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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여의당천 1권(22화)
제7장 유림천야(儒林天爺) 남궁박(南宮博)과 천생독강시(天生毒彊屍) 거산(巨山)(5)


“아!”
“……?”
당천은 남궁박의 인사가 가르침을 내려 달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당천이 자신의 물음에 무엇인가 깨달은 듯이 감탄을 터뜨리자 이번에는 남궁박이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퍽!
“켁!”

***

“칠호는 또 안 보이네.”
장기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칠호를 찾았다. 깨달음을 얻은 뒤로 칠호의 모습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당천이 부르기 전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호가문에서 드디어 제이의 무형마존…… 아니지. 이제 마공이 아닌 신공이니 무형지존이 탄생한 것인가?’
암제는 칠호의 경지를 보면서 속으로 감탄을 터뜨렸다. 자신의 안목으로도 칠호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옛날 당가의 조상 중에 무형마존이란 칭호를 얻던 마인이 탄생했다. 마교와의 싸움에서 마인의 무공비급을 습득하고 몰래 수련해서 공간 사이에 몸을 숨기는 비법을 터득했다. 하지만 마공의 영향으로 강호에서 무자비한 살행을 저질렀고 당가의 장로들까지 출동해 무형마존을 사로잡았다.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당가의 암기와 독에는 당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무형마존은 참회동에서 평생을 갇혀 살면서 마공에서 마기를 없애고 수호신공이란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자신의 후손들에게 수호무공을 전수하며 자신이 진 빚을 대대로 갚으라 명했고 그것이 당가에 수호가문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었다.
“사람의 이름을 칠호라 부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습니다.”
남궁박이 말했다.
“이름이 없는데 그럼 뭐라고 불러?”
“우리가 이름을 지어 줄까?”
장기의 물음에 진 포두, 아니 이제 당 포두가 된 당형래가 이름을 지어 주자고 말했다.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제대로 된 이름이라도 있어야 존재감을 느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좋다. 암향대 칠호이니 대칠이 어때?”
장기가 찬성을 하면서 바로 이름을 지었다.
스슥!
“대칠이가 누구야?”
그때 대파산으로 수색을 나갔던 당천이 나타나 물었다.
“아! 주군, 칠호의 이름을 대칠이라 지어 주면 어떨까 하고요.”
“대칠이? 대칠이가 뭐야? 촌스럽고 부르기도 어렵잖아.”
“그럼……?”
“땡칠이로 해! 부르기 좋고 정감 있잖아!”
‘……!’
당천의 작명 실력에 모두 어이가 없어서 멍해졌다. 하지만 당천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당천이 한번 고집을 부릴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어깨를 으쓱하면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고집이 나오는 것이다.
‘으……! 안 돼! 저런 이름을 얻을 바에는 영원히 모습을 감추고 나타나지 않으리라!’
공간 사이에 은신해 있던 칠호는 당천이 지어 준 이름에 치를 떨었다. 당대칠은 그런대로 봐줄 수 있었다. 하지만 당땡칠이라니!
“땡칠아!”
‘……!’
당천이 칠호를 불렀다. 하지만 칠호는 이를 악문 채 대답하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최초의 항명인 셈이었다.
“여기 있는 것 같은데!”
퍽!
“켁!”
무형지존이 된 칠호의 은신술도 초감각을 능가하는 당천의 감각에는 무력하기만 했다. 당천이 허공을 향해 창대 같은 궁을 휘두르자 뒤통수에 커다란 혹이 생긴 땡칠이 비명을 지르며 튀어나왔다.
“험! 오늘도 별거 없느냐?”
암제가 헛기침을 하며 당천에게 물었다.
“산채에 있던 놈들이 오늘은 웬일인지 모두 복면을 뒤집어쓰고 어디론가 빠르게 이동하던데.”
“놈들이다!”
“산적으로 위장하고 있었군!”
당천의 말에 당 포두와 남궁박이 동시에 소리쳤다.
“빨리 가자!”
“여기서 먼데. 나 먼저 갈까?”
암제가 마음이 급해져서 재촉하자 당천이 말했다. 암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당천 혼자 보내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여러 날 남궁박에게 글을 배웠지만 아직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였다. 암제가 주변에 무성하게 나 있는 칡넝쿨을 허공접물의 수법으로 잡아당겼다.
