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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여의당천 1권(7화)
제3장 무영신투(無影神偸)(3)
슉!
퍽!
“음! 아직 잘 모르겠네?”
무영신투의 온몸이 땀으로 범벅되고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축지법을 응용한 이형환위의 수법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수법이 아니었다. 내공의 소모가 많기 때문에 위급한 순간이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는 수법이었다. 깨달음을 이용해 중단전을 사용하지만 하단전의 무공과 따로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천이 천 년의 내공을 투자해서 겨우 상단전과 중단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불안전한 깨달음으로 중단전의 무공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끼리리릭!
철거덕!
“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무영신투가 얼굴이 하얗게 변해서 소리쳤다. 당천은 석궁에 화살을 다시 장전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중단전을 사용할 수 있기에 흉내는 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는 표정이었다.
슉!
퍽!
쿵!
당천은 무영신투의 말을 무시한 채 화살을 날렸다. 무영신투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다시 이형환위의 축지법을 사용해서 간신히 화살을 피했다. 하지만 완전히 탈진한 채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끼리리릭!
철거덕!
“서, 설마!”
슉!
퍽!
“켁!”
무영신투는 쓰러진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이형환위의 수법을 펼쳤다. 죽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화살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왼쪽 팔뚝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옷과 살이 길게 찢어지면서 피와 살이 금세 얼어 버렸다.
끼리리릭!
철거덕!
“으……! 내가 소우주(小宇宙)이고 대자연이 대우주(大宇宙)다. 두 우주의 기가 서로 만나 하나 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도가 생성된다. 도를 통하면 의지가 가는 곳에 또 다른 자아(自我)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무(無), 무형(無形), 허무(虛無)가 유(有), 유형(有形), 실유(實有)가 되고, 이 무가 곧 천지만물의 근원이니 위로는 천지조화를 이루고 아래로는 천하만사(天下萬事)에 이르니……!”
무영신투는 눈을 감은 채 도사에게서 얻은 축지법에 관한 가르침과 자신의 깨달음을 재빨리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 이상 축지법을 응용한 이형환위의 신법을 사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축지법을 응용한 무영신투의 신법은 꽤 먼 거리의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때문에 축지법을 응용한 신법 한 번이면 무림의 절대자라는 삼존들이라도 무영신투의 발끝도 따라오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은 줄에 묶여 있으니 삼 장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공의 소모가 없는 것은 아니니 평생 처음으로 세 번이나 축지법의 도를 연속으로 시전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하지만 무영신투에게는 자신이 이룬 이런 인간승리의 쾌거를 자축할 시간이 없었다. 이제 당천이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자신은 그대로 사망인 것이다.
“음!”
“……!”
당천은 무영신투의 말이 이형환위의 구결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 의미를 생각하느라 말이 없었다. 옆에서 구경하던 암제는 무영신투의 말을 듣자 갑자기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떨더니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빠져 버렸다.
“으……!”
무영신투는 살았다는 생각이 들자 팔뚝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느끼고 신음을 흘렸다. 살짝 스치기만 했는데도 팔이 떨어진 것처럼 감각이 없어지더니 점차 감각이 돌아오면서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간지러움과 뜨거운 통증이 팔뚝에서 전신으로 퍼지고 있었다. 몸에 금창약과 외상에 좋은 영약을 가지고 있었지만 팔이 묶여 있으니 그저 구경하는 수밖에 없었다.
츠즈즈즉!
“저놈이 왜 저러지?”
당천은 무영신투의 말에서 무엇인가 깨달음을 얻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다가 허공에 떠 있는 암제를 보았다. 그의 몸 주위에서 검은 기운이 용처럼 꽈리를 틀며 빙빙 돌고 있었다.
“헉! 설마, 등봉조극(登峯造極)!”
당천의 말에 무영신투의 시선이 자연히 암제에게로 향했다. 순간 무영신투가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뜨면서 소리쳤다. 무영신투가 외치자 암제의 신형이 움찔했다. 그 외침이 아니었다면 암제는 신선(神仙)이 되는 등선(登仙)의 경지에 올라 우화등선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무영신투의 외침에 암제는 현경(玄境)의 경지에는 다다르지 못하고 화경(化境)의 경지에서 멈추고 말았다. 등선은 신의 입문 경지라는 현경과 그 위의 경지인 진정한 생사경에 도달할 때 생기는 현상이었다.
우두두둑!
현경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암제에게는 환골탈태(換骨奪胎)가 일어나고 있었다. 화경에서 현경에 이를 때 등선이 일어나는 이유는, 현경의 경지인 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육체가 그러한 경지에 이르기 때문이었다. 육체가 그러한 경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일단 등선을 이루어 신선의 세계로 들어간 후에 그러한 경지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아무런 육체적 수련을 하지 않고 깨달음만으로 그러한 경지에 오르는 사람은 인간의 육체를 버리고 등선하는 것이다. 암제는 등선하지는 못했지만, 그 단계인 현경에 이르기 위한 육체를 만드는 환골탈태의 경지에 들어서고 있었다.
