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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21화)
7. 안개 속 마을 (4)


누더기 망토를 걸친 자는 세 명을 사방이 막혀 있고 주위에 쥐고기 핫도그 가게조차 없는 막다른 골목길로 데려온 후 누더기 망토를 벗었다.
“허어어억!”
세 명은 누더기 망토를 걸친 자의 정체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갑갑해 죽는 줄 알았네∼”
누더기 망토를 걸친 자의 정체는 붉은 눈에 새하얀 머리카락과 달콤한 커피우유빛 피부를 가진 다크엘프 여인이었다.
용탄자는 태어나서 김태x, 한가x보다 훨씬 예쁜 여자를 처음 보았다.
“오빠들 뭐가 필요하다구 했지?”
어쩜 목소리도 아름다웠다.
“조금 전에 말했잖아. 더기스 열쇠가 필요하다구!”
“아∼ 더기스 열쇠? 아마 이거면 될 거야.”
다크엘프는 허리춤에서 고블린의 만능열쇠를 꺼냈다.
“더기스는 고블린의 만능열쇠로도 열 수 없어. 우리에게 그걸 줘봤자 쓸모가 없다구.”
벤자민은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성미 급한 오빠네. 이건 그냥 고블린의 만능열쇠가 아니야. 만능열쇠 중에서도 최고급 만능열쇠지. 이 만능열쇠는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로만 열 수 있는 것 빼고는 전부다 열 수 있을 거야.”
“아하! 오해해서 미안.”
벤자민은 배시시 웃으며 만능열쇠를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다크엘프는 다시 만능열쇠를 도로 허리춤에 넣었다.
“좀 전에 공짜로 준다고 했잖아?”
“돈을 받지 않고 넘긴다 했지 아무런 대가 없이 그냥 주겠다고는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럼 뭘 원하는데?”
“저기 저 붉은 눈을 가진 오빠의 이름과 키스 그리고 약속.”
다크엘프는 용탄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크엘프의 말에 용탄자는 화들짝 놀라며
“뭐? 뭘 원한다고?”
“부끄러워 하긴∼ 내게 다가와서 오빠 소개를 하고 내 입술에 진한 키스를 해줘.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약속해 주면 이 최고급 만능열쇠는 오빠 거야.”
“내가 무슨 약속을 해야 되는데?”
용탄자의 물음에 다크엘프는 요염하게 용탄자에게 다가와서 용탄자의 귀에
“나의 만능열쇠의 주인이 되어 줘야 돼. 절대로 버리거나 부수거나 하지 않고 늘 호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돼.”
속삭였다.
“그러니까 당신이 주는 만능열쇠를 절대 잃어버리지 말아라? 그게 다가?”
다크엘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또 나하고 결혼해야 된다 거나 혹은 나의 노예가 되어야 된다. 뭐 그런 건 줄 알았네. 뭐 나쁘지 않네. 만능열쇠를 늘 들고 다니고 잃어버리지도 않을게. 약속한다.”
용탄자는 다크엘프에게 약속하며 손을 내밀었다.
“이름과 키스는 내게 주지 않았어.”
“내 이름은 용탄자.”
다크엘프는 고개를 또 한 번 끄덕이더니 입술을 내밀며 눈을 감았다.
다크엘프의 요구에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용탄자는 트래퍼스와 벤자민을 쳐다보았다.
“어어어어서 해!”
“다크엘프의 입술 맛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트래퍼스와 벤자민의 성화에 용탄자는
쪽!
다크엘프의 입술에 입술을 대었다가 뗐다.
“없었던 일로 하자구. 그럼…….”
용탄자의 키스에 실망한 다크엘프는 누더기 망토를 입었다.
다크엘프가 가려고 하자 트래퍼스와 벤자민은 용탄자를 죽일 듯이 쳐다봤다.
결국,
“웁?!”
용탄자는 다크엘프의 누더기 망토를 벗기고 다크엘프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했다.
