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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엘 전기 1권(24화)
11장 바다에서 만난 그녀(3)


망루에 올라선 카미엘은 오랜만에 자유로운 바람을 맞으며 항해를 즐기고 있었다.
이제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성큼 다가와 따스한 바람이 그의 얼굴을 간질였다.
얼마 만에 맞는 여유로움인지 그의 얼굴에는 싱그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처음에는 그녀를 껄끄러워 하던 병사들은 이제 경계심을 지우고 신경을 쓰지 않은 듯했다.
아무래도 가문의 싸움은 가신들은 물론이고 휘하의 병력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듯 보였다.
어찌되었던 팔을 베개 삼아 낮잠을 자려던 그의 귀에 마르엔의 잔소리가 들려왔다.
“왜 자꾸 저를 혼자 두는 것인가요? 그런 좋은 곳에 가려거든 저도 데리고 가세요!”
카미엘은 투덜거리는 그녀를 놓아두고 불어오는 바람을 즐겼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불을 부풀린 마르엔은 있는 힘껏 소리쳤다.
“들리는 것 다 알아요! 남자가 왜 그렇게 치졸하고 속이 좁다니? 치사하게 혼자 돌아다니고! 여자인 나는 선실에 콕 처박혀 책이나 읽으라는 것인가요!”
지나던 병사들의 키득대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와 카미엘은 몸을 일으켜 사납게 그녀를 쏘아보았다.
찌릿한 그의 눈빛을 받은 마르엔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헤헤, 그러니까 빡빡하게 굴지 말아요, 우리.”
참으로 철이 없다고 느낀 카미엘은 망루에서 내려와 그녀에게 다가갔다.
“누가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습니까? 다리도 멀쩡하겠다, 양손 멀쩡하겠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순간 그녀의 표정이 싹 바뀌더니 등을 돌려 선실로 향했다.
“됐습니다. 당신 같은 냉혈한에게 부탁을 한 내가 미친년이지.”
“내, 냉혈한이라니! 그리고 미친…… 그 말은 좀…….”
“시끄러워요!”
씩씩거리며 선실로 들어 가버린 마르엔을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는 카미엘은 주위에서 몰려드는 시선을 느끼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뭐, 내가 뭐 잘못했나? 이상한 여자가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엘리안.”
그는 말없이 비수를 갈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원수의 집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대하지만, 병사들이 묵인해주는 한에서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어야 했지만 카미엘은 그러지 못했다.
연신 헛기침을 해대는 카미엘은 그녀가 들어간 선실의 문을 두드리며 소심하게 말했다.
“험험, 저, 저기. 계십니까?”
선실의 안에서는 그녀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있는 것 아니까 문을 두드린 것 아닌가요? 냉혈한씨!”
표독스러운 그녀의 말투에 카미엘은 순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푸하하하!”
“뭐, 뭐예요! 왜 그렇게 웃는 건가요? 기분 나쁘게!”
카미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망루에 올라가서 함께 건포도나 먹읍시다.”
“내,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선실의 문을 벌컥 연 카미엘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동공이 터질 듯 확장되었다.
“뭐, 뭐하는…….”
“하긴 내가 좀 차갑긴 했습니다. 사과하는 의미에서 내가 고향에 돌아가면 술 한잔 사겠습니다.”
“아, 아니…….”
그녀의 팔을 낚아챈 카미엘은 그녀를 안아들고 망루로 몸을 날렸다.
“어머! 어딜 만지는 거예요?”
“그럼 놓습니까? 아니, 만질 데도 별로 없으면서…….”
“뭐예요!”
버럭 화를 내며 미간을 찌푸리던 그녀는 이내 망루에서 맞는 바람에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우와! 진짜 하늘을 나는 것 같아요!”
마치 아이처럼 웃는 그녀를 보며 카미엘은 미소를 지었다.
“거 보십시오. 순순히 올라오자니까.”
