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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여의당천 1권(6화)
제3장 무영신투(無影神偸)(2)


놈이 입고 있는 보갑과 창은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만년극음곤오철이란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곤오철은 검은색이었다. 은색의 곤오철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무영신투였다. 하지만 보물을 보는 탁월한 눈이 없으면 보물을 보고도 훔치지 못한다. 생전 처음 보는 보갑과 창을 바라보는 무영신투의 눈에 탐욕이 흘렀다.
“그러는 너는 누구냐, 이놈아!”
“……!”
무영신투는 당천의 말에 입이 벌어져서 할 말을 잊었다. 그 탁월한 신법과 복면을 보고서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하니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나는 위대한 의적인 무영신투라는 어른이시다.”
“나는 위대한 포졸이라는 당천이시다.”
무영신투가 좀 모자라는 놈인가 하는 생각에 자신의 위명을 알려 주자, 당천도 그대로 따라 하면서 자신의 위대한 이름을 알려 주었다.
“허! 위대한 포졸?”
무영신투는 놈의 신분과 집이 어디인지 알아낼 심산이었다. 그런데 위대한 포졸이라니!
“잠깐! 너 무영신투라고 했지?”
당천은 자신이 포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상대가 자신을 무영신투라고 밝힌 것이 생각나자 이게 웬 횡재인가 하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래, 이놈아! 이 어른이 위대하신 무영신투다. 포졸 놈아, 네놈 집은 어디냐?”
“이놈아! 우리 집은 높은 곳에 있다. 같이 가야겠다.”
무영신투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말하며 노골적으로 집이 어디인가를 물었다. 물론 포졸이라고 약을 올리며. 그런데 놈이 자신의 집이 높은 곳이라고 하자 다시 멍해졌다. 게다가 같이 가자고 한다. 보물을 도둑맞느니 그냥 바치려는 것인가?
“어딜?”
“우리 집에 이놈아!”
“왜?”
“나는 포졸이니 네놈을 잡아가야 하잖아!”
“……?”
무영신투는 순간 자신이 바보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보물에 눈이 멀어서 바보가 된 것이다. 신투는 보물을 보는 눈도 있어야 하지만 그 보물에 정신을 팔면 안 된다. 그러면 보물을 지키는 기관과 함정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놈은 자신이 포졸이니 도둑을 잡아가야 한다는 말을 빙빙 돌려서 이야기한 것이다. 즉 무영신투 자신을 가지고 논 것이다.
“버릇없는 놈은 일단 좀 맞아야겠다!”
슉!
퍽!
“악!”
무영신투는 자신을 놀린 놈을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 그는 번개 같은 신법으로 다가가서 당천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보갑을 쳐 봤자 자신의 손만 아플 것이니 뒤통수를 후려쳐서 기절시킨 후에 묶어 놓고 교육 좀 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순간 바위를 후려친 것처럼, 주먹 뼈가 부러지면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와! 다시 해 봐!”
“으!”
당천은 무영신투의 신법을 유심히 보았지만 역시 쉽게 배울 수 없었고 따라 하기도 힘들었다. 다만 암제의 이형환위와 같은 수법이 가미되어 있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천이 자신을 유심히 보면서 그렇게 말하자 무영신투는 놈이 사람이 아닌 괴물이라 생각했다. 저 정도 무공이라면 분명 이름난 무림세가나 문파의 인물일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잘못 건드린 것 같았다.
“빨리 해 봐!”
“잠깐만!”
“왜?”
“이것 좀 치료하고.”
언제든지 도망갈 자신이 있는 무영신투는 당천의 눈치를 보면서 품에서 홍화씨와 영약을 섞어서 만든 속명단을 꺼내 먹고 주먹 뼈를 접골한 후에 막대와 천을 이용해서 둘둘 말았다. 몸이 떨릴 정도로 아팠지만 이를 악물고 치료를 했다. 뼈가 부러진 것을 바로 맞추면 영약으로 만든 속명단으로 하루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통증도 심해지고 한 달 이상 고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속명단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특히 홍화씨가 들어간 속명단은 골절 치료에는 즉효였다.
“하하하! 이놈아, 잘 있어라!”
치료를 끝낸 무영신투는 보물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저런 괴물 같은 놈을 키워 낸 무림세가나 문파라면 포기하는 것이 장수의 지름길이기 때문이었다.
“서라!”
슈슉!
당천은 번개처럼 날아가는 무영신투의 신법을 눈여겨보면서 그대로 따라 했다. 포졸신법에 무영신투의 신법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형환위의 수법을 접목하는 데는 실패했다.
“헉! 사천당문의 신법에……! 켁! 저건 우리 무영문의 무영신법?”