용탄자의 진한 키스 세례에 다크엘프는 처음에는 놀라더니 이윽고 용탄자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키스를 마음껏 즐겼다.
“웁?!”
갑자기 다크엘프의 기다란 혀가 입속으로 들어와 입안의 혀와 뒤엉키자 이번에는 용탄자가 놀랐다.
다크엘프는 용탄자와 딥키스를 나누며 황홀함을 느끼는지 갈수록 격하게 용탄자를 탐하려 들었다.
거의 용탄자를 잡아먹을 기세였다.
“하아…… 좋아…….”
10분 정도 흘렀을 때 다크엘프는 겨우 용탄자에게서 떨어지며 황홀함에 떨리는 입술을 손으로 만지며 진정시켰다.
그리고 격정에 몸을 맡기느라 헝클어진 하얀 머리카락을 정리하더니 다시 용탄자에게 다가와 만능열쇠를 손에 쥐어주며 귓속말로
“죽이고 싶은 놈 있으면 말만 해. 내 생애 첫 황홀경을 느끼게 해준 당신을 위해서라면 용아족 왕의 머리라도 가져다 줄 테니까. 내 사랑 용.탄.자.”
그리고는 다시 누더기 망토를 입으며 용탄자에게 말했다.
“헤어짐을 슬퍼하지 않을게. 우리는 곧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그때는 더 뜨거운 걸 기대할게.”
다크엘프는 용탄자에게 윙크를 하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저 여자 움직임을 보아하니 암살자 같은데?”
벤자민은 순간에 어디론가로 사라진 다크엘프의 잔영을 보며 말했다.
“이 세계에는 암살자 같은 것도 있나?”
용탄자는 트래퍼스에게 물었다.
“저저저저정말 저저저 여여자 아아암살자야?”
“나한테 죽이고 싶은 사람 있으면 말하라고 하던데?”
“그그그럼 저저정말 지지진짜 아아암살자!”
“형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다클링이라는 다크엘프 여인들로 이루어진 암살단과 피크테일이라는 오크, 트롤들로 이우어진 암살단이 아주아주 옛날부터 존재했었다구. 저 다크엘프는 분명 다클링 암살단의 일원일 거야.”
“그런데 왜 다클링 암살단의 다크엘프가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 걸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만. 형한테 반한 거야. 저 다크엘프가 형의 이름과 키스를 원하는 걸 보면 모르겠어!”
벤자민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수수수수상한 꼬꼬마 도둑에 아아암살자까지 저저정말 가가가면 가가갈수록 위위위험해지고 이이이있는 것 같아!”
트래퍼스는 이 모든 상황들이 불안한 듯했다.
“난 수상한 꼬마 도둑이 아니라 굉장한 초엘리트 도둑이야! 어쨌든 더기스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찾았으니 미란다의 주머니를 털로 가볼까?”
벤자민은 계획이 차질없이 착착 진행되어서 대망의 마지막 단계만 남자 흥분이 되는지 큰소리로 외쳤다.
세 명은 베기스럼을 나와 더기스로 향했다.
“여기야!”
더기스는 미스트베일에서 안개가 가장 심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덕분에 더기스에 도착해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더기스의 두꺼운 강철문밖에 없었다.
더기스의 외관은 이미 안개에 삼켜져 보이지 않았다.
“어서 만능열쇠를 사용해 봐!”
벤자민은 마치 문만 덩그러니 안개 속에 놓여 있는 듯한 더기스의 열쇠 구멍을 가리키며 말했다.
용탄자는 주머니에서 다크엘프에게서 받은 만능열쇠를 꺼내 열쇠 구멍에 넣었다.
철컥!
철컥!
철컥!
만능열쇠는 열쇠 구멍에 들어가자 철컥거리며 더기스 열쇠로 변형을 시작했다.
철커덕!
잠시 후 더기스 강철문이 열렸다.
“저저저정말 최최최최고급 마마만능열쇠인가 봐!”
만능열쇠가 미스트베일에서 제일 견고하고 섬세한 더기스의 강철문을 손쉽게 열어 버리자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작업을 시작해 볼까?”
