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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두, 두고 봐! 두고 보자고!”
마치 만화 속의 악당들이 사라질 때 남기는 듯한 대사를 내뱉고는 작별을 고한 유나.
무덤덤하게 그것을 지켜보던 정현은 스테이터스 창을 열었다.

[Player Status]
닉네임 ― [테라]
레벨 ― [Lv. 10]
클래스 ― [스트라이커(Striker)]
칭호 ― [無]
명성 ― [179 / 미미한]
근력 ― [8] / 민첩 ― [8] / 체력 ― [5] / 투기 ― [0]
지능 ― [1] / 집중 ― [4] / 행운 ― [2]
HP ― [50 / 50] / MP ― [40 / 40] / SP ― [100%]
공격력 ― [8]+8 / 방어력 ― [5]+3
공격 속도 ― [0.08%]
회피율 ― [0.02%]
크리티컬 ― [0.02%]
속성 ― [無]

Point ― [10]

“보너스 포인트가 10개나 주어졌군.”
근력에만 집중한다면 단번에 공격력을 두 배 가까이 올릴 수 있는 수치였다.
그 외에도 특수 능력치인 투기가 눈에 들어왔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니 항상 적용되는 다른 능력치들과 다르게 HP가 10% 이하로 떨어질 때만 발동되기 때문에 모처럼 얻은 보너스 포인트를 투자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수련이나 전투 등을 통해서 상승시켜야겠군.’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정현은 근력과 민첩에 3씩을 투자하고, 체력과 지능에 남은 포인트를 2씩 나누어 투자했다.
‘액세서리 종류의 아이템을 착용하기 위해서는 지능 능력치가 필수라고 하니까…….’
보너스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
만약 이번에 지능에 투자하는 것을 아꼈다가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못하여, 지능 능력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도서관에서 몇 날 며칠을 박혀 있어야 하는 경험 따위는 백배 사양하고 싶은 정현이었다.
“스킬 창 오픈!”

[커먼 스킬(Common Skill)]
▷ [카운터 어택(Counter Attack)] ― 초급 Lv. 2

[클래스 스킬(Class Skill)]
▷ [체술(體術)] ― 초급 Lv. 1
▷ [강권(强拳)] ― 초급 Lv. 1
▷ [유권(柔拳)] ― 초급 Lv. 1
▷ 체술(體術) 스킬의 숙련도가 부족합니다.
▷ 강권(强拳) 스킬의 숙련도가 부족합니다.
▷ 유권(柔拳) 스킬의 숙련도가 부족합니다.

“이건…….”
새롭게 클래스 스킬이 세 개나 생겨나고, 숙련도에 따라서 앞으로 더 많은 스킬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정현은 기대를 하며, 스킬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세부 설명 창을 활성화시켰다.

[체술(體術)]
계열 : 패시브(Passive)
등급 : 초급 Lv. 1(0.00%)
능력 : 체력(+3) / 특수상태 이상 저항
설명 : 신체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조정한다.
강인하고, 지속적으로 단련된 신체는 쉬지 않고 움직일 것이며, 적의 공격을 막아 내는 강력한 방패가 될 것이다.
천, 가죽, 경갑 등의 다양한 방어구를 착용할 시 움직임의 제한을 없애 준다.
[현재 스킬 레벨 1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일정 확률로 특수상태 이상을 저항합니다.]

‘성장할 때마다 능력치를 향상시키는 스킬!’
전투를 통해서 근력과 민첩은 잘 성장하고 있으나, 체력은 약간 뒤처지는 상태였다.
게다가 직업 특성상 근접전을 주로 함에도 경갑 이상의 방어구를 착용할 시 페널티가 있는 정현으로서는 HP와 방어력을 상승시키는 체력 능력치에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전투에서 주요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특수상태까지 저항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錦上添花)였다.

[강권(强拳)]
계열 : 액티브(Active)
등급 : 초급 Lv. 1(0.00%)
능력 : 근력(+3) / MP(초당 ―1)
설명 : 강력한 타격기로 적을 무릎 꿇린다.
최고의 공격을 지향하는 스트라이커(Striker)에게 가장 어울리는 공격법,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호쾌한 타격은 적들의 전의를 상실시킬 것이다.
주먹은 물론이고, 발차기를 비롯한 신체 모든 부위의 공격에 적용되는 강력한 일격들. 그런데 어째서 이름에 권(拳)이 들어가는지는 묻지 말자.
[현재 스킬 레벨 1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유권(柔拳)과 중복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근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버프 스킬이었다. 더불어서 스킬 레벨이 향상됨에 따라서 추가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에 많은 이점이 있었다.

[유권(柔拳)]
계열 : 액티브(Active)
등급 : 초급 Lv. 1(0.00%)
능력 : 민첩(+3), MP(초당 ―1)
설명 :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한다[柔能制剛]!
젊었을 때의 투지를 뛰어넘어서 이제 노련함을 깨우친 스트라이커(Striker)의 공격법이다.
적의 피부가 아닌, 내부에 충격을 주는 무시무시한 공격들!
주먹은 물론이고, 발차기를 비롯한 신체 모든 부위의 공격에 적용되는 심오한 일격들. 그런데 어째서 이름에 권(拳)이 들어가는지는 묻지 말자.
[현재 스킬 레벨 1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강권(强拳)과 중복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애매하군.’
정현이 바라던 일격에 강력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그러한 스킬들은 없었다.
다만, 기본적인 능력치를 상승시켜서 전체적인 전투력을 증가시키는 쪽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게다가 숙련도를 향상시키면 추가적인 스킬들을 세 가지나 얻을 수 있지.’
스킬이 많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이 있다.
초급―중급―고급으로 이루어진 스킬의 단계에서 하나의 단계 차이는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스킬을 사용하여 전투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들을 유리하게 풀어 나가던 유저들도 후반에 가서는 분산되어 버린 숙련도로 인해서 주력 스킬들의 레벨이 한 우물만 판 사람에 비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은 히든 클래스라는 명성(名聲)에 비해서는 아쉽지만…….”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이 있다.
큰 그릇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말로, 마찬가지로 큰 사람이 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하는 사자성어였다.
정현은 자신이 얻은 클래스가 그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 솔직히 그러한 복잡한 계산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진정으로 강한 것은 클래스가 아닌 내 자신이니까.’
그렇게 아쉬움을 달랜 정현은 마지막으로 카르얀이 남겨 준 유일한 아이템인 ‘넬의 로사리오’를 살폈다.