투두두둑!
“헉! 허공접물!”
장기가 놀라 소리쳤다.
“모두 이 줄을 잡고 자신의 경공신법으로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해라.”
“……?”
모두 칡넝쿨을 쥐긴 했지만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천아! 가자!”
암제는 칡넝쿨을 당천의 허리에 묶고는 소리쳤다.
“이……!”
“설마 천하제일 포졸이 이 정도에 묶였다고 신법을 펼치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당천이 발작하려 하자 암제가 얼른 그를 달랬다. 이제 암제도 당 포두처럼 당천을 달래는 법을 터득했다. 당천은 자신이 한 번 말하면 쇠고집이 발동해 다시는 철회하는 법이 없기에 말하기 전에 달래야 했다.
“험! 이 정도쯤이야! 간다, 모두 꼭 잡아!”
당천은 암제의 헛기침을 흉내 내며 으스대더니 내공을 끌어올리고 포졸신법을 운용하며 소리쳤다.
휘이익!
남궁박, 장기, 당 포두, 당땡칠, 암제는 당천의 뒤에 오리새끼처럼 줄줄이 딸려 하늘을 날았다.
카캉!
으아악!
“저기다!”
멀리서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늦었다는 생각에 일행의 얼굴색이 일변했다.
휘이익!
쿵!
“에고!”
암제와 땡칠은 당천을 따라 가볍게 착지했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내리꽂혔기에 당 포두와 남궁박, 장기는 땅에 처박혔다.
“쳐라!”
바닥에는 동창과 금의위로 보이는 고수들의 시체가 즐비했고 사람이 끄는 사두마차의 부서진 잔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사람들이 날아와 바닥에 처박히자 깜짝 놀란 복면인들이 우왕좌왕하다가 정신을 차리더니 이내 공격명령을 내렸다.
스스슥!
복면인들은 초상비의 경공술을 연상케 하는 가볍고 날렵한 발걸음으로 당천 일행을 포위하며 달려들었다.
슉!
“뭐야?”
퍽!
쿵!
가장 앞에 있는 당천에게 달려들며 검으로 그의 목을 찔러 가던 복면인은 당천이 가볍게 검을 피하고 뒤통수를 후려치자 기절하고 말았다.
슈슈슉!
“컥!”
가장 뒤에 있던 암제가 달려들던 복면인들을 향해 지풍을 발사했다. 암기를 사용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일류 살수처럼 날카로운 살기를 뿌리며 빠른 일격필살의 검을 사용하는 자들이지만 이미 화경의 경지에 이른 암제였다. 삼양지라는 지풍에 세 명의 복면인이 이마에 구멍이 뻥 뚫리며 쓰러졌다.
슈슈슉!
그때 땅속에 숨어 있던 복면인들이 검을 위로 뻗었다. 땅속에 은신하고 있었지만 나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자신들의 동료가 쓰러지자 검을 위로 뻗은 것이다. 그 위에는 재수 없게도 바로 남궁박이 땅에 처박혀 있었다.
카캉!
남궁박의 등에 칼이 꽂히는 듯했지만 살이 갈리는 푹 소리가 아닌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보갑이다. 얼굴을 노려라!”
그 모습을 본 복면인 중 하나가 놀라서 소리쳤다.
팟!
땅속에 있던 복면인들이 일제히 솟구치면서 간신히 몸을 세운 남궁박의 얼굴을 향해 검을 찔러 왔다.
스슥!
“헛! 이형환위!”
놀란 남궁박은 축지법을 전개해 피해 버렸다. 그러자 복면인의 입에서 다시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일점홍!”
당 포두는 자신도 모르게 복면인들의 수법을 알아보고는 소리쳤다. 살수들이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수법에 소리를 친 것이다. 일점홍은 자신의 어머니만 알고 있는 수법이라 생각했는데 살막의 일류 살수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살막이다!”
장기도 복면인들의 수법을 알아보고는 놀라서 소리쳤다. 때문에 당 포두가 어떻게 일점홍이란 수법을 알고 있는지 의문을 품을 겨를이 없었다.
휘리리릭!
장기는 살수들을 향해 고영신공을 끌어올려 내공을 온몸에 분산시킨 후에 분광쌍수십팔검으로 전개했다. 며칠 동안 가장 낮은 신법의 성취를 보았지만 그의 유운신법은 살수들보다 훨씬 빠르고 가벼워 보였다. 두 개의 검이 풍차처럼 휘둘러지자 살수들이 혼비백산했다.
“점창파다!”
슈슈슈슉!
점창파의 수법을 알아본 살수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들은 장기를 향해 암기를 쏟아 부으며 후퇴했다.
카가가캉!
다른 살수가 유령처럼 가만히 서 있던 창백한 얼굴의 땡칠을 향해 검을 찔러 들어갔다.
“헉!”
그런데 갑자기 상대가 사라지자 살수는 당황했다. 땡칠은 당천이 너무 빠르게 하강해 버리는 바람에 모습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있자 살수 나부랭이가 자신을 향해 검을 들이대는 것이 아닌가?
