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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캬오!
서걱!
“음!”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내구력이 하락하는 천 옷들을 느끼며, 정현은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한 방이라도 제대로 허용했다가는 끝이다.’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도 놓치지 않을 정도의 긴장감!
정현은 이를 악물고, 그레이 울프의 움직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크르르…….
기세를 잡았다고 느꼈는지, 그레이 울프가 다시 한 번 세차게 정면에서 달려들었다. 그리고 뒤쪽 좌우측의 갈색 늑대 두 마리도 몸을 추스르고 배후를 노려 왔다.
“하앗!”
기합 소리와 함께 정현은 앞으로 몸을 날렸다.
덤블링에 가까운 묘기를 보고 당황한 세 마리의 늑대들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헤집었고, 정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견제를 위해 투척했던 날카로운 단검을 들고 가장 가까운 거리의 갈색 늑대를 덮쳐 갔다.
콰직!
깨갱!
단순히 파고드는 것을 넘어서 뼈까지 박살을 내 버릴 정도의 거친 공격에 갈색 늑대 한 마리가 그대로 쓰러졌다.
커엉!
공격 후의 딜레이를 놓치지 않고 송곳니를 뽐내 오는 그레이 울프에게 정현은 앞차기로 견제를 시도했다.
터엉!
“큭!”
예상과는 다르게 충돌 후 일방적으로 튕겨진 것은 정현이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중심을 잃은 정현에게 갈색 늑대의 공격이 이어졌다.
촤악!
“큭!”
띠링!
[늑대의 이빨 공격으로 [3]의 데미지를 받았습니다.]
[늑대가 지속적인 공격을 시도합니다. 상처 부위에서 늑대를 떼어 내지 않으면 특수상태 ‘출혈’이 발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과감하게 정현의 팔목을 물고 늘어지는 갈색 늑대의 행동에 정현은 몸을 일으키기 힘들었다.
적어도 30kg는 될 법한 무게감이 워 크라이(War Cry)로 인해 하락된 능력치와 함께 넘어서기 힘든 제약으로 다가왔다.
커엉!
그러한 정현의 상태를 짐작했는지, 그레이 울프가 살벌한 울음소리와 함께 최후의 일격을 가해 왔다.
“으으…… 이야압!”
그 순간, 정현이 벌러덩 뒤로 몸을 눕히며 공중으로 발길질을 해서 팔을 물고 있는 갈색 늑대를 차올렸다.
콰직!
깨갱!
너무도 시기적절하게 이루어진 행동으로 인해 몸을 날려 정현을 향해 앞발을 휘두른 그레이 울프의 공격은 그대로 공중에 뜬 갈색 늑대에게 적중했고, HP가 얼마 남지 않았던 갈색 늑대는 그대로 숨을 멈췄다.
“하아, 하아…… 기다렸다!”
푸욱!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공격을 끝낸 뒤 착지한 그레이 울프에게 가해진 날카로운 단검의 공격은 아무런 저항 없이 그대로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캬오!
휘리릭!
옆구리를 불로 지지는 것 같은 통증에 반항적으로 앞발을 휘두르는 그레이 울프.
하지만 냉정함을 찾은 정현은 모든 공격을 읽고 있었고, 비스듬히 몸을 기울이며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 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격…….
“카운터 어택!”
콰드득!
그레이 울프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정확히 심장이 있는 곳을 가격하는 맹렬한 정권!
뼈가 으스러지는 섬뜩한 소음과 함께 그레이 울프의 입에서 핏줄기가 뿜어졌다.
띠링!
[그레이 울프가 특수상태 ‘스턴’에 빠졌습니다.]
[스턴에 저항할 방법이 없습니다. 5초간 그레이 울프의 움직임이 멈춥니다.]
“하앗!”
끝이 아니다.
