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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렌 1권(24화)
제13장 드러나는 어둠(3)
제기랄 것들! 이젠 나는 깡그리 무시냐?
크아아아앙!
나는 그 울분을 담아 케르베로스를 힘껏 두들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절대적인 우세에도 불구하고 헬 하운드처럼 그리 간단하게 물리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내가 케르베로스를 상대하는 동안 체르너스는 이곳을 벗어날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었다. 바닥에 내가 알 수 없는 뭔가 복잡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설마 체르너스 이놈이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어쨌든 이대로라면 다 잡은 고기를 놓치고 만다. 그건 내가 절대 용납할 수가 없는 일이다. 결국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힘을 다하여 케르베로스를 후려갈겼고, 결국 지옥의 문지기라는 이놈도 채 얼마 되지도 않아 내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지만 내가 케르베로스를 다시 마계로 역소환하기가 무섭게 체르너스가 싱긋 웃고는 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워프(Warp).”
어쨌든 놈이 주문을 외우자마자 놈은 물론이고 세르니아와 게린트, 그리고 네 명의 소드 나이트 경비병들은 그 즉시 흔적도 없이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제14장 이계 병기(1)
두 눈 부릅뜨고 놈들을 눈앞에서 놓쳐 버린 내 심정은 한마디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젠장! 이것들이 나를 물로 봐?”
결국 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한마디로 짜증이 골수까지 치밀어 오르는 게 아무리 나라도 도저히 화를 참아 낼 재간이 없었다.
“제기랄!”
하지만 놈들은 이미 튀어 버린 상황이었고 지금에 와서 내가 어쩔 수 있는 방도는 단 하나도 없는 셈이다. 이건 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랄까?
“그래! 이참에 이 쓰레기 같은 곳부터 먼저 정리해야겠군.”
결국 나는 화풀이로 카랴안 플레이스 건물을 먼저 박살 내기로 다짐했다. 물론 인간이 맨몸으로 건물을 부순다는 것은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그런 비상식적인 일도 분명 내게는 가능했다.
나는 결심을 굳히기가 무섭게 오러 소드를 뽑아 들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이곳 건물의 주축이 되는 기둥을 모조리 박살 내 버렸다.
콰르르르르르릉.
물론 기둥을 잃은 석조 건물의 말로야 뻔하디뻔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내가 일으킨 소란 탓에 건물 내에 있던 인간들은 모두 퇴거한 상황이었다.
솔직히 내 화풀이 빼고는 이렇다 할 피해가 있다고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마 이 일로 환락의 도시라는 카랴안도 당분간 침체를 면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카랴안 플레이스만 당하면 뭔가 억울하겠지. 그래서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참에 카랴안에서도 유명한 몇몇 도박장을 더 들러 모두 박살 내 버렸다.
“꺄아아아악.”
“으허허허헉.”
결국 카랴안은 나 하나 때문에 마치 지옥과 같은 혼란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한마디로 도시 전체가 공황 상태에 빠지고 만 것이다.
“훗! 이거…… 이거…… 잘하면 내가 카랴안을 박살 낸 희대의 악마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르겠는걸.”
어쨌든 도박장을 상대로 화풀이를 좀 했더니 그나마 기분은 좀 풀리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체르너스라고 했던가? 그 빌어먹을 마족 놈! 네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반드시 족쳐 버린다.”
하지만 내가 굳이 놈을 쫓아갈 필요도 없었다.
쿵…… 쾅…… 쿵…… 쾅.
마치 내가 일으키는 소란을 진압하기라도 하는 듯이 뭔가가 지축을 울리며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 와서 정말 가장 만화 같은 장면을 또 한 번 목격하고야 말았다. 카랴안의 밤거리를 누비며 날 찾아온 그 괴물은…….
끄으응! 한마디로 크기가 족히 5미터는 넘을 듯한 거인이 온몸에 철갑을 두르고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것도 한 번에 다섯 놈씩이나 말이다.
“제길! 이건 또 뭐라는 물건이냐?”
어쨌든 그건 절대 보통 생명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흔히 말하듯이 로봇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게, 그놈의 몸에는 분명 피가 흐르는 생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온몸에 쇠로 된 기계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솔직히 대가리를 말뚝만큼 굵은 철심이 꿰뚫고 있는데 어떻게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사실 지금 걸치고 있는 갑옷도 갑옷이 아니라 놈의 신체 일부라고 하는 게 더 옳을 듯싶었다.
