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드래곤 라이더 1권 (23화)
7. 안개 속 마을 (6)
방 안에는 관처럼 생긴 커다란 침대 하나랑 귀신처럼 생긴 여자 초상화만 달랑 있었다.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한동안 멍하니 쳐다봤다.
창밖으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밤안개와 안개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램프빛들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어이, 애송이. 그냥 정신 나간 유령이 만든 단검열쇠인지 뭔지 찾는 거 그만하고 그냥 드래곤스 꼴찌로 사는 건 어때?”
데쓰무쓰는 졸린지 용탄자의 머리 위에 자리를 잡으며 투덜거렸다.
“조용히 좀 해라, 이 오골계야! 안 그래도 지금 수수께끼에 환장한 도둑놈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구만.”
‘담배 없이 담배를 피우는 입속에 손을 넣어라’라는 수수께끼의 정답을 ‘우리들이 만나기 전’이라는 수수께기로 받은 용탄자는 두 수수께끼를 푸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덤으로 데쓰무쓰가 머리 위에 누워 꾸벅꾸벅 잘 준비를 하는 통에 두통까지 더해졌다.
“혹시 수수께기에 관한 책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내일 드래곤스로 돌아가면 드래곤스 등뼈에서 수수께기에 관한 책을 찾아보는 게 어때?”
그렁키는 안개가 잔뜩 서린 안경을 벗어 트래퍼스 옷으로 닦으며 말했다.
“다다담배 없이 다담배를 피피우는 이이입속에 소손을 넣어라니…….”
트래퍼스는 침대에 벌렁 누워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말했다.
그 모습이 흡사 관 속에 누워 있는 입만 산 시체 같았다.
“이런 멍청한 놈들. 담배 없이 담배를 피운다는 건 연기를 쉴 새 없이 뱉어내고 있다는 거야!”
데쓰무쓰는 용탄자의 머리 위에 누운 채 한쪽 눈만 뜨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 연기를 뱉어내는 놈이 누구냐고?”
용탄자는 눈을 위로 치켜떠 머리 위에 있는 데쓰무쓰를 노려보며 물었다.
“내가 아냐?!”
데쓰무쓰는 용탄자의 물음 쿨하게 대답하고는 눈을 감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악∼”
트래퍼스 옷에 안경을 닦고 다시 쓴 그렁키는 방에 걸려 있는 여인 초상화를 보고는 불을 뿜듯 소리 질렀다.
“왜 그러노?”
“어이! 날개 달린 돼지! 나 지금 자는 거 안 보여?”
용탄자와 데쓰무쓰는 소리 지르는 그렁키를 쳐다보았고 다음으로 그렁키가 가리키는 여인 초상화를 바라보았고, 다음으로
“으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렁키처럼 소리 질렀다.
“왜왜왜왜왜왜 그래?”
비명 삼중주에 트래퍼스는 더기스에서 본 미라처럼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비명 삼중주 연주자가 가리키는 곳을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여인 초상화 속의 여인이 피눈물을 흘리며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씨! 시끄러워! 조용히 해!”
여인 초상화 속 여인은 피눈물을 닦아내며 비명 사중주 연주자들에게 호통쳤다.
비명 사중주 연주자들은 비명을 뚝 그치고 초상화 속 여인의 무서운 눈빛을 피해 이불 속에 들어가 수수께기에 관해 이야기했다.
“담배 없이 담배를 피우는 놈이 도대체 누구겠노?”
“그그그글쎄…….”
“수수께끼에 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보자!”
“유령이 준 ‘우리들이 만나기 전’이라는 힌트를 먼저 풀어보는 게 좋을걸!”
“야! 오골계, 니는 다 아는 것처럼 잘난 척 그만해라! ‘우리들이 만나기 전’이라는 게 무슨 뜻인데?”
“나야 모르지!”
“우리들이 만나기 전이라면…… 그러니까 우리가 벤자민, 아니, 나이팅게일하고 만나기 전이라는 뜻인데…….”
“그그그그그그때 우우우우우리들 뭐뭐뭐하고 있었지?”