정권을 시작으로 정현의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레이 울프의 고개를 돌려놓는 발차기부터 시작해서 재차 복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단검과 간간이 이어지는 고난이도의 격투 동작들까지, 물 흐르듯이 이어져서 샌드백처럼 그레이 울프의 몸을 두들겼다.
“하아, 하아…… 마지막이다. 와라!”
크어엉!
5초가 지나고 남은 것은 얼마 남지 않은 HP와 바닥난 SP로 헐떡거리는 정현과 전신이 피범벅이 되어 비틀거리면서도 상처 입은 맹수의 자존심을 불태우는 그레이 울프였다.
쒜엑!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면 이러할까?
성난 그레이 울프의 앞발들이 매섭게 정현의 좌우를 스치고 지나갔다.
6%밖에 남지 않은 SP 때문에 추가적으로 4%의 능력치가 더욱 하락한 정현은 이를 악물고 날카로운 단검으로 그레이 울프의 발톱을 쳐 냈다.
‘하지만 이것도 곧 한계다. 막기만 해도 상당한 데미지가 들어오니.’
그레이 울프의 공격력은 정현을 훨씬 상회했다.
아무리 무기로 상쇄를 하려고 해도 능력치 차이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 10초…….’
서서히 줄어드는 HP를 확인하며 정현은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앗!”
휘익!
과감하게 날카로운 단검을 투척한 정현은 이를 악물고 몸을 날렸다.
거친 움직임으로 SP가 다시 줄어들었지만,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에 홀가분했다.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공격…….’
크르르…….
상념을 깨는 날카로운 소음이 울렸다.
앞발을 휘둘러서 정현을 위협한 그레이 울프는 그래도 물러서지 않자, 적의가 가득한 눈동자로 정현을 응시하며 이빨을 딸깍거렸다.
“끝이다!”
크엉!
기다렸다는 듯이 정현을 향해 마주 달려오며 앞발을 휘두르는 그레이 울프의 동작이 마치 자신이 이겼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 증거가 바로 압도적인 능력치를 바탕으로 한 박자 빠르게 정현을 향해 시작되는 공격이었다.
‘지금!’
끼이익!
순간 정현의 몸이 급격히 정지했다.
앞발로 땅을 밀어서 속도를 줄이는 정현이었지만, 전력으로 달렸던 만큼 급제동은 불가능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발밑에서 빛나는 하얀 물체가 정현의 발을 가로막았다.
쒜에엑!
“크엉?”
정현의 눈앞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섬뜩한 발톱들.
어째서 헛발질을 한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기괴하게 일그러진 그레이 울프의 얼굴을 보며, 정현은 질주를 멈추기 위해 투척을 하여 땅에 박아 놓았던 날카로운 단검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카운터…… 어택!”
콰드득!
“아우우우!”
섬뜩한 파열음과 함께 정현의 정권이 재차 심장 위를 가격하였다.
정확히 들어간 일격에 그레이 울프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초보자 숲을 뒤흔들었다.
띠링!
[초보자 숲의 지배자 ‘그레이 울프(Gray Wolf)를 물리쳤습니다.]
[처절한 사투를 통해 신체의 움직임과 생명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근력(+1), 민첩(+1), 체력(+1)이 향상됩니다.]
[위대한 사냥으로 명성(+10)이 증가합니다.]
[퀘스트 아이템인 ‘그레이 울프의 송곳니’가 자동으로 획득됩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10의 레벨을 달성하여서 초보자 마을에서는 더 이상 경험치의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하하, 하하하…… 결국, 해냈어!”
정신없이 떠오르는 반투명한 설명 창들은 관심 밖이었다.
지금 정현에게 중요한 것은 삶의 가장 격렬했던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생동감과 성취감…… 바로 그것이었다.
4. 선택
와아아아!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간간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본격적으로 ‘테라’의 세계로 이동하기 전 존재하는 수많은 초보자 마을 중 하나인 아스에서 울리는 소음이었다.
“역시 테라야. 늑대 세 마리를 한 번에 해치웠을 때부터 알아봤다고.”
