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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정현은 연신 펄럭이고 있는 세 쌍의 날개를 구경하다가 시간이 지나간다는 것을 깨닫고는 말문을 열었다.
“테라를 방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습니까?”
―물론이에요. 그것이 제 임무이니까요.
정현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레아는 수정처럼 맑은 눈동자를 빛내며, 양손을 가슴 쪽으로 모았다.
―지금부터 그대의 운명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띠링!
레아의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작은 효과음이 울리며, 정현의 앞에 반투명한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이것은…… 나인가?’
거울 속에서나 볼 수 있던 본인의 모습이다.
정현은 신기해하면서도 매뉴얼에서 확인했던 사항을 잊지 않고, 허공으로 손을 놀려 캐릭터의 모습을 수정했다.
‘신체는 가장 익숙한 것이 좋으니, 그대로 하는 것이 좋겠지.’
설정을 끝내고 확인한 정현의 캐릭터는 180cm의 키에 탄탄해 보이는 체격을 갖춘 차가운 인상의 남성이었다.
‘딱히 변경할 것이 없으니까.’
캐릭터의 모습은 본인의 모습을 기본으로 최대 30%까지 수정이 가능하지만, 정현은 몸을 완벽하게 컨트롤하기 위해 현실과 동일한 캐릭터를 생성하였다.
―운명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있습니다. 그럼 다음 운명을 보여 드릴게요.
띠링!

이름 ― 미설정
종족 ― 미설정
능력 ― 미설정
국가 ― 미설정

허공에 생성된 반투명한 창을 보며, 정현은 이름이라고 적힌 란을 가볍게 터치했다.
―이름이란, 그 존재의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약속입니다. 그대는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까?
거창하게 말하지만, 캐릭터의 이름을 설정하라는 뜻이다.
정현은 잠시 동안 고민을 하다가 운명의 신 레아가 이야기한 가상현실게임 리얼이 배경으로 하는 이름이 떠올렸다.
“테라.”
띠링!
[현재 닉네임을 테라로 설정한 유저는 총 84명입니다. 이대로 진행하시겠습니까?]
“예.”
―운명은 그대에게 ‘테라’라는 이름을 선물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운명을 살펴보지요.
닉네임을 성명한 뒤는 종족 설정이었다.
가상현실게임 리얼이 상용화된 지 삼 개월…… 현재 선택이 가능한 종족은 가장 많은 유저들이 선택하여 플레이하고 있는 휴먼(Human)족과 최근 업데이트된 오크(Ork)족, 드워프(Dwarf)족이 있었다.
‘먼저 휴먼(Human)족인가?’
띠링!

역동적인 삶이 그들의 가치를 증명한다.

휴먼(Human)
인생은 짧아.
한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길지 않거든.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후회하지 않는 삶이 되려면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그런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성향 : 중립적
[설명] 모든 종류의 무기와 방어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설명] 명성에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설명] 타 종족 에피소드 관련 퀘스트를 제외한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설명] 모든 속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

“무난하군.”
테라 대륙에서 가장 번성한 휴먼 종족의 외형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었다.
많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 높은 자유도와 설정된 캐릭터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에 정현은 많은 점수를 주고 다음 종족으로 차례를 넘겼다.

투쟁, 번식, 탐욕…… 원초적인 것들이 가장 중요한 법이지.

오크(Ork)
취익, 오늘도 사냥을 한다.
취익, 먹기 위해서?
취익, 아니다. 이것은 본능이다.
취익, 적의 목을 가를 글레이브(Glaive)는 오늘도 날카롭게!
취익, 흩날리는 선혈과 비명 소리는 너무나 달콤하지.

성향 : 적대적
[설명] 마법(魔法) 계열 무기 사용에 제약이 있습니다.
[설명] 악명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설명] 휴먼(Human), 드워프(Dwarf), 엘프(Elf) 종족과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설명] 육체적인 능력이 극대화됩니다.
[설명] 세밀한 움직임이 필요한 활동 시 제약을 받습니다.
…….

“좋아.”
정현의 입맛을 돌게 하는 종족이었다.
그야말로 치고, 박고, 싸우는 원초적인 모습의 진수를 보여 주는 오크 종족의 동영상을 보며 잠시 갈등을 한 정현이었지만, 캐릭터의 외형에 근육이 붙고, 초록색으로 변하는 피부색에 고민을 끝냈다.
“패스!”
‘마지막이 드워프였던가?’
더 많은 종족이 있지만, 현재 선택이 가능한 종족은 세 가지뿐이기에 정현은 생각을 정리하며 드워프 종족의 설명 창을 주목했다.

창조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고귀한 기쁨이지.

드워프(Dwarf)
쿵쾅, 쿵쾅!
망치를 두들기자, 화로에 불을 지피자.
뜨겁게 달아오른 검신을 식힐 때는 조심조심!
완성된 작품을 지켜보며 마시는 맥주는 천하일품(天下一品)!

성향 : 중립적
[설명] 마법(魔法) 계열 무기 사용에 제약이 있습니다.
[설명] 명성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설명] 오크(Ork), 엘프(Elf) 종족과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설명] 생산 계열 클래스에서 굉장한 재능을 보입니다.
[설명] 대지[地], 화(火) 속성에 익숙함을 보입니다.
…….

“볼 것도 없군.”
동영상을 통해 150cm 정도 되는 드워프 종족의 모습을 본 정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짧은 팔과 다리는 몸을 움직이길 좋아하는 정현에게 많은 제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휴먼(Human)족을 선택하겠습니다.”
[종족이 휴먼족으로 설정되었습니다.]
―테라의 세계에 가장 많이 퍼져 있는 종족이 그대의 운명이었군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띠링!