신선에는 두 부류가 있다. 인간의 육체를 버리고 신선이 되면 영의 상태로 신선의 세계에 머물기 때문에 물질세계인 인간세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내외공으로 환골탈태를 걸치고 현경의 경지를 지나 생사경에 이르면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신선이 되기 때문에 신선이 되어서도 인간세계에 간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생사경의 경지에 이르면 원할 때 언제든 탈각해서 육체를 버리고 신선의 세계에 머물 수 있었고, 일정 시간 동안 원형이탈(原形離脫)하여 영의 경지로 돌아다니다가 다시 육체로 돌아올 수도 있었다.
현경의 경지는 등선의 단계지만 인간의 육체를 지니고 신선의 경지에 다다랐기 때문에 반선의 경지라고도 한다. 생사경처럼 육체를 마음대로 버릴 수도 없고 원형이탈과 같은 유체이탈을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그대로 간직한 온전한 인간에 가까운 경지다. 현경은 등선의 단계에 이르렀지만 인간세계에 더 집착하고 있는 상태고 생사경은 인간세계를 초탈해서 신선의 세계와 신의 세계에 더 가까이 가 있는 상태였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 최고의 경지는 생사경이 아니라 현경이라 할 수 있었다. 생사경에 이르면 이미 인간세계를 벗어난 신과 같은 존재로, 더 이상 인간이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암제는 이제 암기와 독이 아니더라도 심검(心劍)과 이기어검(以氣馭劍)의 경지에 이른 진정한 화경의 고수가 된 것이다. 암제는 이기어검을 응용한 수법의 암기수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검강과 같은 힘을 지닌 암기 수법을 사용하지 못해서 곤오철로 만든 암기의 강함에 의존했다. 하지만 이제는 검기와 같은 힘을 지닌 암기가 아니라 검강과 같은 힘을 담은 암기를 이기어검의 수법으로 날릴 수 있는 경지가 된 것이다. 곤오철이 아니라 솔잎이나 지푸라기로 암기를 대신해도 호신강기를 뚫어 버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어디 포졸신법을 펼쳐 볼까?”
번쩍!
스슥!
그러나 당천은 그런 암제의 경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암제가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신기한 현상인 듯 구경하다가는 이내 이형환위의 수법을 가미한 자신만의 포졸신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컥!”
암제의 경지에 놀라 눈이 왕방울만 해져서 소리치던 무영신투는 이번에는 당천의 신법에 놀라서 턱이 빠져 버렸다. 수십 년 동안 도사 밑에서 도를 수련하고 무영문의 비전신법인 무영신법과 결합하는 쾌거를 이룩해 만들어 낸, 천하제일신법이라 자부하던 자신의 신법이 당천의 몸에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은 이형환위의 수법을 세 번 연속 펼치고 탈진해서 뻗어 버렸는데 당천은 마치 장난처럼 연속으로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무영신투는 중단전의 무공으로 도를 깨달아 중단전이 간신히 뚫려 있는 그런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당천은 상단전까지 뚫려 있는 상태니 중단전의 무공을 얼마든지 사용해도 상관이 없었다.
이기어검과 검기를 사용하는 것은 중단전이 개발되어야 가능하다. 때문에 검기와 이기어검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구결만 참오하면 이형환위의 신법을 익힐 수 있다. 이런 경지를 신검합일(身劍合一)의 오기조원, 노화순청(爐火純靑), 삼화취정(三花聚頂)의 내공을 지닌 절정의 경지라 한다.
절정의 경지란 깨달음만 있으면 중단전의 무공을 사용할 수 있고 하단전의 무공이 최고의 경지에 이른 자를 가리킨다. 화경은 하단전의 무공 경지를 넘어선 자를 말하고 현경은 상단전이 무공을 사용하는 자를 말한다. 생사경은 이 모두가 하나 되어 천지합일의 상태에 이른 자이다.
암제는 깨달음 없이도 인위적으로 상단전을 여는 불가의 불력과 중단전을 여는 도가의 도력과 무지막지한 내공을 이용해서 세 개의 단전을 하나로 만들어 놓기 위해 도반삼양귀원술을 창안했다. 하지만 세 개의 단전을 하나로 만드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당천이 성공한 이유는 그의 몸이 현경의 경지에 들 수 있는 상태에서 얼어붙은 채 가사상태에 빠져 들며, 생사경의 경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원형이탈과 같이 영혼이 빠져나가는 순간 벼락을 맞아 순간적으로 천지합일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천지합일이 이루어지자 암제가 염원했던 세 개의 단전이 열리면서 당천은 삼양의 힘과 만년극음지대의 음기가 체내에서 조화를 이루며 그것을 영양분으로 성장한 것이다.
“헤헤! 된다.”
스스슥!