“그때 용탄자하고 너하고 미스트베일 주민에게 미란다를 수소문하고 있었지.”
“그럼 그중에 연기를 계속 뿜어내는 놈이 있었겠네. 이런 것도 모르고 뭘 찾겠다고 멍청한 놈들!”
“그런데 난 한 명도 못 봤어. 용탄자하고 트래퍼스가 미란다를 물은 사람들 중에 연기를 내뿜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만약에 연기를 계속 내뿜는 놈이 있었다면 우리가 기억하겠지.”
“하하하하긴 그래…… 그그그럼 그전인가?”
“그전이라면 미스트베일 시장인데…….”
“미스트베일 시장?”
“미스트베일 시장이라면…….”
미스트베일 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다.
“거거거거기구나!”
“진짜 대박이다…… 이렇게 쉬운 걸!”
“거기야! 역시 나이팅게일은 광기에 미쳐서도 미란다만을 생각하고 있었구나.”
용탄자, 트래퍼스, 그렁키는 ‘담배 없이 담배를 피우는 입속에 손을 넣어라’라는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았다.
“뭐야, 니들?”
오직 데쓰무쓰만이 수수께끼의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답이 뭔데? 그 담배 없이 담배를 피우는 놈이 누군데?”
데쓰무쓰는 혼자만 모르고 있는 것이 분한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하지만 정답을 알아낸 삼인방은 사악한 미소를 씨익∼ 짓더니 단체로 수면 마법에 걸린 듯 눈과 입을 꼭 닫고 잠을 잤다.
“야! 니들 정말 이러기야! 빨리 말해! 누구야! 누구냐니까!”
그날 밤 수수께끼를 푼 삼인방은 편안하게 잠을 잤고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데쓰무쓰만 길길이 날뛰며 잠든 삼인방을 추궁하다 잠이 들었다.
8. 담배 없이 담배를 피우는 입속 (1)
다음 날 아침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서둘러 ‘산송장’ 여관을 나와 미스트베일의 시장으로 향했다.
“이것들이, 빨리 말 안 해? 도대체 담배 없이 담배를 피우는 놈이 누구냐니까!”
데쓰무쓰는 여전히 화를 내며 수수께끼의 답을 닦달했다.
“야! 그만 좀 꽥꽥거려라!”
“조조조조금만 더더더 가면 마마만날 수 있어.”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데쓰무쓰의 닦달에 걸음을 빨리했다.
잠시 후 아침이라 사람이 없어 텅텅 빈 시장에 도착했다.
미스트베일의 안개에 익숙해졌는지 안개가 없는 시장 거리가 너무 휑해 보였다.
사람들이 없어서 더 그런 건지도 몰랐다.
“이제 거의 다 왔어.”
그렁키는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데쓰무쓰를 놀리듯 잘난 체를 했다.
그렁키의 잘난 체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데쓰무쓰는 그렁키의 날개를 물었다.
“트트트트래퍼스!”
데쓰무쓰에게 날개를 물린 그렁키는 트래퍼스처럼 말을 더듬으며 트래퍼스를 불렀다.트래퍼스 대신 용탄자가 데쓰무쓰를 그렁키에게서 떼어내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빨리 가자!”
“으으으응!”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곧장 이제는 아무 물건도 팔지 않는 먼지 쌓인 미란다의 과일 가게로 갔다.
쿨럭! 쿨럭!
그리고 담배 없이 담배를 피우는 입을 만날 수 있었다.
수수께끼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미 망한 지 오래된 미란다의 과일 가게 문에 달린 입이었다.
그 입은 어제처럼 기침을 하며 안개를 토해내고 있었다.
“아∼ 이놈이었어!”
용탄자의 주머니 안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데쓰무쓰는 안개를 토해내는 입을 직접 보고서야 궁금증이 풀렸는지 평소 때처럼 시크한 표정을 지었다.
케헥! 우우우우웩! 쿨럭!
미란다의 과일 가게 문에 달린 입은 쉴 틈 없이 안개를 뱉어내고 있었다.
정말 어떻게 보면 담배 연기를 내뱉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저저저저 이이이입에 소소손을 너너넣어야 되는 거지?”
