이론이 이상하기만 했다.
자신과 같은 하녀에게 마음을 써 주는 것이 캐서린과 같은 하녀에게는 생소했기 때문이다.
캐서린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갑자기 상대가 귀족이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얼굴이 굳어지고 말았다.
자신의 입장이 지금 어떠한지 생각이 나서였다.
“저…… 저기 제가 잘못했습니다.”
“아니, 잘못한 것은 없어. 갑자기 그렇게 들어오니 내가 놀래서 그런 것이야. 앞으로 그런 점은 조심을 해 주었으면 좋겠네. 그리고 이름이 어떻게 되지?”
카이론은 자신의 앞에 있는 하녀가 예쁘기도 했지만 마음이 고운 것 같아 앞으로 자주 보았으면 해서 하는 말이었다.
캐서린도 자신의 이름을 묻고 있으니 이제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얼굴이 밝아지고 있었다.
“저는 캐서린이라고 해요. 나이는 이제 19세이고요.”
“그래? 그러면 앞으로 나의 담당을 하기로 한 것인가?”
“예, 그렇게 할게요.”
캐서린은 카이론과 대화를 해 보고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하는 대답이었다.
사실 카이론이 아직 자신의 얼굴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지 상당히 미남이었기에 캐서린과 같은 소녀들에게는 이상형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캐서린의 밝은 대답에 카이론은 환한 미소로 답변을 대신해 주었다.
캐서린은 그런 카이론의 미소에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는지 바로 옷장으로 가서 문을 열어 옷을 꺼내들고 왔다.
“여기 이 옷은 백작님께서 준비를 하셨다고 드리라고 했어요.”
카이론은 캐서린이 갖고 온 옷을 보고는 이상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바지는 완전 쫄바지라 입기가 상당히 거북해 보여서였다.
“이 옷을 입으라고 가지고 온 것이니?”
“예, 우리 영지에서는 그래도 고급 옷이에요.”
캐서린은 카이론이 묻는 의도를 옷이 고급스럽지 않아 그런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카이론의 생각은 그런 것이 아니었지만 이곳의 귀족들이 이런 옷을 입고 다닌다는 생각이 들자 앞으로가 걱정스러워졌다.
이런 옷을 입고 다닐 생각을 하니 저절로 창피함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런 옷은 말고 그냥 평범한 옷은 없니?”
카이론이 입고 있는 옷도 사실 평민들이 자주 입는 옷이었기에 물었다.
자신은 도저히 저런 옷을 입을 자신이 없어서였다.
“다른 옷이요?”
“그래, 이런 옷 말고 그냥 입을 수 있는 그런 옷 말이야.”
카이론이 하는 말에 캐서린은 귀족들이 그냥 입는 옷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귀족들이 여행할 때 입는 그런 옷을 찾는다고 생각을 하였고 바로 웃으면서 밝게 대답을 하였다.
“여행할 때 입는 옷을 찾으시는 것인가요?”
카이론은 귀족들이 여행할 때 어떤 옷을 입는지는 모르지만 이 옷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얼른 대답을 해 주었다.
“그래, 여행을 할 때 입는 편한 옷이었으면 한단다.”
“잠시만요.”
캐서린은 다시 옷장을 열고 안에 있는 옷을 보게 되었고 이내 한 벌의 여행복을 꺼냈다.
“이 옷이면 되나요?”
카이론이 보기에도 적당해 보이는 옷이라 밝은 목소리로 대답을 해 주었다.
“그래, 그 옷으로 가지고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