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카미엘 전기 1권(3화)
1장 삶의 의미를 발견하다(3)
카미엘의 방.
천마신공을 손에 넣어도 익히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기본적인 신체조건을 알아보기 위해 카미엘은 거울 앞에서 옷을 벗었다.
카미엘은 전신 거울 앞에서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그의 몸은 실로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게 사람이란 말인가? 차라리 걸어 다니는 시체에 가깝겠어.”
살면서 검을 한 번도 잡아 본 적이 없는 몸인지라 근육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런데다 방탕한 생활을 한 지가 벌써 몇 년이 지났으니, 몸이 상할 대로 상한 것이다.
그는 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해 보았다.
“흡!”
덜덜덜 떨리며 내려간 몸은 아예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카미엘은 사상 최악의 저질 체력임이 틀림없었다.
정녕 이것이 건장해야 할 20대의 몸이란 말인가?
겨우 팔굽혀펴기 1회를 한 것뿐이다.
아니, 도중 포기를 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온몸에는 벌써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먹는 양이 적은 것은 그렇다 치고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카미엘은 당장 옷을 챙겨 입고 기사들의 체력단련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이래서야 검을 잡을 힘조차 없을 것이다.
진기를 제외하고도 체력단련은 무공을 익히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밑거름이다.
일과가 끝났음에도 기사들은 체력단련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하체에 커다란 무게 추를 매달고 턱걸이를 하는 기사의 팔과 등은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있었다.
“후욱!”
“하나 더!”
“으아아악!”
턱걸이는 완력과 근지구력을 길러주는 데 아주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그립을 잡는 손의 모양과 팔의 넓이, 다리의 자세에 따라서 자극이 오는 부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사들은 물론이고 수련을 하는 모든 이들이 즐겨하는 운동이었다.
이미 핏줄이 터질 듯 붉어져 나왔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상체를 고정시키고 하체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복근과 허리를 단련하였다.
전생의 독천이었다면 저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일 테지만 지금 카미엘의 몸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투박하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그의 몸을 보면서 카미엘은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세상에, 저것이 사람이란 말인가!’
나약한 몸을 가지고 보니 새삼 모든 것이 놀라움의 연속이였다.
눈이 휘둥그레진 카미엘을 본 기사들은 단련을 멈추고 인사하였다.
“공자님 나오셨습니까?”
“험험, 그래. 자네들은 항상 이렇게 단련을 하는가?”
“수련은 멈추어지면 안 되는 것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밀린 업무를 보느라 운동을 하지 못했던 헥토르는 편안한 복장으로 단련 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살짝 달라붙는 민소매 티를 입은 그의 몸은 중년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거대하고 탄탄해 보였다.
“공자님께서 이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기사단장에게 고개를 숙인 부하들을 뒤로하고 카미엘에게 인사한 그의 눈은 놀라움 반, 기대 반이었다.
“오늘부터 나도 기사들과 함께 체력단련을 좀 할까 해서. 괜찮은가?”
“물론입니다. 함께 식사도 하시면서 몸을 만드시지요. 특별한 영양식을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지방은 몸을 무겁게 하기 때문에 기사들은 무지방의 식단을 고수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무기질 등 지방이 전혀 없는 식단이라서 상당히 괴로운 것이 사실이지만, 검술에 필요한 몸을 만드는 데 아주 제격이었다.
카미엘은 흔쾌히 승낙을 하였고 그때부터 혹독한 체력단련이 시작되었다.
물론 스스로 할 수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부하가 될 이들에게 본 모습과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목적이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완전무장을 한 상태로 2시간이 넘는 구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단련이 시작되었다.
“구령을 확실히 붙여라! 어이! 거기, 어제 밤에 땀이라도 뺐나? 목소리가 작다!”
아침부터 목청껏 기사들을 독려하는 헥토르의 얼굴은 가히 호랑이와 같았다.
“헉헉!”
“공자님도 참가하셨으니 열외 없습니다! 뛰십시오!”