마르엔은 곁눈질로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흥! 아까는 뭐? 손이 없네, 발이 없네, 하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웃음보가 터졌다.
“푸하하!”
“호호호!”
오랜만에 카이사르만의 갈매기가 날아다니며 카미엘의 귀환을 환영해 주었다.


12장 폭풍의 핵 카미엘(1)


랭턴의 집무실은 오랜만에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래, 오늘 카이사르 최고의 무장이 귀환을 한다니 축하드립니다.”
제피로스는 카미엘의 금의환향을 축하하였고, 엘레니아는 무척이나 설레는지 연신 미소를 지으며 몸을 살짝 꼬았다.
그런 그녀를 보는 두 사람의 표정은 확연하게 달랐다.
“허허, 참! 그리도 좋더냐?”
엘레니아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랭턴은 딱 며느리 감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와서 둘을 갈라놓는다면 카미엘은 다시 방탕한 생활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허허, 그러게 말이야. 이젠 아예 대놓고 좋아하는구먼!”
“그렇지요? 하여간 여자들이란!”
억지웃음을 짓느라 얼굴 근육이 마비될 뻔했던 랭턴의 귀에 시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따라 무척이나 생기발랄한 미소를 짓는 그녀 역시 카미엘의 귀환을 반기는 모양이었다.
“각하! 카미엘 공자께서 성문 앞에 당도했다 합니다!”
“오오! 어서 가봐야지요. 개선을 축하는 역시 대문에서 해 주어야합니다.”
제피로스는 자신이 더 앞장서 그를 맞으러 나섰다.
집무실을 빠져나와 복도를 걷는 세 사람의 표정은 제각기 달랐다.
설렘, 궁금함, 불안함.
이윽고 두 대의 마차가 준비된 곳에 도착을 하였고 기사단이 도열을 해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기사단의 정신적 지주는 카미엘이라 그들의 표정도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다.
랭턴은 제피로스에게 함께 정문까지 갈 것을 제안했고, 엘레니아는 기사단과 함께 동행하였다.
천천히 카이사르 본성의 정원을 달리는 마차 안에서 랭턴을 마주한 제피로스는 뭔가 미심쩍다는 듯 물었다.
“각하, 각하께서 소인에게 뭔가 숨기시는 것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오랜 친구이자, 정치적 동료인 제피로스가 그를 모를 리가 없었다.
이젠 더 이상 숨기기도 힘들어 랭턴은 사실을 털어놓기로 하였다.
“사실 며칠 전에 왕세자 전하께서 이곳에 단신으로 내려오셨네.”
“왕세자께서? 그것도 혼자서 말입니까?”
“그렇다네.”
“별일입니다. 웬만해서는 공식석상에도 얼굴을 잘 안 내미시는 분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각하를 찾았답니까?”
제피로스의 눈을 바라본 랭턴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게…….”
“예?”
랭턴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아니, 무슨 일이신데 그리도 한숨을 쉬신단 말입니까?”
“실은 왕세자 전하가 카미엘을 달라고 협박을 했네. 세실리아 공주와 결혼을 성사시켜달라고 으름장을 놓더군.”
“세상에! 그게 말이 된단 말입니까?”
상식적으로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왕세자의 행동에 제피로스는 그저 멍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카미엘에게는 엘레니아가 있지 않습니까! 설마 공작께서는 카미엘을 그 집으로 장가를 보내실 것은 아니지요?”
제피로스의 눈이 불타오른다.
랭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안 될 말이지. 당연한 것 아닌가?”
요 며칠사이에 수척해진 랭턴의 몰골을 본 제피로스는 혀를 찰 뿐이었다.
고개를 푹 숙인 랭턴과 한 겨울임에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제피로스의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가만히 생각을 하던 제피로스는 고개를 숙인 그에게 말했다.
“아니, 아들을 보내지 않으실 거면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지요. 혹시 고민을 하시는 겁니까?”
“사실은, 이 일을 사주한 이가 국왕 폐하라는 군.”