무영신투는 아직 보물에 대한 욕심이 남았는지, 도망가면서도 당천의 신법을 보면서 그의 출신을 알아보려고 했다. 그러던 중 가장 까다로운 문파인 사천당문의 경공술의 흔적을 당천의 신법에서 찾아낸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자신의 무영신법의 흔적까지 있는 게 아닌가? 무영신법은 가문의 고유비전이었다. 그 비전에, 도사에게 배운 축지법을 활용해서 신법이 신기원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무영신투 자신이었다. 축지법을 운용하는 기술은 없지만 분명 무영신법이었다.
“잠깐만!”
“……?”
벌써 얼마나 달렸는지 지금은 사천성의 수도인 성도를 벗어나 깊은 산속을 달리고 있었다. 사천성은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당천이나 무영신투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로 산봉우리와 봉우리를 밟고 달리기 때문이다. 당천이 산봉우리에 서서 창을 꺼내며 소리치자 무영신투는 맞은편 봉우리에 서서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구경했다.
끼리릭!
철거덕!
당천은 신속하게 창을 천하제일궁으로 변모시켰다. 무영신투는 창이 석궁으로 변하자 침을 흘리며 쳐다보았다. 보갑도 보갑이지만 저 창은 분명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이 분명했다. 아니, 이제는 석궁이다.
“신법은 나중에 배우고 그만 포졸의 임무를 해야겠다. 그냥 얌전히 잡혀라!”
“……?”
봉우리 사이의 거리는 이백 장이 넘었다. 같은 곳에서 동시에 출발해도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놈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해진 무영신투였다. 또 신법은 언제 가르쳐 주었단 말인가? 무영신투는 석궁을 자신에게 겨루는 당천을 아무리 큰 석궁이라도 여기까지 화살이 날아올까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무영신투는 자신의 신법을 십분 발휘하면 그 자리에서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당천을 살피기 위해서 삼성 정도의 내공으로 달리던 중이었다. 그러니 저 멀리서가 아니라 눈앞에서 석궁을 겨누었다고 해도 겁먹을 무영신투가 아닌 것이다.
슉!
번쩍!
“헉!”
당천이 석궁을 쏘자 창처럼 커다란 석궁의 화살이 번개처럼 날아왔다.
스슥!
퍽!
무영신투는 기겁하며 무영신법으로 자리를 피했다.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왔기 때문이다. 무영신투는 축지법의 원리를 이용해 이형환위의 수법처럼 옆으로 피했다.
“맞다! 저거다.”
당천은 암제의 이형환위의 신법이 무영신투에게서 펼쳐지자 기뻐하며 소리쳤다.
“이제 그만 가……!”
쿵!
무영신투는 놈의 화살을 보자 더 이상 놀고 싶은 마음이 싹 날아났다. 한눈팔았다가는 그대로 세상을 하직하는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망치는데 뒤에서 쏘면 영문도 모르고 한 방에 가는 수가 있었다. 무영신투는 무영신법을 십이성까지 발휘해 그 자리에서 사라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 발자국도 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헤헤! 이놈아, 피하려 해도 못 피하는 게 천하제일궁이다.”
무영신투가 쓰러지자 당천이 헤헤거리며 봉우리를 뛰어넘어 와서 무영신투를 둘러멨다. 암제는 화살에 무음, 무취, 무색의 독탄을 장치했다. 자신이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없는 마비탄을 장착했다. 즉, 무영신투는 화살은 피했지만 무음, 무취, 무색의 마비독에 중독되면서 쓰러진 것이다.
휘이익!
당천은 기분이 좋아 싱글거리면서 산봉우리를 박차고 새처럼 날아갔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포졸이 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당과를 이백여 개나 샀다. 거기에 포졸이 되어 도둑놈을 잡았고, 그 도둑놈에게서 암제의 이형환위의 비밀을 풀 열쇠를 발견했다.
슉!
“헤헤! 이놈아, 포졸님 오셨다!”
당천은 만년설이 덮여 있는 궁가산 정상 아래에 있는 계곡으로 떨어져 내리며 암제를 향해 소리쳤다.
땅! 땅!
암제는 당천이 오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무언가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천은 조금 맥이 빠져서 무영신투를 꽁꽁 묶어 돌기둥에 달아 놓았다.
“아! 맛있다.”
쪽쪽!
오도독!
“헉! 그게 뭐냐?”
“당과다.”
“헤헤! 당과 사 왔냐? 나도 줘라.”
“싫어!”
당천은 당과를 꺼내 쪽쪽 빨다가 오도독 소리를 내면서 깨물어 먹었다. 그러자 암제의 손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암제는 눈동자가 풀린 얼굴로 헤헤거리며 당천에게 말을 걸었다.
“왜?”
“내가 샀다.”