거기다 온몸에 가죽을 기운 듯한 흔적, 생체 실험이라도 당한 듯 끔찍한 몰골…… 어쨌든 그 모습을 보니 생각나는 건 딱 하나뿐이었다.
“프랑켄슈타인 거대판이냐?”
물론 누구의 대답을 기대하고 한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대답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쩌걱.
“…….”
설마 나도 그 괴물 딱지에 사람이 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쨌든 그 다섯 기의 거인이 내 앞에서 멈추어 서더니 그 중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의 가슴팍 철판과 함께 갈비뼈까지 통째로 열려 버린 것이다. 그 끔찍한 모습에 나 역시 나도 모르게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말았다.
어쨌든 그 거인의 뱃속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심장이나 내장 대신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체르너스가 싱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배틀 크리쳐(Battle Creature)란 이름을 가진 다른 세계의 전투 병기다. 플레쉬 골렘(Flesh Golem)을 기본 골격으로 키메라(Chimera) 기술을 접목해서 만든 물건이지. 물론 이 배틀 크리쳐란 물건 자체가 이 세계에서는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긴 하다만…….”
“…….”
체르너스가 말했다.
“물론 이건 제국에서도 몇 사람만 아는 특급 비밀이다. 하지만 너니까 알려 주는 거다. 어차피 곧 죽을 놈이니까! 어쨌든 아무리 너라도 맨몸으로 이것까지 당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그 괴물 딱지(배틀 크리쳐라고 했던가?) 안으로 기어 들어가더니 가슴팍 철판을 닫고는 다섯 기의 배틀 크리쳐로 나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칫!”
어쨌든 아무리 나라도 다섯이나 되는 거대한 거인을, 그것도 정체도 모르는 물건을 무턱대고 상대할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나는 놈들에게 포위당하지 않도록 적당히 거리를 두고는 상대의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광.
하지만 놈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무턱대고 그 거인의 검을 휘둘러 날 공격하기 시작했다.
“크으으윽.”
문제는 그 파괴력이었다. 아무래도 덩치가 있다 보니 배틀 크리쳐가 휘두르는 검은 인간이 휘두르는 검하고는 파괴력의 단위부터가 틀렸던 것이다. 마치 삽과 포클레인의 차이라고나 할까?
콰르르르릉.
결국 놈의 검 한 방에 돌로 만든 건물 한 채가 우지끈 부서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층 더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놀랄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미꾸라지 같은 놈, 네놈이 언제까지 요리조리 피해 다닐 수 있는지 한번 두고 보자.”
그 말과 함께 체르너스가 탄 중앙의 크리쳐가 검에서 시커먼 색의 거대한 검강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
쳇! 이거…… 사기도 이만저만한 사기가 없겠는걸……. 저 덩치에 오러 소드까지 뽑아낼 수 있는 건가? 그리고 주위에 있는 나머지 네 기의 배틀 크리쳐들도 검에서 마나 블레이드, 즉 검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어쨌든 체르너스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고작해야 소드 나이트 수준의 검사들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영 방도가 없는 것도 아니지. 일단 먼저 저 네 놈부터 처리해야겠군.’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 배틀 크리쳐란 놈들은 탑승자의 실력만큼 그 능력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그 말은 곧 저놈들도 결국 덩치만 크고 힘만 센 소드 나이트라는 뜻. 그렇다면 굳이 까다롭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단! 소드 킹인 체르너스가 탄 배틀 크리쳐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체르너스가 탄 배틀 크리쳐 말고 나머지 네 배틀 크리쳐 중에 가장 동작이 허술해 보이는 놈 하나를 골라서 그놈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물론 내 키가 고작 놈의 무릎도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 안으로 파고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타아아앗.”
그리고 나는 더 볼 것도 없이 놈의 발목을 오러 소드로 한 번에 후려 갈겨 버렸다.
퍼퍼퍼퍽.
하지만 놈의 갑옷은 카르서스의 피부만큼은 아니더라도 아무리 나라도 섣불리 볼 수 없을 만큼 단단했다.
“칫!”
결국 나는 처음 배틀 크리쳐의 발목을 완전히 양단하지 못하고 반쯤 베어 내는 걸로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콰과과광.