[Player Status]
닉네임 ― [테라]
레벨 ― [Lv. 1]
클래스 ― [노비스(Novice)]
칭호 ― [無]
명성 ― [無]
근력 ― [0] 물리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아이템 제작 시 내구력의 증가에 영향을 줍니다.
민첩 ― [0] 공격 속도와 원거리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체력 ― [0] HP와 물리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지능 ― [0] 마법 공격력과 스킬 숙련도 향상에 영향을 줍니다.
집중 ― [0] MP와 캐스팅 속도, 마법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아이템 제작 시 성공 확률 및 등급에 영향을 줍니다.
행운 ― [0] 크리티컬, 회피, 아이템 제작 성공률이 상승합니다.
HP ― [0] HP가 0이 되면 Game Over가 됩니다.
MP ― [0] MP가 0이 되면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SP ― [100%] SP가 0%가 되면 다양한 활동이 제한됩니다.
공격력 ― [0] 캐릭터의 공격력을 표시합니다.
방어력 ― [0] 캐릭터의 방어력을 표시합니다.
공격 속도 ― [0%] 공격 시 0%의 가산점을 받습니다.
회피율 ― [0%] 회피 시 0%의 가산점을 받습니다.
크리티컬 ― [0%] 공격 시 0%의 가산점을 받습니다.
속성 ― [無] 캐릭터의 속성을 표시합니다.
※종족, 클래스, 히든 피스로 인한 차별화된 종류의 능력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Point ― [10]

‘처음 시작 시에 주어지는 10개의 포인트를 잘 투자해야 캐릭터를 수월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고 했지. 다음 포인트는 언제 얻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가상현실게임 리얼(Real)은 능력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포인트에 대해 매우 인색한 게임이었다.
클래스를 정할 때나 상위 클래스로 승급을 할 때…… 또는 굉장한 업적을 쌓았거나, 반복적인 행동으로 자동적인 능력치 향상을 이루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었다.

[Player Status]
닉네임 ― [테라]
레벨 ― [Lv. 1]
클래스 ― [노비스(Novice)]
칭호 ― [無]
명성 ― [無]
근력 ― [3] 물리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아이템 제작 시 내구력의 증가에 영향을 줍니다.
민첩 ― [2] 공격 속도와 원거리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체력 ― [2] HP와 물리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지능 ― [1] 마법 공격력과 스킬 숙련도 향상에 영향을 줍니다.
집중 ― [1] MP와 캐스팅 속도, 마법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아이템 제작 시 성공 확률 및 등급에 영향을 줍니다.
행운 ― [1] 크리티컬, 회피, 아이템 제작 성공률이 상승합니다.
HP ― [20] HP가 0이 되면 Game Over가 됩니다.
MP ― [10] MP가 0이 되면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SP ― [100%] SP가 0%가 되면 다양한 활동이 제한됩니다.
공격력 ― [3] 캐릭터의 공격력을 표시합니다.
방어력 ― [2] 캐릭터의 방어력을 표시합니다.
공격 속도 ― [0.02%] 공격 시 0.02%의 가산점을 받습니다.
회피율 ― [0.01%] 회피 시 0.01%의 가산점을 받습니다.
크리티컬 ― [0.01%] 공격 시 0.01%의 가산점을 받습니다.
속성 ― [無] 캐릭터의 속성을 표시합니다.
※종족, 클래스, 히든 피스로 인한 차별화된 종류의 능력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Point ― [0]

―근력과 민첩, 체력, 지능, 집중, 행운을 선택하셨네요. 이대로 괜찮으신가요?
“네.”
정현이 사전 조사를 한 결과, 아무리 자신이 택할 직업에 필요가 없는 능력치라도 스킬을 습득하거나 아이템의 착용 조건, 전직 및 승급을 할 시에 능력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지능과 집중, 행운에도 1개씩 포인트를 투자했다.
―이제 그대의 운명이 향하는 곳을 정할 때입니다. 최초의 한 걸음을 내딛을 장소를 결정해 주세요.
띠링!
효과음과 함께 정현의 시야가 정신없이 돌아갔다.
어느덧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그에게 한 장의 대륙 전도가 모습을 드러냈고, 수많은 국가와 도시들이 선택을 하라는 듯 반짝거리며 빛을 냈다.
‘이왕이면 한적한 곳이 좋겠지.’
사실 마음에서는 이미 시작할 장소를 정한 상태였다. 과거 철저한 정보 수집과 사전 점검을 통해 임무를 수행했던 정현의 습관은 게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카렌 왕국으로 하겠습니다.”
띠링!
[소속 국가를 설정 중입니다. ‘카렌 왕국’이 맞습니까?]
“맞습니다.”
―카렌 왕국을 선택하셨군요. 테라 대륙의 서쪽에 있는 작은 국가죠. 아직 발전은 미비하지만, 그대와 운명을 함께한다면 금방 발전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띠링!
[기본 설정을 모두 끝마치셨습니다.]
[운명의 여신 ‘레아’가 선물을 합니다.]
[노비스 전용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초 후, 스타팅 포인트로 이동하겠습니다.]
가상현실시스템은 보안성을 보장하기 위해 접속기마다 고유 번호를 등록하여 실제 사용자의 정보와 매칭을 시켜서 자동 로그인이 되기 때문에 비밀번호 확인 등의 귀찮은 절차가 필요가 없다.
“이제 시작이군.”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정현은 편안한 자세로 서서 이제 곧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리얼의 세상을 기대하며, 폭발하는 빛의 중심에서 살며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