“음! 이거하고 바꾸자. 천뢰구라고, 한 번에 수백 명 잡을 수 있는 폭발형 암기인데 화살에 장착할 수도 있다.”
“헤헤! 좋다.”
당천은 당과 하나와 천뢰구 하나를 교환했다. 암제는 당과를 맛있게 먹고는 다시 마비탄(痲틷彈), 폭우이화탄(暴雨梨花彈), 극락탄(極樂彈), 염왕탄(閻王彈), 폭렬탄(爆裂彈) 등의 폭발형 암기류와 당과를 교환했다. 당천이 주로 화살에 장착할 수 있는 것들만 당과와 교환했기 때문이다.
“으……!”
당천과 암제가 당과를 맛있게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무영신투가 깨어났다. 하지만 당천과 암제는 그를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당과만 먹고 있을 뿐이었다.
“컥! 암제!”
어질어질한지 머리를 흔들던 무영신투의 눈에 암제의 모습이 들어왔다. 무영신투는 예전에 삼존, 칠제, 구마의 무공을 배우기 위해 몰래 그들의 무공비급과 수련 장면을 훔쳐보며 무공을 수련하던 때도 있었다. 그만큼 무영신투의 신법과 은신술이 뛰어나다는 증거였다. 그의 무영문에 있는 비밀보고에는 그때 베껴 놓은 그들의 무공비급이 잠을 자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자질로는 절세무공은커녕 일류 무공도 익히기 불가능하다는 것만을 확인하고, 인간 같지 않은 그들의 무위에 겁을 먹었던 것이다. 때문에 무영신투는 그들이 속한 문파나 무림세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
“저놈, 뭐냐?”
“도둑놈!”
무영신투가 암제의 이름을 외치자 그제야 암제가 그를 힐끗 보면서 물었다.
“도둑놈?”
“헤헤! 이놈아, 내가 포졸이 됐다고 했잖아.”
암제가 의아한 듯이 묻자 당천이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암제의 모습에 기절할 듯이 놀라던 무영신투는 그들이 자신을 일반 잡범인 도둑놈 취급을 하자 두려움이 가시고 머리에 열 불이 나는 것을 느꼈다.
“정말!”
“헤헤!”
쪽쪽!
“으아아! 나는 천하제일 무영신투다!”
무영신투는 그들이 자신에게서 관심을 거두고 다시 자기들끼리 당과를 먹기 시작하자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아!”
무영신투가 비명 같은 고함을 지르자, 당천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이 벌떡 일어서서 무영신투에게 다가갔다.
“무, 무슨 짓을 하려고!”
당천이 빙긋이 웃으며 다가오자 무영신투는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땅땅!
암제는 다시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폭발형 암기가 없으니, 당과를 다시 얻기 위해 폭발형 암기를 만드는 것이다.
“아까 그 신법의 구결을 대라!”
“……!”
당천의 말에, 무영신투의 눈빛에 죽어도 말할 수 없다는 결연한 빛이 어렸다. 무영신법은 자신이 전 재산이었다. 이 무영신법이 있기에 삼존, 칠제, 구마와 같은 인간 같지 않은 자들이 무성한 현 무림에서도 잡히지 않고 천하를 안방처럼 다닐 수 있었지 않은가?
씨익!
당천은 무영신투가 입을 다물고 눈까지 꾹 감아 버리자 다시 사악한 미소를 띠며 입가를 쭈욱 당겼다.
“헤헤! 이 줄은 저놈이 만든 튼튼한 쇠줄로 황사만리편법(黃砂萬里鞭法)을 펼치는 연편이라고 한다.”
만년극음곤오철로 만든 절세신병인 연편이 무영신투를 묶는 밧줄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무영신투는 두 손을 뒤로해서 묶인 채 길이가 삼 장 정도 되는 연편줄에 매달려 있었다. 두 다리는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지만 기둥에서 반경 삼 장 밖으로 벗어날 수 없는 개 같은 신세가 된 것이다.
끼리릭!
철컥!
석궁이 장전되는 소리와 아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살기에 온몸이 굳어지고 전신에 닭살이 돋는 것을 느낀 무영신투는 본능적으로 눈을 떴다. 오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당천이 석궁으로 자신을 겨냥하고 있었다.
번쩍!
퍽!
“헤헤! 바로 이거야!”
그 순간 화살이 발사되었다. 무영신투는 거의 본능적으로 축지법을 응용한 이형환위의 무영신법을 펼쳤다. 그러자 당천이 좋아 죽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당천의 모습에 무영신투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당천이 석궁에 나 있는 구멍에 손을 대고 잡아당기자 사라졌던 화살이 다시 그의 손에 잡혔다. 가공한 허공접물신공이었다.
끼리리릭!
철거덕!
“헉! 무, 무슨 짓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