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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여의당천 1권(24화)
제7장 유림천야(儒林天爺) 남궁박(南宮博)과 천생독강시(天生毒彊屍) 거산(巨山)(7)
암제도 당천이 어떻게 해서 도반삼양귀원술을 성공했는지 의문이었다. 자신이 치매에 걸려 있을 때 성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만류귀원신공과 불가의 달마심공이나 도가의 태극심공과 같은 심공의 정수를 깨쳐서 몸속에서 세 신공이 항상 운행되고 있어야 한다. 암제는 다른 것은 몰라도 당문의 최고 심공인 만류귀원신공은 당천의 몸에 흐르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그렇게 소리쳤다.
휘이익!
쿡!
암제의 말을 들은 당천은 절벽에서 거의 빠져나오려는 거산을 뒤에서 청개구리처럼 끌어안았다. 거산은 당천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크아아악!”
거산은 팔을 휘둘렀지만 뒤에서 꽉 끌어안은 당천을 떼어 내진 못했다. 독강시를 형성하고 있는 무영지독이 빠져나가 천생독강시의 균형이 무너지자 거산은 비명을 질러 댔다. 생강시이기 때문에 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투둑!
휘이익!
무영지독을 모조리 흡수해 버리자 거산은 결국 기절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당천은 거산의 몸에서 화살을 빼내고는 떨어지는 거산을 안아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 모습을 본 암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츠즈즉!
바닥에 내려놓은 거산의 몸에 뚫린 화살 자국이 서서히 아물어 갔다.
“허! 금강지체! 그럼 독성지체가 아니었나?”
암제는 거산이 강시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의문을 표했다. 금강지체라도 무영지독을 견디기는 어려웠다. 독성지체를 만들면서 금강지체를 형성한 놈이라야 말이 되었다. 그렇다면 무영지독이 없어져서 독성지체가 사라졌으니 금강지체도 파괴되어야 정상인 것이다.
“왜 안 깨어나지?”
암제의 의문은 또 있었다. 마비독은 강력하지만 일시적이었다. 이형환위를 전개하는 고수들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깨우면 되지!”
퍽!
암제의 의문에 당천은 간단하게 답해 주었다. 그리고는 누워 있는 거산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끄응!”
거산이 서서히 눈을 떴다. 주화입마의 원인은 독이었다. 당천에게 무영지독이 빨려 나가면서 주화입마의 원인이 사라졌고 때문에 정신을 차린 거산이었다.
“너, 누구야!”
“나, 거산! 거산!”
당천의 물음에 거산은 멍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거산은 주화입마에서 벗어났지만 천생독강시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독강시가 깨어졌기에 천생독강시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직 천강시와 생강시의 영향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바보와 같은 상태가 된 것이다. 천생독강시는 천강시, 독강시, 생강시의 장점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진 것이기에 어느 하나가 깨어지면 나머지도 서서히 붕괴된다. 즉 현재는 강시대법으로 인해 바보 상태가 되었지만 강시대법이 완전히 무너지면 완전한 제정신을 찾게 될 것이다.
“복면 벗고 따라와!”
“예!”
“……!”
당천이 명령하자 거산이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쫓아가며 대답했다. 거산이 복면을 벗자 대머리에 수염이 덥수룩하고 커다란 눈과 입을 가진 거산의 얼굴이 나타났다. 암제는 그저 멍하니 당천과 거산의 행동을 쳐다볼 뿐이었다.
휘이익!
당천과 암제, 거산이 다시 폭포가로 내려오자 장기, 남궁박, 당 포두가 이미 도착해 공주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악!”
당천은 나타나자마자 감사의 인사를 하려던 공주의 손목을 잡아 버렸다. 그러자 공주는 안색을 일변한 채 말도 못했다.
“앗! 공주마마!”
시비가 놀라 비명을 지르며 맨손으로 당천에게 달려들었다.
퍽!
“악!”
당천은 달려드는 시비의 뒤통수를 쳐서 기절시키고는 놀라서 입을 벌린 암제에게 공주를 끌고 갔다. 공주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질질 끌려갈 뿐이었다.
“여자애 데려왔으니 그거 빨리 나 줘!”
“……!”
암제는 암기통을 빨리 내주고 나서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최선임을 깨달았다. 잘못하면 구해 주고도 황실과 척을 지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몰랐다.
“헤헤!”
암기통을 받아 든 당천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특유의 웃음을 흘렸다.
‘나쁜 놈!’
‘주군만 아니라면 그냥!’
