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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여의당천 1권(10화)
제4장 명포두 진형래(陳逈崍)(3)


당과장수는 당과를 팔면서 금화를 집어 든 자신의 폭리가 들러날까 두려워 자신이 항상 팔던 장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놈이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곧, 그 뒤에 선 포졸 복장을 한 진 포두를 보고는 사태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챘다. 자신의 금화가 사라진 사실을 알고 치사하게 관청에 신고한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면 저 산적처럼 생긴 포졸 놈과 처음부터 짜고 하는 짓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당과장수는 살려 달라고 빌면서 금화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
당천은 당과장수가 살려 달라고 빌면서 금화를 내밀자 의아해서 물었다.
“지난번 당과 값의 거스름돈입니다요.”
당과장수가 당천 뒤의 진 포두의 안색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여기서 자신이 속였다는 사실을 드러내면 바로 잡혀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실수로 거스름돈을 주지 않았다고 박박 우길 셈이었다.
“여기 있는 당과 모두 줘!”
‘으! 치사한 놈!’
당천은 돌려받은 금화를 주머니에 넣고는 다시 주머니째 당과장수에게 내밀며 당과를 달라고 했다. 당과장수는 이제야 당천의 수법을 눈치 챘다. 어수룩한 척하면서 자신의 돈을 강탈해 가는 도둑놈인 것이다. 분면 저 포졸도 한패일 것이다. 당과장수는 이백 개가 넘는 당과를 봉지에 싸 넘겨주고는 자신이 가진 돈마저 돈주머니에 탈탈 털어 넣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돌려주었다.
‘이 악랄한 놈! 목을 확 잘라 버려!’
진 포두는 그제야 당천이란 놈이 당과장수를 찾은 이유를 알아냈다. 권력을 이용해 가난한 장사치의 주머니까지 터는 놈이었던 것이다. 사천성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당과장수의 가벼운 주머니까지 턴단 말인가? 일부러 어린아이처럼 구는 변태적인 놈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이 포청 회의실에 들어와서 하급 관리들과 말단 포졸들의 주머니를 턴 것은 돈이 목적이 아니라 바로 변태적인 취미 때문이었던 것이다.
진 포두는 자신의 도 손잡이를 잡고는 갈등하고 있었다. 아무리 무공이 강하다 해도 등 뒤에서 일격을 가하는 자신의 도살도법이면 십 할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지만 어쩐지 감이 좋지 않아 망설이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내 결심을 굳히고 도법을 실행하려 했다.
“먹어!”
“컥!”
진 포두가 일초의 도살도법으로 당천의 목을 자르려는 순간, 그가 돌아서며 당과를 내밀었다. 깜짝 놀란 진 포두는 기혈이 역류하는 바람에 입에서 피를 토해 냈다. 잘못했으면 주화입마로 골로 가거나 전신불수가 될 뻔한 상황이었다.
탁!
“울컥!”
“너무 감격해서 무리할 필요 없어. 자네의 실력으로는 나와 놀아 주기 힘들 테니 무리할 필요 없다.”
당천은 진 포두가 감격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당과를 사는 순간 진 포두의 내공이 움직이고 살기가 강하게 뻗어 왔다. 상단전이 열려 있는 당천에게는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기운들이었다. 당천은 그것이 자신이 주기로 약속한 당과를 사자, 드디어 당과를 얻게 되었다는 기쁨에 쥐꼬리만 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놀아 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당천은 그러한 진 포두의 갸륵한 마음에 감격하고 놀라서 뭉친 울혈을 등을 탁 쳐서 뽑아내 주었다.
“……?”
진 포두는 죽은 피를 입으로 토해 내며 내상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그리고는 당천의 말에 멍한 표정이 되었다. 단순한 고수가 아니라 자신과는 다른 하늘에 있는 고수임에 분명했다. 자신의 도살도법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고수라는 생각에 진 포두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당천이 주는 당과를 받았다.
“아무리 발전해도 자네의 일초도법으로 나와 놀아 주기는 무리인데……?”
“……?”
당천은 당과를 받으면서도 어깨를 축 늘어뜨린 진 포두의 마음에 감격했다. 암제처럼 보물을 주지는 못해도 자신과 놀아 주려는 기특하고 갸륵한 정성이 보이는 것이다. 당천에게 놀이란 암제와 생사를 가르는 결투가 유일했기에 이러한 오해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당천의 말에 진 포두는 더욱 놀라 어깨가 한층 더 처졌다. 놈은 자신의 밑천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걸음걸이만 보고도 상대의 수를 알 수 있다는 천외천 고수인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황궁에서 무림 감찰을 위해 단 한 명만 파견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런 초절정 고수가 악질적이고 변태적인 성격을 지닌 놈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당천은 더욱 처진 진 포두를 위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진 포두의 무공실력을 자신과 놀아 줄 정도로 늘릴 수 있을까 궁리했지만 자신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암제를 생각해 냈다. 자신을 성장시켰으니 진 포두도 자신처럼 성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 현성이한테 부탁해 볼 테니까.”