푹!
“컥!”
살수는 갑자기 허공에서 쇠사슬 달린 낫이 자신의 심장을 찌르자 어이가 없는 눈으로 허공을 움켜쥐며 쓰러졌다.
당 포두에게 달려드는 살수들은 암제의 지풍에 모두 쓰러지고 있었기에 당 포두만이 싸움을 구경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놈!”
당 포두가 그동안 배운 암향표를 시전해서 도살도법으로 살수들을 향해 내리치려 하면 그 살수는 먼저 암제의 지풍에 당해서 쓰러져 버렸다. 당 포두는 할 수 없이 주변을 돌아보며 공주를 찾았다.
“공주가 없다.”
“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 챈 암제였다.
“만천화우(滿天花雨)!”
암제가 큰소리를 지르며 전설의 재현을 알렸다. 화경의 경지에 이르기 전에는 수천 개의 암기를 일일이 조종하기 힘들기에 주변을 모조리 초토화하는 가공할 수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천의 암기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뱀처럼 살수들을 향해서 빠르게 뻗어 가고 있었다.
슈슈슈슈슉!
“컥!”
수십 명의 살막의 일류 고수들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꽃처럼 하얀 은침들에 전신에 구멍이 나서 모조리 쓰러져 버렸다. 화경에 이르지 못하면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는 가공할 수법이지만 이제는 적과 아군을 구분할 정도는 되기에 수련 삼아 시전해 본 암제였다.
스스슥!
수천 개의 암기는 살수들을 모조리 쓰러뜨리고 다시 암제의 손으로 돌아갔다.
“아!”
그 놀라운 광경에 일행은 멍청하게 입만 벌리고 있었다.
“그거 나 줘!”
그 와중에도 당천은 만천화우를 시전하는 수천 개의 침이 들어 있는 암기통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살아 있는 자는 없나?”
“아무도 없습니다.”
조금 늦었는지 주변에는 살아남은 자가 아무도 없었다.
“그거 나 달라니까!”
“여기 있던 여자아이 찾아서 살려 오면 주마!”
당천은 만천화우의 아름다운 수법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암제가 다른 말만 하며 자신의 말에 대꾸하지 않자 슬슬 짜증이 나기 직전이었다. 암제는 화를 억누르고 당천을 달랬다. 이제 당천에게 화를 내 봤자 자신만 손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정말?”
“공주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
당천의 얼굴이 활짝 펴지자 암제는 공주가 간 방향을 그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세 노인네가 안고 저쪽으로 가던데?”
“헉! 빨리 쫓아가자!”
여전히 당천의 허리에 묶여 있는 줄을 잡으며 암제가 다급하게 재촉했다. 그러자 모두 다시 줄을 잡았다.
“정말 그 여자애 살려 오면 그거 나 주는 거지?”
“물론이다. 빨리 가자!”
휘이익!
투둑!
당천이 암기통에 욕심이 나서 전력으로 포졸신법을 전개하자 줄이 끊어져 버렸다. 암제가 내공으로 줄을 보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축지법의 힘이 가세되어 허공을 접어 날아가는 당천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먼저 갈 테니 빨리 따라와라!”
휘이익!
암제 역시 당천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급하게 경공법을 사용해 사라졌다. 그러자 모두 암제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가장 빠른 사람은 장기였지만 남궁박은 축지법을 쓰면 쓸수록 숙달이 되는지 천천히 장기를 따라잡고 있었다. 당 포두는 내공이 급증하고 암향표를 배웠지만 며칠 배운 실력으로 장기를 따라가기는 불가능했다. 당 포두만 남고 모두 먼저 사라져 갔다.

***

“흐흐흐! 이제 그만 죽어라!”
후우웅!
꽝!
귀마문의 문주 귀마 진사환이 음침하게 웃으면서 쌍장을 떨쳤다. 고루마장이라는 귀마의 독문무공이었다.
“크으윽!”
곤륜삼선의 첫째인 일선이 입에서 검은 피를 폭포처럼 쏟아 내며 폭포 옆 초지에 쓰러졌다.
쿠구구쿵!
대파산 계곡에서 떨어지는 웅장한 물줄기가 승천하는 용처럼 시원스럽게, 오 월의 햇살을 받아 우거진 초록빛 나뭇가지와 어우러지는 곳이었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커다란 웅덩이는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푸른 연못가에는 바위와 작은 돌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 옆으로는 초지가 계곡을 따라 이삼십 장 정도 만들어진 아름다운 풍경에 피 냄새와 시체가 까마귀와 독수리들을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