“흠흠, 테라가 이렇게 훌륭한 모험가일 줄은 몰랐군. 사과하지. 대신 다음부터 우리 잡화점을 이용할 때 가격을 많이 할인해 주겠네.”
“꺄아! 멋져. 우리 마을을 위협하던 그레이 울프를 물리쳐 주시다니.”
온갖 찬사와 칭찬이 정현을 향해 쏟아졌다.
캐릭터의 성장과 여러 이득을 얻기 위해 그레이 울프를 사냥한 정현이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서로 만족스러운 결과만 얻으면 그만이지.’
그리고 그 결과가 이제 눈앞에 펼쳐졌다.
“정말 자네는 대단한 모험가야.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만하네.”
아스 마을의 촌장인 켄델이 흐뭇한 웃음을 흘리면서 정현에게 말했다.
띠링!
[D급 퀘스트 ‘아스 마을의 위협’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명성치(+12)가 상승합니다.]
[보상으로 아스 마을의 대장간에서 제작된 장비(+1)가 주어집니다. 원하는 것을 선택하십시오.]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정현의 눈앞이 흐릿해지면서 반투명한 아이템 설명 창이 떠올랐다.
천, 가죽, 경갑, 중갑, 판금 등의 갑옷과 활, 검, 창, 도끼, 단검 등의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비들이었다.
‘방어구들도 훌륭하지만, 아무래도 더욱 마음이 가는 것은 무기들이지.’
정현은 일단 방어구들의 설명 창을 삭제하고 무기들로 시선을 돌렸다.
근접전에서도 지근거리의 초근접전을 선호하는 정현에게 활이나 장병 및 중병기인 창과 도끼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결국 검과 단검 중에 골라야 한다는 것인데. 일단 자세한 설명을 봐야지.’
[중독의 대거]
등급 : 매직(Magic)
계열 : 무기
재질 : 철
제한 : 근력[2], 민첩[5], 지능[2], 집중[3]
공격력 : 8
옵션 : 특수상태 ― (중독 Lv. 2)
내구력 : 20(20)
설명 : 아스 마을의 염원을 해결한 모험가에게 주어지는 강력한 무기다. 제작 과정에서 강한 독극물들이 지속적으로 투여되어 일정 확률[10%]로 적중 대상을 중독시킬 수 있다.
‘놀랍다.’
9레벨이 될 때까지 얻은 머니를 모조리 투자해서 구입한 날카로운 단검보다 3의 데미지가 높은 것도 있지만, 옵션이야말로 더욱 놀라운 혜택이었다.
‘레벨 2의 중독이라면 초당 2씩의 데미지가 10초 동안 지속되니, 자그마치 20의 데미지를 공짜로 줄 수 있는 것이군.’
정현은 입안에 군침이 도는 것을 느끼며, 이번에는 검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았다.
[샤프니스 소드]
등급 : 매직(Magic)
계열 : 무기
재질 : 철
제한 : 근력[3], 민첩[5], 체력[2], 집중[2]
공격력 : 11
옵션 : 크리티컬 가산점 상승(+5%)
내구력 : 25(25)
설명 : 아스 마을의 염원을 해결한 모험가에게 주어지는 강력한 무기다. 제작 과정에서 높은 내구력을 포기하고, 날카롭게 날을 세워서 강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끄응…….”
샤프니스 소드와 중독의 대거를 모두 살펴본 정현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초보자 마을에서 사용한 날카로운 단검과 다르게 위의 두 무기들은 매직 등급의 아이템이었고, 본 대륙으로 이동해도 당분간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무기였다.
‘게다가 어떤 무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전투 스타일도 바뀔 수밖에 없으니까.’
정현은 오랫동안 진지하게 고민을 하였다.
아이템의 가치만 따지면 샤프니스 소드가 더욱 탐이 나지만, 근접 박투를 즐기는 정현이기에 중독의 대거가 원래의 전투 스타일을 유지하기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