“폐, 폐하께서! 어쩐지 카미엘을 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일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낀 제피로스는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설마하니 칼번이 그를 총애하고 있었다니.
“이번 토벌전도 그렇고 저번의 일기토도 그렇고. 공자가 너무 큰 공적을 세웠습니다. 솔직히 제가 폐하라도 카미엘을 놓치기 싫겠습니다. 잘만 키우면 대적할 상대가 없는 단단한 나무가 될 재목이 아닙니까?”
“왕세자는 그것을 노리는 것 같더군. 참 난감하기 그지없군.”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카미엘 본인의 의사입니다. 공식적으로 부마를 간택한 것도 아니고, 왕명으로 카미엘을 불러 올린 것도 아니니, 아직 시간은 있습니다.”
상당히 기분이 나쁠 만도 한데, 제피로스는 랭턴과 함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가 의리가 있고 사람이 좋다는 소문을 여실히 확인 시켜주는 대목이었다.
“자네도 참 속도 없구먼. 나 같으면 칼부림이라도 했을 것인데.”
“하하, 그게 말이 됩니까? 그리고 사실 카미엘이 탐나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 참! 허허!”
제피로스와 함께한 세월만큼 정이 돈독해져 이젠 그가 가족처럼 느껴졌다.
“그래, 우리 둘이서 카미엘을 괴물로 키워보세!”
“그렇습니다! 제가 바란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렇게 우연치 않은 동기로 다시 의기투합을 한 둘은 오늘밤도 거나하게 한 잔 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던 그들은 호위기사의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각하, 지금 세실리아 공주마마와 왕세자 전하께서 행차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뭐라!”

한편 카이사르로 향하는 마차에 마주한 남매는 서로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니, 꼭 이럴 필요까지 있습니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오라버니와 아바마마가 뭔가 잘못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세실리아는 상당히 못 마땅하다는 듯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왕족으로서의 상당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세실리아가 직접 카이사르로 행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대대로 공작가의 아들은 왕실로 장가를 오도록 되어 있다. 시리스 공작은 아들이 없으니 당연히 랭턴 공의 아들이 너에게 장가를 와야 마땅하지 않겠느냐?”
“전 그와 혼인할 마음이 전혀 없다니까요!”
세실리아는 남자가 자신의 발에 무릎을 꿇고 구애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지금 하는 행동은 몹시 불편할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경우는 여자의 집안에서 남자에게 청혼을 하는 꼴이다.
카미엘 본인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행복한 일이 없을 것이다.
동시에 두 명의 여인에게 청혼을 받는다?
“용모 빼어나지, 두뇌도 비상하지, 검술도 일품이지, 무엇보다 완력이 장난이 아니더구나.”
“오라버니!”
지금 세실리아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분명 유피아를 따라온 것을 보면 그에게 전혀 마음이 없지는 않은 듯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행동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만약 그가 저번의 일을 무릎 꿇고 빌고 빈다고 해도 소녀는 절대 싫습니다.”
“허면 어찌하여 이 오라비를 따라온 것이냐?”
“그것은…….”
어려서부터 유난히 자존심이 강했던 세실리아 인지라 지금까지 혼인을 하지 못한 것이다.
순순히 인정할 리 만무했다.
“저번에 왕궁에서 연회가 열리던 날, 너는 어찌하여 옆에 있는 그녀를 질투한 것이냐? 혹, 그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더냐?”
“아,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니라면 어찌하여 당황하느냐?”
유피아는 정말로 사람을 궁지에 모는 데 일가견이 있는 듯 보였다.
저번에 랭턴을 몰아가던 실력을 감안 해보면 지금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여간 속마음을 알기 쉬운 여인이다, 너는.”
“오라버니!”
얼굴이 새빨개진 세실리아는 연신 손부채질을 해댔고, 그녀를 본 유피아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것이다.”

폭풍의 핵으로 떠오른 카미엘은 금의환향을 축하하는 주민들의 꽃가루를 맞으며 고향으로 귀환을 하였다.