카미엘은 폐부가 터질 듯 아파오며 급작스러운 산소공급에 현기증이 나는 몸을 억지로 가누며 버텨내었다.
영지를 구보로 한 바퀴 돌아 다시 성에 도착하였다.
기사들의 어깨에 기대어 거의 끌려오다시피 도착한 카미엘은 아침으로 제공되는 야채와 호밀 빵을 보며 눈이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비록 산더미처럼 쌓인 기사들의 식사량을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일반인의 범주는 넘어서는 식사를 했다.
간단히 운기조식을 통하여 몸에 쌓인 젖산을 밀어낸 카미엘은 본격적인 오전 훈련에 참가했다.
밧줄타기, 통나무 들어올리기, 턱걸이, 팔굽혀펴기, 50m 12번 왕복, 쭈그려서 연병장 5바퀴 돌기 등을 한 번에 순환운동으로 소화하는 살인적인 단련이 시작되었다.
순환운동의 한 주기가 돌 때마다 기사들의 얼굴에도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저질 체력으로 어찌 기사시험에 합격하였는가! 어서 다음 코스로 옮겨라!”
교관으로서 참관만 한다면 모를까, 순환운동을 병행하며 기사들을 독려하는 것이 역시 단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반면에 아예 시도조차 하지도 못하는 카미엘을 다그치는 헥토르는 영주의 아들이라고 절대 봐주는 법이 없었다.
“공자님! 이곳은 기사들의 신성한 단련의 현장입니다.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면 차라리 참여를 하지 마십시오!”
순간, 카미엘의 눈에 불꽃이 튀는 착각이 일어났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기사들의 뒤를 따르던 카미엘의 이빨은 상당히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틴 카미엘은 10분의 1도 못 따라가는 자신의 저질 체력을 한탄하며 다시 운기조식을 하였다.
억지로 피로를 몰아낸 카미엘은 닭의 가슴살과 아몬드 등을 먹고 다시 오후 체력단련에 참가하였다.
카미엘은 가볍게 몸을 푸는 기사들을 따라 연병장을 돌았다.
몇 바퀴를 돌던 기사들은 뛰어서 바다까지 구보를 하였다.
“지금부터 바닷가까지 달린다! 힘차게 구령을 붙여라!”
“예!”
시가지를 지나 모래사장이 눈에 보였다.
약 2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바다에는 철봉을 비롯한 여러 가지 운동기구가 마련되어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비틀거리던 카미엘은 기사들의 구령에 화들짝 놀라며 윗옷을 벗었다.
“상의 탈의!”
“상의 탈의!”
훌러덩 옷을 벗는 기사들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사람이라기보다는 조각상에 가까운 몸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우람한 그들의 몸과는 비교되지 않는 앙상한 몸이지만 자신감을 가졌다.
‘나도 남자다!’
팔을 붕붕 돌리며 몸을 푸는 카미엘을 본 헥토르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바다를 향해 질주하였다.
“전력으로 부표를 찍고 돌아와 맨손 순환운동을 한다! 뛰어라!”
“와아아아아!”
헥토르를 선두로 한 행렬은 일제히 바다에 몸을 던지며 저 멀리 떠다니는 부표를 향하여 열심히 팔을 저었다.
카미엘은 반도 가지 못하여 힘이 빠지며 자꾸 물에 가라앉았다.
“어푸!”
발버둥을 칠수록 점점 심해로 가라앉는 카미엘을 보며 헥토르는 소리쳤다.
“이곳에서 죽는 것은 자신의 역량에 따른 과실입니다. 아무도 당신을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눈을 번쩍 뜬 카미엘은 억지로 진기까지 운용하며 팔과 다리를 저었다.
목숨을 걸고 부표를 손으로 만진 카미엘은 다시 육지로 돌아왔다.
탈진을 하기 직전인 듯 앞이 흐릿하게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턱걸이를 하는 기사들을 따라 철봉에 올랐다.
오늘 훈련의 마지막이 될 철봉에 매달린 그를 향하여 기사들은 응원을 보냈다.