“……?”
진 포두는 놈이 자신의 무공을 키워 주겠다는 소리는 알아들었다. 그런데 직접 도와주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현성이라니? 진 포두는 그 현성이 암제 당현성을 말하는 것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저기, 식사하고 근무하면 안 될까요?”
“식사?”
당천의 무공실력을 파악한 진 포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를 따라 시장을 돌아다녔다. 당천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게 보였기에 그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며 진 포두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진 포두는 하루 종일 당천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당천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을 내렸다. 사천성 제일가는 명포두라는 명성을 가진 진 포두다. 간간이 자신의 추측을 뒷받침하기 위해 질문까지 던져 가며 완성한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이름―당천
나이―이십 세 전후로 추측
성격―변덕스러운 다섯 살 아이 같은 성격
무공―자신으론 판단 불가능한 초절정고수
직책―동창
과거―아주 어렸을 때부터 황궁 모종의 장소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무공만 수련했을 것으로 추정됨. 때문에 세상물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름.
임무―사천성 내의 무림동향 감찰
동창 내 위치―첩형 정도의 동창 수뇌부일 가능성도 있지만, 규화보전 같은 황궁무공으로 내시처럼 변했을 가능이 농후함. 개차반 성격 때문에 버림받았을 것으로 추정. 너무 강한 무공으로 인해 무림에서 죽기를 바라고 파견되었을 것으로 추정됨. 세상물정 모르는 자를 달랑 혼자 파견한 사실로 보아 그렇게 추측할 수 있음. 혹은 상상 불가의 무공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파견되었을 가정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함.

‘으! 벽곡단만 먹으면서 성장했음이 틀림없다.’
식사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진 포두는 또 하나의 사실을 추정할 수 있었다. 당천은 평생 제대로 된 식사 한 번 못해 본 것이 틀림없다. 그런 상태에서 당과를 먹어서 단맛에 깃들여졌기 때문에 당과를 최고의 음식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당과장수나 자신들이 당천에 대해 오해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은 뇌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돈의 개념조차 없는 자인 것이다.
“당과보다 맛은 못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식사를 하지 않으면 굶어 죽습니다.”
“나는 식사를 안 해도 잘 사는데?”
“그야 어르신은 평범한 분이 아니니까요.”
“흠! 천하제일의 포졸이니 평범하진 않지.”
‘어떤 놈이 저놈에게 포졸이 천하제일이라고 가르친 거야!’
진 포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상물정 모르는 당천에게 당과가 최고의 음식이고 포졸을 천하제일인으로 가르친 모양이다. 분명 동창의 늙은 내시들이 당천을 질투해서 세상물정 모르는 그를 골탕 먹이려고 한 짓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점심도 건너뛰고, 이제 저녁때가 다 되었습니다. 제발 저 좀 살려 주십시오.”
진 포두는 당천의 성격을 이미 파악하고는 그를 다루는 법을 터득했다. 동료의 아이들인 어린 조카와 놀아 주는 것처럼 살살 달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린 조카가 말을 안 들으면 혼내거나 때려서 교육시킬 수 있지만 당천에게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잘못하면 무시무시한 무공에 목이 달아날 것이다. 아마 그 무시무시한 무공 때문에 교육이 안 돼서 성격이 개차반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들었다. 그 때문에 동창에서도 버림받아 이곳으로 왔을 것이라 추정하는 진 포두였다.
“가자! 이놈아!”
당천은 진 포두가 마음에 들었다. 이것저것 질문을 하면 다 대답해 주었기 때문이다. 암제는 질문을 하면 대꾸하지 않거나 시끄럽다고 소리를 쳤다. 그러면 당천이 공격을 하고, 힘이 빠져서야 겨우 한 마디 하는 것이 다였던 것이다. 물론 눈에 초점이 잡히면 대답은 하지만 그 후에 따라 나오는 잔소리에 당천은 먼저 도망치곤 했다. 그에 비해 진 포두는 알아듣기 쉽게 자신이 궁금한 것만 대답해 주었다. 때문에 당천은 진 포두가 자신이 묻는 것을 흔쾌히 대답해 주면 친근하게 불러 주었다. 진 포두도 당천이 기분 좋아지면 이놈아라고 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포두 나리, 어서 오십시오.”
진 포두는 마파루라는 이름의, 주점과 객잔을 겸하는 삼층 기와건물로 당천을 안내했다. 음식 맛이 좋아 진 포두가 자주 찾는 곳으로 평범한 장사치나 말단 관리들 사이에서는 제법 이름이 있는 곳이었다.