“분명히 저 입안에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 조각 중 하나가 있을 거다.”
“저저저저 이이입아아안을 뒤뒤뒤져야 되는 거야?”
“아마도…….”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꼭 머리가 엄청 큰 할아버지의 엄청 큰 입처럼 생긴 안개를 뱉어내는 입에 손을 넣어야 된다는 생각에 마치 다시는 손을 못 볼 것처럼 손을 쳐다봤다.
용탄자는 자신의 손을 한참을 쳐다보다 큰 결심을 한 듯 트래퍼스를 이글거리는 눈으로 쳐다보며
“야, 트래퍼스 니가 먼저 넣어봐라.”
“뭐뭐뭐뭐? 내내내내가 머머머먼저 너너넣으라구?”
“그래.”
“시시시시싫어! 내내내내가 왜?”
“야! 니 기억 안 나나? 나이팅게일의 단검열쇠를 찾자고 내 꼬신 게 니 아이가?”
“그그그그렇긴 하하하하지만!”
트래퍼스는 두 손을 얼른 호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에 꽉 찬 트래퍼스의 손에서 단호함을 느낀 용탄자는 한숨을 푹 쉬더니
“하아…… 그럼 이렇게 하자.”
“어어어어어떻게?”
“같이 집어넣는 걸로…….”
“가가가같이?”
“빨리 주머니에서 손 빼라!”
용탄자는 안개를 뱉어내는 입 앞에 서서 손을 집어넣을 준비를 하며 말했다.
트래퍼스도 어쩔 수 없이 용탄자 옆에 서서 호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하나둘셋 하면 집어넣는 거데이!”
“으으으응!”
“자, 간다! 하나…… 둘…….”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마른침을 한 번 크게 삼켰다. 그리고……
“셋!”
눈을 꽈아아악! 감고 한쪽 손을 안개를 뱉어내는 입에 넣었다.
쪽쪽쪽!
쿨럭거리던 입은 용탄자와 트래퍼스의 손이 들어오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사탕을 먹듯이 두 손을 빨아댔다.
“으∼”
“빠빠빠빠빠빠빨리 다다다단검열쇠조각을 차차차찾아 타타탄자야!”
커다랗고 꺼끌꺼끌한 달팽이 몸뚱아리 같은 혀가 손을 핥아대자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발만 동동 굴러댔다.
쪽쪽쪽!
손이 점점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개를 뱉어내는 입은 용탄자와 트래퍼스의 손이 엄청 맛있는지 다른 곳도 맛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트래퍼스! 어서 빨리 손 빼라!”
“저저저저점점 빠빠빠빠빠빠빠빠빠빠빠빠빠빨려 들어가고 있어!”
손이 점점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손을 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수록 더욱 힘차게 빨려 들어갔다.
쪽쪽쪽!
용탄자와 트래퍼스의 머리가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데쓰무쓰와 그렁키는 옷깃을 잡고 끌어당겼지만 어림도 없었다. 오히려 같이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꺼어어어어어억∼
용탄자와 트래퍼스 그리고 데쓰무쓰와 그렁키를 삼킨 안개를 뱉어내는 입은 배가 부른지 만족스런 트림을 안개 대신 뱉어냈다.
“으아아아아아악∼”
안개를 뱉어내는 입에게 삼켜진 불쌍한 이들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것처럼 어디론가로 한없이 빨려 들어갔다.
그러다 쿵!하고 어딘가에 내던져졌다.
“여기가 입안이가?”
“이이이이입안이라고 하하하기에는 너무…….”
그렇다. 안개를 뱉어내는 입안으로 들어왔다고 하기에는 입안이 비정상적으로 넓었다.
심지어 하늘도 있어서 입안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럼 도대체 여기가 어딜까?
땅에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없이 그냥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그냥 파랗기만 했다.
“트래퍼스 혹시 지금 내 쳐다봤나?”
“아아아아니 너너너는?”
“아니.”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용탄자와 트래퍼스는 누군가가 자신들을 관찰하고 있는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은 데쓰무쓰와 그렁키도 받고 있는지 폴리모프를 해제하고 주변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