“공자님! 할 수 있습니다!”
“힘을 내십시오!”
“마지막 하나만 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몸을 끌어 올리는 그를 보며 기사들은 더욱 크게 소리쳤다.
그들의 응원에 힘을 얻은 카미엘은 괴성을 지르며 힘을 짜내었다.
“으아아아악!”
마침내 턱이 철봉에 닿았고, 카미엘은 그대로 땅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털썩!
바닷물과 땀이 뒤섞여서 머리가 마치 미역처럼 꼬였지만 기사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주었다.
“역시 검공가의 근성입니다!”
“매일 이렇게 단련한다면 몇 달 내로 검을 수련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기사들의 덕담을 들은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아, 신비함마저 드는 해변에 누운 카미엘은 정신을 집중하여 다시 운기조식을 했다.
자세와 상관없이 집중력만 있으면 운기조식은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진기를 일주천시킨 카미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복귀 구보를 준비하였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힘드시면 말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괜찮다. 이대로 영지까지 달려가자! 준비되었는가!”
패기 넘치는 카미엘의 구령에 기사들은 신이 나서 외쳤다.
“예, 그렇습니다!”
“출발!”
카미엘은 그대로 구령을 붙이며 영지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비록 숨이 잘 쉬어지지도 않고 다리는 풀려왔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이를 악문 카미엘은 영지에 도착하여 기사들의 행가래를 받았다.
초급 기사들이 처음 훈련을 마치면 해주는 축하인사였다.
“축하드립니다!”
“와아아아!”
환한 미소를 지은 카미엘은 이들 중 최고가 되겠노라 다짐하였다.
2장 흡수할 계획을 세우다(1)
랭턴은 아침부터 헛소리를 지껄이는 아들을 상대하느라 짜증이 머리끝까지 날 지경이었다.
“벌써 약관이 지난 놈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냐! 이제 술과 계집이 없다고 이상한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냐?”
랭턴은 오히려 어깨를 당당히 펴고 있는 아들을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 네놈을 굳이 팔란까지 데려다 주어야 할 이유가 있단 말인가? 미친놈이 아닌가! 그럴 재정이 있었다면 네놈을 아카데미에 재입학시켰을 것이다. 정신 좀 차려라, 이 미친놈아!”
퍽!
“으헉! 아버님. 그것이 아닙니다. 소자는 그것이 아니라…….”
말을 걸 때마다 발로 차는데도 따라오는 카미엘을 보며 랭턴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 그렇게 그곳에 가야 한단 말이냐?”
순간 카미엘의 얼굴이 환하게 펴지면서 손뼉을 쳤다.
“아버님! 허락해 주시는 것입니까?”
랭턴은 졌다는 표정으로 일관하더니 이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퍽!
“으헉!”
“그럴 시간 있으면 가서 공부를 하던지, 아님 이곳의 재정난을 타개할 방법이나 마련해 보아라! 이러다가는 우리 가문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카이사르 주민들이 굶어죽게 생겼단 말이다. 이 정신머리 없는 놈아!”
잠시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느낀 카미엘은 뒤돌아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리고 그는 뭔가 화들짝 놀라며 랭턴의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쾅!
“저런! 아니, 저 놈이 왜 저러지? 어제부터 알 수 없는 행동만 하는군.”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우뚱한 랭턴은 다시 업무에 집중하였다.
“아무래도 그의 이성을 몰아내지 못한 모양이군.”
상식적으로 천하의 일월신교의 부교주를 지낸 자가 떼를 쓸 리가 없다.
그렇다면 아직 예전의 카미엘이 남아 있다는 말이 된다.
“어린아이 하나 이기지 못하다니. 천하에 사독천의 꼴이 말이 아니구먼.”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영지민이 굶어죽으면 무공을 익힌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영지가 발전되면 산적과 해적을 토벌할 수 있다.
번뜩 정신이 든 카미엘은 손뼉을 쳤다.
반쪽짜리 천마신공을 보던 카미엘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