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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여의당천 1권(8화)
제3장 무영신투(無影神偸)(4)


슈슈슉!
“헉!”
암제의 손에서 수십 개의 암기가 당천을 향해 번개처럼 날아갔다. 이형환위의 수법으로 피할 수 있는 모든 범위를 점령해 버리는 수법이었다. 암제의 수법이 훨씬 더 빠르고 무섭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당천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스슥!
“잘 있어라! 이놈아!”
당천은 이제는 미련 없이 이 동굴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암제의 눈에 초점이 잡힌 것이, 그 또렷한 기운이 좀처럼 없어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암제가 만든 물건의 대부분은 당과와 바꿔서 더 이상 욕심나는 물건도 없었다. 이제 자신은 천하에서 가장 무서운 포졸이 아닌가? 하루였지만 세상이 암제의 동굴보다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아 버린 그였다. 암제가 가진 물건들만 아니었다면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이제 물건을 다 챙겼고 그 성능만 확인하면 미련없이 떠나기만 하면 되었다.
“서라!”
암제는 당천의 신법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이형환위의 수법만이 아니라 무영신투의 신법은 천하제일의 경공법이었다. 당천이 암기를 피해 동굴을 벗어나서 소리치자 암제가 당황해서 쫓아가며 소리쳤다. 사천당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 될 자신의 손자 놈이기 때문이다. 화경의 경지에 이르러 자신의 무공에 대한 자부심으로 손자 놈의 버릇을 고쳐서 당가로 데려가려던 게 그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화경에 이른 자신의 경공으로도 당천의 경공술을 따라가기란 불가능했다.
순간, 놈이 도망가다가 멈추어 섰다.
“헉!”
암제는 자신이 서란 소리에 당천이 멈추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놈이 천하제일궁에 화살을 장전하는 것이 아닌가? 무영신투를 위협하기 위해 활을 자주 사용했었기에 화살을 장전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더구나 화살에는 천뢰구까지 장착하고 있었다. 세상에 세 개밖에 없는 절대암기였다.
슉!
암제는 화살이 자신에게 겨누어지자 전력을 다해 궁가산 봉우리 뒤로 피했다.
꽝!
슈슈슈슉!
우르르릉!
꽝! 꽝!
순간 천하제일궁에서 발사된 화살이 날아가면서 천뢰구가 폭발했다. 암제는 호신강기를 끌어올리고 축골공의 원리로 머리와 팔다리를 보갑 속에 집어넣었다. 천뢰구에서 쏟아져 나온 암기가 암제의 호신강기를 두부처럼 가볍게 꿰뚫고 들어와 보갑에 부딪쳐 그에게 거대한 타격을 입혔다. 보갑 속으로 머리를 넣지 않았다면 그대로 즉사였을 것이다. 암제는 거대한 충격에 내상을 입고는, 눈사태가 일어나 산 정상 부근이 무너져 내리는 곳으로 떨어져 내렸다.

“헤헤! 역시 천하제일궁이군!”
당천은 어느새 반대편으로 날아와 하나뿐인 석궁의 화살을 낚아채고 있었다. 무영신투의 신법이었다. 하지만 무영신투 자신도 상상하기 힘든 빠르기였다.
스슥!
당천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장관에 만족한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리더니 미련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물건의 성능을 확인했으니 이곳에는 이제 아무런 미련이 없는 것이다.
슉!
“으아아악! 내 만년극음곤오철!”
잠시 후 가득 쌓인 눈더미 속에서 암제가 솟아올랐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절규했다. 그가 이곳에 은거한 이유는 천하제일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만년극음곤오철 때문이었다. 그 보물이, 산사태로 인해 계곡 자체가 무너져 내려서 수백 년 동안 당가가 모든 힘을 다해 발굴한다고 해도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암제는 만년극음곤오철에 온 정신을 쏟느라 무영신투가 생매장되었다는 사실은 그만 잊어버렸다. 암제의 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산사태로 무너진 곳에서 무영신투를 구해 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 보물들……!”
무영신투가 무너져 내리는 동굴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수대에 걸쳐서 낙양 북망산 아래 있는 고대왕릉 속에 숨겨 놓은 보물들에 대한 것이었다. 무영신투는 천하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만년극음곤오철로 만든 연편에 묶인 채 생매장되어 사라졌다.



제4장 명포두 진형래(陳逈崍)(1)


“충!”
“이놈들아! 수고해라!”
‘으! 저놈은 왜 내 근무시간에만 나타나냐! 근무시간 바꿔야지!’
제형안찰사사의 정문에 거침없이 들어오는 당천을 본 포졸들이 일제히 경례를 했다. 포졸은 씩씩하게 인사를 했지만 막내동생뻘 되는 놈에게 놈 소리를 듣자 얼굴이 벌게지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
“충!”