공주는 붉게 물든 얼굴로 아픈 팔목을 비비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황궁에서 곱게만 자라 온 그녀가 자신을 호위하던 무장과 고수들의 죽음, 신선 같던 곤륜삼선의 참살을 경험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까지 포기한 그 순간, 무시무시한 악적을 간단하게 막아 내고 자신의 목숨을 살려 준 당천을 보았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그림 같은 얼굴과 대무장을 연상케 하는 보갑을 걸친 채 큰 창을 휘두르는 그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런 대영웅이라 생각했던 자가 자신을 짐짝 취급하자 서러움과 당혹감에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더구나 난생처음으로 남자에게 팔목까지 잡히지 않았는가?
장기와 당 포두의 얼굴이 확 변했다. 공주는 왕소군, 양귀비(楊貴妃), 서시(西施), 초선(貂嬋)이 울고 갈 정도의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붉은 입술과 하얀 살결은 화용월태(花容月態)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 주고 있었다. 붉은 입술과 하얀 이는 단순호치(丹脣皓齒)를, 매화의 깨끗함과 향기가 흘러나올 것처럼 곱고 깨끗한 살결은 빙기옥골(氷肌玉骨)이라는 말의 뜻을 너무나 잘 알게 해 주었다. 그처럼 아름다운 공주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이는데 암기통을 잡고 좋아서 헤헤거리고 있으니 장기와 당 포두의 눈이 확 돌아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 너희들 왜 그래? 한 대 치겠다.”
당천은 장기와 당 포두가 눈매를 찢으며 살기를 풀풀 흩날리자 만천화우를 시범해 보려는 듯이 암기통을 들면서 말했다.
“헉!”
“컥!”
당천의 손에 들린 암기통이 눈에 크게 들어오자 당 포두와 장기는 물론 암제와 땡칠, 남궁박도 놀랐다.
“주, 주군!”
“딸꾹!”
당 포두는 놀라서 말을 더듬었고, 장기는 놀라서 딸꾹질을 시작했다.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시험하지, 뭐!”
당천은 현재 거산과 치고받았던 기억과 천마의 무공으로 머릿속이 어지러운 상태였다. 모두 십이성 대성하면 중단전, 상단전까지 이용 가능한 가공할 무공들이었다.
마교의 무공은 제마(制魔), 극마(克魔), 탈마(脫魔)의 단계로 나뉜다. 강호에서 고수를 삼류, 이류, 일류, 절정, 초절정의 다섯 단계로 나누는 것과는 달랐다. 초절정이란 화경과 현경의 고수를, 절정은 검강이나 어검술을 사용하는 고수를, 일류는 검기와 장풍, 지풍을 발출할 수 있는 자를, 이류는 발경을 사용하고 내기를 검에 싣는 자를 말하며, 조금이라도 내공을 사용하는 자들은 무조건 삼류 무림인이라 한다.
마교의 무공은 모두 마공이기에 자연스레 이류에 포함된다. 하지만 폐관수련을 통해 제마의 단계에 들어서야 일류에 들어서서 비로소 마교의 무사가 될 수 있었다. 제마의 단계에 들어서지 못하면 마인이 되어 피를 추구하는 괴물이 되거나 주화입마에 빠져 버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마교에서는 자질에 따라 제마의 무공, 극마의 무공, 탈마의 무공을 전수한다.
삼만에 달하는 마교의 일반제자들이 수련하는 무공은 제마의 무공이다. 제마의 무공이란 마를 제어할 정도로 수련만 하면 일류 고수가 되는 무공이다. 하지만 제마의 단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무공을 폐해 일반 문도로서 마교의 생업을 위해 일하게 된다. 그것은 극마의 무공도 마찬가지다. 탈마의 무공은 천마의 제자로 극마의 단계를 거쳐야만 배울 수 있는 무공이다. 즉 절정고수가 되어야 비로소 배울 수 있는 무공인 것이다.
때문에 마교에서 가장 하수가 강호에서는 일류 고수다. 제마의 단계를 넘어서지 않으면 폐관수련에서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극마의 단계에 이른 절정고수들인 장로, 전주가 즐비한 곳이 마교이니, 마교 하면 모두 벌벌 떠는 것이다.
마교도들이 제마의 단계에 이르는 가장 쉬운 길은 강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마를 강으로 다스리는 것이다. 때문에 마교는 자연스레 강자존의 세계가 되어 버렸다. 마교 내에서 서로 강함을 추구하다가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면 외부로 분출해서 마를 억누르는 것이다. 때문에 마교가 발호하면 항상 정공법이었다. 때문에 사천성은 중원으로 가는 관문이기에 마교가 발호하면 항상 무시무시한 전쟁터로 변한다.
“예기(禮記)의 내칙편에 보면 남녀칠세부동석이란…… 컥!”
