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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생 1권(24화)
9장 백억을 가지게 되다(3)


종현은 이상한 놈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사실에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손에 들린 것에 생각이 미쳤다.
무려 오억이라는 자금을 보고는 솔직히 흥분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윤재가 정 회장에게 받은 채권은 정확하게 백십억 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정 회장도 마지막에 마음을 돌려 미안한 기분에 어느 정도 금액을 더 얹어 주었던 것이다.
물론 뭔가 다른 생각을 떠올라 더 많은 금액을 주기도 하였지만 말이다.
이번 기회에 윤재와 같은 실력자와 안면을 익혀 두려는 것이 정 회장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자신이 믿고 있던 경호원 열 명을 순식간에 쓰러뜨리는 능력.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저런 실력을 가진 자와 안면을 익혀 두면 오히려 자신에게 더 이득이라는 생각에 돈을 더 넣어 준 것이었다.
세상은 오랜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이 이럴 때 실감할 수 있으리라.
원수가 될 수 있는 상대를 순식간에 아군으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고 말이다.
윤재 역시 정 회장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은 어디를 가든 결국 강자가 이득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윤재에게는 도움이 되었다.
그렇기에 세상 사람들이 권력을 원하고 힘을 키우려 하고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겠는가.

집으로 돌아온 윤재는 가방을 열어 그 안에 있는 채권들을 살폈다.
종현에게 오억을 주고도 남아 있는 금액이 엄청났기 때문에 윤재는 이 많은 돈을 어찌할지를 고민했다.
자신이 무슨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흥청망청 돈을 쓰는 인물도 아니었다.
사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만 해도 죽을 때까지 쓰고도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것 참, 돈이 많으니 좋기는 한데…… 이 돈을 어떻게 해야 하지?”
어느새 윤재는 돈이 많아서 고민을 하는 인간이 되어 가고 있었다.
윤재는 일단 은행에 가방을 통째로 보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돈의 사용은 차차 시간을 두고 어찌할 것인지를 생각하기로 하고 말이다.
당장에 돈이 필요한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한편, 종현은 지금 윤재가 주고 간 채권을 보면서 아주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돈이면 이런 생활을 청산해도 되는데 애들을 두고 그냥 갈 수도 없고. 어떻게 하지?”
종현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소매치기 조직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들곤 했다.
그런데 오늘 윤재와 함께 다니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지고 있었다.
윤재는 강한 실력을 가지고도 절대 남의 물건이나 훔치는 자가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종현도 처음부터 소매치기를 하며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생활이 힘들고 어려워 소매치기를 했다가 면도날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소매치기로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를 먹으니 그런 생활에 염증이 느껴진 것이다.
항상 경찰의 눈을 피해야 생활이 지겹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종현은 지금 한 여자와 사귀고 있었다.
아주 착한 여자라 만약에 결혼을 하게 되면 아이들에게는 떳떳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고민이 아니라 완전히 발을 빼려고 결심을 하게 된 것이었다.
종현은 일단 오억의 채권을 모두 숨긴 채 조직을 빠져나올 방도를 모색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은 서울에 있는 조직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알리게 되면 아마도 다른 조직에서 구역을 차지하기 위해 움직이게 될 것을 염두에 두었다.
그렇게 되면 면도날이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고, 결국 조직원이 없는 면도날이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다.
“휴우, 형님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의 장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종현은 모질게 결심을 내렸다.
이참에 조직을 완전히 정리하는 것으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빠져나올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보통은 조직을 떠나려 하는 소매치기를 그냥 보내 주지 않는다.
손목을 작살내고 보내 주는 것이 하나의 전통이었다.
이는 다른 조직에 가서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병신이 되는 것만이 조직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사회에 나와도 그런 병신에게 아무도 취업을 시켜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병신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배운 것이 없는 놈들이다 보니 다시 개인적으로 소매치기를 하다가 걸려 감옥으로 가는 것이다.
이미 그런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종현은 최소한 병신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결혼을 해야 하는데 병신이 되면 누가 자신을 좋아라 하겠는가 말이다.
종현은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가장 좋은 방법이 조직을 확실히 정리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조직을 정리한 뒤에도 윤재가 팔려고 하는 물건의 소개만 해 줘도 평생 먹고사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 돈이면 결혼을 해서 조용히 살기에는 충분했다.
종현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직을 무너지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 순간, 윤재는 은행에 가방을 보관하고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10장 땅을 사게 되다(1)


