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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여의당천 1권(16화)
제6장 살인사건(3)


“좋아! 그런데 어떻게 사용하지?”
“혹시 내가 추혼비접 사용하는 방법 안 가르쳐 줬냐?”
“아하! 이렇게 사용하는 것 말이지.”
팔랑팔랑!
당천이 추혼비접 한 마리를 받아 하늘로 날리자, 추혼비접은 곧 살아 있는 나비처럼 부드럽게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휘이이익!
“헉! 추혼비접이다!”
객잔 창문으로 날아들던 당청수와 그의 자식들이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그들도 추혼비접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진짜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하늘을 날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빠르게 회전하면서 나비처럼 팔랑거리는 팔성 정도가 현 당 문주의 수준이었다. 십이성 대성한 추혼비접은 어검술보다 어렵고 그 지독함은 천하제일이었다.
“피해라!”
후다닥!
꽈다탕!
십이성 대성한 추혼비접을 알아본 문주의 외침에 그의 아들과 딸들, 그리고 문주를 호위하던 암향대원들이 객잔 구석으로 처박히듯 숨어 버렸다. 십이성 대성한 추혼비접은 독나방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독가루를 퍼뜨린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 독은 사천당문도 해독할 수 없는, 무영지독보다 지독하다는 설이 있었다.
스륵!
팔랑거리던 추혼비접이 다시 당천의 손에 들어왔다.
“누구지?”
“네 아버지와 형들, 그리고 누나들이다. 인사해라!”
“……?”
당천은 자신에게 아버지와 형, 누나가 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아직 배워 본 적이 없는 말인 것이다. 암제와 일 년 정도 살면서 많은 단어를 알게 되었고 하나를 알면 열을 깨우쳐 대부분의 일상용어는 추측이 가능한 그였다. 하지만 아직 집, 가정이란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자신이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허험! 아버님! 이놈이 당천입니까?”
“헉! 사천당가주!”
구석에 처박혀 있던 당청수가 쑥스러운 듯이 헛기침을 하면서 암제에게 물었다. 그제야 그가 누구인지 알아본 장기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기겁하는 소리가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문파의 장문인이다. 언젠가 사천성 정파무림회합에 참석했던 당청수를 멀리서 보았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다.
‘저 젊은이가 아버님!’
장기는 곧이어 당가문주의 입에서 나온 호칭을 떠올렸다. 당천과 같은 갑옷을 입은 이십 대 젊은이가 아버지라니, 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반로환동?’
“컥! 암제!”
잠시 머리를 굴리던 장기의 입에서 놀란 소리가 튀어나왔다.
퍽!
“켁!”
“시끄러워, 이놈아!”
장기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당천이 왼 손바닥으로 그의 뒷머리를 내리쳤다. 장기는 탁자에 엎어지며 생애 두 번째로 기절하고 말았다. 당천은 아버지와 형, 누나라는 이들이 자신과 무척 가까운 존재라는 것을 눈치로 알아채고 있었다.
‘아버지와 형, 누나라? 분명 현성이처럼 나와 가까운 사이일 거야. 그럼, 어떻게 한다?’
“반갑다. 내가 네놈 애비다.”
당청수는 이십 년이 넘어서야 훌륭하게 성장한 아들의 모습을 보게 되자 감격해서 눈물까지 글썽였다. 암제가 화경의 경지에 도달해 정신이 돌아온 데다가, 막내아들이 전설적인 수법인 도반삼양귀원술에 성공해서 이렇게 자신 앞에 서 있는 역사적인 순간인 것이다.
당천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그런 것을 숨기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면서 자신도 최대한 반가움을 표시했다.
“헤헤! 반갑다, 이놈아!”
“컥!”
당천의 대답에 당청수는 순간 멍해졌고, 가까이 다가오던 형과 누나들 역시 놀라서 숨을 멈추었다. 대당가에서 장유유서를 어기는 것은 능지처참에 해당하는 패륜이자 중범죄였다.
“이놈아!”
“이놈이!”
암제와 형제들이 모두 놀라 당천을 향해 고함쳤다.
“이놈들아!”
당천은 형과 누나들이 자신에게 친근함을 표시하자 자신도 최대한 친근함을 표시하면서 창대를 휘둘렀다.
부우우웅!
카가가카캉!
“켁!”
당천이 갑자기 창을 휘두르자 얼떨결에 무인의 본능으로 막기는 했지만 당 문주를 비롯한 형제들은 모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암제가 막아 주지 않았다면 죽거나 부상을 당했을 것이다.