[넬의 로사리오]
등급 : 유니크(Unique)
계열 : 액세서리, 목걸이
재질 : 미스릴
제한 : 지능[15], 집중[10]
방어력 : 30[마법 방어력 적용]
옵션 :
1. 모든 능력치(+5)
2. 봉인(封印)된 신성력 사용(3회/1일)
3. 성(聖) 속성 상승(+20%)
4. SP 회복률 상승(+5%)
내구력 : 47(50)
설명 : 리얼의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슬픈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목걸이다.
절망의 몽크 ‘카르얀’과 하이 프리스트 ‘넬’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아이템으로, 운명의 교단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히던 넬의 신성력이 봉인되어 있다.
‘카르얀’의 인정을 받은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귀한 아이템이다.

“이건…….”
등급만 확인해도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리얼의 세계에서 오직 하나밖에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아이템이 바로 유니크(Unique)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자신만의 아이템을 가진다는 것도 메리트지만, 그 희소성만큼이나 강력한 능력은 사용자를 기쁨에 몸서리치게 만들 정도였다.
‘사제 계열의 직업이 아닌데도 신성력(神聖力)을 사용할 수 있게 하다니, 그것이 비록 1일 3회 제한이라고 하지만…….’
과연 노멀(Normal)―매직(Magic)―레어(Rare)―레전드(Legend)―유니크(Unique)로 이어지는 다섯 단계의 아이템 등급에서 최고의 등급에 어울리는 능력치였다.
‘게다가 성 속성을 20%나 증가시켜? 그 말은 반대 속성인 암 속성의 경우는 20%를…… 다른 속성에게는 10%의 추가 데미지를 주고, 반대의 경우는 방어력 보정까지 받을 수 있다는 말인데.’
과연 유니크 아이템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물론 아이템 착용 제한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것은 도서관에서 노가다를 하여 지능 능력치를 올릴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지금 당장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클래스 설정 때 부여받은 보너스 포인트가 아까워지는 순간이지만, 정현은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착용할 수 있겠지. 그때까지는 은행에 보관해 두자.’
게임 오버를 당하여 넬의 로사리오를 드랍하거나 아이템이 파괴가 된다면 정현으로서도 엄청난 충격을 받으리라.
“……성으로 돌아가자.”
변화된 모든 것들을 확인한 정현은 클래스 설정도 끝났겠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기 위해서 성으로 귀환했다.
“오, 테라였던가? 예전에 한 번 봤던 기억이 나는군.”
“왜? 아는 녀석이야?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데.”
클래스 설정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130의 명성치가 상승하자, 마냥 무시하기만 하던 경비병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피식거리면서 그러한 기분을 만끽한 정현은 다리를 건너서 하몬 시로 진입했다.
띠링!
[도시에 진입하였습니다.]
[현재의 필드에서는 PK가 불가능하며, 지형이나 기상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기분 좋은 메시지와 함께 정현의 머릿속이 정신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사냥? 퀘스트? 일단 모아 놓은 아이템들을 정리하고, SP를 회복하기 위한 음식들을 구입하자. 그리고 은행도 들려야겠지.’
정현의 수중에는 초보자치고는 제법 값이 나가는 ‘날카로운 단검’이 있었다.
스트라이커(Striker)로 클래스를 설정한 뒤부터는 사용할 이유가 없어졌기에 정리해야 했다.
“날카로운 단검? 초보자들이 사용하기에는 좋은 무기지. 그래, 나에게 판다면 15실버 쳐주지. 응? 이것들도 함께 팔려고?”
“그렇습니다.”
“호오, 이제 보니 제법 큰 고객이었군. 하지만 유명하지도 않은 모험가에게 높은 가격을 쳐주는 것은 내 자존심이 용납을 하지 않아.”
“……알겠습니다.”
“그래도 정중한 태도는 마음에 드는군. 게다가 대량으로 팔아 줬으니, 추가로 3실버를 붙여 주겠어. 총 25실버네. 어떤가?”
“좋습니다.”
애초에 장사꾼들과 흥정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장사는 장사고, 전투는 전투다.
정현은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있다고 믿었기에 다른 유저들처럼 끈질기게 매달리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띠링!
[잡화점 주인 ‘올딘’에게 25실버를 습득하셨습니다.]
‘전 재산은 42실버인가?’
생각보다 돈이 벌리지가 않았다.
게다가 금방이라도 해어져 버릴 것 같은 초보자 의복을 수선하고, 빵집에서 최하 등급의 보리빵을 10개 구입하고 나자, 그나마도 25실버밖에 남지 않았다.
‘이 형편없는 방어구를 교체하려면 돈부터 벌어야겠군. 성 주변에 있는 사냥터에서 퀘스트와 중복되는 것들을 찾아야지.’
정보 수집에 일가견이 있는 정현에게 그것은 약간의 귀찮음 정도였다.