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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이더 1권 (24화)
8. 담배 없이 담배를 피우는 입속 (2)
‘케케케케케케케!’
갑자기 웃음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왔고 그 웃음 소리는
‘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
‘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
‘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
‘케케케케케케케!’
사방에서 등꼴을 오싹하게 만드는 수십, 수백 가지의 귀신들의 웃음소리로 변했다.
“우우우우우우우리 지지지금 하하하함정 가가같은 거에 빠빠빠빠빠빠빠빠빠빠빠진 것 같아!”
용탄자의 등에 딱 달라붙은 트래퍼스가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신음하듯 말했다.
잠시 후 아무것도 없던 땅에는 드래곤과 드래곤 라이더들의 시체들이 즐비한 붉은 땅으로 변했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갑자기 드래곤과 드래곤 라이더들이 나타나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드래곤과 드래곤 라이더 시체들이 불덩이, 번개덩이 그 외 마나가 변형된 덩어리들과 함께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아무것도 없던 빈 공간이 삽시간에 전쟁터로 변해 버렸다.
‘데쓰무쓰…… 데쓰무쓰…….’
날개가 불타 추락사한 드래곤 시체의 턱이 움직이며 데쓰무쓰를 불렀다.
‘다시 하늘을 날고 싶지 않아?’
이번에는 배에 치명상을 입어 내장이 쏟아져 나온 드래곤 라이더 시체의 턱이 움직였다.
‘다시 나의 날개가 되어줘. 그럼 너의 앞을 막는 모든 것을 죽여줄게…….’
이번에는 땅에 널브러진 모든 시체의 턱이 동시에 움직였다.
그러더니 땅에 널브러진 모든 시체에서 그들의 턱을 움직인 검은 무언가가 빠져나와 데쓰무쓰 앞에 뭉쳐졌다.
‘어서 내 손을 잡아…… 어서…….’
데쓰무쓰 앞에서 뭉쳐진 검은 무언가는 보기만 해도 피가 얼어붙을 것 같은 끔찍한 모습의 악령으로 변해 데쓰무쓰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령의 손을 본 데쓰무쓰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데쓰무쓰…… 넌 나에게서 벚어날 수 없어…… 악령의 날개는 악령의 것이거든…….’
악령은 검은 연기처럼 흩어져 데쓰무쓰를 쫓았다.
“데쓰무쓰!”
용탄자도 데쓰무쓰를 쫓아가려 했지만 시체들이 일어서는 탓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요요요요요용탄자야!”
“탄자야!”
트래퍼스와 그렁키는 얼른 용탄자의 옆에 바짝 붙었다.
“요요요요요탄자야! 여여여여기는 우우우우리들이 어어어어떻게든 해해볼 테니까 어어어서 가!”
“드래곤스 꼴찌들이 뭘 어떡하게!”
일어난 시체들은 피를 토해내며 점점 창백해져 갔다.
“너너너너너도 꼬꼬꼬꼬꼴찌잖아. 이이이인마! 주주주죽기살기로 부부부딪치면 어어어떻게든 될 거야. 너너너넌 어어어서 네네네 드드드래곤이나 쪼쪼쫓아가!”
산 자들을 노려보는 시체들만큼이나 얼굴이 창백해진 트래퍼스는 용탄자를 데쓰무쓰가 도망친 곳으로 밀며 말했다.
“어어어어서 가!”
“얼른 데쓰무쓰를 찾아서 우리를 도우러 와줘!”
데쓰무쓰가 없는 자신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용탄자는 어쩔 수 없이 데쓰무쓰가 도망친 곳으로 달렸다.
“으으으으으악∼”
달리다가 트래퍼스의 고함 소리인지 비명 소리인지 모를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는데 트래퍼스와 그렁키는 창백한 시체들에게 둘러싸여 보이지 않았다.
“하아…… 하아…… 하아…….”
용탄자는 데쓰무쓰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미친듯이 달리고 또 달렸다.
‘가지 마…….’
시체들이 다리를 붙잡아도 뿌리치고 달렸다.
“난 다시는 악령의 노리개가 되지 않을 거야! 내 등에 그 누구도 태우지 않을 거라고!”
‘아니…… 넌 다시 나를 태우고 공포가 될 거야…….’
“아니야!”
