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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오션 1권(4화)
2장. 죽음!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2)
사나이의 손에서 강한 사기가 물씬 흘러나오며 검은 물체가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검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무, 무섭다. 어떻게 저런 기운이…….’
정체를 알 수가 없는 검에서 풍기는 기운은 사나이가 쏟아 내던 사기를 훨씬 능가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무력한 존재였다니. 우물 안 개구리가 따로 없구나.’
세상을 의식하기 시작한 후부터 남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알았다.
할아버지에게 수학하며 자신이 넘쳤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이라면 두려울 것이 없다 여겼는데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죽음 앞에 선 가련한 존재일 뿐이었다.
번쩍!
악마의 손길 같은 은빛 섬광이 나타났다.
‘커헉!’
가슴이 반으로 쪼개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크으으윽…….’
미처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가물거리는 정신을 애써 잡으며 혁은 비릿한 미소를 흘리고 있는 사나이를 바라보았다.
‘이, 이제는 죽는 건가?’
혼란스러움도 잠시, 생명이 흩어지는 듯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죽음이 찾아올 줄 몰랐던 장혁은 아득해지는 정신을 애써 붙잡으려 했다.
‘크으으윽!’
장혁의 노력은 소용이 없었다.
심장 어림에서 시작된 통증은 갈수록 심해져 갔다.
마지막 발버둥을 쳐 보았지만 육체는 싸늘하게 식어 가고 있었다.
‘이,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는데…….’
툭!
가늘게 이어지던 의지가 끊어지며 의식이 사라졌다.
힘차게 박동하며 온몸으로 피를 보내야 할 심장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어둠보다 깊은 영원의 나락 속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호오!”
눈을 부릅뜬 채 제일 마지막까지 자신을 노려보던 장혁을 바라보는 사나이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크크크크, 어린놈이 제법이군. 심장을 가르고 심맥까지 산산이 조각났는데도 불구하고 버티다니 말이야.”
나름 괜찮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던 노인은 물론이고, 그의 자식들까지 한순간 죽음에 이르렀다.
그런 자신의 힘을 버텨 낸 존재이기에 사나이가 노인의 막내 손자인 장혁에게 흥미를 느꼈다.
“알려지면 골치가 아파지니 증거부터 없애야겠지.”
그가 느끼는 흥미로움도 잠시였다. 지금은 이들의 죽음에 대해 세상에 감추는 것이 우선이었다.
억지로 버텨 내던 장혁의 죽음을 확인한 사나이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마루를 내려와 집 바깥으로 나갔다.
스르르!
사나이가 집을 나선 후 알 수 없는 변화가 시작됐다. 놀랍게도 죽어 있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희미한 푸른 기운이 빠져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희미한 기운들은 아지랑이처럼 움직이더니 서서히 장혁의 몸으로 이동했다.
사나이의 존재만큼이나 불가사의한 현상이었다.
죽음을 맞은 이들의 심장에 고여 있던 기운들이 육신을 이탈해 장혁에게 모이고 있었다.
아지랑이들은 알고 있는 길을 찾아가는 것처럼 갈라진 혁의 가슴 사이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열한 가닥의 기운이 스며들고 난 잠시 뒤, 장혁의 몸에 하얀 빛이 점점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혼이 빠져나오는 듯 죽어 있는 몸 위로 안개 같은 흰 기운이 서렸다.
부르르르!
잠시 뒤, 장혁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진동하듯 떨리던 혁의 몸에 서린 하얀 기운이 빠르게 사라지더니 이내 침묵에 휩싸였다.
끼이익!
기이한 현상이 사라지자마자 바깥으로 나갔던 사나이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흰색의 작지 않은 통 하나가 들려 있었다.
통을 내려놓은 그는 엎어진 시신들을 반듯하게 눕히고는 하나하나 얼굴을 확인했다.
“이상은 없군.”
목표한 대상들의 죽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사나이는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찰칵!!
사나이는 셔터를 눌러 태륜에 들어가기 위한 임무를 완수했음을 증명하는 증거를 남겼다.
“후후, 저걸 붓고 불만 붙이면 되는 건가? 그나저나 까다로운 놈들이군, 반드시 이 액체를 뿌린 후 불을 붙여야 한다니 말이야.”
태륜에서는 죽인 후에 반드시 통 안에 든 액체를 시신들의 몸 위에 뿌리고 불을 붙여 소각시키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다른 방법으로 화재로 위장해도 되지만 특별이 인화 물질까지 준비해 준 것을 보면 그렇게 지시를 한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후후후, 이게 무엇이든 증거만 완벽히 없어진다면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니까.”
사나이는 자신이 들고 온 통을 집어 들었다.
지시받은 대로 통의 뚜껑을 열어 망설임 없이 시신들 위에 액체를 뿌렸다.
주르르륵!
삼분의 이쯤 액체를 뿌린 사나이는 도화선을 만들려는 듯 통 안에 든 액체를 조금씩 흘리며 바깥으로 향했다.
문을 나선 후 작은 소로까지 나오자 더 이상 액체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휘익!
사나이는 빈 통을 집 안으로 던졌다.
치익!