“금의환향은 아니건만, 아버님도 참…….”
사실 팔란을 점령하지 못하여 겐트로 뱃머리를 돌린 것인데 형국이 희한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테미안이 그에게 대패를 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오랜만에 자신의 말을 타고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그의 뒤에는 시리스 공작가의 깃발이 달린 상단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마르엔은 이참에 카이사르와 교역을 터서 둘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회복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고, 공자님! 친히 해적을 토벌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공자님!”
“이젠 배를 탈 수 있겠네! 아이고, 공자님!”
“당신은 알테인님의 현신입니다!”
시민들은 그에게 연신 머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어업을 재개하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에게는 상당히 기쁜 일이었다.
미처 마차를 준비하지 못해서 직접 말을 타고 거리를 횡단하는 마르엔은 카미엘의 엄청난 인기를 실감하고 있었다.
일국의 왕이 온데도 이 정도의 인기는 아닐 것이다.
“대단한 인기군요. 비결이 뭔가요?”
어느 새 그의 옆으로 바짝 다가온 그녀를 보며 카미엘은 몸을 떨어트렸다.
“글쎄요. 보통은 할아버님과 아버님의 인기를 그래도 내려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결을 물었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예요? 그리고 자꾸 왜 도망가는 건가요?”
“험험, 그런 것이 아니라…….”
그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자꾸 장난을 치던 마르엔은 멀리 보이는 성으로 눈을 돌렸다.
엄청난 재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던 소문과는 다르게 상당히 노후돼 보이는 영주 성을 보며 상당히 놀라워했다.
검소하다기보단 뭔가 애처로워 보였다.
“돈도 잘 번다는 사람이 집에는 전혀 신경을 못 쓰시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상당히 노후된 성을 한 번도 수리한 적이 없던 카미엘은 그제야 사실을 깨달은 듯했다.
“집안에 여인이 없으니 그런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토벌이다 뭐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으니.”
“어머니께서는…….”
“제가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와 저의 행색은 항상 군복이지요. 그마나 가장 깔끔하니까요. 하하!”
확실히 집안에 여인이 있고 없고 차이는 상당한 격차를 보여준다.
아무리 많은 재화가 들어온다고 하더라고 챙기는 사람이 없으면 겉모습이 변할 리가 없다.
마르엔은 그런 그가 안쓰러워 보였다.
마치 외로운 늑대처럼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따뜻한 식사라도 차려주었으면 좋겠는데……. 마침 좋은 비단도 들어와서 멋진 옷을 해 입혔으면……. 맞아, 검은색 옷감이 잘 어울릴 것 같아.’
이런 생각을 하던 마르엔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이 한 남자의 뒷바라지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도 있는 것이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머리를 숙이는 시민들에게 연신 미소를 날리고 있는 그의 입술이 참으로 탐스럽다고 느꼈다.
‘헉! 내가 왜 이러지?’
태어나서 남자에게 이렇게까지 호감을 느껴 본 적이 없는 마르엔은 헛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무도회장에서 그를 처음 본 순간에도 별 느낌이 없이 지나쳤다.
그래서 바다에서 마주쳤을 때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자꾸 고개를 도리질 치며 얼굴을 붉혔다 말았다 하는 그녀를 보며 카미엘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가다와 말했다.
“어디 편찮으십니까? 남의 집 영애를 수행하다 고뿔이라도 났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창피해서 혼인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호, 혼인?’
그렇다 자신이 상상하고 있는 것은 그의 아내가 된다는 것이었다.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은 마르엔은 동공을 열어놓고 하늘을 응시했다.
“어, 어! 왜 이러십니까? 군의관!”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리자 정신을 차린 마르엔은 문득 그의 눈동자를 응시하였다.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마력을 지닌 눈동자는 그녀의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고개를 획 돌린 그녀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몰았다.
“되, 되었습니다. 가던 길 가시지요.”
황급히 달려온 군의관과 카미엘은 그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