결국 내게 발목을 당한 놈은 미처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하지만 놈은 그러기가 무섭게 다시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발목에 마나를 집중시켜 내가 베어 낸 부분을 다시 붙여 버리는 게 아닌가!
“허!”
나는 그 모습을 정말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나를 보면서 체르너스가 싱글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후후후! 그 정도 공격으로는 절대 배틀 크리쳐를 파괴할 수 없다. 이놈은 플레쉬 골렘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보니 회복력도 발군이지.”
아무래도 내가 상대를 너무 쉽게 본 모양이다. 물론 갑옷 부분까지 복구가 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런 식이라면 이것들을 다 처리하기 전에 내가 먼저 지쳐 쓰러질 확률이 높았다.
“치이잇.”
결국 나는 체르너스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내며 다시 놈들과 거리를 넓혔다. 어쨌든 저 큰 검에는 아무리 나라도 스쳐도 사망이다.
게다가 더 이상 이곳에서 싸웠다가는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 같아서 나는 할 수 없이 도시 밖으로 몸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흥!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러자 체르너스들도 내 뒤를 쫓기 시작했다. 물론 고작 소드 나이트와 소드 킹 수준으로 내 발을 따라잡을 수 있겠냐마는…….
문제는 그 배틀 크리쳐란 놈의 덩치였다. 한마디로 그 큰 덩치 때문에 내가 열 걸음을 옮길 때 놈은 한 걸음만으로도 충분히 내 뒤를 쫓을 수 있다는 거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내가 영 못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놈들을 완전히 떨쳐 내는 건 무리겠지만 싸움터를 바꾸는 것 정도는 내 발걸음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놈들을 따돌리고 도시 근처의 숲으로 숨어든 나는 어둠 속에서 몸을 감추고 조용히 놈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놈! 어디 있느냐?”
와지끈.
물론 체르너스들도 내 종적을 놓친 게 적이 화가 나는지 애꿎은 나무만 베어 내며 허둥지둥 날 찾고 있었다.
‘흥!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네놈들도 쉽게 날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묘인족이란 결국 고양이과 맹수의 정점, 결국 묘인족에게 있어 사냥은 어디까지나 본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기척을 눈치 챌 존재는 이 세상에 그리 많지는 않은 법이다.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대로 놈들이 나를 찾아 이리저리 움직이다 대열이 살짝 흩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타아아앗.”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외따로 떨어진 배틀 크리쳐에게 달려들어 이번에는 배틀 크리쳐를 직접 상대하기보다는 배틀 크리쳐의 가슴팍에 검을 쑤셔 박아 넣었다.
“커어어억.”
아무래도 내 의도가 적중했는지 내 검은 두꺼운 철판을 뚫고 그 안에 있는 소드 나이트의 몸을 꿰뚫어 버렸다. 놈이 아무리 단단해 봤자 카르서스만 못했고 마음만 먹으면 양단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던 것이다.
어쨌든 안에 있는 소드 나이트를 처치하자 배틀 크리쳐도 순간 움직임을 멈춰 버렸는데 나는 더 볼 것도 없이 오러 소드로 배틀 크리쳐의 머리를 단번에 날려 버렸다.
그리고는 다른 놈들이 되돌아오기 전에 얼른 다시 몸을 날려 숲 속으로 숨어들었다.
“크으으윽…… 비겁한 놈!”
흥! 그럼 맨몸의 사람에게 이런 괴물을 다섯이나 데리고 와서 공격을 하는 건 비겁하지 않고?
어쨌든 내가 정면 대결에서 기습 공격으로 방식을 바꾸자 체르너스도 상당히 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놈은 같은 수에 두 번은 당하지 않겠다는 듯이 남은 네 기의 배틀 크리쳐를 한곳에 뭉쳐서 유심히 주위만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저 상태라면 내가 기습하는 동시에 다른 배틀 크리쳐가 나를 공격할 것이므로 나 역시 쉽사리 달려들 수는 없었다.
‘쳇! 골치 아프게 됐군.’
그 후론 결국 나도 움직이기가 그렇고 체르너스도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그런 묘한 상황이 계속 지속되었다. 그런 소강상태가 계속 지속되자 결국 참다못한 체르너스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미첼이라고 했던가? 확실히 대단한 실력이로군. 아무리 소드 나이트가 탄 배틀 크리쳐라고는 하지만 설마 맨몸으로 배틀 크리쳐를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이 이 세계에 존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