“이놈들아! 앉아라!”
당천은 기분이 좋았다. 자신을 보자 모두들 절도 있게 인사를 해 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천은 모두에게 가장 친근하고 다정한 말인 ‘이놈아’를 연발하며 싱글벙글이었다. 새삼 산에서 내려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순검(巡檢)과 포두들은 모여서 아침조회를 하는 중에 찾아온 당천을 보고는 일어서서 일제히 오른손을 가슴까지 들어 올리며 경례했다. 상관에 대한 경례는 오른손을 펴서 가슴까지 들어 올리거나, 무기를 들었을 때는 무기를 쥔 채 가슴까지 들어 올리며 충이라 외치는 것이었다. 현 안찰사가 고안한 경례 방법으로, 사천성 제형안찰사사의 전통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었다. 당천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눈치로 그것이 인사라는 것을 알고는 기분이 흐뭇했다. 역시 포졸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차자작!
당천이 빈자리에 앉으며 막말로 앉으라고 하자 모두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뇌물을 받아먹은 지 겨우 하루 만에 다시 나타난 악질을 보면서 부르르 떨고 있었다. 적어도 한 달은 지나야 봉록을 받는다. 그전에는 때려 죽여도 돈 나올 데가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루 전에 다 털리고 없는 이들이기에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과는 격이 다른 동지 어른이 있어서 그나마 금화라도 쥐어 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동지 어른도 없고 돈도 없으니, 뇌물을 주지 않으면 놈이 무슨 트집을 잡을까 하고 벌벌 떨고 있는 상태였다.
“헤헤! 어제 무영신투란 놈을 잡았다. 이제 어떤 놈을 잡으면 되지?”
“……!”
모두 자리에 앉자 당천이 품에서 당과를 꺼내 헤헤 웃으며 자기자랑을 했다.
“저…… 봉록을 받으려면 한 달은 기다리셔야…….”
“봉록?”
순검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뇌물을 요구하는 놈에게 비굴한 표정을 지으면서 간신히 말을 꺼냈다. 제발 자신 같은 하급말단들 말고 높은 어르신에게 가 보라는 말은 감히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은 어제 한 달 봉록을 모두 바쳤으니 봐달란 의미로 간신히 말을 했다. 당천은 기분이 좋아서 모두에게 하나씩 돌리려고 당과를 꺼내다가 봉록이라는 말에 의아해 했다.
“어제 받아 가신……!”
“아하!”
당천은 포졸이 받는 돈이 나쁜 놈들을 잡았을 때 무조건 받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받는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당천은 다시 당과를 품에 집어넣었다. 이백 개나 되는 당과의 대부분을 암제의 암기와 바꾸느라 몇 개 남지 않았다. 비록 주머니에 돈이 남아 있긴 하지만 색깔이 달라서 당과의 가격을 아직 짐작하지 못했기에, 한 달은 기다려야 돈을 받는다는 말에 당과를 도로 집어넣은 것이다. 모두에게 돌리면 남는 것은 한두 개뿐이었다.
“내가 아주 내려와서 그러는데 머물 만한 장소 없나?”
“……!”
청천벽력 같은 당천의 말에 모두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황궁에서 오랫동안 임무를 맡고 사천성에 파견되었다는 뜻이다. 안찰사 어르신에게 가지 않고 말단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 와서 시비를 거는 것은, 그의 임무가 안찰사 어르신에 대한 감찰업무일 거라 지레짐작되었다. 동창과 잘못 얽혔다가는 대역죄로 구족이 참화를 당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나중에 안찰사 어르신에 잘못 보이면 목이 달아나는 수가 있었다.
당천은 자신이 당과를 주지 않았다고 파랗게 질리는 표정들을 보면서 아깝지만 내일은 당과를 많이 사서 하나씩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겁먹지들 말라고. 포졸이 아무나 잡아가나? 죄가 없으면 괜찮아!”
“……!”
당천은 잔뜩 얼어붙은 이들을 향해 위로하듯 말했다. 당과를 주지 않는 것은 잘못해서가 아니라는 뜻의 위로였다. 역시 포졸은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고 새삼 생각하는 그였다.
당천의 말에 순검은 자신의 생각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앞으로 안찰사를 감시하기 위해 이곳에 숨어 있을 생각이니 수사에 협조하란 말이다.
“내가 머물 만한 곳 없나?”
“저, 진 포쾌가 어르신을 모실 것입니다. 진 포쾌, 자네가 수고하게!”
진 포쾌는 명포두로 이름난 진형래라는 자였다. 그는 전직 백정이라는 이유로 포쾌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백정만 아니었다면 그 뛰어난 실력 덕분에 포두들 사이에서 가장 요직에 올랐겠지만 현재는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았다. 포두들이 해결 못하는 일이 생길 때만 그가 투입되곤 했다.