벤자민은 손가락을 문어발처럼 현란하게 움직이며 더기스 안으로 들어갔다.
용탄자는 만능열쇠를 다시 호주머니에 넣고 트래퍼스와 함께 벤자민을 따라 더기스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미란다를 찾자구!”
더기스에는 수천 개의 돌침대가 있었고 수천 개의 돌침대에 누워 있는 수천 구의 미라가 있었다.
다행히 더기스 안에는 안개가 없었지만 더기스로 들어와 조금만 걸었을 뿐인데 살갗에 물방울이 맺힐 만큼 습하디습했다.
“제시아, 윈더러, 케빈…….”
벤자민은 미라가 누워 있는 돌침대 한켠에 적혀 있는 돌침대 주인의 이름을 읽으며 미란다를 찾았다.
용탄자와 트래퍼스도 벤자민처럼 반쯤 쭈그리고 돌아다니며 미란다를 찾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가 근육 경련을 일으켜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깜짝 놀라 족히 2미터를 날아갔다.
“아마추어처럼 시체 보고 놀라기야!”
벤자민은 한참 미란다를 찾다가 근육 경련을 일으키는 시체를 보고 놀라 자빠진 두 사람에게 핀잔을 주었다.
“미미미미안!”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미란다를 찾았다.
“으아아아아악!”
이번에는 아낙수나문처럼 생긴 미라가 다리를 들어 올렸고 용탄자는 아까보다 더 놀라 4미터를 날아갔고 트래퍼스는
“흐흐흐흐흑! 어어어엄마∼”
많이 놀랐는지 울며불며 엄마를 찾았다.
“이 형들 정말 어쩌려고 이래? 더기스는 엄청 습해서 미라가 보관되기에는 그만인 곳이야! 가끔 방부 처리가 깔끔하게 된 미라들은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처럼 근육 경련을 일으켜! 어서 미란다나 찾아! 밤새 이러고 있을 수는 없잖아!”
벤자민의 말에 괜히 머쓱해진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다시 미란다를 찾았다.
뭐 근육 경련을 일으키는 시체나 미라를 보고 흠칫! 티 안 나게 놀라면서 말이다.
“찾았다!”
역시나 벤자민이 미란다 찾으랴 티 안 나게 놀라랴 정신없는 용탄자와 트래퍼스보다 먼저 미란다의 미라가 누워 있는 돌침대를 찾았다.
“저저정말?”
“어디?”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멋대로 움직이며 사람 놀래키는 시체와 미라를 더 이상 안 봐도 된다는 생각에 해맑게 웃으며 벤자민에게 뛰어갔다.
“이 미란다라는 여자…… 살아 있을 때 너무너무 예뻤을 것 같아!”
벤자민은 미라가 된 미란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어어어서 찾자!”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의 위치가 적힌 무언가를 찾기 위해 미란다의 몸 구석구석 살피기 시작했다.
“어? 손에 뭐가 있다!”
미라가 된 미란다는 양손을 배 위에 가지런히 모은 채 돌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가지런히 모은 손안에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용탄자는 미란다가 오른손에 꼭 쥐고 있는 종이 조각을 미란다가 혹시나 벌떡 일어나기라도 할까 아주 조심스럽게 빼서 읽었다.
“담배 없이 담배를 피우는 입속에 손을 넣어라?”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의 위치가 적혀 있을 거라 기대하고 읽었지만 미란다의 오른손에 있던 종이 조각에 적힌 것은 나이팅게일의 반지에 새겨져 있던 것과 비슷한 지긋지긋한 수수께끼였다.
“야, 이…… 이 양반 정말 너무하네! 또 수수께끼야!”
“그그그냥 어어어디에 있으니까 아아알아서 자자잘 써라! 이이이렇게 저저적어주면 어어디가 더더덫나나…….”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잔뜩 기대했다가 잔뜩 실망했다.
도대체 담배 없이 담배를 피우는 입이 누구의 입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 입에 손을 넣으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