한참을 달렸을 때 수십 마리의 갓난아기 악령들에게 붙잡혀 있는 데쓰무쓰가 보였다.
용탄자는 달려가서 데쓰무쓰를 붙잡고 있는 갓난아기 악령들을 떼어냈다.
하지만 갓난아기 악령들은 용탄자가 붙잡자 검은 안개로 변했다가 다시 데쓰무쓰에게 달라붙었다.
“야, 데쓰무쓰!”
수십 마리의 갓난아기 악령들들 떼어낼 수가 없자 용탄자는 공포에 사색이 된 데쓰무쓰의 얼굴을 쳐다보며 데쓰무쓰를 불렀다.
“아니야…… 아니야……. 난 공포가 되고 싶지 않아…….”
‘넌 나의 날개가 되기 위해 태어났어……. 나의 날개가 되기 위해…….’
데쓰무쓰에게 달라붙은 수십 마리의 갓난아기 악령들은 합창을 하듯 똑같이 입을 움직이며 하나의 말소리를 냈다.
“데쓰무쓰!”
용탄자는 악령의 속삭임보다 훨씬 큰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데쓰무쓰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야이∼ 오골계 자식아!”
용탄자는 데쓰무쓰의 얼굴을 발로 차며 소리쳤다.
“애송이?”
용탄자에게 한 방 제대로 얻어맞은 데쓰무쓰는 용탄자를 쳐다봤다.
“그래! 니 애송이 여기 있다! 내 오골계는 어디 있노?”
용탄자는 데쓰무쓰가 자신을 쳐다보자 뭔가가 욱컥 치밀었다.
“여기 있다!”
데쓰무쓰는 악령이 아니라 용탄자가 자신을 찾아와 ‘내 오골계는 어딨노?’라고 말해줘서 크게 안심이 되는지 온몸에 불치병처럼 퍼진 떨림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잘 들어라! 니는 악령 따위의 날개가 아니다!”
용탄자의 말에 데쓰무쓰의 떨림이 완전히 멈췄다.
“바로 이 용탄자의 날개다!”
데쓰무쓰는 고개를 뜨덕였다.
“니하고 내하고 같이 멋지게 한 번 날아보자! 지금 트래퍼스하고 그렁키가 살아난 시체들한테 둘어싸여 있거든!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 알겠제?”
데쓰무쓰는 용탄자가 등에 오를 수 있도록 고개를 숙였다.
용탄자는 얼른 데쓰무쓰의 등에 올랐다.
“이런 머저리 같은 놈! 드래곤에 오르는 순간부터 팔 두 개, 다리 여섯 개, 날개 두 개, 얼굴 두 개, 몸통 두 개에 기다란 꼬리를 가진 드래곤 라이더가 되어야 한다고 몇 번을 말해!”
비행 수업 시간 때 해프리스 선생님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보람이 있었는지 용탄자는 데쓰무쓰의 등에 오르자마자 무엇을 해야 되는지 떠올랐다.
“제발, 제발, 제발…….”
갓난아기 악령들에게 팔다리를 붙잡힌 용탄자는 데쓰무쓰와 교감을 시도했다.
“어!”
용탄자는 갑자기 등에 날개와 꼬리가 달린 느낌이 들었다.
용탄자는 데쓰무쓰의 날개를 힘차게 움직여 날개에 붙어 있던 갓난아기 악령들을 떼어냈다. 그리고 데쓰무쓰의 강철 채찍 같은 꼬리를 휘둘러 꼬리와 몸에 붙어 있는 갓난아기 악령들까지 모두 떨어트렸다.
“으악!”
드디어 데쓰무쓰의 날개와 꼬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된 용탄자는 갑자기 심장에 무언가가 차오르는 느낌에 깜짝 놀라 비명을 내질렀다.
심장에서 차오르는 무언가는 용탄자의 팔 힘줄을 타고 힘차게 흐르며 검게 물들였다.
“드래곤 라이더가 마법을 사용하는 원리는 드래곤 하트와 본인의 심장의 교감을 통해서 드래곤의 마나를 심장에 축적한 다음 심장에 축적된 마나를 오른팔 또는 왼팔로 이동시켜 마법으로 전환하게 된답니다.”
갑자기 웬트람 선생님의 첫 수업 시간 때 썰렁한 농담과 함께한 말이 생각났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드래곤 하트의 두근거림과 자기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껴보세요!”