‘놀아 주기에는 너무 실력들이 없는 거 아냐!’
사람들이 한방에 나가떨어지자 당천은 멍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 아버지를, 형제를 만나자마자 공격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스스슥!
그러자 어둠 속에 은신해 있던 문주의 친위대인 암향대 일곱 명이 유령처럼 나타났다.
당가의 조직은 문주, 장로, 삼전, 오당, 칠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암향대는 장로, 전주, 당주 밑의 서열 사위에 속하는 대주 급으로 이루어진 문주의 친위대였다.
“멈춰라!”
스스슥!
암향대가 나서자 암제가 큰소리로 다급히 명령했다. 그러나 암제의 명령이라도 암향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직 문주의 명령만을 듣긴 하지만, 때때로 그 명령을 어기면서까지도 문주를 수호하는 것이 이들이 임무였다. 암향대는 검은 옷에 검은 복면, 쇠사슬이 달린 낫을 든 무시무시한 사신처럼 당천을 포위해 들어갔다.
“물러가라!”
당청수가 나직하게 명령하자 암향대는 유령처럼 모습을 감추었다. 암향대는 당주의 앞에서 모습을 감춘 후에도 마룻바닥 밑, 대들보 위에 은신한 채 당천을 경계하고 있었다. 두 번 다시 문주가 공격당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왜 위에 숨어 있지?”
당천이 의아한 얼굴로 창대로 바닥을 찍으며 객잔의 대들보를 쳐다보았다.
퍽!
“켁!”
그 바람에, 발밑에 은신해 있던 암향대원 하나가 머리에 충격을 받고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암향대는 당문에 속한 일곱 개의 수호가문에서 오직 문주를 지키기 위해 어려서부터 수호무공을 연마한다. 은신의(隱身衣)라 불리는 일곱 가지 색으로 자유로이 변색이 가능한 옷을 입어, 은신무공을 펼치면 바위나 나무, 땅과 동화되어 찾기가 불가능했다.
“헉! 저놈, 괴물이다.”
당천의 형제들이 놀라 입을 쩍 벌렸다. 자신들이야 방심해서 일격을 당했다고는 하지만 암향대의 기척은 자신들도 쉽게 찾아내지 못했다. 비록 서열 사위지만 은신법만은 당문 최고인 장로들도 찾기 힘들었다. 그런데 당천은 너무도 쉽게 그들의 은신을 눈치 챈 것이다.
스스슥!
한 명이 당하자, 암향대는 당천의 공격권에서 순식간에 멀어지며 긴장했다.
“험! 이놈이 무공만 연마하느라 예절교육은 받지 못했다.”
“현성아! 얘들 너무 허접하다.”
“켁!”
“이놈!”
암제는 당천의 행동에 책임감을 느끼고 문주에게 변명하듯 말했다. 체면이 있지 어떻게 치매 때문에 손자 놈 버릇을 저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어지는 당천의 말에 모두 뒤집어지고 말았다. 모두 암기를 준비하고 내공을 끌어올렸다.
“허접해서 재미없는데.”
또 놀자는 듯한 그들의 행동에, 당천이 별로 재미없다는 듯 말했다. 당가의 무공은 암제에게 지겹도록 듣고 보아서 이제는 아무런 흥미도 없었다.
“그만.”
암제의 눈치를 살피던 당청수는 아버지의 치매 때문에 아들이 저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암제가 화를 내기보다는 난처한 기색을 보이자, 그는 서둘러 자식들을 진정시켰다. 당천의 형제자매는 분노했지만 암제와 아버지의 명령을 무시할 수 없어서 얼굴만 붉으락푸르락하며 당천을 노려보았다.
‘으! 엿 됐다.’
이러한 광경을 보던 진 포두는 당천의 신분을 짐작하고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암제와 문주, 그리고 문주의 직계가 모두 출동했다. 당문의 핵심 고수 구 할이 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암제가 당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암제를 제외한다 해도 삼 할에 해당하는 핵심 고수들이었다. 여기에 장로, 당주, 전주, 대주가 더해진다면 당가의 핵심 고수 전체가 되는 것이다.
‘당천이 당가에서 만들어 낸 괴물일 줄이야.’
진 포두는 자신의 판단착오에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놈은 동창이 아니라 당가의 숨은 비밀병기인데, 무공연마 과정에서 무언가 잘못된 모양이었다.
‘어떡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진 포두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자신을 당가에서 살려 둘리 없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어떡하면 이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험! 천아야, 아버지와 어머니란 너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분들이다. 형제자매란 같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자를 말한다.”