“이놈아! 이층 창가에 좋은 자리 하나 내어라! 귀한 손님 모시고 왔다.”
“예, 따라오십시오.”
아는 척을 하는 점소이에게, 진 포두는 당천이 주로 하는 친한 척을 하면서 창가 자리를 부탁했다. 일층은 주로 만두나 소면 등의 간단한 식사를 하는 곳이었고, 이층은 술과 요리를 즐기는 곳이었다. 삼층은 술과 요리와 더불어 기녀들의 노래와 춤까지 함께 즐기는 곳이다. 후원은 숙박할 수 있도록 수많은 방이 있는 곳이었다. 아직 저녁이 되려면 시간이 있었기에 이층에는 자리가 많았다. 당천과 진 포두는 점소이의 안내로 전망 좋은 이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마파두부, 원앙신설로, 중경화과, 만두를 내오고 죽엽청주도 한 병 주게!”
“예, 나으리!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점소이는 진 포두의 주문에 시원하게 대답하고는 일층으로 내려갔다. 현재 진 포두의 주머니에는 돈이 없었지만 그는 이미 당천에게 돈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주문을 하고는 어떻게 해야 당천이 돈을 내도록 만들까 고민했다. 안 되면 외상을 그으면 그만이다. 이곳과는 안면도 있고 포두라는 신분을 이용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요리 나왔습니다.”
잠시 후 바로 요리와 술이 나왔다. 진 포두는 당천을 위해 만두를 주문했다. 나머지 요리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맵고, 시고, 쓰고, 짜면서 향기로운 맛을 다 가진 사천 특유의 요리였기 때문이다. 단맛에 길들여져 있는 당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었다. 죽엽청주는 술 중에서 가장 단맛이 나는 술이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시켰다.
“으악! 퉤퉤!”
당천은 먼저 중경화과라는 요리의 국물을 떠먹고는 비명과 함께 뱉어 내고 말았다. 뜨거움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사천요리 특유의 맛 때문에 얼굴이 다 붉어졌다.
“너, 나 죽이려고 했지?”
“……이 요리는 이렇게 먹는 겁니다.”
조금 진정된 당천이 한껏 노려보면서 말하자 진 포두는 산적처럼 생긴 험악한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고 손까지 흔들며 부인했다. 그리고는 야채와 고기를 국물에 넣었다가 꺼내 먹는 시범을 보여 주었다.
사각!
당천은 야채를 국물에 넣지 않고 맛을 보았다. 당과보다는 못하지만 시원한 맛이 있어서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천은 다른 요리는 젓가락으로 찍어 먹어 보고는 품에서 당과를 꺼내 쪽쪽 빨면서 요리를 먹으려 들지 않았다.
“캬!”
진 포두는 점심까지 굶은 것을 보상 받으려는 듯 열심히 먹어 대며 술까지 한잔 걸치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당천이 보기에는 맛있어 보이는 술을 보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놈아! 뭔데 그렇게 인상까지 써 가면서 마시냐?”
“포졸님은 모르시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이렇게 술로 인생의 쓴맛을 달래 줘야만 합니다요.”
“헤헤! 그럼, 나도 한잔 줘 봐라!”
진 포두의 말에 당천은 당과를 오도독 깨물어 다 먹고는 술잔을 내밀었다. 포졸님이라고 부르자 기분이 좋아 헤헤 웃는 그였다. 진 포두가 알아낸 당천의 비위 맞추기 방법이었다.
쪼로록!
“한 번에 쭉 마셔야 인생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켁켁! 뭐가 이리 쓰냐?”
진 포두의 말에 당천은 그가 마시는 것을 흉내 내듯 단숨에 들이켰다.
“인생이란 원래 쓴 것입니다. 인생의 쓴맛을 보았을 때 쓴맛으로 닦아 내려 그 속에서 달콤함을 느끼는 것이 바로 주도고 인생의 참맛입니다.”
“……?”
진 포두가 아리송한 말로 당천을 혼란시켰다. 당천은 잘 못 알아들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인생의 참맛을 알려면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 잔 줘 봐라!”
쪼로록!
“크으윽!”
당천은 인생의 참맛을 알기 위해, 있는 대로 인상을 써 가며 마치 독을 마시듯 술을 마셨다.
“킬킬킬……!”
그때 당천이 술 마시는 모습을 본 한 무리의 무인이 배를 잡고 낄낄거렸다. 입고 있는 갑옷은 대장군인데, 하는 행동은 술 못 먹는 여자아이 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살결도 여인의 피부처럼 탱탱하고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놈들!”
“어이구! 포졸 나리도 계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