당천은 이형환위의 신법이 가능해지자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웃는 것도 암제를 그대로 따라 하는 당천이었다. 당천이 보고 배운 것은 모두 치매에 걸린 암제가 그 대상이었다. 세상에 한 번 나갔지만 돈의 존재를 알았고 무영신투에게서, 암제에게서 배우지 못한 이형환위의 수법을 배운 것이다.
내공이 삼화취정의 경지에 오른 절정의 고수들은 이형환위의 경신법 구결로 중단전의 무공을 사용할 수도 있다. 완벽한 깨달음이 없어도 무지막지한 내공을 움직여 중단전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암제는 치매에 걸렸지만 삼단전이 열린 당천과 함께 지내면서 그가 뿜어내는 상단전의 불력, 중단전의 도력과 같은 힘에 영향을 받았다. 이 힘은 암제를 회춘하도록 만들었고, 도반삼양귀원술에 집착해서 빠진 주화입마에서 비롯된 치매를 서서히 치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많아졌다. 도반삼양귀원술에 계속 집착하고 있었다면 암제의 치매는 고쳐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반삼양귀원술이 성공한 당천이 옆에 있으니 자연히 그런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절정에서 중단전을 사용할 수 있는 화경의 경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암제는 이미 삼화취정의 절정고수로, 이형환위의 신법과 이기어검술과 같은 수법으로 암기를 날리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때문에 집착을 버리고 화경의 경지로 넘어가야 하는데 도반삼양귀원술에 집착하는 바람에 주화입마의 한 결과인 치매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다가 무영신투가 말해 준 도가의 구결을 듣는 순간 화경의 경지로 들어섰다.
당천은 이미 삼단전이 하나가 된 상태이기에 특별한 깨달음이 없어도 행동만 보고 흉내를 낼 수 있는 경지였다. 때문에 여러 번 반복해서 보고 구결까지 듣자 쉽게 이형환위의 수법과 축지법을 응용한 무영신투의 무영신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이다.
암제는 깨달음을 얻어서 화경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형환위의 수법뿐만이 아니라 심검과 같은 다른 중단전의 무공까지도 응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무영신투는 절정의 고수가 구결로 이형환위의 수법을 시전하는 것처럼, 작은 깨달음과 함께 무영신법을 결합해서 중단전을 사용하는 신법을 전력을 다하면 세 번 정도 펼칠 수 있었다.
당천의 경우 무영신투처럼 무영신법의 이형환위의 축지법을 응용한 신법을 펼칠 수 있었다. 다만 세 번이 아니라 무한히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깨달음을 통한 것이 아니니 암제처럼 화경의 경지도 아니고 중단전을 응용한 다른 무공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당천은 화경도 아니고 현경도 아니었다. 그저 내공이 삼갑자에 이르는 오기조원의 절정의 경지일 뿐이었다. 비록 삼갑자에 이르렀지만 그의 내공은 천 년의 내공으로 만들어진 중단전과 상단전의 힘으로 마르지 않고, 현경의 무공도 보고 구결을 알기만 하면 이형환위의 수법처럼 따라 할 수 있는 특이한 경우였다.
번쩍!
암제가 눈을 번쩍 떴다. 봉두난발의 쭈글쭈글한 늙은이에서 탱탱한 이십 대의 피부와 찰랑거리는 흑발을 가진 젊은이로 환골탈태한 모습이었다. 그의 눈에서 순간적으로 무시무시한 정광이 번뜩이고는 사라졌다.
“아!”
그 모습에 무영신투가 부러움과 경외가 담긴 감탄사를 터뜨렸다.
“너는 누구냐?”
정신을 차린 암제가 당천을 힐끗 보고는 무영신투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완벽하게 치매가 치료되었기 때문에 당천이 누구인지 어떻게 된 일인지 다 아는 눈치였다.
“이놈아! 내가 잡아온 놈이다. 그런데 이제는 내 모습까지 흉내 내냐?”
당천은 암제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히자 도망칠 준비를 하면서 치사하다는 듯이 말했다. 자신이 잡아온 놈에게 눈독을 들이고 더 이상 놀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형환위의 수법을 배웠기 때문에 암제와 놀아도 별 재미는 없었다. 다만 그가 만든 물건들을 더 가지고 싶은 당천이었다.
“무, 무영신투라고 합니다.”
무영신투는 암제의 조용한 음성에서 거부할 수 없는 중압감을 느끼면서 대답했다.
“이놈아! 내가 잡아온 놈이니까 저놈이랑 말하지 마!”
“이놈이!”
당천이 자신을 무시하고 무영신투와 대화를 나누는 암제를 향해 소리쳤다. 화경의 경지에 들어서서 마음이 고요한 암제였지만 당천의 싸가지 없는 말투에는 마음의 평정이 깨져 버렸다.
슉!
스슥!
“헤헤!”
암제의 손에서 투심정이란 암기가 번개처럼 뻗어 나갔다. 하지만 당천이 이형환위의 수법으로 가볍게 피하면서 헤헤거리자 암제의 얼굴에 노기가 어렸다. 저 버릇없는 손자 놈의 버릇을 고쳐 주고야 말겠다는 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