암제는 책임을 통감하고 이제야 가장 상식적인 아버지, 어머니, 형제의 의미를 가르쳤다. 무언가를 짐작한 당천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어머니란 말에 다시 가슴이 이상해지는 기분에 저도 모르게 물었다.
“어머니?”
“너는 대당가의 직계다. 어머니와 할머니도 대당가에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란 네 아버지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말한다. 그리고 내가 네 할아버지다.”
“……!”
당천의 물음과 암제의 설명에 당청수만이 어떻게 된 사정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암제가 치매에 걸렸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문주와 총관뿐이었다.
‘젠장! 황궁이 아니라 사천당가에서 놈을 동굴 같은 곳에 가두어 두고 무공만 익히게 한 모양이군!”
진 포두는 당천이 세상사에 대해 어린아이 수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제야 어떻게 된 것인지 깨달았다. 하지만 당천의 형제들은 아직도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멍하니 암제와 아버지를 쳐다볼 뿐이었다.
“사람을 처음 보았을 때는 인사를 해야 한다.”
“헤헤! 이놈아, 하는 것 말이지!”
당천이 아는 척을 하자, 가장 상식적인 것을 가르치려던 암제의 얼굴이 노래졌다.
“험! 아버님, 아이들은 당천을 보았으니 우선 본가로 돌려보내겠습니다.”
“그래라!”
당청수는 암제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자 얼른 끼어들어 말했다. 더 이상 당천과 대화를 이어 가다가는 암제가 망신을 당할 것 같았다.
“이 아이가 너희의 막내동생인 당천이다. 나중에 정식으로 소개할 테니 오늘은 돌아가라!”
“예, 아버님! 당천아, 내가 네 맏형인 당석이다. 여기는 당사사, 당오철, 당서시, 당달기다.”
부친의 말에, 소문주 당석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당천을 쏘아보면서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글거리는 눈빛에는 안도감과 불안이 공존하고 있었다.
휘이익!
“후! 우선 앉자!”
이윽고 문주만 남자 암제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당천과 당청수가 자리에 앉았고, 당천의 뒤에는 진 포두가 섰다. 당청수는 그제야 진 포두와 탁자 밑에 숨어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객잔 주인, 기절한 점창파 제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슉!
퍽!
당청수가 객점 주인에게 지풍을 날려서 기절시켰다. 그 모습을 본 진 포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당천아, 누구냐?”
“아! 현성아, 얘 좀 나랑 놀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주라! 저놈하고 이놈이 내 수하인데 너무 허접해서.”
“……?”
당청수가 진 포두에게 손을 쓰지 못한 것은 앞에 당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천과 관계있는 인물에게 함부로 손을 썼다가는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당천이 암제의 이름을 함부로 불렀지만 문주와 암제는 이미 면역이 생겼는지 그저 담담했다.
“천하제일인인 포졸님을 모시는 진 포두라 합니다. 저기는 점창파 이대제자로, 저와 함께 포졸님을 모시는 감찰관입니다.”
“……?”
“험!”
유난히 포졸님이란 단어를 강조하는 진 포두였다. 암제는 진 포두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지만 문주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고얀 놈! 이틀이면 분명 눈치 챘을 텐데 계속 포졸 행세를 하다니!’
암제는 당천의 놀라운 머리라면 포졸이 천하제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 챘을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당가 핏줄 특유의 고집 때문에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우기는 것일 게다. 저런 고집은 문주인 당청수도 마찬가지였다. 당청수의 고집을 꺾어 놓으려면 회초리를 드는 방법뿐이었다. 그런데 당천의 경우 누가 감히 놈을 제압해서 회초리를 칠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의 암기 수법이라면 놈을 제압할 수는 있겠지만 암기만 손에 들어도 도망치는 놈이 아닌가? 더구나 천하제일궁을 들이대면 당하는 것은 자신일 것이다.
“자네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네! 하나는 죽는 것이고, 하나는 이 약물을 먹고 지금까지의 기억을 모두 지워 버리는 것이지.”
“……!”
당청수가 침을 꺼내며 진 포두에게 두 가지 선택사항을 꺼내 들었다. 집주인은 분명 독침에 맞고 오늘의 기억을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진 포두 자신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 며칠의 기억을 잃게 될지, 아니 아예 바보가 될지 모른다. 진 포두는 인간의 뇌를 조작하는 침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왜 대답하지 않나?”
진 포두가 대답하지 않자 당청수가 스산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자 진 포두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저는 오직 주군의 명만 따를 뿐입니다.”
“생긴 것은 도적놈인데 눈치 하나는 뛰어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