‘젠장! 똥 밟았다.’
진 포두는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자 안색이 시꺼메지면서 고개를 숙였다. 모시고 살던 홀어머니도 얼마 전 세상을 떠났고 아직 노총각인 사십 대 중반의 나이인 자신이다. 역적이 되더라도 혈혈단신이니 저 빤질거리는 어린놈의 모가지를 확 분질러 버릴까 하는 생각이 치솟았다.
모두가 진 포두를 보자 당천도 그를 쳐다보았다. 육중한 거구의 몸집에 산적 같은 털이 얼굴에 무성한 자였다. 등에는 육중한 체구에 어울리는 거도를 메고 있었고, 허리에는 포승줄이 매달려 있었다.
“이놈아! 잘 지내 보자!”
“네.”
이제는 암제가 아니라 저자와 함께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당천이 친근하게 부르며 부탁하자 진형래는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억지로 대답했다. 그제야 모두가 한시름 놓은 표정이 되었다. 모든 것을 진 포두에게 맡기고 모른 척하면 된다. 동창과 엮어서 인생 끝내고 싶지 않은 그들이었다.
“에,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어르신, 하실 말씀이라도……?”
“없어!”
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순검은 서둘러 회의를 끝내 버리고는 당천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당천이 없다고 말하자 모두 그의 눈치를 살피며 슬슬 자리를 피하더니 이내 진 포두만 남고 사라졌다.
진 포두는 어쩔 수 없이 어려 보이고 빤질거리는, 하지만 기이한 갑옷과 창을 들고 있는 당천을 용기를 내서 불러 보았다.
“저, 어르신……!”
“당 포졸이라 불러라!”
“……아! 예!”
역시 모두가 벌벌 떠는 포졸이라는 이름이 좋은 당천이었다. 진 포두는 놈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포졸로 위장하려는 술책에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모두가 쉬쉬하지만 이미 어젯밤이면 안찰사 어르신에게 보고가 들어갔을 것이다. 아무리 황제가 무섭다 해도 눈앞의 주먹이 더 무서운 법이다. 안찰사가 반역을 하더라도 그에게 달라붙으려는 놈들이 줄을 섰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사천성은 산세가 험악해서 토벌이 어려운 곳이라 이곳에서 반역을 저질러도 황실에서 토벌군이 오기 힘든 지역이기에 적당한 선에서 무마하려 한 예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 가자!”
“어디로……?”
당천의 말에 진 포두는 평소 명쾌하다는 소리를 곧잘 들었던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았다. 놈이 벌써 안찰사를 감찰하러 가자는 뜻인가 하고는 반문하며 말을 흐렸다.
“무영신투란 놈을 잡았으니 이제 다른 나쁜 놈들을 잡아야지.”
당천은 무영신투를 잡는 과정에서 이형환위의 신법뿐만 아니라 뛰어난 경신법을 배워 포졸신법이 일취월장을 이루자 기분이 하늘을 나는 듯했다. 이제 암제의 암기를 피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나쁜 놈들을 잡아서 재미있게 놀고 싶었다.
“저, 다른 나쁜 놈들이시라면?”
“무영신투 비슷한 놈들.”
‘안찰사가 아니라 무림세력을 감찰하러 나온 건가?’
당천의 말에, 생긴 것과는 달리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는 진 포두의 머리가 휙휙 돌아갔다. 무영신투와 비슷한 자라면 무림인들뿐이다. 사천성에는 수많은 무림세력이 있고 무영신투와 비길 만한 자라면 사천당문의 암제, 점창파의 창제(槍帝)와 마교의 철마(鐵魔) 정도였다. 아미파, 청성파가 있지만 삼존, 칠제, 구마에 들 정도라야 무영신투와 비슷한 자일 것이니 아미파와 청성파 장문인도 제외다.
동창이 관심을 가진 인물이 누굴일까 하는 생각에 진 포두의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마교와 정파무림맹의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 지 이십 년이 다 되었다. 다시 무림세력 간에 전쟁이라도 재발하는 것인가 하고 진 포두는 열심히 고민했다. 그렇다면 사천성 근처에 있는 화산파의 검존(劍尊), 곤륜파의 비제(飛帝)도 감찰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제기랄! 뜬구름 잡기 같은 일이구만!’
진 포두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모두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동창에서 나온 이자가 제법 무공을 한다고 해도, 아니 동창의 수장이라고 해도 전설과 신화가 되어 있는 삼존, 칠제, 구마의 발끝에도 못 미칠 것이다. 잘못하면 무림인들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목이 날아갈지도 모른다.
삼존, 칠제, 구마가 무서운 것은 모두 어마어마한 세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영신투는 무공에서 뒤진다는 이유도 있지만 휘하 세력이 없기에 아무리 뛰어난 신법을 갖고 있어도 삼존, 칠제, 구마에는 들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