윤재가 살고 있는 빌라는 아직도 분양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연유로 정 실장은 아직 임대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아이고, 이 사장님. 어서 오세요.”
정 실장은 윤재를 보면 항상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붙여 가며 반겨 주었다.
“하하하, 노가다를 하는 사람에게 사장이라니요. 듣기는 좋은데 남들이 오해를 합니다, 실장님.”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직접 공사를 하면 사장이지요. 그런데 오늘은 쉬시는 것 같네요.”
“예, 이번 주까지는 쉬고 월요일부터 다음 현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사장님은 일을 참 빨리하십니다. 전에 있던 목수는 일도 못하면서 늦게 마무리를 해 주는 바람에 저희가 애를 많이 먹었거든요.”
이미 사장에게도 들은 이야기였기에 윤재는 피식 실소를 지었다.
“하하하, 저희는 그럴 일은 절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다음 현장에도 정 실장님이 분양을 하시는 겁니까?”
“그럼요. 사장님이 인테리어를 하는 곳은 모두 제가 분양을 합니다. 사장님과 인연을 맺으면 이상하게 분양이 잘되는 기분이 들어서요. 하하하.”
정 실장은 아직도 분양이 끝나지 않은 지금의 현장과 늦게 시작했는데도 벌써 분양이 끝난 현장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한 집에 얼마씩 일정 금액의 돈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팔아야 돈이 되기 때문이다.
윤재가 산 빌라는 내부 인테리어는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외부의 공사는 아주 단단하게 되어 있었다.
하여 다른 빌라보다는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기에 윤재가 사게 된 것이다.
내부야 자신이 다시 꾸밀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시니 이거 힘이 나는데요.”
“아이고, 너무 힘이 나시면 나중에 일을 너무 빨리하셔서 제가 팔기도 힘들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정 실장은 엄살을 부리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갔다.
윤재가 보기에도 정 실장은 사람이 아주 말을 잘하고 상대의 기분을 잘 맞춰 주어 분양을 하기에는 적당해 보였다.
다른 이들도 물론 말을 잘하기는 하겠지만, 정 실장은 왠지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듯했다.
아마도 그래서 분양이 더 잘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정 실장 본인은 모르지만, 그는 사실 말 한마디를 해도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었다.
“오늘 제가 찾아온 이유는 정 실장님에게 좀 물어볼 것이 있어서입니다.”
“무엇을요?”
정 실장도 윤재의 말에 호기심이 생기는 듯했다.
“사실은 제가 땅을 조금 사서 빌라를 지으려고 하는데, 주변 땅의 시세가 어찌 되는지를 알고 싶어서 말입니다.”
“아니, 사장님도 집 장사를 하시게요?”
정 실장은 놀란 얼굴을 하며 물었다.
“아니요. 집 장사는 아니고, 제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 겁니다. 빌라를 짓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상가를 짓는 것이 좋을지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해서 말입니다.”
“음, 빌라와 상가는 각각 장단점이 있기는 하지요. 우선 빌라는 팔기만 하면 바로 돈이 된다는 장점이 있고요, 상가는 꾸준하게 세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리고 상가의 가장 윗층은 주인이 살림집으로 만들 수도 있으니 거기에 거주하면서 건물을 관리하면 좋겠지요.”
정 실장은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을 모두 윤재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면 빌라보다는 상가를 짓는 것이 이득이겠네요?”
“위치만 좋다면 그렇지요. 하지만 요즘은 상가도 잘 매매가 되지 않아 문제가 많습니다. 장사를 하려는 분들이 없으니 말입니다.”
시장이 그만큼 힘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윤재 역시 그런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정 실장에 물어보기 위해 온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상가를 지으려면 우선 여러 가지로 필요한 문제들이 많았지만, 자신은 그리 문제가 없었다.
우선 인맥들이 있으니 목수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고, 다른 분야의 일꾼들도 나름 인맥을 통하기만 하면 바로 준비를 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흠, 그러면 상가도 힘들고 빌라도 힘들면 집을 짓지 말라는 이야기군요.”
윤재는 다 힘들다고 하니 속으로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을 해주었다.
“아이고, 사장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상가를 지으시든 빌라를 지으시든 저에게 맡겨만 주십시오, 무조건 다 팔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상가는 몇 층이나 생각하고 계십니까?”
“저는 한 5층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말입니다.”
“5층이라? 5층 정도면 적당하기는 하겠네요. 가장 윗층은 주택으로 만드시고 나머지는 모두 분양을 하든지, 아니면 세를 주시면 되겠네요. 그런데 평수가 문제지요. 얼마나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정 실장은 5층이라는 소리에 적당하다고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실평수를 한 100평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다만 주변에 있는 땅값이 얼마나 하는지가 문제지요.”
윤재의 대답에 정 실장은 무언가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얼굴이 환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