용탄자는 웬트람 선생님에게 배운 대로 눈을 지그시 감고 데쓰무쓰의 심장 소리와 자신의 심장 소리를 느꼈다.
두근…… 두근…… 두근…….
…… 두근…… 두근…… 두근…….
처음에는 따로 놀던 두 심장의 두근거림이
두근…… 두근…… 두근…….
두근……두근……두근…….
점차 서로에게 맞아가더니
두근……두근……두근…….
두근……두근……두근…….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었다.
“푸학!”
두 개의 두근거림이 완벽하게 일치했을 때 용탄자는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키덱스에 성공한 것이다!
갑자기 심장에서 용솟음치는 강력한 마나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는 용탄자의 손마저 검게 물들였다.
“이게 니가 가지고 있던 힘이가?”
용탄자는 검게 변한 손과 팔 힘줄이 신기하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엄청난 힘이 세차게 흐르는 검은 팔과 마나 때문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손이 낯설기만 했다.
“어떠냐, 애송이? 이 데쓰무쓰 님의 힘이!”
“오골계 치고는 나쁘지 않네.”
용탄자는 몸에 달라붙어 있는 갓난아기 악령들을 손으로 붙잡아 증발시켜 버렸다.
“자! 그럼 한 번 날아볼까나!”
용탄자와 데쓰무쓰는 처음으로 함께 날아올랐다.
무엇이 이보다 더 짜릿할 수 있을까?
“우리들이 하늘을 날고 있다!”
데쓰무쓰는 하늘로 날아오른 게 너무 좋은지 마음껏 포효했다.
“하하하하하하!”
용탄자는 D.S항공에 처음 탔을 때보다 더 큰소리로 그리고 더 돌아이처럼 웃어댔다.용탄자와 데쓰무쓰는 하늘을 마음껏 휘저으며 발광했다.
‘놓치지 않는다…….’
엄청난 속도와 힘으로 하늘을 휘젓는 용탄자와 데쓰무쓰를 땅에서 지켜보던 갓난아기 악령들은 다시 하나로 뭉쳐 악령으로 변하더니 악령 드래곤으로 변신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악령이 드래곤으로 변태했는데 어떡할래?”
“어떡하긴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지! 자신없냐, 애송이!”
“니나 아까처럼 벌벌 떨지 마라!”
용탄자와 데쓰무쓰는 악령 드래곤이 뒤를 쫓아오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뒤돌아 돌진했다.
‘너는 나의 날개다…… 데쓰무쓰.’
“놀구 있네! 데쓰무쓰는 이 용탄자 님의 드래곤이라고!”
용탄자는 데쓰무쓰를 최고 속도로 몰았다.
“어이, 애송이! 어쩔 생각이야?”
“정면 승부하자! 아예 박살을 내 버리자고!”
“좋지!”
데쓰무쓰는 용탄자의 뜻대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악령 드래곤에게 달려들었다.
혼자서는 사무치게 무섭던 악령이 용탄자가 등에 오르자 하찮게 보였다.
꽝!
데쓰무쓰와 정면 충돌한 악령 드래곤은 번개 맞은 나무처럼 반으로 쩍 쪼개졌다.
“어떠냐 우리들의 힘이!”
“별것도 아닌 게 어디서 깝치노!”
용탄자와 데쓰무쓰는 반으로 갈라져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악령 드래곤에게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어서 트래퍼스한테 가자!”
용탄자는 악령과 싸우느라 잠시 잊었던 트래퍼스가 갑자기 생각나 화들짝 놀랐다.
“오케이!”
용탄자와 데쓰무쓰는 얼른 트래퍼스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도착한 곳에서는 시체들을 덕지덕지 붙여서 만든 언데드 골렘이 엄청난 화염을 뱉어내는 드래곤 라이더와 그의 드래곤을 상대하고 있었다.
“트래퍼스는 어딨노?”
용탄자는 데쓰무쓰와 함께 상공을 배회하며 트래퍼스를 찾았다.
“데쓰무쓰, 트래퍼스 보이나?”
“지금 언데드 골렘을 상대하고 있는 드래곤 라이더가 트래퍼스 같은데!”
“뭐라고?”
용탄자는 말 더듬고 책 읽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데 없는 트래퍼스가 지금 언데드 골렘을 상태하고 있다는 데쓰무쓰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