땅 위로 도화선을 만든 사나이는 성냥을 꺼내 불을 붙여 땅을 따라 흘러내린 액체 위로 던졌다.
화르르르!
도화선에 불이 닿자 화염이 솟구쳤다.
보통 불은 아닌 듯 푸른색으로 치솟은 화염이 도화선을 따라 빠르게 집 안으로 번져 나갔다.
화르르르!
잠시 뒤, 불이 붙은 듯 집 안에서 뭉클거리며 연기와 함께 화염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후우, 이걸로 임무 완수군.”
부여된 임무를 깨끗하게 끝낸 사나이는 자신의 차로 향했다.
검은 연기에 휩싸이기 시작한 농가를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한 번 바라보더니 이내 차에 올라타더니 곧장 자리를 떠났다.
화르르르!
사나이가 탄 차가 떠나고 난 뒤 화염이 농가를 완전히 휘감기 시작했다.
티티틱!
화르르르르!
치솟아 올라 튄 불티가 옆에 있던 건물에도 옮겨졌고, 이내 거대한 화염으로 불타올랐다.
***
사물을 분간할 수 없게 만드는 어둠은 사람을 미지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것이 어둠이 가진 본래의 속성이다.
인간은 어두운 곳에서 본능적인 두려움을 가진다.
특히나 홀로 있을 때 찾아온 어둠은 많은 두려움을 인간에게 선사한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짙은 공간이 보인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오래되어 보인다.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존재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미지의 공간은 한자리에서 버텨 온 것이 분명하다.
미지의 공간이 있는 곳은 참으로 특이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절대 자연스럽지 않다.
감옥으로 보이는 곳의 중심에 따로 떨어져 일정 구역 허공에 턱 하니 자리했으니 말이다.
미지의 공간을 가두고 있는 감옥도 결코 평범하지가 않다.
어린아이 팔뚝만 한 굵은 쇠창살이 한쪽에 나 있는 창문을 가로막고 있을 뿐, 그 어디에도 문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문이 없는 기이한 감옥,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어둠!
어느 사이인가 감옥 안이 밝아졌다.
먹구름이 걷힌 듯 감옥의 천장에 나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 강렬한 햇살을 감옥 안을 비추고 있다.
햇살이 비추고 있지만, 감옥 안은 밝지가 않았다.
놀랍게도 감옥 안에 존재하는 미지의 공간이 어둠은 빛을 튕겨 내고 있기 때문이다.
햇살 아래 드러났음에도 여전하다.
감옥 내부의 일정한 공간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짙은 어둠으로 물들어 있는 것이다.
햇살을 튕겨 내는 어둠!
정말이지 기이하고도 스산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감옥 안의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인 양 별개의 개체로 존재하고 있었다.
주변이 온통 암흑이라면 그저 어둠의 한 자락일 뿐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보통의 어둠과는 달랐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유일한 빛이 미지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있었다.
언뜻 보면 칠흑같이 검은 상자 하나가 허공에 둥실 떠 있는 형태다.
구조상 사람을 가두기 위해 만든 감옥 안이다.
감옥의 정중앙을 차지한 채 허공에 떠 있는 어둠은 차라리 암흑에 가까웠다.
정육면체의 암흑은 무척이나 기이했다.
일상적인 어둠이 주는 공포보다 더욱 가슴을 옥죄는 뭔가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것이 존재하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인간의 인지 능력을 벗어나 존재하는 미지의 현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하고 신비로운 현상은 그것만이 아니다.
천장에 주먹만 한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그사이로 내려오고 있는 빛도 이상해졌다.
창살을 타고 내린 햇살이 살아 있었다.
암흑의 공간에 막히자 마치 물살이 바위를 피하듯 옆으로 흘러서는 이내 벽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결처럼 일렁이는 빛은 마치 꿈틀대며 벽면을 따라 바닥으로 내려오고 나서도 계속 이동을 했다.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햇살은 멈추지 않고 자신이 갈 곳을 찾아 바닥을 따라 물결처럼 서서히 움직이더니 감옥의 중심에 모여들었다.
빛의 입자들 하나하나가 시야로 느껴질 만큼 아주 뚜렷한 움직임이다.
알 수 없는 정육면체의 어둠을 사방에서 햇살이 감쌌다.
그리고 다시 감옥의 외벽도 감쌌다.
햇살 아래 확연히 드러난 감옥 안의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이나 특이했다.
빛을 경계로 암흑의 공간과 나누어져 있는 것도 그렇지만 사방이 온통 검은색의 돌로 되어 있었다.
거기다 세월의 때가 묻은 듯 바닥은 물론 벽 전체가 기괴한 얼룩과 이끼들이 잔뜩 끼어 있었다.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 얼룩과 이끼들이 사이로 이상한 것이 보였다.
도저히 의미를 알 수 없는 기이한 문양들과 글자로 보이는 것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벽을 파고들어 가 새겨져 있었고, 그 위에 먼지와 이끼들이 쌓여 분간하기 어려웠다.
세월의 흔적 밑에 아로새겨져 있는 문양들도 알 수 없는 신비를 풍기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보고 있던 모습이 희미해진다.
그리고 곧바로 꺼지듯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