남궁박은 공주의 눈물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친구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라 생각하고 당천에게 다가가 교육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말았다. 이미 금강지체에 가까워진 몸이라 아무리 맞아도 기절하는 일은 없는 그였다.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당천은 남궁박의 가르침이 많아지면 자신도 받은 만큼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열을 받으면 열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당천의 생각이었다. 때문에 남궁박의 가르침이 길어지기 전에 얼른 받은 만큼 간단한 가르침을 주고는 더 이상의 가르침을 사양했다.
‘나쁜 놈! 휴! 그렇지만 내가 나서지 않기를 잘했군!’
땡칠은 공간에 숨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모든 감정이 죽어 있다가 감정이 살아나면서 결국 항명까지 했던 그였다. 더불어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감정까지 생겨났다. 이제 자신의 존재감을 자각하자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도 인식하게 되었다. 때문에 공주가 우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당천에게 화가 나 나서서 한마디 하려던 그였다.
“넌 또 왜?”
공간에 완벽하게 모습을 감추고 있지만 감정의 변화에서 오는 기운을 느끼지 못할 당천이 아니었다. 당천은 바빠 죽겠는데 모두 자신에게 놀자고 대들자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땡칠을 향해 물었다.
스슥!
“주군!”
땡칠은 할 수 없이 허공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고 죽을힘을 다해 한 마디 했다.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한 마디 하기가 힘들었지만 하고 나자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왜?”
땡칠이 비장한 표정으로 당천을 부르자 모두 속으로 그를 응원했다. 맞을 때 맞더라도 남자답게 당천을 꾸짖으리라 상상했던 일행은 땡칠의 한마디에 멍해졌다.
“저자는 누구입니까?”
“……!”
“응! 거산이다.”
“주군!”
“또 왜?”
“거산보다는 대머리가 낫지 않겠습니까?”
이십 년 만에 입이 열리자 땡칠이는 줄줄 말을 늘어놓았다. 그동안 자신만 땡칠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이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땡칠이 미소까지 지으며 장기, 당 포두를 힐끔 쳐다보자 두 사람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대머리?”
“네! 그리고, 저 둘은 산적과 말상으로 부르는 게 정감 있지 않겠습니까?”
“응! 괜찮네!”
“악! 주군!”
“주군!”
당천의 동의가 떨어지자 땡칠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허공으로 사라졌다. 장기와 당 포두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땡칠의 등장으로 인해 공주는 또다시 관심에서 밀려나 외톨이가 되어 버렸다.
“끄응!”
당천은 폭포 옆 바위에 앉아서 명상에 들어갔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원망스럽고 처연한 사슴 같은 눈망울로 당천을 쳐다보는 공주에게로 향했다. 그때 기절했던 시비가 정신을 차렸다. 곤륜삼선의 제자로 이류 고수인 그녀였다. 공주의 미모에 가려졌지만 청초한 수선화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로, 화장을 하고 옷차림을 가꾸면 공주와 자웅을 결할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이! 악적!”
슉!
캉!
“악!”
마침 당천이 옆에 있었던 터라 시비의 검은 그대로 당천의 심장을 향해 꽂혔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검기를 머금은 검이 당천이 입고 있는 보갑에 부딪치자 오히려 검을 쥔 시비의 손아귀가 터지고 입에서 피가 흘렀다. 당천은 명상에 잠겨 시비의 검에 반응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당천의 감각은 자신에게 위협이 될 정도에만 반응하고 있었다. 거산은 당천의 뒤에 호위처럼 시립해 있었는데 당천의 명령이 없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
“청란아, 괜찮니?”
시비는 내상을 입자 감히 다시 검을 휘두르지 못했다. 공주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공주마마!”
시비의 이름은 청란(靑鸞)으로, 주혜령 공주와는 어려서부터 친자매처럼 다정하게 지내 온 사이였다. 때문에 특별히 곤륜삼선의 제자가 되어 공주를 곁을 지키는 시비 겸 호위무사가 된 것이다. 공주는 친자매 같은 청란이 쓰러졌다가 정신을 차리자 비로소 안심했다.
“이분은 사천당가의 최고 어르신입니다.”
남궁박이 공주에게 암제를 소개했다.
“암제라 불리는 당현성이 공주마마를 뵙습니다.”
암제가 얼른 공주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가문을 생각해 스스로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아! 암제 어르신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공주는 암제란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곤륜삼선에게서 강호의 정세와 삼존, 칠제, 구마에 대해 대충은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서 삼존, 칠제, 구마는 황제도 우습게 아는 강호의 전설적인 무인들이라고 들었다.
“허허! 손자의 무례를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
암제는 공주가 자신을 알아보자 기분 좋게 웃음을 흘리며 당천의 무례를 대신 사과했다. 공주는 암제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남궁박만큼은 아니지만 환골탈태한 암제의 모습은 영준한 미청년이었다. 이처럼 젊은 사람이 암제라는 데 놀라 믿어지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